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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 type="html">글과생각이숨쉬는다정스페이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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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 type="html">회사원이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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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ame>다정</n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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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10-01-16T23:00:42+09:00</updated>
  <published>2009-12-28T00:09:22+09:00</published>
  <summary type="html"> &amp;nbsp; 그동안 글을 쓸 짬이 없어서 블로그 업데이트를 전혀 하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동안의 소회를 잠깐이나마 정리해보았습니다. &amp;nbsp; &amp;nbsp; &amp;nbsp; &amp;nbsp; 회사원이다 &amp;nbsp; 다정 (http://dajungspace.com) &amp;nbsp; &amp;nbsp; &amp;nbsp; &amp;nbsp; 어느덧 회사원이 된 지도 세 계절째다.&amp;nbsp; &amp;nbsp; &amp;nbsp; 작은 블로그를 열어놓고 사회가 어떻네 학교가 어떻네 하고 글을 써왔지만, 부정할 수 없던 사실은 나 또한 취업에 나서야 하는 88만원 세대라는 점이었다. 몇 년 동안 공부를 하며 시험 준비를 했던 나도, 결국 집안 사정과 다른 여러가지 이유들로 회사에 취업해야겠다고 마음을 굳혔다. 그렇게 자소서를 쓰고 접수하고 탈락하는 과정을 줄창 반복하다가, 다행스럽게도 올 하반기 대기업 공채 시즌이 시작되기 직전 즈음에 작은 회사의 신입사원이 될 수 있었다. 그리고 나의 일상은, 당연히 많은 것이 변했다. &amp;nbsp; &amp;nbsp; &amp;nbsp; 기계 &amp;nbsp; &amp;nbsp; &amp;nbsp; 시험 공부를 하다 취업으로 전환을 했으니, 나는 대졸 신입사원 중에서도 나이가 가장 많았고 특히 여자 신입 중에서는 제일 언니였다. 그래서 &amp;#039;나이&amp;#039; 에 대한 걱정이 상당했다. 여기는 한 살 차이에도 존대말과 반말이 갈리는 대한민국 아닌가. 다행히 다 같은 &amp;#039;대졸신입&amp;#039;으로 분류되기에 나이에 대한 퉁박은 지금까지 거의 없었다. 덕분에 어딜 가나 사회초년생의 이미지 그대로 받아들여지고, 그 틀을 통해 비로소 &amp;#039;회사&amp;#039;라는 공간과 그 안의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amp;nbsp; &amp;nbsp; &amp;nbsp; 내가 일하기 시작한 직후 가장 크게 다가온 자괴감은 &amp;#039;기계가 되었다&amp;#039; 는 것이었다. 물론 출퇴근을 반복하며 밥벌이 하는 사람들의 일상 중에 기계적이지 않은 게 어디있겠냐마는, 업무 특성상 정말 모니터만 바라보는 데스크잡 기계처럼 느껴지는 일이기는 하다 (이는 내가 별 말도 하기 전에, 일을 시키는 상사들이 먼저 선수를 쳐서 말하기도 했다.). 나는 혹시나 이 글을 읽을 학생이나 다른 십대들에게 사회생활이 어떻네 하면서 훈계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다. 하지만, 만약 몇 달 전의 나처럼 &amp;#039;취직을 해야 먹고 살 수 있다.&amp;#039; 는 절박함에 그 뒷 일은 전혀 생각해보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직장에 들어가고서 그 이후에 대한 고민을 그동안 별로 하지 않았기에 크게 실망하거나 좌절할 수 있다고 조언하고 싶다. 다들 88만원세대, 청년 실업, 취업률만 이야기하는 동안 우리는 점점 더 &amp;#039;그러니까 더더욱 취직해야 한다&amp;#039; 고만 생각했지, 회사라는 조직에 대해 우리가 얼마나 대처할 각오(!)를 했는가는 한 번 정도 되돌아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부장도, 과장도, 신입사원도 결국에는 기계같이 일을 하고 그게 월급을 받는 사람들의 일상이니까. 많이들 환절기 감기에 걸리지만, 아프다고 해서 멋대로 휴가를 쓸 수도 없다. 한 두 마디씩 &amp;quot;괜찮아요?&amp;quot; 라고 걱정해줘도, 나의 업무를 다른 사람이 자진해서 해 주겠다고 하는 경우는 없다. 몸이 아픈 학생과, 몸이 아픈 회사원의 차이이다. &amp;nbsp; &amp;nbsp; &amp;nbsp; 하지만 내가 가장 안타까웠던 점은 바로 &amp;#039;회사형 인간&amp;#039; 들이었다. 나도 지금은 칼퇴근은 커녕 일주일에 4일 이상 야근을 하곤 한다. 알고 보니 이렇게 빨리 사람을 뽑은 건, 늘어난 업무량에 비해 기존 사원들이 많이 퇴사해서 일손이 부족한 사태가 벌어졌고, 이러다보니 신입직원교육도 체계적이기 보다는 일단 일을 시키면서 그 때 그때 설명 하고 넘어가는 식으로 이루어졌다. 그러면 업무 시간내에 모두 일을 마치고 저녁을 집에 가서 먹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었다. &amp;nbsp; &amp;nbsp; &amp;nbsp; 야근이 정말 많았다, 아니, 정말 많다. 이건 단순히 육체적으로 힘들다는 문제 - 힘들긴 정말 힘들다 - 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나마 나를 비롯한 비혼 사원들은 그렇다 치지만, 결혼하고 아이까지 있는 회사원들이 몇 날 며칠을 야근을 하는 상황이 옳게 보여지지는 않았다. 물론 우리 회사는 야근수당이 나오고, 이렇게 야근을 반복하는 일이 긴 기간으로 놓고 보면 일시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amp;quot;정말 (당신이 다니는) A사에서는 야근수당이 나와요?&amp;quot; 라는 타사 직원의 말까지 들으니, 이건 어느 회사의 특정한 상황이 아닌 한국 사회 전반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었다. 아빠나 엄마가 출근하기 위해 아침 8시 이전에 나와서, 밤 11시 넘어서 들어가는 일상이 반복되는데 그 집안이 &amp;#039;화목할 시간&amp;#039; 이 있느냐는 말이다. 심지어 난 대학원생 친구에게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amp;quot;대한민국 회사들이 칼퇴근만 가능해도, 가정에서 소외된 비행청소년이 반은 넘게 줄어들거다.&amp;quot; 임산부 여직원은 물론이고, 아이를 낳은 엄마 직원도 가정과 양립을 하려면 다음 3가지의 경우 중 하나였다. 친정어머니가 집에 상주하며 아이를 돌본다/ 가사도우미 아주머니를 종일 고용한다/ 종일 어린이집에 보낸다. 누구는 &amp;quot;한 여자가 성공하려면, 다른 한 여자가 희생해야 한다.&amp;quot; 고도 말했다. 회사 내에서 여성에 대한 유리천장이 없다고 쳐도, 비단 여성 뿐 아니라 부모 모두가 자녀를 챙길 시간을 제대로 확보하지도 못한 채 &amp;#039;가족의 소중함&amp;#039; 만을 외쳐대는 매스컴이 허망하게 느껴지는 것도 그 때문이다. &amp;nbsp; &amp;nbsp; &amp;nbsp; &amp;nbsp; 나 &amp;nbsp; &amp;nbsp; &amp;nbsp; &amp;nbsp; 하긴, 이건 지금의 내 문제는 아닐 지 모른다. 기계라는 자괴감에서 비켜나자 좌절감도 찾아왔다. 이 취업난에 취직되었다고 주위에서 축하도 많이 했지만, 원하던 진로도 아니었던데다 &amp;#039;실패한 고시생 출신&amp;#039; 이라는 쓸쓸함 -왜냐하면, 나는 진심으로 우리나라의 교육과 학교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 중 하나가 되고 싶어했으므로 - 은 오히려 회사 밖, 출퇴근 지하철 안에서 찾아왔다. 몰론 단단히 결심했었다. 사회적으로 유세 떠는 직업군에 속하지 못했다고 하여 남들이 뭐라 비하해도 좌절하지 말기 (혹자는 내게 &amp;quot;뭘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하느냐?&amp;quot; 라고 말했지만, 실제로 유사한 경험이 있어서 이런 위험 상황(?)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 더 많이 사유하고 더 많은 감성을 간직하고 표현하기, 돈과 명예 이전에 내 스스로의 만족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기억하기.....그런 생각들을 곱씹으며 마음을 다잡고 살다보니 이젠, 야근이 더 많은 직장인이 되어버렸다. &amp;nbsp; &amp;nbsp; &amp;nbsp; 취업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친구와 통화하면서 나는 &amp;quot;임금의 반대급부는 노동력이 아니야. 몸 아픈것, 위 아래 사람 눈치보는 것, 기계같이 일하는 것, 처세하는 것.....그 모든 걸 버티는 댓가가 바로 월급인거야.&amp;quot; 라고 한탄했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가장 중요한 것이 빠져있었다. &amp;quot;회사에서 일하는 나&amp;quot; 만 있게되고, 다른 부분의 나는 갈수록 희미해져 가는 것이다. 밥먹듯이 야근을 하고, 집에 오면 쓰러져 자고, 다시 아침에 눈을 비비며 일어나서 만원 지하철에 타는 일상이 반복되자, 취업 직전까지 가지고 있던 나라는 사람의 &amp;#039;여가&amp;#039;는 거의 불가능했다. 사놓고는 읽지도 못하고 있는 책만 10권이 넘고, 자리에 않아 글을 쓰는 건 이런 3일 연휴 (2009.12.25~27) 가 아니면 불가능했다(크리스마스 이브에도 야근하고 집에 가니 11시였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사회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심야 토론 프로를 일일이 챙겨볼 수 있겠는가. (심지어 취업 하루 전 먼저 연습장에 개요를 적어둔 &amp;lt;태희혜교지현이&amp;gt;의 리뷰도 포기해야 했다. 혹시나 기대하신 분이 있다면, 약속을 지키지 못해 정말 죄송합니다.) 사회에 관심없는 20대, 사회에 관심없는 기성세대....개인의 문제도 물론 있다. 그러나 사람들을 이렇게 만드는 시스템을 뜯어고치지 않는 한, &amp;#039;한 표의 가치&amp;#039;는 온전히 발현되기 힘들 것이다. &amp;nbsp; &amp;nbsp; &amp;nbsp; &amp;nbsp; 왜 공지영 작가가 &amp;quot;작가가 되고 싶다면 먼저 돈을 벌어봐야 한다.&amp;quot; 고 했는지도 알 것 같았다. 살기 위해, 그 &amp;quot;돈&amp;quot;이라는 걸 얻기 위해서 일생에 어느 것을 포기하게 되는지, 생계를 매개로 한 인간관계들이 어떻게 되는지 이제야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아니, 내가 무엇을 잃어가고 있는지, 내 인생의 꿈이 뭔지 되돌아보기도 전에 하루는 쉴틈없이 흘러가버리곤 한다.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주부로 있는 한 언니는 내게 말했다. &amp;quot;다정, 취업 걱정에 한숨 쉬고 그랬는데, 그럼 회사 들어가고 난 지금은 어때? 막상 취직을 했어도 여전히 앞날이 불투명하게 느껴지고 그러지? 맞아. 직장 다니면 자기 시간이 없지. 돈이냐, 시간이냐 둘 중 하나야. 돈을 벌려면 자기 시간이 죄다 없어지고, 또 시간이 많으면 돈이 없으니.&amp;quot; 맞다. 고개를 끄덕였다. &amp;nbsp; &amp;nbsp; &amp;nbsp; &amp;nbsp; 시간 &amp;nbsp; &amp;nbsp; &amp;nbsp; &amp;nbsp; 올해 나는 진로에 대해 끝없이 고민하고, 한숨짓고, 울었다. 이 블로그에 몇 번 방문한 사람이라면, 내가 사회에도 관심이 많고, 아마추어로나마 공연 작품 리뷰도 정성들여 쓰곤 했다는 걸 아실 것이다. 그리고 이젠, 다시 그런 나를 찾고 싶다. (교육 문제에 대한 나의 진로 변경에 실망한 분이 혹시 있다면, 민간인 자격에서 작게나마라도 후원할 길을 모색하고 실천할 것을 약속드리고 싶다.) &amp;nbsp; 시간에 쫓기는 사람들을 구원하기 위해 미하엘 엔데는 모모를 탄생시켰다. 나도 그처럼, 나의 인생을 스스로 성찰하고 즐기면서 살아가는 어른이 될 수 있을까. 내 일에서 보람을 느끼고 애착을 가질 수 있을까. 일상을 조금이라도 다시 찾을 수 있을까. &amp;nbsp; &amp;nbsp; 내일도, 출근이다. &amp;nbsp; &amp;nbsp; &amp;nbsp; &amp;nbsp; &amp;nbsp; 이 글의 저작권은 다정스페이스에 있으며, 다른 사이트로 퍼가거나 기타 용도로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amp;nbsp; &lt;p&gt;&lt;strong&gt;&lt;a href=&quot;http://dajungspace.com/75&quot;&gt;글 전체보기&lt;/a&gt;&lt;/strong&gt;&lt;/p&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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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 type="html">동방신기와 SM의 전속계약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 언론은 얼마나 공정한가</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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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09-09-04T11:05:12+09:00</updated>
  <published>2009-08-10T16:47:30+09:00</published>
  <summary type="html"> 평소에 동방신기 팬도 아니었으면서 (......;;)이럴 때 HOT ISSUE 라고 뛰어드는 게 결과적으로 센세이셔널리즘 (언론의 선정적, 터뜨리고 나몰라라식 보도 문제)에 합류하게 되는 거 아닌가 하는 걱정도 들지만.....이 글을 통해 제 &amp;#039;공정성&amp;#039; 을 얼마나 증명하느냐에 따라 판단되겠죠. 자, 시작합니다. &amp;nbsp; &amp;nbsp; 동방신기와 SM엔터테인먼트의 전속계약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 언론은 얼마나 공정한가 &amp;nbsp; &amp;nbsp; 다정 (http://dajungspace.com) &amp;nbsp; &amp;nbsp; 동방신기 멤버 중 3인 (믹키유천, 시아준수, 영웅재중)이 지난 7월 3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 (이하 SM)을 상대로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낸 이후, 언론매체에서는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이 소송에 관한 보도를 내보내고 있습니다. 민사소송이 양 측 입장에 대한 공방전이고 이렇게 사람들의 눈과 귀가 몽땅 쏠리는 연예 계약 관련 사건이다보니 언론 보도 역시 은연중에 양 측 중 누구의 입장을 더 자세히 다루는지, 이 기사 (또는 TV 보도)가 결과적으로 누구에게 유리한 여론을 환기시킬지, 그 뉘앙스가 함께 읽히기 마련입니다. 이는 앞으로 양 측이 민사상 조정이나 합의를 이루지 못 한 채 진짜 법정 소송까지 갈 경우 더 뚜렷하게 드러날 가능성이 높죠. 처음 사건이 알려지고, 세 멤버 측에서 보도자료가 나오고, 다시 SM 측이 반박하는 순환 구조를 이루고 있는 이 시점에서 지난 8월 9일 일요일, MBC &amp;lt;시사매거진 2580 (이하 2580)&amp;gt; 에서는 시사교양 프로그램 최초로 이 문제를 다뤘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날부터 이 방송 내용을 토대로 한 기사들은 다시 각종 포털 사이트로 쏟아지고 있습니다. SM 측에서 처음으로 법정대리인인 변호사가 등장하여 동방신기와 관련한 매출내역을 일부 공개(?)하는 &amp;#039;특종&amp;#039; 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한 동방신기 멤버들의 반박 여지도 남겨두는 등, &amp;lt;2580&amp;gt; 의 보도는 양쪽 말을 다 들어보는 공정한 보도를 한 듯도 합니다. 그런데, 제작진이 몰랐거나 알고도 간과했을지 모르는 포인트가 있습니다. &amp;nbsp; &amp;nbsp; 잠깐, 양측의 아젠다 세팅이 다르다? &amp;nbsp; 앞서도 말했지만 지금 언론에 보도되는 상황은 &amp;#039;사건이 알려짐 - 멤버들의 주장 보도 - 소속사의 반박 - 재반박 (또는 소송 전략상 언론 접촉 자제) - 새로운 소문이나 사실(?)이 추가로 알려짐 &amp;#039; 의 순환 구조입니다.&amp;nbsp; 그런데 굳이 누구 편을 들지 않더라도 이 사건 보도들을 쭉 읽어온 사람이라면, 동방신기 멤버들과 SM의 주장에서 각자 중점을 두는 포커스가 다르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습니다. 즉 &amp;#039;아젠다 세팅 Agenda Setting&amp;#039; 이 다르다는거죠. 봅시다. 지난 6월부터 해체설이 팬들 사이에 불거졌다고는 하지만, 정작 멤버들이 전속계약 무효를 주장하며 가처분 신청을 내자 SM측에서는 &amp;#039;화장품 사업 때문이다&amp;#039; 라고 주장했고 멤버들은 &amp;#039;단지 주식만 샀을 뿐이고 &amp;#039;겸업&amp;#039; 개념이 아니다&amp;#039; 고 해명했습니다. SM은 이제 방송을 통해 회계장부까지 공개하며 동방신기로 인한 총 매출이 얼마고 수익을 어느 비율로 배분했는가를 말했는데, 사실 멤버측의 보도자료에는 &amp;#039;돈&amp;#039; 문제 말고도 건강을 해칠 정도의 무리한 스케줄과 연예인 입장에서 종신계약이나 다름없는 계약 기간, 이에 대한 멤버들의 의사가 무시당해왔다는 주장이 상당히 언급되어 있었습니다. SM에서는 화장품 사업과 수익 배분 문제를 부각시키는 반면, 멤버들은 계약 당사자의 입장에서 받은 부당한 대우를 종합해서 주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웬만한 사건들에서는 한가지 팩트를 가지고 기냐 아니냐 진실 공방을 벌이겠지만, 이번 소송은 양 측이 언론에 어필하는 지점부터 일치하지 못하는 겁니다. 둘이 일치하는 의견이 &amp;quot;동방신기의 해체를 원하지 않는다.&amp;quot; 는 것 말고 뭐가 있었나요? &amp;nbsp; &amp;nbsp; 이렇게 핀트가 어긋나는 논쟁에서, 언론 보도는 어떻게 진행될까요? 미디어법 관련해서라도 누누이 강조되는 &amp;#039;공정성&amp;#039; 의 잣대로 생각하자면, 일단 언론은 이 둘의 이야기를 귀기울여 듣되 어느 한 쪽에 휘둘려서는 안됩니다. 그럼 양 쪽에서 주장하는 모든 이슈들을 모아 빠짐없이 다룰 수도 있고, 아니면 이들을 종합해서 고민한 끝에 언론 스스로 사건의 새로운 포커스를 만들고 그에 맞춰 보도를 구성할 수도 있겠죠. 아니면 보도진 스스로의 필터링을 통해 어느 이슈는 다루고, 어느 이슈는 &amp;#039;물타기&amp;#039; 라 판단해서 그냥 건너뛸 가능성도 없진 않습니다. &amp;nbsp; 그런데 &amp;lt;2580&amp;gt;의 보도는 수익 배분과 계약기간에 대한 SM측의 &amp;#039;해명&amp;#039;이 더 부각되고, 멤버들의 변호인 측에서는 &amp;#039;소송을 앞두고 침묵한다&amp;#039;는 결말로 마무리 되었습니다. 제작진의 의도가 어쨌었든 간에 이 보도는 SM측의 아젠다 세팅과 거의 그대로 일치합니다. SM에서 가지고 나온 회계장부 뭉치가 화면에 비춰지는 와중에 반대측의 주장을 &amp;#039;(회계기록의 진위 여부를) 신뢰할 수 없다&amp;#039;고만 말했다며 짤막하게 넘어가면, 사정을 모르는 제 3자 들이야 &amp;quot;뭐야, 돈은 많이 벌었던 게 맞나보네?&amp;quot; 라고 생각하기 십상이지 않을까요? 게다가 이 뒤에서는 현재 기획사의 연습생으로 들어가기를 희망하는 가수 지망생들이 등장하며 &amp;quot;대부분 (빨리 데뷔하고 싶은 마음에) 계약서를 제대로 읽어보지 않고 사인한다.&amp;quot; 라는 멘트까지 곁들였습니다. 이 자체는 사실이라고 치더라도, 멤버들이 대중에 호소했던 구체적인 부당성이나 무리한 스케줄 문제들은 거의 조명되지 않고, 더군다가 일단 데뷔하기 위해 부당한 계약에도 사인할 수 밖에 없는 절박한 사정 등에 대한 언급은 생략되었습니다. 그러면 연습생 입장에서 &amp;#039;부당한 계약을 강요하는 (소속사 입장에서야 부당하지 않다고 항변하겠지만) 소속사에 대한 문제 의식&amp;#039;에 앞서서 &amp;quot;생각 짧은 어린 애들이 연예인 되고 싶어서 경솔하게 사인부터 한다.&amp;quot; 고 혀를 차게 마련 아닐까요? &amp;nbsp; &amp;nbsp; &amp;nbsp; 은근슬쩍 편들어 주기? &amp;nbsp; &amp;nbsp; 이렇게 &amp;#039;반론&amp;#039;을 보여주면서 다시 그에 대한 &amp;#039;2차적 반론&amp;#039;을 살짝만 언급하고 넘어가는 보도 방식은 간접적으로나마, 그러나 점진적으로 축적되어 사람들의 인식에 영향을 미칩니다. 잠깐 이탈리아 이야기를 해 볼까요. 출판사, 신문사, 민영방송사 등을 고루 소유하고 있던 이탈리아의 미디어 재벌 베를루스코니는 현재 이탈리아 총리입니다. 그런데 이 사람이 미디어 선전 효과에 힘입어 정계에 입문하여 단시간에 많은 지지를 얻고, 당선 후의 정치적 무능력과 비리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도 그를 비판하는 메이저 언론 보도는 찾기 어렵습니다. 첫 이유로는 베를루스코니가 점령한 미디어 제국에서 공영방송인 RAI 조차도 시청률 경쟁에 휩쓸려 자극적인 쇼 위주로 제작해야 하는 현실이 있지만, 두 번째로는 바로 뉴스나 다른 시사프로그램이 있어도 제대로 된 비판 방송이 나오지 않는다는 겁니다. 이에 대한 대표적인 예로 &amp;#039;샌드위치 보도&amp;#039; 라는 게 있다고 이탈리아의 방송 관계자들은 호소했습니다. 굳이 이래라 저래라 세세한 보도 지침을 내지 않아도 정권에 거슬리는 보도를 하면 정치권과 연계된 방송사 고위급 직원에 의해 좌천되거나 쫓겨나는 현실에서, 논란이 되는 정부 정책을 보도할 때는 (1) 일단 정부 정책에 대해 설명한다. (2) 야당과 시민 사회의 비판이 있다는 것을 짧게 언급한다. (3) 그러나 정부는 ~라고 (자세히) 해명한다, 비판은 오해다.... 라는 순서로 뉴스 한 꼭지가 구성된다는 거죠. 이렇게 비판이 있다는 걸 인정하되 중간에 살짝 끼워넣기만 하고 정부를 앞뒤로 옹호하는 보도 행태는 대표적인 정언유착의 사례로 꼽힙니다. 그리고 이는 대다수 이탈리아 유권자들의 정치적 비판 의식을 흐려놓고 있다고 합니다. &amp;nbsp; 물론 이번 보도 하나만 놓고 누구 편을 들려고 취재를 했다느니 하는 식으로까지 비난을 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amp;lt;2580&amp;gt;이라는 포맷의 프로그램에서 동방신기와 소속사의 이번 분쟁을 다루는 것이 무리수였을 수도 있습니다. 여타 프로그램과 달리 &amp;lt;2580&amp;gt;은 세 가지 정도의 이슈가 한 회 방영분에서 모두 다뤄지기 때문에, 한 꼭지는 길어야 15분 남짓하겠죠? 그런데다가 동방신기 문제 뿐 아니라 연예인과 소속사 간 계약 논쟁으로 함께 묶은 배우 윤상현씨의 사례까지 언급하고 넘어가려니, 이 문제나 저 문제나 그다지 깊게 다룰 시간 자체부터가 없습니다. 어느 프로그램의 제작진이 능력이 좋으냐, 누가 올바르냐를 떠나서 이번 동방신기 사건이 &amp;lt;PD수첩&amp;gt;이나 &amp;lt;뉴스 후&amp;gt; 등에서 30분 이상의 테마로 넉넉하게 다뤄졌다면 양 측의 주장을 좀 더 짜임새있게 다룰 수 있지 않았을까요? 이와 반대되게 동방신기 팬들로부터 지지를 얻은 방송은 의외로(?) MBC 라디오의 &amp;lt;손석희의 시선집중 (이하 시선집중)&amp;gt; &amp;nbsp;이라고 합니다. 지난 8월 4일자 방송에서, 진행자 손석희씨와 중앙일보 문화부의 양성희 차장이 전화 연결을 통해 동방신기 멤버들이 주장하는 &amp;#039;불공정 계약&amp;#039; 에 관해 언급했습니다. 물론 이때는 SM측에서 &amp;lt;2580&amp;gt;을 통해 회계장부를 보여주기 전의 일이고, &amp;lt;시선집중&amp;gt; 역시 (일단은) 멤버들이 소송을 통해 어떤 문제를 제기 했는지, 그 근거는 무엇인지에 대해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건 단순히 동방신기 멤버들을 편들어준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아직 반론이 제기되지 않은 상태에서 한 쪽의 주장이 어떻다고 이야기를 하더라도 그는 &amp;#039;소장으로 제출한 핵심 쟁점&amp;#039; 과 일치하기 때문이었습니다. 게다가 &amp;lt;시선집중&amp;gt; 자체가 워낙에 전화연결을 통한 논쟁을 벌이는 데 익숙하니, 반대측 소속사에서도 억울하면 전화로 인터뷰를 하건 해명 보도를 청구하면 될 일입니다. &amp;nbsp; &amp;nbsp; &amp;nbsp; 멀고도 험한 &amp;#039;을&amp;#039; 의 권리 찾기? &amp;nbsp; &amp;nbsp; &amp;nbsp; 국내외의 동방신기 팬들은 마음을 더 단단히 먹어야 할 겁니다.&amp;nbsp;소송을 시작한 세 멤버가 보도자료를 통해 호소한 내용이 100% 진실이라는 전제에서 본다면, 분명히 이들은 불공정 계약에 어쩔 수 없이 도장을 찍어야 했던 &amp;#039;약자&amp;#039; 이자 피해자입니다. 그러나 일부 대중으로부터 &amp;quot;돈도 충분히 벌었으면서 이제 와 딴소리 한다.&amp;quot; 는 식의 비아냥이 없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또한, 소송의 당사자는 동방신기 멤버들이나 소속사인 SM 스스로가 아니라 이들이 선임한 변호사(법정대리인)지요. 그러나 정말 소송까지 간다면, 공판에서 멤버들과 회사 관계자들은 각각 증인으로 출석하여 판사에게 증언해야 할 상황이 올 가능성이 많을텐데요. &amp;quot;왜 (불공정 계약이라고 생각했으면서도) 그에 동의하고 데뷔했나요?&amp;quot;, &amp;quot;왜 지금까지 참고 있었나요?&amp;quot; 등의 질문을 듣고 그에 직접 답하는 과정에서, 그다지 기억 하고 싶지 않은 마음 아픈 과거들을 스스로 말해야 될 지도 모르지요. 그리고 이들이 법정에 출석하기라고 하는 날 취재진들도 우르르 몰려들텐데, 얼굴이 잘 알려지지 않은 소속사 경영진과 인기 연예인인 소송당사자들 중 누구에게 카메라가 몰려들까요.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묵묵히 지나가는 모습을 찍어서는 무슨 형사피의자가 법원에 출두하는 듯 구성해서 방영할 가능성도 충분하지 않나요? 아마 소송을 시작한 멤버들도 이럴 위험을 예상하지 못한 건 아닐겁니다. &amp;nbsp; &amp;nbsp; 그리고 언론. 언론은 지금 미디어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언론의 자유를 사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렇게 개별적인 문제에서 누구에게 휘둘리지 않고 공정성을 지켜가는 것 역시 실천해야 합니다. 지금 언론이 포커스를 맞춰야 하는 문제는 결국 법정에서 결판날 소송에 온갖 소문과 &amp;#039;측근 인터뷰&amp;#039;를 끌어 붙여 기사를 만드는 게 아니라,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현실의 근본적인 성찰입니다. 현재 &amp;#039;아이돌 그룹&amp;#039; 으로 분류되는 10대 후반에서 20대 초중반의 가수들 중에, 장래희망이 싱어송라이터라고 답하는 인터뷰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고, 동방신기 멤버들도 각자 자작곡들을 꽤 많이 보유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제는 (인디씬이 아닌) 오버그라운드의 주류 음악인이 되기 위해서는 이른 나이부터 대형 기획사의 연습생이 되어야만 하고, 더이상 대학가요제 등을 통해 스타 싱어송라이터가 배출되지도 않습니다. 90년대 초반과 확연히 달라진 대중음악산업과 이에 직면하는 10대, 20대 가수 지망생들의 현실에 대해 언론은 고민하고, 이슈화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그게 간접적으로나마 이런 &amp;#039;불공정 계약&amp;#039; 사건을 방지할 수 있는 토대가 되지 않겠습니까. &amp;nbsp; &amp;nbsp; 고질적인 한국 언론의 병폐 중 두 가지를 꼽아보자면, 먼저 노조와 사측의 갈등에 있어서 &amp;#039;돈 잘버는 귀족 노조가 이기주의로 사회에 해악이 된다&amp;#039;고 몰아붙이는 것, 그리고 &amp;#039;연예인&amp;#039;을 프로페셔널 배우나 뮤지션으로 진지하게 다루기 보다는 &amp;#039;몸값&amp;#039; 이라는 단어를 써 가며 상품가치로서 부각시키곤 한다는 점이 떠오릅니다. 이번 동방신기의 전속 계약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 사건은 이 두 병폐가 혼합된 느낌이 듭니다. 물론 &amp;#039;상대적으로&amp;#039;는 이들은 고소득 직종에 속한 세계적 스타입니다. 그러나 노동 계약에 있어서 &amp;#039;을&amp;#039; 이 되는 것은 쌍용차 노조원 분들이나, 배우나 뮤지션들이나 매한가지입니다. 동방신기 멤버들의 행보가 &amp;#039;잘 나가는 연예인들의 소속사 배신&amp;#039;으로 보이나요, &amp;#039;동료와 선후배들을 위해서라도 지금까지 가진 것과 이뤄놓은 것 이상을 모두 걸고 총대를 멘 용기&amp;#039;로 느껴집니까? 이들은 행복한 뮤지션이 될 수 있을까요, 그러려면 어떻게 하는 게 옳을까요? 그리고 이들의 팬들은, 그리고 이 모두를 지켜보는 대중들은 어떤 생각을 해야 하겠습니까? &amp;nbsp; &amp;nbsp; &amp;nbsp; &amp;nbsp; &amp;nbsp; &amp;nbsp; 이 글의 저작권은 다정스페이스에 있습니다. 다른 웹사이트에는 글을 퍼가지 말고 글 주소를 링크시켜 주세요. 또한 프리젠테이션, 레포트, 기사 작성 등에 인용할 때는 가급적 댓글이나 방명록을 통해 메시지를 남겨주세요. 무단 도용, 불펌, 표절, 출처를 밝히지 않는 인용 및 기타 저작권 침해를 절대 금지합니다. &amp;nbsp; &amp;nbsp; &lt;p&gt;&lt;strong&gt;&lt;a href=&quot;http://dajungspace.com/74&quot;&gt;글 전체보기&lt;/a&gt;&lt;/strong&gt;&lt;/p&gt;&lt;div style=&quot;width: 100%;border:0; text-align: center; padding-top: 15px; padding-bottom: 5px;&quot;&gt;&lt;embed src=&quot;http://api.v.daum.net/static/recombox1.swf?nid=3891048&quot; quality=&quot;high&quot; bgcolor=&quot;#ffffff&quot; width=&quot;400&quot; height=&quot;80&quot; type=&quot;application/x-shockwave-flash&quot;&gt;&lt;/embed&gt;&lt;/div&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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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09-08-05T16:05:32+09:00</updated>
  <published>2009-04-14T20:23:41+09:00</published>
  <summary type="html"> 1990년대를 그야말로 &amp;quot;휩쓸었던&amp;quot; 디즈니의 뮤지컬 애니메이션 - &amp;lt;인어공주&amp;gt;,&amp;lt;미녀와 야수&amp;gt;,&amp;lt;알라딘&amp;gt;,&amp;lt;라이온킹&amp;gt; 등의&amp;nbsp;작품들을 회상하면서 쓴 글입니다.&amp;nbsp;소싯적에, 혹은 지금까지도&amp;nbsp;이 애니메이션들의 OST를 흥얼거린 분들,&amp;nbsp;어릴 적 디즈니 비디오 테잎을 교실에서 다같이&amp;nbsp;본&amp;nbsp;분들, 아니면 이 작품들을 동시대에 접하지 못한 어린 세대들이라도, 모두&amp;nbsp;Hakuna Matata&amp;nbsp;~&amp;nbsp; &amp;nbsp;&amp;nbsp;&amp;nbsp;&amp;nbsp;&amp;nbsp;&amp;nbsp;에리얼, 노래를 불러줘요 -디즈니 뮤지컬 애니메이션 종합 리뷰- 다정 (http://dajungspace.com) 만성적인 경상수지 적자에&amp;nbsp;시달리는 미국이라지만, 그럼에도 오늘날의 어마어마한 &amp;#039;팍스 아메리카나 Fax Americana&amp;#039; 를 이루는 데 기여한 산업들은&amp;nbsp;일명 &amp;quot;3M&amp;quot; 으로 일컬어집니다.&amp;nbsp;미국이라는 나라를 지구촌의 독보적인 1인자로 심는 데 성공했던 대표적인 산업 브랜드가 맥도널드 MacDonald, 마이크로소프트 Microsoft 그리고 미키 마우스 Mickey Mouse -&amp;nbsp;이렇게 3개로&amp;nbsp;꼽힌다는 거죠. 전방위적인 미국 대중문화, 특히 헐리우드의 영화들을&amp;nbsp; &amp;quot;미키 마우스&amp;quot; 라고&amp;nbsp;대표할 정도로 디즈니의 파워는 막강했지만, 정작 1990년대 디즈니사(社)의 최고 히트상품은 그 옛날 월트 디즈니가 직접 만든 미키 마우스와 그 친구들이 아닙니다.&amp;nbsp;&amp;lt;인어공주 The Little Mermaid 1989&amp;gt;,&amp;lt;미녀와 야수 Beauty and the Beast 1991&amp;gt;, &amp;lt;라이온 킹&amp;nbsp;The Lion King 1994&amp;gt; 등의 뮤지컬 애니메이션 이었죠. 디즈니가 단지 미국인들에게만 보여주기 위해 1980년대 후반부터 스탭들을 영입하고 그들만의 북뮤지컬 Book Musical 을 제작할 수는 없었다는 건 지극히 당연합니다. 적어도 일반 영화에 비해 기술적인 비용이 서너 배는 더 많이 들어가는 애니메이션의 특성상, 해외 개봉 수익까지 챙겨야 본전을 뽑을 수 있는 상황이니까요. 전 세계 극장이 있는 어느 곳에나 먹히는, 그러면서도 남녀노소 누구나 보면서 즐거워할 수 있는 애니메이션이어야 한다면 어디서부터 출발해야 했을까요? 지구 정복을 꿈꾼 디즈니 디즈니가 어떤 선택을 했는지 그들의 초기작에서부터 되짚어 보죠. &amp;lt;인어공주&amp;gt;, &amp;lt;미녀와 야수&amp;gt;,&amp;lt;알라딘 Alladin (1992)&amp;gt;&amp;nbsp; -이 작품들의 공통점은 원작이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동화 또는 설화이면서, 초등학교 저학년 이하 연령대의 그림책으로 주로 출판되기에 웬만한 아이와 어른들은 모두 접한 적 있는 익숙한 소재들입니다.&amp;nbsp;디즈니가 이 이야기들을 그냥 그대로 갖다 쓰기만 했다면 당연히 식상한 작품만 되었을 겁니다. 하지만 디즈니는 이 동화들을 기본적인 플롯만 남기면서 대대적으로 각색하는 데,&amp;nbsp;그 구체적인 방법은 (1) 일단 짧은 동화를 90분 이상의 러닝타임 분량으로 늘리고 (2) 그 안에 새로운 캐릭터들도 등장시키며, 필요하다면 결말마저도 해피엔딩으로 바꾸면서 (3) (디즈니가 새로 만들어낸) 코미디와 음악을 적재적소에 배치한다, 라고 요약할 수 있습니다. 이게 대중의 기호와 어긋나는 결과물로 나온다면 더더욱 욕을 먹었겠지만, 디즈니는 이 작업을 통해 동화에서 차용한 스토리를 넘어서&amp;nbsp;디즈니만의 독자적인 재미와 참신함을 각인시키는 데 성공합니다. 전 세계가 다 아는 동화를 디즈니가 더 재미있게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었다더라,는 관객들의 반응과 함께 결과적으로 &amp;#039;문화 장벽&amp;#039;도 무너지게 되는 거죠.&amp;nbsp;물론, 뭐든 다 해피엔딩으로 바꾸다보니 원작 동화의 고유한 색깔은 어디다 엿 바꿔 먹었냐, 왜 &amp;lt;알라딘&amp;gt; 자스민 공주의 의상이 이슬람 문화권의 실제 모습에 비해 노출이 심하냐 (이 때문에 &amp;lt;알라딘&amp;gt;은 당시 이라크 등에서 상영금지 되기도 했었지요.) 등의 비난은 계속 디즈니 작품들을&amp;nbsp;졸랑졸랑 따라다니게 됩니다. 하지만 디즈니의 애니메이션들이 줄줄이 흥행에 성공할 수 있었던&amp;nbsp;비결은 역시 &amp;#039;뮤지컬&amp;#039;을 극장판 애니메이션에 도입한다는, 선구적인 시도였습니다. 배경음악을 영상에 까는 걸 넘어서서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직접 노래를 부르게 하는 설정은 디즈니가 원작을 제멋대로 바꾼다는 비난을 가뿐히 뛰어넘으면서 일반 헐리우드 영화보다 더더욱 알찬&amp;nbsp;부가가치를 창출하게 했을 뿐더러,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단골로 수상하면서 그 작품성까지 인정받게 만드는 1등 공신이었죠. 셀린 디온 Cellin Dion, 올포원 All-4-One,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Christina Aguilera 등의 스타 뮤지션들이 부르는 주제가들은 늘 빌보드 차트를 넘어 전 세계에&amp;nbsp;히트 팝으로 자리매김 했습니다. 사실 애니메이션에 실제 공연되는&amp;nbsp;무대 버전 뮤지컬에 비해 캐릭터들의 노래로 구성되는 장면이 많은 것은 아닙니다. (이는 디즈니의 컴필레이션 음반이 아닌, 한 작품 자체의 OST를 구입했을 때 수록곡들이 가사가 있는 노래보다 없는 레파토리가 더 많다는 것을 봐도 알 수 있죠.)&amp;nbsp;주인공이 대형 뮤지컬에서 5곡을 부른다고 치면 디즈니 애니에서는 2,3곡을 부르는 정도죠. 하지만 디즈니는&amp;nbsp;이 &amp;#039;아리아&amp;#039;를 그들이외에 누구도 넘보기 힘든&amp;nbsp;영역으로 구축해 냈습니다. &amp;lt;인어공주&amp;gt; 를 예로 들어 볼까요. 에리얼이 뭍으로 나가고 싶다면서 부르는&amp;nbsp;#Part of Your World 나, 세바스찬이 그런 그녀의 생각을 돌려놓기 위해 온 바다생물을 동원해서 오케스트라를 만드는 #Under the Sea, 정작 인간이 되고 나자 왕자와 키스 한 번 시켜보려고 버들강아지를 스탠딩 마이크 삼아 부르는 #Kiss the Girl &amp;nbsp;의 시퀀스를 봅시다. 사실 이 장면들에서 노래가 들어가지 않으면 다음 이야기로의 진행이 불가능한 정도 까지는 아닙니다. 하지만 노래 없는 장면들이 코믹할지언정 실사와 별다르지 않게 진행되는 반면,&amp;nbsp;주제가를 캐릭터들이 직접 부르는&amp;nbsp;시퀀스들에서 &amp;lt;인어공주&amp;gt;는&amp;nbsp;러닝타임 통틀어서 가장 환상적인 애니메이션의&amp;nbsp;화면 전환, 특수 효과, 공간을 초월하는&amp;nbsp;캐릭터들의 순간 이동 등&amp;nbsp;(당시로서는) 디즈니만의 독보적인 컴퓨터 그래픽을&amp;nbsp;유감없이 발휘하여 관객들을&amp;nbsp;환상적인 바다 세계로 빨아들입니다. 노래 없이 #Under the Sea 의 바닷속 오케스트라가&amp;nbsp;그토록 스펙타클하면서도 판타스틱한, 그야말로 &amp;#039;Magical&amp;#039; 하게&amp;nbsp;다가올 수 있었을까요.&amp;nbsp;가창력을 뽐내는 만화 속 주인공들이 있고, 그들의 노래와 함께 이제껏 본 적 없던 환상적인 애니메이션 뮤직비디오가 스크린을 가득 메웁니다. 이렇게 되면 관객 입장에서는 만화 캐릭터의 매력을 훨씬 더 크게 느끼게 되고, 노래와 화면에 몰입하는 사이에 점점 더 인어공주의 이야기로 빠져들 수 밖에요. 게다가 멜로디와 편곡도 각종 POP 차트에서 1위를 거듭할 정도로 잘 빠졌죠. 이렇게 캐릭터와, 그들이 부르는 주제가와, 뮤직비디오라고 해도 전혀 아깝지 않을 정도의 시퀀스는 서로의 매력을 동시에 극대화 시키면서 관객을 디즈니 월드로 몰입시킵니다. 이는 그 이후 작품들에서도 마찬가지의 패턴으로 나타납니다. 당시 열 대가 넘는 카메라를 동시에 돌리면서 구현해냈다는&amp;nbsp;&amp;lt;미녀와 야수&amp;gt; 의 무도회 장면은&amp;nbsp;주전자 아줌마의 노래에 맞춰서 진행되고, &amp;lt;알라딘&amp;gt;의 상상력이 가장 큰 스케일로 구현되는 장면은 바로 알라딘이 자스민 공주와 함께 양탄자를 타고 세계일주를 하는 #A Whole New World&amp;nbsp;였습니다.&amp;nbsp; 또한 &amp;lt;인어공주&amp;gt;를 비롯해서 그 이후의 작품들이 순차적으로 히트치면서 관객들은 노래와 함께 자연스럽게 캐릭터들의 코미디를 받아들이게 되는데, 그래서 램프 요정 지니가 있는 대로 허세를 부리면서 #Friend Like Me&amp;nbsp;를 부르면서&amp;nbsp;부리는 마술들을 깔깔 웃으면서 감상할 수 있죠. 이러다보면 과거에 동화로 즐겼던 이야기를 어른이 되어 디즈니의 작품으로 접하는 어른 관객도 즐겁지만, 대형 스크린에 더욱 압도당하는 어린이 관객들은 더더욱 디즈니의 애니메이션과 캐릭터 상품들에 당연히 열광하게 됩니다.&amp;nbsp; 게다가&amp;nbsp;디즈니는 노래를 단순히 끼워넣는 이벤트 그 이상으로 활용해서, 주인공들의 노래를 통해 내러티브가 진행되게까지 했습니다. &amp;lt;미녀와 야수&amp;gt; 에서는 주인공 벨의 캐릭터와 배경이 되는 마을 이야기를 도입부의 #Belle 에서, 한 노래를 벨과 모든 마을 사람들이 돌아가며 부름으로써 불과 5분 9초만에 모두 소개시킵니다. &amp;lt;라이온 킹&amp;gt;에서 아기 사자 심바는 빨리 왕이 되어서 앵무새 자주의 잔소리 좀 안 들었으면 좋겠다며 #Can&amp;#039;t Wait to Be King 을 부르는데, 애니메이션에서만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시공간의 초월 (심바와 날라가 뛰어다니는 초원이 순식간에 숲으로 바뀌고 다른 동물들의 코러스가 등장하는 식으로) 뒤에 곧바로 하이에나 소굴이 나오죠. 심바가 티몬과 품바를 따라 신나게 #Hakuna Matata 를 부르는 사이, 시간이 흘러 그는 어른이 됩니다. 이런 구성은 전체 스토리 상에서 어디에 노래를 넣고 어떻게 구성할 지, 치밀한 트리트먼트 작업이 있어야 하며 그를 실현시키기 위한 기술력과 자금력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한 일이었겠죠. 십 년이 흐른 뒤 노래는 사라지고.... 이런 디즈니의 선구적인 감각이 채 10년을 가지 못했다는&amp;nbsp;게 정말 아까운 일입니다. 디즈니에도 암흑기가 찾아오는데, 바로 &amp;lt;포카혼타스 Pocahontas 1995&amp;gt;와&amp;nbsp;&amp;lt;노틀담의 꼽추 The Hunchback of Notre Dame 1996&amp;gt;, &amp;lt;헤라클레스 Hercules&amp;nbsp;1997&amp;gt; 등이 줄줄이 저조한 흥행에 머무른 것이었습니다. 디즈니는 그동안 동화를 각색하는 데서 한 발 나아가 &amp;lt;라이온 킹&amp;gt; 에서는 스스로 창작한 (그러나 데츠카 오사무의 &amp;#039;밀림의 왕자 레오&amp;#039; 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도 전해지는) 이야기로 크게 히트친 바 있습니다. 그러나 디즈니 애니메이션은 보기 드물게 흥행 성적과 작품성이 비례하는 역사를 가진 장르입니다.&amp;nbsp;&amp;lt;포카혼타스&amp;gt; 부터 시작된 디즈니의 슬럼프는, 그들이 그들 스스로 쌓아온 성공 노하우를 버리고 다른 길을 찾아보던 것이 패인이었습니다. &amp;lt;포카혼타스&amp;gt;는 예전 앵글로색슨 족의 미국 개척(....은 무슨? 침략이지!)에서 있었다고 하는&amp;nbsp;인디언 여성과 백인 남성의 로맨스를 다루고, &amp;lt;헤라클레스&amp;gt; 는 그리스 신화를 따서 만든 코미디입니다. 하지만 이 두 작품은 &amp;lt;인어공주&amp;gt; 나 &amp;lt;알라딘&amp;gt; 등에 비교해 볼 때 기승전결도 훨씬 평면적이고, 그다지 웃기지도 않으며, 영화를 본 뒤에도 생각나는 멜로디가 가물가물할 정도로 &amp;#039;썰렁한&amp;#039; 결과를 낳았습니다. 그럼 &amp;lt;노틀담의 꼽추&amp;gt; 는 어떨까요. 짧은 동화의 플롯을 &amp;#039;바꾸고 불려서&amp;#039; 각색했던 전작들과 달리, &amp;lt;노틀담의 꼽추&amp;gt;는 빅토르 위고의 꽤 두툼한 소설을 원작으로 삼아, 콰지모도를 주인공으로 만든 야심작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세세한 스토리를 오히려 많이 덜어내면서 각색을 해야 하는데, 그러다보니 결과물은 그동안 발휘된 디즈니의 능력이 의심될 정도로 &amp;#039;산으로 가는&amp;#039; 이야기가 되고 말았죠. 디즈니는 화면 속 만화 캐릭터가 대사를 말하는 입 모양이 실제 더빙과&amp;nbsp;정확히 맞아떨어지게 하기 위해서 초벌 시나리오 완성 - 성우의 1차 더빙 - 대사에 맞춰 입 모양을 그려가면서 애니메이션 셀 제작 - 완성된 필름으로 성우의 2차 더빙이라는&amp;nbsp;번거로운 작업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이는 픽사의 3D 애니메이션에도 그대로 계승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하려면 제작비가 더 많이 드는 건 둘째 치고라도, 일단 시나리오를&amp;nbsp;확실하게 잘 만들어야 후반 작업의 완성도도 보장할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콰지모도를 가둔&amp;nbsp;프롤로 주교와 대결 구도로 가나 싶더니 에스메랄다를 짝사랑하고, 그러나 둘이 맺어지는 것도 아니고 정작 멋진 활약은 호위병사 피버스가 다 하고, 결국 콰지모도는 에스메랄다와 프롤로의 들러리(!) 로까지 전락하는 갈팡질팡한 진행을 보였습니다. 이러면 그동안 디즈니 애니의 흥행 요인이자, 캐릭터 상품의 인기를 구축하던 원 톱 주인공의 매력은 뚝 떨어질 수밖에 없지요. 더군다나 &amp;#039;꼽추&amp;#039; 라는 설정 탓에 콰지모도가 다른 여타 디즈니 주인공들보다 &amp;#039;덜 예쁜&amp;#039; 건 사실인데, 이를 캐릭터의 활약으로 만회하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역효과를 내고 만 것이죠. 물론 이 작품에서도&amp;nbsp;디즈니의 발전된 역량이 드러나기도 했었습니다. 정교하게 묘사된 노틀담 성당과 파리의 풍경을 비롯해서, 엔딩 테마 #Someday&amp;nbsp;도 지금까지 사랑 받는 디즈니의 노래 중 하나이구요. 그리고 &amp;lt;노틀담의 꼽추&amp;gt;는 한 노래의 기승전결을 따라 전혀 다른 극의 진행을 보여주는 데, 초반의 #Out There&amp;nbsp;트랙에서 도입부는 프롤로 주교가 콰지모도에게 &amp;#039;내가 널 살리고 입히고 먹이니, 영원히 노틀담 다락방에 처박혀 있으라&amp;#039;는 저주를 하지만, 중반 이후에는 콰지모도가 노틀담 안에서 자라 노을 지는 풍경을 바라보며 꿈을 노래하는 극단적인 변화를 한 노래로 묶어서 소화해 냅니다.&amp;nbsp;하지만&amp;nbsp;음악이 플롯의 약점 자체를 없던 일로 돌릴 수는 없죠. 어쩌면&amp;nbsp;소설 &amp;lt;노틀담의 꼽추&amp;gt;&amp;nbsp;를 원작으로 택한 것 자체부터가 패착이었을 수도 있습니다.&amp;nbsp;원작을 먼저 접해본 독자들이야 알겠지만, 위 소설의&amp;nbsp;전반적인 분위기는 애니메이션의 원작으로 삼기에는 의아할 정도로&amp;nbsp; 암울하니까요. 빅토르 위고가 콰지모도를 인간 승리의 영웅으로 그리고 싶어서 이 소설을 쓴 게 아니라, 모두가 선망하는 으리 번쩍한 도시 파리, 그 중에서도 가장 찬란하다는 노틀담 - 정작 그 안에 갇혀 있는 게 꼽추라는 상징을 통해 그 시대 인간들의 이중적인 속물성을 가차없이 그려냈기 때문입니다. 원작 속 프롤로 주교는 사실 차마 종교인이라 칭하기도 민망할 속물이고, 피버스는 제멋대로 여자들과 희희낙락하는&amp;nbsp;호색한이었으며, 에스메랄다는 세상 물정 잘 모르고 이용만 당하다 죽는 비련의 소녀였거든요. 알고보면,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부진에는 외적 요인이 먼저 작용합니다. 디즈니가 독자적인 뮤지컬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기로 하면서 영입한 스탭은 작사가 하워드 애쉬먼과 작곡가 앨런 멘켄이었는데, 하워드 애쉬먼은 1991년에 사망하면서 &amp;lt;알라딘&amp;gt;에 부분적으로 참여하는&amp;nbsp;것이 마지막이 됩니다. 그 후 &amp;lt;라이언 킹&amp;gt; 에는 작곡가로 엘튼 존이 합류하여 큰 성공을 거뒀지만,&amp;nbsp;디즈니의 프로듀서 제프리 카젠버그는 디즈니를 떠나 스티븐 스필버그와 드림웍스 Dreamworks를 설립했죠. 그러나 어찌 된 일인지, 디즈니의 부진 못지 않게 드림웍스의 &amp;lt;개미 Antz 1998 &amp;gt;, &amp;lt;이집트 왕자 The Prince of Egypt 1998&amp;gt;&amp;nbsp;등도 전성기의 디즈니보다는 한결 기대에 못 미치는 흥행 성적을 거둡니다.&amp;nbsp;물론 몇 작품이 부진했다고 해서 그동안의 애니메이션 제작 노하우가 사라지는 건 아닐지라도, 진짜로 아쉬운 점은 드림웍스는 물론이고, 뮤지컬 애니메이션의 메카였던 디즈니마저도 자회사인 픽사 Pixar를 통해&amp;nbsp;본격적으로 3D 컴퓨터 그래픽 애니메이션으로 전환한 것입니다. 드림웍스는 &amp;lt;치킨 런 Chicken Run 2000&amp;gt; 과 &amp;lt;슈렉 Shrek 2001&amp;gt; 등의 애니메이션을 히트시켰지만 다른 실사 영화를 더&amp;nbsp;많이 제작합니다. 디즈니 역시 실사 영화 제작을 하는 건 마찬가지지만, 픽사에서 제작한 &amp;lt;토이스토리 Toy Story&amp;nbsp;1995&amp;gt; &amp;lt;인크레더블 The Incredibles 2004&amp;gt; &amp;lt;라따뚜이 Ratatouille 2007&amp;gt;, 그리고 최근의 &amp;lt;월-E WALL-E 2008&amp;gt; 까지 작품성과 흥행에서 모두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영화음악에는 정성을 쏟을지언정 90년대처럼 뮤지컬을&amp;nbsp;애니메이션에 구현하지는 않으며, 디즈니같은 경우는 오히려 자사의 &amp;lt;라이언 킹&amp;gt; 과 &amp;lt;미녀와 야수&amp;gt; 를 브로드웨이 뮤지컬로 공연하면서 엘튼 존과 &amp;lt;아이다 Aida&amp;nbsp;2000&amp;gt; 등의 새로운 극장 뮤지컬을 제작했습니다. 에리얼, 당신의 노래가 그리워요 디즈니 뮤지컬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면서도 사람들은 &amp;#039;해피엔딩으로 바꾸니까 스토리가 가벼워진 건 사실이다&amp;#039;, &amp;#039;나름대로 재미있긴 하지만, 원작 동화에 담긴 아련함이 사라졌다&amp;#039; 는 생각은 대부분 가지고 있었습니다. 흑인 등 미국 내 소수 인종이 주인공으로&amp;nbsp;등장하지 않는다는 지적은 끝까지 지속되었고 디즈니 때문에 전 세계 어린이들이 미국 위주의 세계관을 갖게 된다는 비판까지 나올 지경이었습니다. 하지만&amp;nbsp; 디즈니의 뮤지컬 애니메이션은&amp;nbsp;물량공세적인 마케팅이나 배급을 떠나서 그 작품 자체에서부터 흥행성과 재미를 갖추고 있었던 건 틀림없는 사실이었습니다.&amp;nbsp;그 때나 지금에나 노래와 영상을 엮어내는 기술은 여전히 독보적이지요. 이랬으니까&amp;nbsp;전 세계의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디즈니의 영상과 음악에 취했고, 지금도 많은 가수들이 이들의 노래를 리메이크 하고 무대에서 부르는 거 아니겠습니까. 디즈니의 극장판 셀 애니메이션의 마지막이라 할 수 있는 &amp;lt;타잔 Tarzan&amp;nbsp;1999&amp;gt;이 개봉한 지도 어언&amp;nbsp;십 년이 흐른 뒤, 이제 &amp;lt;인어공주&amp;gt; 와 &amp;lt;미녀와 야수&amp;gt; 등의 애니메이션들은 그 자체가 아련한 추억이 되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좋은 애니메이션들은 미국과 일본 등에서 꾸준히 제작되고,&amp;nbsp;스튜디오 지브리의 작품을 비롯해서 &amp;lt;카우보이 비밥&amp;nbsp;Cowboy Bebop 1998&amp;gt; 이나 &amp;lt;시간을 달리는 소녀 The Girl Who Leapt Through Time 2006 &amp;gt; 등과 같이 애니메이션 안에서 크게 빛을 발하는 음악들도 여전히 우리들의 귀를 즐겁게 해 줍니다.&amp;nbsp;하지만, 문득문득 그리워집니다.&amp;nbsp;음악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을&amp;nbsp;즐겁게 해 준 앨런 맨켄의 멜로디와 함께,&amp;nbsp;에리얼과 벨, 자스민, 뮬란까지 여주인공의 노래를 도맡아 부르던 리아 살롱가 Lea Salonga 의&amp;nbsp;시원하고 맑은&amp;nbsp;노랫소리가요. 이 글의 저작권은 다정스페이스에 있습니다. 다른 웹사이트에는 글을 퍼가지 말고 글&amp;nbsp;주소를 링크시켜 주세요. 또한 프리젠테이션, 레포트, 기사 작성 등에 인용할 때는 가급적 댓글이나 방명록을 통해 메시지를 남겨주세요. 무단 도용, 불펌, 표절, 출처를 밝히지 않는 인용 및 기타 저작권 침해를 절대 금지합니다. &lt;p&gt;&lt;strong&gt;&lt;a href=&quot;http://dajungspace.com/73&quot;&gt;글 전체보기&lt;/a&gt;&lt;/strong&gt;&lt;/p&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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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 type="html">십대, 아이돌, 그리고 이십대 (2)</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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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09-08-05T16:05:32+09:00</updated>
  <published>2009-03-23T20:54:04+09:00</published>
  <summary type="html"> &amp;nbsp; (1)편에 이어서, 어릴 때 이야기&amp;nbsp;하나 더 해볼까? 어느 날 우리 반 친구들이 사진 한 장을 구경하겠다고 우르르 모여들었던 적 있었어. 우리 반 아이 중 한 명의 친척이&amp;nbsp;방송국 스탭이었는데,&amp;nbsp;그 덕에 친구들 몇몇이 한 가요프로그램 출연진 대기실로 들어갈 수 있었던거야.&amp;nbsp;그래서 그 날 출연하는 모 그룹 멤버들과 찍은 기념 사진을 학교에 가져오고, 그걸 다들 보겠다고 난리였던거지. 나도 &amp;quot;우와! 너네 되게 좋았겠다!&amp;quot; 라고 &amp;#039;선택받은&amp;#039; 친구들을 부러워하면서 마침내 그 사진을 보게 되었는데.....우리 반 여학생 다섯 명과, 아이돌 그룹 멤버 중 세 명이&amp;nbsp;나온 거였거든? 그런데 앞 줄에&amp;nbsp;앉아&amp;nbsp;환하게 V자를 그리며 웃는 팬들과 달리, 뒷 줄에 나란히 선 그 세 사람의 표정은....이루 말할 수 없이 피곤해 보였어. 심지어 카메라도 보지 않고 모두 고개를 돌리거나 숙이고 있었는데, 굳이 비유를 하자면 자이로드롭을 한 다섯 번 쯤 탄 뒤 탈진한 사람이&amp;nbsp;지을 법한&amp;nbsp;그런 진저리나는 얼굴들을 하고 있었단다 (혹시 그런 심드렁한 표정을 &amp;#039;설정&amp;#039;으로 하고 찍은 거 아니냐고? 전혀 아니었어.). 만약 너나, 아니면 지금 활동하는&amp;nbsp;후배 아이돌 가수나 연예인들이라도 그 사진을&amp;nbsp;보게 된다면&amp;nbsp;&amp;quot;아무리 피곤하고 힘들어도 그렇지, 팬과 같이 사진을 찍는 거면&amp;nbsp;그 잠깐만이라도 웃는 게 당연한 거&amp;nbsp;아니야?&amp;quot; 라고 할 지 몰라. 그런데 그 사진을 본 순간, 그 세 사람이 &amp;#039;싸가지 없다(!)&amp;#039; 고 느껴지는 게 아니라, &amp;#039;얼마나 힘들었으면 사진 한 장도 찍기 괴로울까&amp;#039; 싶었어. 그들은 다시 누군가가 그 정도의 인기를 누릴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엄청난 스타들이었어. 그런데 너무 인기가 많았던 나머지,&amp;nbsp;누구누구의 아는 사람이라고 연줄이 닿는 팬들이 죄다 대기실까지 몰려들곤 했다는 거야. 그 중에 우리 반 애들도 있었던거고.&amp;nbsp;잠깐이나마&amp;nbsp;편하게 쉴 틈도 없이 시달린 나머지, 결국 그들은 대기실에 팬들이 들어오게 못하도록 방송국 측에 출입금지까지 부탁했다고 해. 그리고 그들은 지금...... ﻿ &amp;nbsp;그대가 그대를 사랑하기 -십대, 아이돌, 그리고 이십대 (2) - 다정(http://dajungspace.com) 앞 글에서 읽었던&amp;nbsp;거 기억나니? 누나가 신이나 다른 초능력자도 아니고 그저 한 사람의 인간일 뿐이니 그 이유를 정확히 댈 수는 없지만, 어쨌든 이 세상에 똑같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잖아. 외모도, 재능도, 사는 환경도 모두 다르지. 사람들이 사는 사회에서 선망하는 이미지,&amp;nbsp;우선시 되는 가치관들이 없을 수는 없지만. 이렇게 모두 다른 사람들이 모두 같거나 비슷한 인생을 살아간다는 건 애당초 말도 안되는 거 아닌가? 아무리 어떤 연예인이 예쁘고 멋져보여도 그와 똑같이 될 수는 없을테니까. 그러니 우리 삶에서 중요한 건 &amp;#039;자존감&amp;#039; 이라는 거야. 1등? 그래, 학교에서도, 학교 밖에서도 그 1등, 수석, 천재 등등의 말에 사실 모두들 괴롭지. 하지만 1등을 정하는 기준도 죄다 제각각이고, 그 1등들 중에 또 1등을 추려내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는 건 선재 너도 잘 알고 있는 거잖아. 그리고 그 어떤 1등도 영원할 수는 없으니까. 자기 분야에서 1등을 해본다는 게 살아가면서 추억이 되고&amp;nbsp;쏠쏠한&amp;nbsp;경력이 될 수는 있지만, 그저 상대 평가로 1등을 했다고 해서 그게 우리의 정체성을 결정할 수는 없는거야. 그러니 우리는 NO.1 으로 살고 싶어, 라고 생각하기 전에 우리가 스스로를 Only One 이라고 여길 수 있어야 한다는 거지. 나는 사회에서 요구하는 1등도 아니고, 돈을 많은 것도 아니지만 난 내 인생을 사는 게 즐거워. 이 정도면 행복하다고 생각해, 나는 하찮지 않고 내 인생을 의미있게 생각해.....라고 하는 게 바로, 자존감 이라고 하는 거지. 이건 &amp;#039;타고난 너&amp;#039; 와 &amp;#039;이루어가는 너&amp;#039; 가 합쳐진 문제야. 그리고 누나가 이렇게 생각하게 해 준 건, 바로 1위라는 게 수시로 바뀌고 십년 전의 최고 인기가수가 더 이상 1위를 할 수 없는 현실이 냉혹하게 펼쳐진, 수많은 가요 차트였단다. 가수이건, 배우이건 대중 매체에 수시로 나와서 자신을 어필해야 하는 연예인들의 일은 그래서 힘든 거야. 물론 그들은 단시간에 비교적 적은 노동을 하고도 많은 돈을 번다는 점에서 다들 부러워하지. 그렇지만 이들은 자기 자신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걸 어떻게 대중에 어필해야 할 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단다.&amp;nbsp;&amp;nbsp;이런 건 그저 기획사에서 시키는 대로만 해서 될 일이 아니잖아. 자기가 모르는 수많은 사람들의 눈을 의식하면서 살아야 하기도 하는 건 둘째 칠 수 있는 문제더라도. 그렇게 십년, 이십년이 넘어가는 시간동안 꾸준히 가수로, 배우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1위를&amp;nbsp;거듭하고 돈을 쓸어담은&amp;nbsp;사람들이 아니라, 비록 폭발적인 인기를 얻지는 못했더라도 자신만의 색깔을 가지고 꾸준히 활동한 이들이란다. 자존감, 안녕? 내신과 수능에 매여 있는 너와 다르게 지금 성공했다는 연예인들, 아이돌들은 다들 너무 잘 나가는 거 같아? 세상은 이래서 불공평한거고? 하지만 선재야, 누나도 너와 만만찮게 그들을 부러워하고 선망했었는데 - 지금은 좀 달라. 물론 여전히 TV에 나오는 많은 연예인들은 참 예쁘고 잘 생겼고 게다가 질투심이 날 정도의 끼들도 많아. 하지만, 이젠 &amp;#039;모든 사람들의 인생이 다르고, 각자의 전성기도 모두 다르다&amp;#039; 는 걸 깨달았어. 그러니까 네 나이에 전국 방방곡곡, 아니 이젠 적어도 아시아 전역에 이름과 얼굴을 널리 알리고 스타덤에 오르는 연예인들은 지금이 전성기인거고, 평범한 학생인 너나, 일반인인 나나 마찬가지로 우리는 그냥&amp;nbsp;&amp;#039;지금이 내 삶의 피크는 아닌가보다&amp;#039; 하고 생각하면 그만인거야. 실제로도 그렇고. 기억나지? 대부분의 일반인들은 인생에서 적게 얻고 적게 잃는다면, 연예인들이나 다른 유명인사들은 많이 얻는 대신, 많이 잃는거라고, 우리의 삶을 일률적인 잣대로 결정짓지 말자. 그건 시험지 채점할 때나 하는 일이야. 그래도 네 스스로가 심드렁해져? 너는 딱히 어딘가에 천재적인 재능을 타고나지도 못했고, 그냥 백사장에 널린 다 그렇고 그런 모래알갱이 같게만 느껴져? 그래, 그래서 진작에 어떤 사람은 십대들이, 그리고 다른 어른들도 내심 스타 연예인들을 선망하는 이유로 단지 &amp;#039;학벌이나 가진 재산에 관계 없이 큰 돈을 벌며 살 수 있어서&amp;#039; 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amp;#039;다른 이들에게 주목받고 싶어하는 욕구&amp;#039; 를 채우고 싶어하기 때문이라고도 말했어. 지금 &amp;#039;뜬&amp;#039; 아이돌스타들은 이런 꿈을 위해 몇천대 일의 오디션을 뚫고 긴 연습생 생활을 겪어낸 거니까, 이건 단순히 소망이나 의지만으로 되는 게 아니라 그를 뒷받침하는 능력을 얼마나 타고 나서 어떻게 갈고 닦느냐의 문제겠지. 넌 꿈이 없어? 앞으로 무슨 직업을 가져야 할 지도 모르겠고? 선재야, 그런데....괜찮아. 정말 괜찮아. 네 삶은 전혀 무의미하지 않아. 왜냐하면 너는 지금 &amp;#039;살고&amp;#039; 있고, 그저 가만히 있는 게 아니라 학교에 가든, 친구들과 운동장으로 달려가 축구를 하든 설령 교실에 붙들려 야자를 하든 네 하루하루의 일상은 충분히 의미있기 때문이야. 너는 늘 무언가를 하면서, 즉 &amp;#039;생각하고 행동하면서&amp;#039; 살아가고 있거든. 이렇게 말을 하니, 혹 네가 &amp;quot;나도 이제 고3 되는&amp;nbsp;게 순식간일텐데, 다른 사람도 아니고 다정 누나는 그런 말 하면 안되는 거 아냐? 스스로가 겪어봐서 힘든 걸 안다면서!&amp;quot; 라고 할 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선재야, 내 말은 우리가 당하는 수많은 부당하고 억울한 일들을 &amp;quot;몸에 좋은 약은 입에 쓴 법이니까.&amp;quot; 라면서 바보같이 감수하자는 게 아니야. 한국이 아니라면, 이렇게 수많은 십대들이 이렇게까지 &amp;#039;미래&amp;#039; 를 위해 현재를 &amp;#039;희생&amp;#039; 하면서 살지 않아도 된다는 것도 잘 알아. 내가 지금 말 하는 건, 그렇지 않더라도 우리 인생에서 겪게 되는&amp;nbsp;각자의 슬럼프나 고난, 불행을&amp;nbsp;다 뭉뚱그린 것들이야. 어느 사회를 가든 사람의 삶에는 기복이 있잖아.&amp;nbsp;살아가고 수많은 일들을 겪으며, 네가 세상을 보는 통찰력이 키워진다는 거야.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네가 느끼지 못하고 그냥 &amp;#039;대충 산다&amp;#039; 싶을지라도 이미 넌 하루하루 인생을 배워가며 살아왔어. 잠자고 일어나고 학교에 가고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 하고 놀고....너는 늘 무언가를 하면서, 즉 &amp;#039;생각하고 행동하면서&amp;#039; 살아가고 있거든. 그리고 그건 지금 이 순간도 마찬가지야. 그걸 깨닫고 사느냐, 그냥 모른 채 오늘도 주어진 스물네시간을 무의미하게 보낸다,의 차이일 뿐이야. 그러니 수능 시험에 매여 사는 수험생들 뿐 아니라, 더 일찍 취업해서 사회로 나가는 실업계 학생들 모두에게 해당되는거지. 네게&amp;nbsp;주고 싶은 두 가지 누나가 굳이 네게, 그리고 아이돌과 연예계를 선망하는 네 또래 친구들에게 해 주고 싶은 충고는 이거야. 어떤 가수건, 배우건 간에 누군가를 좋아하고 소위 말하는 &amp;#039;팬질&amp;#039; 을 하는 건 전혀 한심한 일이 아니야. 네 또래들이 아무리 어느 그룹의 어느 멤버가 제일 예쁘다고 헤벌쭉한&amp;nbsp;표정으로&amp;nbsp;감탄을 해도, 네 MP3 플레이어에 그 가수 말고도 많은 노래들이 저장되어 있고 내가 모르는 다른 것들까지도 많이 알고 있는 걸 알아. 그리고 충분히 &amp;#039;뮤지션&amp;#039; 라고 박수쳐 줄 만 한 아이돌 가수들도 꽤 되지 않나? 이젠 립싱크도 안 통하고, 한국에서 뜨면 최소한 아시아 지역에서도 동반 스타덤에 오르는 판에 &amp;#039;실력 없다&amp;#039;는 말은 아이돌 가수에게 가해지는 가장 가혹한 비판이 되기도 하는걸. 다만,&amp;nbsp;네가 좋아하는 아이돌 그 사람보다 네 인생에서 더 중요한 존재는 바로 &amp;#039;그 아이돌을 좋아하는 너 스스로&amp;#039; 라는 거야.&amp;nbsp;이건 팬질 뿐만 아니라 다른 인간관계에서도, 사회에서도 마찬가지지.&amp;nbsp;나 스스로에 대한 고민은 잊은 채 그저 미디어와 연예인에만 열광하지 말거라. 여자친구를 사귈 때에도, 네 여자친구보다 더 중요한 건&amp;nbsp;&amp;#039;지금 연애를 하고 누군가를 사랑하는 너&amp;#039; 스스로의 존재야. 네 자신을 자주 돌아봐.&amp;nbsp;하루하루 잘 시간도 부족한 채 입시에&amp;nbsp;쫓기는 네 또래들 처지에 이런 고민을 하는 게 쉽지 않을거야.&amp;nbsp;정 안된다면,&amp;nbsp;그래도 가장 중요한 건 나다, 라는 생각이라도 가지고 살아가길 바래. 이건&amp;nbsp;이기주의가 아니라, 네 자존감에 대한&amp;nbsp;문제니까. 처음에&amp;nbsp;&amp;#039;사생팬&amp;#039; 이 뭔가 했는데, 그렇게 연예인의 기본적인 사생활까지 모두 쫓아다니면서 정작 자신을 위해서는 아무것도 할 생각을 하지 않는 그런 팬들(이라고 할 수 있을까? 스토킹을?)이 한 편으로 안타까운 이유는 그래서야. 어쨌든 &amp;#039;나&amp;#039;로 살아가야 하는 인생에서, 정작 그 &amp;#039;나&amp;#039;로부터는 도망치고 싶어하고 자꾸 누군가, 무엇인가에 집착하는 것 같아보이거든. 실제로 그런 이들 몇몇의 인터뷰를 보다보면 더 안쓰러워지기도 하고. 그리고 고민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무언가를 생각하고 느끼고 즐거워하는 네 스스로를 어떻게든 기록하거나, 다른 방법으로 표현을 해 봐. 뭔가를 표현한다고 해서 많은 사람들 앞에 나가서 어떤 퍼포먼스를 보여줘야 한다는 건 아니야. 누나처럼 틈틈이 글을 쓰든, 아니면 몇 줄의 일기를 쓰든, 연습장에 틈틈이 일러스트를 그리든, 사진을 찍든, 친구들과 밴드를 만들고 노래를 부르든 기타를 잡든.... 소위 말하는 &amp;#039;문화&amp;#039;적이면서도 뭔가를 네 스스로 만들어내는, 창조하는 그런 취미를 가지면 어떨까 해. 전문가보다 못해도 좋아. 아니, 이건 잘하고 못하고를 따지는 문제가 전혀 아니야. 세상에 너는 하나 뿐이고, 그런 네가 느끼는 생각도 결국 남들과는 다 다르고, 그를 표현하는 것도 오직 너만의 것이란다. 공장에서 찍어나오는 수많은 공산품들과 달리 네가 그린 그림, 네가 쓴 글, 네가 부른 노래는 세상에 오직 하나 뿐이니까. 그렇게 내 느낌을 뭘로든&amp;nbsp;기록하고, 표현하다보면 네 스스로를 더 잘 알게 되고, 내가 어떤 순간에 행복해지는가가 차츰 보이기 시작하거든. 그리고 내가 그저 문화의 소비자라는 것에서 나아가 무언가를 스스로 창조해 본다는 건&amp;nbsp;참 신나는 일이란다. &amp;nbsp; 사실, 두 번째 충고는 내 경험에서 나온&amp;nbsp;것이기도 해. 전에 잠깐 이야기 한 적 있었지만, 누난&amp;nbsp;글을 쓰고 싶다는생각을 가진 후에 뭔가를 쓴 게 아니라 그 반대였어. 그냥 재미있어서 쓰기만 한 내 글을 읽은 사람들이 좋아해주는 걸 보고나서야 그 때부터 진지하게, 잘 하고 싶었던 거지. 그런데 그 때부터 후회가 마구 마구 밀려오는거야. 왜 고등학교 때까지 그저 언어영역 문제집만 들입다 풀었지, &amp;#039;문학소녀&amp;#039; 는 되지 못했을까. 왜 내 주위에는 작가건, 저널리스트건, 문학평론가건 기자건 뭐 이렇게 글 쓰는 걸 업으로 하는 어른들이 없었을까, 이미 십대 시절부터 청소년 문학상 같은 거 타면서 일찌감치 솜씨를 갈고 닦은 사람들도 수두룩할텐데, 난 &amp;#039;또&amp;#039; 뒤처지는구나, 하고.&amp;nbsp;이날 이때껏 그저&amp;nbsp;미지근한 삶을 살아왔으니 상상력 같은 것도 많을 리 없고 (사실, 이 때가 누나가 고등학교 졸업할 즈음이었거든. 인생 전체로 볼 때 전혀 늦지 않고 오히려 이른 시기인데.....). 만약 우리 부모님이나 다른 친척이 작가나 기자였다면, 현실적으로 유리한 면이 있어도 반대로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경험을 부러워했을테고, 또 글을 쓸 생각을 하지 못했던 시간들을 좀 더 길게 보내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었을 텐데, 그 때는 그랬던 거지.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아. 내가 아무리&amp;nbsp;글을 못 썼더라도 - 그래도&amp;nbsp;성의 없이 쓴 적은 한 번도 없었어, 정말이야&amp;nbsp;- 일단 내 글은 나만의 것이고, 희한하게도 같은 언어와 글자를 사용하지만 세상&amp;nbsp;사람들의 글들은 모두 다 다르더라고.&amp;nbsp;그리고.....예전에는 도통 쓸 거리가 없어서 난처했는데,&amp;nbsp;꽤 시간이 흐른 지금은 노트에 빼곡히 적힌 메모들을&amp;nbsp;지금 글로 써서 올릴까,&amp;nbsp;아껴둘까 라는 망설임도&amp;nbsp;하게&amp;nbsp;됐어. 남들과 비교하고 등수 매기는 게 아니라 일단 즐기면서 그냥 즐겁게, 하지만 진지하게 하다 보니 이 정도로 성장한거지. 물론 이렇게 수다 떨듯이 적어내려간 편지글이 대단한 문학적 수준을 자랑하는 것도 아니고, 아직 여러가지로 갈 길이 멀지만.....누나는 인생을 살면서 내 스스로를&amp;nbsp;위로할 수 있는 소중한 일을 얻은 것 같아. 그래서 누나 친구도 &amp;quot;그런&amp;nbsp;게 없는 수많은 사람들이 자기를 추스리기 힘들어 술을 마시고 도박을 하고 싸움박질을 하는데, 너는 진짜 일찌감치&amp;nbsp;복 받은 거야.&amp;nbsp;(계속 병원을 다니던 내게)&amp;nbsp;그러니까 야, 넌 좀 아파도 돼. 그래야지 남들이랑 좀 공평하지! (물론 웃으면서 한 농담이었어)&amp;quot;&amp;nbsp;말했던거고. 세상 사람들이 보기에 내가 그리 잘난 사람이 못 되어도, 사회에서 요구하는 수많은 &amp;#039;스펙&amp;#039;들 중에&amp;nbsp;들어맞는 것보다 들어맞지 않는 게 더 많을 지 몰라도,&amp;nbsp;사는&amp;nbsp;게 힘겨워도..... 느끼고, 생각하고 글을 쓰게 되었다는 건 내 인생에서 작은 시작이었지만, 큰 기적이고 위안이 되기도 했어.&amp;nbsp;그래서 감사하단다. &amp;quot;글을 쓰면 나의 상념, 이상, 꿈 등 모든&amp;nbsp;걸 새롭게 파악할 수 있거든요.&amp;quot; 라고 일기에 적었던 안네 프랑크의 마음은&amp;nbsp;아마 누나 뿐 아니라, 글쓰기를 좋아하는 모든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을거야. 그러다보니 이러 저러했던 어릴 때의 사소한 경험들도 모두 이야깃거리가 되던데? &amp;#039;평범함&amp;#039; 이란 말은 애초에 모순이었어.&amp;nbsp;세상에 똑같은 인생이란 하나도 없었으니까. 누나는 선재 너도, 네 또래 아이들도 일상의 추억을 기억하고, 즐겁게 무언가를 하면서 스스로 기쁨을 찾아가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 그게 설령 지금이 아니라도 상관없어. 분명한 건 넌 &amp;#039;살고&amp;#039; 있고, 그것 만으로도 참 기특하다는 거야.&amp;nbsp;다시 말하지만, 나를 표현하는 것은 내가 소중하다는 걸 너 스스로에게 &amp;#039;확인&amp;#039; 하는 것이지, 네가 대단한 예술가나 사회적인 명성을 얻어야만 쓸모있는 존재가 아니란다. 이미 많이 들어본 말이겠지만, 모든 직업은 다 사람들이 사는 세상을 위해 주어진 역할을 하는 것이니까. 단, 중요한 전제가 있는데,&amp;nbsp;이럴 여건이 안되는 분들을 우리가 능력이 되는 한 조금씩이라도 도우면서 살아야 한다는 거고, 그리고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세상이 되려면 나와 직접적으로 상관없어 보이는&amp;nbsp;사회 문제들에도 귀를&amp;nbsp;기울이고, 때로는 함께 행동해야 한다는 거지. 길게 보고, 오늘을 살자 문득 이런 생각이 든 날이 있었어. &amp;#039;책을 읽고 영화를 보면서 간접 경험을 해도 충분할 것 같았는데,&amp;nbsp;왜 내가 이런&amp;nbsp;슬픈 일들을&amp;nbsp;직접 겪어야 하나요?&amp;#039; 그러면, 아마 누나의 고 3때 담임선생님은 웃으면서 이렇게 말씀하시겠지. &amp;quot;세상에 거저 얻어지는 것은 없잖니, 다정. 직접 겪고 느끼는 것과 그저 남의 이야기라는 생각을 전제하고 듣는 건 무척 차이가 크니까 말이야.&amp;quot; 라고. 우리 선재나 다른 동생들은&amp;nbsp;남들보단 좀 덜 험하게.....학창 시절을 보냈으면 하는, 좀 이기적일 수도 있는 소망도 생기지만, 설령 힘든 순간이 오더라도&amp;nbsp;너희 서로를 치유할 수 있는 그런 사람으로 성장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너희가 살아가는 데 있어서 겪은 모든 경험과 느낌들은 그 자체로도 쓸모없이 사라지지 않고,&amp;nbsp;언젠가 어떻게든 쓰이면서 각자의&amp;nbsp;삶에 도움이 될거야. 이건 너희같은 평범한 학생들, 그리고 그 못지 않게 성실하게 팬질을 하는 내 또래 친구들 (하하, 누나(?)들이야 ^^;;) 말고도, 지금 활동하는 연예인들에게도 마찬가지로 해 주고 싶은 말이었어. 아까 너에게는 그저&amp;nbsp;너를 표현하는 취미로서의 문화생활을 하라고 했지만, 그들은 차원이 다르지. 미디어에 나타나는 나의 이미지와 실제 나의 괴리감,&amp;nbsp;나라는 사람이 어떻게 대중에 어필하고 인기를&amp;nbsp;얻을 수 있을까, 그룹 내의 다른 멤버에 비해 인지도가 떨어지는 데 어쩌지, 대형 기획사 입장에서 연습생 트레이닝 투자 대비 본전을 뽑다으려보니&amp;nbsp;나는 막상 연예인으로 데뷔했어도&amp;nbsp;많은 돈을&amp;nbsp;번 것도 아닌데, 언제까지 인기를&amp;nbsp;유지해서 이 일로 먹고 살 수 있을까하는 고민과 불안 (없으면 말고!).....앞에서 썼듯이,&amp;nbsp;&amp;#039;연예인&amp;#039;은 자기 정체성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 그 자체가&amp;nbsp;직업이 되니까. (그래서, 만약 너나 다른 동생들이 &amp;quot;나 연예인 하고 싶어!&amp;quot; 라고 할 때, 아무리 끼가 많고 인기가 폭발할 거 같아도 쉽게 그러려무나, 할 수 없을&amp;nbsp;것 같아.) 하지만, 괜찮아요. 당신이 경험한 것들은 모두&amp;nbsp;과거에만 그치지 않고 앞으로를 살아가는 힘이 되게 하는 건 마찬가지니까, 이 자체만으로도 충분히&amp;nbsp;소중한&amp;nbsp;이 순간을&amp;nbsp;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살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질 거예요. 그리고 힘든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로하는 아티스트들은 모두 멋지고 고마운 법이랍니다, 라고. 서점에 가득 쌓인 처세술, 자기계발서 책들은 이렇게 살아라, 지금 사는 방식을 다르게 뜯어고치라고 수많은 충고들을 해대지.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사람들은 이미 꽤 괜찮게 살아오고 있었다는 걸 몰랐다가 뒤늦게 자신의&amp;nbsp;인생이 좋았다고 깨닫는 경우도 많더라. 그래서 요즘 사람들은 정말 무기력해, 다들 자기밖에 몰라, 무관심해라고 투덜대기보다는 &amp;quot;괜찮아요, 당신은 이미 멋지거든요.&amp;quot; 라고 위로해주는 게 먼저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던데? 사실이 그렇잖아! &amp;#039;그래서&amp;#039; 이 정도로까지 잘 살아오기도 했지만, &amp;#039;그렇지만&amp;#039; 이렇게 잘 커서 어른이 되었거나 어른으로 자라고 있다고 할 수도 있는 걸. 선재야, 너와&amp;nbsp;네 친구들은 지금 충분히 착하고, 똑똑해. 그러니 &amp;#039;비교&amp;#039;라는 건 누가 잘하고 누가 못했다가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다른 사람들인지 이해하기 위해 하자. 그리고 &amp;quot;괜찮아.&amp;quot; 라는 말을 많이 하면서 살아가자. 인생을 길게 보고, 오늘을 살자. 내가 바로 지금의 네 나이였을 때, 담임선생님이 해 주신 말씀을 이제 네게도 전해줄께. &amp;quot;우리 서로의 아픔을 있는 그대로 드러낼 정도로 자신의 삶을 사랑하며 살아가자꾸나.&amp;quot; 건강하렴! 이 글의 저작권은 다정스페이스에 있습니다. 다른 웹사이트에는 글을 퍼가지 말고 글 주소를 링크시켜 주세요. 또한 프리젠테이션, 레포트, 기사 작성 등에 인용할 때는 가급적 댓글이나 방명록을 통해 메시지를 남겨주세요. 무단 도용, 불펌, 표절, 출처를 밝히지 않는 인용 및 기타 저작권 침해를 절대 금지합니다. &lt;p&gt;&lt;strong&gt;&lt;a href=&quot;http://dajungspace.com/70&quot;&gt;글 전체보기&lt;/a&gt;&lt;/strong&gt;&lt;/p&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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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 type="html">십대, 아이돌, 그리고 이십대 (1)</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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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ame>다정</n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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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09-08-05T16:05:32+09:00</updated>
  <published>2009-03-19T00:41:44+09:00</published>
  <summary type="html"> &amp;nbsp; &amp;nbsp;선재야! 잘 지냈지? 오늘은, 먼저 지난 연휴에 우리가 했던 이야기부터 돌이켜보자꾸나. &amp;nbsp; &amp;nbsp;&amp;nbsp;&amp;nbsp;&amp;nbsp; &amp;nbsp;&amp;nbsp; 그대가 그대를 사랑하기 &amp;nbsp; -십대, 아이돌, 그리고 이십대 (1) - 다정 (http://dajungspace.com) &amp;nbsp; 기억 나? 네 방문에 붙은 모 아이돌 그룹의 포스터를 보다가 내가 무슨 이야길 했더라.....그래, 요즘&amp;nbsp;아이돌 그룹의 멤버 수의 경제학(?!)에 대해 말했었지? 평소에 내 친구들과 이야기하는 것에 비하면 그렇게 많은 말들을 했던 같지도 않은데, 그&amp;nbsp;약간의 분석을 뜨악한 채로 듣던 네 표정은 흡사 - 이건 본 적이 없는 그런 사촌 누나잖아, 하고 얼굴에 씌어있었단 말이야. 그리고 이렇게 말했지? &amp;nbsp;&amp;quot; (누나 같은) 평론가들은 다 그렇게 일일이 따져가면서 TV를 봐?&amp;quot;&amp;nbsp; 솔직히, 그 말을 들었을 때 좀 뜨끔하긴 했다만 - 난 원고료를 받고 글을 기고하는 프로 저널리스트가 아니라서 말이지 - &amp;quot;그건 아니고, 남들이랑 까르르 웃으면서 똑같이 즐기는데, 그러면서&amp;nbsp;내 나름대로의 판세(?)를 같이 읽게 되는 거야.&amp;quot; 라고 한 내 말은 솔직한 답변이었어. 축구 해설위원이 경기를 즐기지 않는다고 할 수 없는 것처럼, 똑같이 TV를 보고 공연을 봐도, 그리고 굳이 내 주종목(?)이 아니더라도 남들이 쓴 평론 읽고 나도 생각하다보면, 그렇게 적게든 많게든 머리에 정리해 버릇하는 게&amp;nbsp;저절로 배곤 하거든. 나같이 글을&amp;nbsp;쓰는 사람의 경우엔, 그 모호한 생각의 덩어리들이 단번에 &amp;#039;문장&amp;#039; 째로 생각나는 적도 꽤 되고. 그러니 왜 누나가 씩 웃으면서 &amp;quot; 나 같은 사람도 나름대로는, 또 다른 진실된 팬질의 맛으로 사는 게 아닐까?&amp;quot; 라고 능청을 떤 지, 이해할 수 있겠지? 그런데 내가 왜 그 때의 이야기를 다시 꺼내느냐면, 네가 &amp;#039;듣고보니 그러네.&amp;#039; 하면서 하하 웃다가 그 포스터를 보면서 무심코 이렇게 중얼거렸기 때문이야. &amp;quot;참....쟤네는 잘나서 일찌감치 연예인돼서 뜨고 돈 벌고 나는 뭐....이러고 산다. 에휴~&amp;quot; 지금도 이렇게 생각하면서 학교에 다니고 있니? 그럼, 오늘은 아이돌 연예인과 너, 그리고 나 같은 일반인(?)들의 인생에 대해 얘기해보자. 아, 그 어린 애들? &amp;nbsp; &amp;#039;우리 때는&amp;#039; 이라고 말하면 내가 무슨 너보다 수십년도 더 산 사람인 척, 아는 척 하는 것 같지만, 지금으로부터 십년도 더 전에도 중학생일 때 데뷔하는 아이돌 가수들이 있었어. 정말이야! 그들 역시 지금의 십대, 그리고 이십대 초반의 아이돌 가수들처럼 가요차트 1위를 경신하고 온갖 광고를 찍는 스타 생활을 했고, 지금은.....어디서 뭘 하는 지 몰라. 너보다 꽤 여러 해를 먼저 살아온 나는 지금 아이돌 1세대로 칭해지면서 꾸준히 활동하는 연예인들의 초창기 시절을, 지금의 너보다 더욱 어릴 때부터 볼 수 있었어. 그리고 그 때 그들에게 열광하던 동급생, 친구들의 기억은 지금 너희 또래의 십대 팬들을 이해하는 연결고리가 되곤 하지. 중학교 때는 &amp;quot;요즘 누가 제일 인기 있니?&amp;quot; 라는 선생님의 질문에 우리 반 여학생들이 마치 짜기라도 한 것처럼 &amp;quot;&amp;nbsp;(그룹) *** 요!!!!&amp;quot; 라고 온 학교가&amp;nbsp;5.1 우퍼 사운드 시스템도 울고&amp;nbsp;갈&amp;nbsp;만큼 쩌렁쩌렁 소리지른 적이 있었고, 고등학생이 되고 나서 어느 날에는 스쿨 버스에 타고 집으로 가다가 길에 2km(과장 아님, 사실 2km 일지 3km 에 가까운지 아직도 헷갈린다.)도 너끈히 넘을 정도로 끝이 안 보이는 십대 여학생들의 기나긴 줄을 보고 기겁을 했었어 - 알고보니 모 그룹 멤버의 생파 날이라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던 대기줄이었지. 그러다 몇 년이 다시 흘러가고 대학생이 되었는데, 어느 가을날 학교 대운동장 출입구 앞에 아직 땅거미가 깔리지도 않은 시간부터 몇몇 십대 여학생들이 자리를 깔고 앉아 기다리는거야. 무슨 일인가 했는데, 그 이틀 뒤 꽤 큰 규모의 가요 프로그램 공개방송이 열려서, 그 때 웬만한 가수들이 다 나왔거든. 그 때 좋은 자리에서 좋아하는 가수들을 응원하기 위해 40시간(!) 쯤&amp;nbsp;전부터 앉은 자리에서 밤을 새기 시작한거야. 그런데 나도 나이를 먹었는지, 그 학생들이 한심하다는 생각보다는 &amp;#039;날도 꽤 추운데 괜찮으려나...&amp;#039; 싶더라. 그러다 이제 내 나이 안팏의 아이돌 팬질하는 여성 팬층은 이제 &amp;#039;누나팬&amp;#039;, &amp;#039;이모팬&amp;#039; 으로 불리고.....하하, 그러고보면 내가 초등학생, 중학생일 때 데뷔한 아이돌들을 보던 그 당시 20대, 30대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싶다. 나도 어느 새 정신을&amp;nbsp;차려보니 온통 나보다 몇 살 씩 어린 소년 소녀들이 다 함께 목청을 높여서 &amp;quot;안녕하세요,&amp;nbsp;저희는&amp;nbsp;(그룹) ***입니다~!!!!&amp;quot;&amp;nbsp; 라고 인사들을 하더라니까. 그런데, 사실 내가 초등학생 아니면 중학생일 때 역시 중학생으로 연예계에 데뷔하는 아이돌 가수나, 배우들을 보면서 솔직히 &amp;#039;그렇게 어리지는 않은 데&amp;#039; 마냥 TV에서&amp;nbsp; 아이 취급을 받는 게 조금은 의아했었거든. 어쨌거나 그 때 내게는 다들 오빠 아니면 언니 뻘이었으니까. (그것도 나이 차이 꽤 많이 나는!) 그런데 지금 이십대인 내게, 중학생이나 고등학생인 아이돌들을 보면 진짜 &amp;#039;애기들&amp;#039;처럼 느껴지는거야. 어리버리 하다는 게 적어도 일부는 진짜가 아닌 컨셉일 거라 생각을 하더라도 말이야. 이건 누나 뿐만 아니야. 아이돌 팬덤에 별 관심 없는 내 친구는, 밥 먹다가&amp;nbsp;내가 모 아이돌 그룹의 이름을 말하자마자 단박에 이랬단다. &amp;quot;아, 그 어린 애들?&amp;quot; 스스로가 십대였을 때는, 당시 같은 중학생이거나 고등학생이던 아이돌 연예인들이 전혀 &amp;#039;아이처럼&amp;#039; 느껴지지 않았던 우리들인데도! 그런데 아무리 능력이 되고 외모가 되고 끼가 넘친다고 해도, 왜 하필 결석을 밥먹듯이 하는 걸 감수하고서라도 십대 시절에 데뷔를 하는 건지, 생각해 본 적 있니? 맞아. 바로 그 &amp;#039;나이&amp;#039;도 연예계에서 경쟁력이 되기 때문이야. 물론 일반적으로 한국 사회는 나이에 따른 서열관계가 상당히 경직적인 편이지만, TV에서는 그게 더 심하지. 어리버리한 듯 한 교포 출신의 연예인이나, 아직 고등학교에도 입학하지 않은 나이의 가수들이 왜 예능 프로그램에 자주 나오고, 그들에게 MC들이 자주 대화를 걸고, 사람들이 귀엽다고 하는 지 알겠니? 적어도 그 쇼에서는, 그리고 그 연장선에 있는 연예계 전체로 보더라도온갖 나이와 외모와 성격을 가진 연예인들 틈에서 매력적인 캐릭터로 어필되기 때문이야. 이건 굳이 예능 프로그램을 주종목으로 삼는 예능형 연예인이 되고 싶어하지 않고, 진지하게 뮤지션 또는 배우, 아티스트를 꿈꾸는 모든 지망생들이 맞닥뜨리는 현실이잖아. 우스갯소리로, 그 캐릭터들이 겹치는 경우도 많고. 그러니 능력이 얼마나 되느냐를 떠나서 &amp;#039;언제 데뷔하느냐&amp;#039;는 건 그 판 안에서의 자기 자신과, 연예계 시장에서 마주칠 라이벌들까지 고민해야 하는, 결코 쉽지 않은 시작인거지. 게다가 난 &amp;#039;아이돌&amp;#039; 이라는, 가수이지만 예능 프로그램에도 많이 출연하면서 주로 10대들의 선망이 되는 대상 대신에 좀 늦게, 성인이 된 다음에 싱어송라이터 &amp;#039;아티스트&amp;#039; 이미지(?)로 데뷔하고 싶어 - 라고 생각한다 해도, 힘들거야. 너도 많이 들어봤을 얘기지만, &amp;nbsp;가요계에서 수익을 보기 힘든 긴 불황에, 대형 기획사의 오디션을 통과하는 것이 아닌 다른 루트를 통해 메이저 가요씬에 데뷔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니까.&amp;nbsp; 누나는 그들을 함부로 &amp;#039;학교에 못가고 친구들도 적게 사귈텐데 불쌍하다&amp;#039; 고 생각하고 싶지는 않아. 적어도 &amp;#039;스타&amp;#039; 가 되고나면 그 인생에서 잃는 게 많아도 또 얻는 것도 많잖아. (이에 비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들보단 &amp;#039;적게 얻고 적게 잃으며&amp;#039; 사는 편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정말 잃어선 안 되는 것, 일찌감치 사회 생활을 시작하더라도&amp;nbsp; 꼭 배워둬야 하는 것.....같은 건 뭐, 이렇게 말하면 야박하게 들릴 지 몰라도, 결국에는 자기 자신들이 알아서 챙겨야 하는 일일테고. &amp;nbsp; 우리가 결국 평등한 이유는 네 또래들이 벌써부터 스타가 되고, 돈을 벌고, 인기가 많고, 그리고 그게 가능할 정도로 외모가 되고 능력이 받쳐주고.....하는 게 부럽니? 그런데 말이지, 선재야. 물론 그들은 선망의 대상이지만 말이야, 결국에는 모든 사람의 인생이 평등한 이유는, 우리 모두는 한 사람도 빠짐없이 우리의 인생을 스스로 개척해 나가야 하기 때문일거야. 물론 일반적으로 연예인들, 특히 아이돌들은 일반인인 우리보다 더 외모면에서 우월하고, 세상에는 너와 나와 우리들의 집안 전체보다 훨씬 더 많은 재산과 다른 유리한 조건들을 많이 가진 자들이 넘쳐나지. 그 정도의 차이가 너무 커서 &amp;#039;불평등&amp;#039; 하기까지 한 건 우리가 살아오기 훨씬 전부터, 인간이 사회라는 걸 이루고 살 때부터 불거진 문제지만. 하지만 아무리 많은 유산을 물려받는 사람이라도 누구에게 사기 당하지 않도록 경계하며 머리를 굴려야 하고, 아무리 예쁘고 고와서 연예인이 되었다 하더라도 그 조건들을 이용해서 수많은 라이벌들을 제치고 스타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 해야 하지. 그러니까 그 연예인들은 연예인들 대로 잘 살고, 선재 넌 너대로 너 좋을 대로 살고, 누난 누나대로 우리 각자의 다른 인생을 알아서 잘 살면 되는거야. 타고난 신체 조건도 주위 환경도 소질도 적성도 몽땅 다 다른데, 어떻게 모두가 한 종류의 인생만을 선망하면서 살 수 있을까. 아무리 연예인이 다른 수많은 대중들에게서 주목받고, 화려함을 누린다는 것 때문에 &amp;#039;혹하게&amp;#039; 된다지만, 실제로 스타로 살아갈 수 있는 사람들은 전체 인구 수 대비 아주 적은 수일 뿐이잖아. 그렇지? 사실 누나는 스무살이 되기 전까지만 해도, 왜 가수들이 별 공신력도 없어 보이는 - 너도 알다시피 한국에는 오리콘이나 빌보드 같은 공신력 있는 순위 집계 시스템이 없어서 문제잖아 - TV 가요 순위 프로그램에서 1위를 하면 저토록 펑펑 울까, 내심 의아했었거든. 근데 이제는 어느 정도 이해하겠어. 십대 시절부터 동급생들은 학교 가고 학원 갈 시간에 연습실에 틀어박히고, 치열한 경쟁을 뚫고 기획사에 간택되어서 데뷔하고, 다이어트 때문에 먹고 싶은 것도 일상적으로 참아야 하고, 숙소에서 자고 있는데 매니저가 새벽에 들이닥쳐서 방 불을 켜고 오디오로 MR을 틀면 자다가도 후다닥 일어나서 비몽사몽한 와중에도 춤을 추며 &amp;#039;타이틀곡의 안무가 머리가 아니라 몸에 배였는지&amp;#039; 검사 받아야 하고 (...근데 진짜 이렇게까지 할까?) 우리가 모르는 여러가지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받는 순간들이 있었을 것이고. 그런데 연습생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케이블이건 공중파건 적어도 1위를 한다는 건 가요계에서 꽤 안정적인 인지도와 인기를 얻는 데 성공했다는, 하나의 지표인 셈이잖아. 자기가 선망하거나 롤모델로 삼는 선배 가수들 대부분이 한 번 이상씩 거쳐간 과정이기도 하고. 그렇게 꿈에 그리던 1위를 하고, 팬들의 환호와 짜릿한 조명 속에 화면에 원 샷 잡히고, 목표를 달성하고 비로소 긴장이 풀어지는 순간인데, 평소에 잘 울선 아니건간에,&amp;nbsp;이 감격스런&amp;nbsp;상황에서 눈물이 안 나게 생겼나, 어디. 언제인가, TV뿐 아니라 각종 음원 사이트와 포털 등에 널린 온갖 가요 순위 차트들을 가늠하다가 이게 도대체 다 몇 개야, 싶었던 적이 있었어. 그런데 문득 그 차트들이 우리가 보기에는 그냥 &amp;#039;인기 순위&amp;#039;지만, 십대 아이돌들에게는 날마다 체크되는 실시간 &amp;#039;성적표&amp;#039;들이 아닐까 싶던 걸. (물론 일반 학생인 네가 느끼는 그 &amp;#039;성적표&amp;#039;의 무시무시한 어감과 어느 정도까지 비슷하게 아이돌들이 가요차트를 생각하는 지는, 당사자들 말을 못 들어봐서 모르겠다만. 그래도 비슷한 경우 &amp;#039;시청률&amp;#039;은 각 방송사와 제작진과 출연진이 받아드는 성적표와 같다고 하니,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 같다.) 그러다보니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amp;#039;에구..... 저 (어린) 친구들이 인지도 올리고 차트 순위 하나라도 더 올려보겠다고 예능 프로그램에서 편집되지 않을&amp;nbsp;개인기 연습하고, 선배들과 PD들 눈 밖에 안 나게 예의 차리고, 부던히도 허리 굽혀가며 폴더 인사를 하고.....그래 참 열심히들 사는구나&amp;#039; 싶어서 조금 짠해지기도 했단다. (혹여나 이 글을 읽을 지 모르는&amp;nbsp;다른 &amp;#039;누나팬&amp;#039;들은, 각자가 좋아하는 아이돌들을 떠올리며 &amp;quot;우리 애기들(!) 어쩔거임&amp;nbsp;흐흐흑 ㅠ_ㅠ&amp;quot; 이럴지도 모르겠는데?) &amp;nbsp; 사실 누나가 네게 정말로 해 주고 싶었던 가장 중요한 얘기는, 연예인들이 어떻게 저떻게 사는&amp;nbsp;거라면서 &amp;#039;오늘 내가 환상을 다 깨줄&amp;#039; 려던게 아니었어. 그래, 비교는 안 하거나 무시하면 그만일지도 모르지. 그런데 네가 웃으면서 &amp;quot;난....이러고 산다.&amp;quot; 라고 했을 때, 그 뜻은 있는 그대로의 농담이 아니라 &amp;#039;난 딱히 뭔가에 소질도 없고 하루하루 기계처럼 학교 다니고 대학 갈 공부만 하면서 이렇게 살아&amp;#039; 라고 들렸거든. 그리고 그런 네 모습에서 고등학생 시절의 날 봤단다. 누나 역시 불안정하긴 마찬가지인&amp;nbsp;2009년의 청춘이고, 내 인생은 내가 주인공이지만 내가 사는 세상이 내 중심으로 돌아가지는 않더라.....는 씁쓸함은 워낙 어릴 때부터 느끼며 살아왔어. 그래서 누난 지금부터 네게, 그리고 네&amp;nbsp;또래 친구들에게&amp;nbsp;이런 이야기들을 해주고 싶은데....글이 길어진다. 다음 편으로, 넘어가자 :) &amp;nbsp; 이 글의 저작권은 다정스페이스에 있습니다. 다른 웹사이트에는 글을 퍼가지 말고 글 주소를 링크시켜 주세요. 또한 프리젠테이션, 레포트, 기사 작성 등에 인용할 때는 가급적 댓글이나 방명록을 통해 메시지를 남겨주세요. 무단 도용, 불펌, 표절, 출처를 밝히지 않는 인용 및 기타 저작권 침해를 절대 금지합니다. (헐;;; 그동안 믹시에 전송만 하고 이번에 가입했는데, 로그인을 하니 저절로 믹스업이 되고말았어요. 제 이름으로 믹스업 된 건 자화자찬 아니고 실수입니다 ㅡ_ㅜ) &lt;p&gt;&lt;strong&gt;&lt;a href=&quot;http://dajungspace.com/71&quot;&gt;글 전체보기&lt;/a&gt;&lt;/strong&gt;&lt;/p&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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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 type="html">애니메이션 &amp;lt;벼랑 위의 포뇨&amp;gt; 리뷰</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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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ame>다정</n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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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09-08-05T16:05:32+09:00</updated>
  <published>2009-01-09T21:45:06+09:00</published>
  <summary type="html"> 2008년에는 공연이고 영화고 제대로 볼 여유조차 없었던 둡....ㅠ_ㅠ. 그나마 크리스마스에 겨우 볼 수 있었던 미야자키 하야오의&amp;nbsp;최신작 &amp;lt;벼랑 위의 포뇨&amp;gt; 리뷰를 조근조근 써봤습니다. 지난 &amp;lt;하울의 움직이는 성&amp;gt; 리뷰와 마찬가지로, 미야자키 하야오의 다른 작품에 대해서도&amp;nbsp;곁들여 언급하면서 이야기 하겠습니다. Enjoy. &amp;nbsp; &amp;nbsp;&amp;nbsp;&amp;nbsp;&amp;nbsp;&amp;nbsp;&amp;nbsp;&amp;nbsp;&amp;nbsp;&amp;nbsp;&amp;nbsp;&amp;nbsp;&amp;nbsp;&amp;nbsp;&amp;nbsp; 어린이와 어른이 사는&amp;nbsp;세상 -애니메이션 &amp;lt;벼랑 위의 포뇨 Ponyo on the Cliff By the Sea&amp;gt; 리뷰- 다정 (http://dajungspace.com) 그동안 미야자키 하야오의 모든 작품을 통틀어서 가장 직설적으로 &amp;quot;전쟁 반대, 평화&amp;nbsp;실현!&amp;quot;&amp;nbsp;을 외쳤던&amp;nbsp;정치적인 작품은 바로 이 직전의&amp;nbsp; &amp;lt;하울의 움직이는 성(2004)&amp;gt; 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와는 정반대로 아예 유아용(?)으로 작정하고 만든 듯한 차기작이 바로 이 &amp;lt;벼랑 위의 포뇨&amp;gt;죠. 이미 많은 관객들이 말했다시피, 뚜껑을 열어 본 &amp;lt;벼랑 위의 포뇨&amp;gt; 안에 뭔가 엄청난 메시지 같은 게 숨겨져 있는 건 아니었습니다. 그보다는 주로 어린 관객들을 일차적으로 염두에 두고 만든 듯&amp;nbsp;했던&amp;nbsp;&amp;lt;이웃의 토토로(1988)&amp;gt; 나 &amp;lt;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2001)&amp;gt; 같은 작품 보다 더 단순하게 정리된 미야자키 하야오의 바닷가 마을을 만날 수 있었죠. 하지만 상대적으로&amp;nbsp;간결한 플롯으로 진행한다고 해서 &amp;#039;호모 폴리티쿠스&amp;#039; 의 본질이 사라지는 건 아니겠지요. 오히려 제 눈에 들어온 것은 꼬맹이 소스케와 포뇨 못지 않게, 이 아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어른들의 모습이었습니다. &amp;lt;벼랑 위의 포뇨&amp;gt;는 분명히 초등학교도 아직 입학하지 않은 어린이들의 이야기지만, 미야자키 하야오와 히사이지 조와 스즈키 토시오 등의 모든 제작자들은 진작에 어른이 되고도 남았던 이야기꾼들입니다. 아이들의 세계에 이 어른들은 어떻게 녹아들었을까요? 마법? 그렇구나 &amp;nbsp; 이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일차적인 캐릭터는 바로 소스케의 엄마 리사입니다. 선장인 아빠 코이치가 장기간 집을 비우는 바람에 (하지만 이걸 부성(父性)의 부재라고 단정짓기는 어렵겠지요.) 엄마는 아침부터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출근하느라 바쁘지만, 정작 엄마는 소스케가 &amp;quot;포뇨는 물고기이고 마법을 쓸 줄 알아.&amp;quot; 라고 할 때 전혀 의아해하거나 한심하게 보지도 않고 &amp;quot;그래? 그렇구나.&amp;quot; 라고 진심으로 받아줍니다. 그리고 어디서 온 아이인지도 모르는 포뇨를 수상하게 여기지도 않고 순순히 집으로 들여준 뒤에 음식까지 내어주죠. 소스케의 엄마는 헌신적이고 희생적이라는, 완벽한 모성을 지닌 절대 존재는 아니었습니다. 오늘 못 들어가겠다는 남편의 모스 메시지에 열받아서 BAKA(바보)라는 불빛 신호를 두다다다 깜박여 보내고, 미취학아동을 옆자리에 태우고서 드라이빙이 아닌 레이싱(!)을 하는 터프한 엄마지만, 리사가 소스케와 포뇨를 대하는 태도는 그저 아이의 기분을 맞춰주는 차원이 아니라 진짜로 아이들의 말을 믿고, 귀기울이고, 소통하는 것이었습니다. (왈가닥같던 엄마의 직업도 사실은 요양원에서의 &amp;#039;돌봄노동&amp;#039; 에 종사하는 사회복지사였지요.)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에 꼭 한 사람씩은 등장하는 여성상이라고 볼 수 있는 &amp;lt;마녀 배달부 키키(1989)&amp;gt;의 화가 우르슬라나, &amp;lt;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amp;gt;의 린처럼, 리사는 시원시원하고 씩씩한 성격을 가지고 어린 주인공들을 도와주게 됩니다. 그리고 이렇게 &amp;#039;아이들을 내려다보지 않고 쳐다볼 줄 아는&amp;#039;&amp;nbsp; 또 한 사람은 바로 포뇨의 엄마입니다. 포뇨의 아빠 후지모토는 절대로 인간이 되게 놔둘 수 없다며 갖은 방법을 써서 포뇨를 바닷속으로 데리고 들어오려고 하지만, 정말로 &amp;#039;바다의 어머니&amp;#039;&amp;nbsp;스러운 포스를 뿜는 포뇨의 엄마 그란 만마레는 아빠의 조바심이 허무해 질&amp;nbsp;정도로 포뇨가 결정한대로, 포뇨의 인생을 살도록 합니다. 그리고 그런 딸의 인생을 위해, 역시 아이들을 친구처럼 여길 수 있는 엄마인 리사에게 부탁을 하게 되죠. 불과 5살(한국으로 따지자면 7살 유치원생)입니다. 그런데 어른들은 무작정 아이들을 보호하면서 그 반작용으로 아이들을 억압하는 상황을 만들지 않고, 이 때부터 &amp;quot;네 꿈대로 살아라.&amp;quot; 라고 아이를 놓아줍니다. 바로, 푸른 바다가 보이는 자연의 마을로요. 이런 엄마와 할머니들은&amp;nbsp;아이들과 마찬가지로 &amp;#039;마법&amp;#039; 과, 그 마법을 믿는 아이들을 사랑하기에 눈앞에 그린 만마레가 찾아오고 관절염이 나아도 그저 신나는 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됩니다. 어른 +&amp;nbsp;아이 = 어린이 그래서&amp;nbsp;&amp;lt;벼랑 위의 포뇨&amp;gt; 의 주인공 소스케와 포뇨는 기존의 하야오의 작품 주인공들에 비해 훨씬 연령대가 낮아졌지만,&amp;nbsp;신들의 세계에 떨구어진 뒤 서러움에 북받쳐&amp;nbsp;울던 치히로보다는&amp;nbsp;한결 더 능동적으로 행동할 수 있습니다. 두 아이 모두 천진난만하긴 하지만, 소스케가 나이에 비해 모스 부호도 정확히 쓸 줄 알고, 의사표현도 확실히 할 줄 아는 반면 포뇨는 말도 짧고 구사하는 마법의 수준도 좀 어리버리합니다. 하지만 이 둘이 그려내는 아이들의 일상은 한국이나 일본이나, 대부분의 도시 아이들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으면서도 더 다이나믹 합니다. &amp;lt;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amp;gt; 에서 먹을 것에 탐욕을 부리다 돼지로 변해버린 엄마 아빠의 캐릭터는 터널이 무섭다며 안기는 치히로를 &amp;quot;혼자 걸어라.&amp;quot;고 매몰차게 떼어놓는 장면으로 선명하게 암시 되었었고,&amp;nbsp;그 연장선상에서 본다면 리사의 사정없이 엑셀을 밟는 운전 습관도 말 그대로 후덜덜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매일 노란 버스에서 얌전히 앉아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으로 가야하는 아이들의 지루함 대신 소스케는 엄마와의 스릴 넘치는(?) 레이스로 대신 하죠. 그리고 엄마가 요양원으로 먼저 떠난 뒤, 엄마를 찾아가기 위해 소스케와 포뇨는 마법으로 커진 장난감 배를 타고 항해하지만 지나가는 길에 마주치는 어른들 누구도 아이들을 다짜고짜 보호하려 든다거나 질책하거나 얕잡아보지 않습니다.&amp;nbsp;오히려 아기에게 먹일 음식을 나눠주는 포뇨의 착한 마음을 칭찬하죠. 마을 사람들도, 요양원의 할머니들도, 심지어 헐레벌떡 소스케와 포뇨를 쫓아온 후지모토마저도 아이들을 결코 함부로 대하지 않습니다.&amp;nbsp;물론 실제로 이런 일이 닥친다면 이 나이 대의 아이들에게는 불가능한 - 저도 어쩔 수 없는 현실 속의 리뷰어니까요 - 일이지만, 캐릭터의 연령대와 정신적 수준(?)이 크게 괴리감 없으면서도 아이들의 힘만으로 모험하고, 난관을 헤쳐나간 뒤에는 그들을 가장 잘, 그리고 즐겁게&amp;nbsp;사랑해주는 엄마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러니&amp;nbsp;그동안 미야자키 하야오의 어른 취향(?) 애니메이션을 봐왔던 성인 관객보다, 이번에&amp;nbsp;포뇨로 하야오를 처음 만나게 된 어린이 관객들의 몰입도가 더 높을&amp;nbsp;수 밖에요. 이 순간&amp;nbsp;미야자키 하야오가 제시하는 평화로움의 현실성 사실 &amp;lt;벼랑위의 포뇨&amp;gt;가 보여주는 자연과 인간의 모습이 그동안 봐왔던 익숙한 장면들의 반복은 아닙니다. 날아가는 비행기와 맑은 용기를 가진 소녀로 구현되던 푸른 하늘과 바다(&amp;lt;붉은 돼지(1992)&amp;gt;, &amp;lt;바람 계곡의 나우시카(1984)&amp;gt;). 영양을 타고 달리면서 느껴지는 바람같은 숲(&amp;lt;원령공주(1997)&amp;gt;)와 달리, 넘실대는 거대한 파도를 뚫고 전력 질주하는 리사의 자동차와 히사이시 조의 웅장한 음악은 전작들에 비해 도시 문명에 좀 더 우호적으로 보이는 듯도 합니다. (&amp;lt;이웃의 토토로&amp;gt; 에서는 도시를 벗어나 시골로 갔다는 설정을 먼저 시작했었습니다.) 물론 일일이 수작업으로 17만장의 셀을 그려가면서 거대한 파도를 표현하는 새로운 도전을 해냈다지만, 전쟁을 싫어하고 심지어 그 전쟁을 일으키는 국가들을 부정해보고도 싶어했던 듯한 전작들과는&amp;nbsp;달리 &amp;lt;벼랑위의 포뇨&amp;gt;에 그런 냉소적인 작가의 시선이 번뜩이는 것도 아니구요. 포뇨로 인해 한바탕 해일이 몰아친 소스케네 마을은 뜻밖에도 평화롭습니다. 건물이 부서지고 사람이 휩쓸려가는 쓰나미가 아니라, 바닷가 작은 도시 자체가 고스란히 바닷물로 잠겨벼린 형상이지요. 그리고 육지의 아이들과 어른들은 이 태고적 원시의 세계에서 비로소 바닷속 마법과&amp;nbsp;행복하게 만납니다. 어쩌면, 도시 아이들과 어른들의 일상에서 가장 비슷하면서도 자연과 가까운 접점을 하야오는 소스케의 마을과, 벼랑 위의 아담한 집을 둘러싼 상상력으로 보여주고 싶었던&amp;nbsp;건 아닐까요. 물론 &amp;quot;인간들 때문에 바다가 더러워진다!&amp;quot; 는 포뇨 아빠의 투덜거림을 결코 흘려들을 수 없다는 전제에서요. 환상이라도, 부럽네요. 적어도 아이들을 즐겁게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일하러 갈 수 있는 엄마의 일상과, 아이들 먹거리에 들었을 지 모르는&amp;nbsp;멜라민 걱정도&amp;nbsp;뉴스의 진실에 대한 의심도 할 필요 없이 단순하고 즐겁게 어울려서 국수를 끓여먹을 수 있는 평화로운 마을의 저녁이 말이지요. 이 글의 저작권은 다정스페이스에 있습니다. 다른 웹사이트에는 글을 퍼가지 말고 글&amp;nbsp;주소를 링크시켜 주세요. 또한 프리젠테이션, 레포트, 기사 작성 등에 인용할 때는 가급적 댓글이나 방명록을 통해 메시지를 남겨주세요. 무단 도용, 불펌, 표절, 출처를 밝히지 않는 인용 및 기타 저작권 침해를 절대 금지합니다. &lt;p&gt;&lt;strong&gt;&lt;a href=&quot;http://dajungspace.com/68&quot;&gt;글 전체보기&lt;/a&gt;&lt;/strong&gt;&lt;/p&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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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ame>다정</n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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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09-08-05T16:05:32+09:00</updated>
  <published>2008-11-26T13:35:25+09:00</published>
  <summary type="html"> 2008년 11월 16일 종영한 윤선주, 김태희 극본 + 김성근, 김원석 연출의 KBS 대하드라마 &amp;lt;대왕세종&amp;gt; 리뷰입니다. 전체적인 줄거리 보다는 세종의 정치 운용에 중심을 두고&amp;nbsp;썼습니다 ^-^/ &amp;nbsp;&amp;nbsp;&amp;nbsp;&amp;nbsp;&amp;nbsp;&amp;nbsp;&amp;nbsp; &amp;nbsp;&amp;nbsp;&amp;nbsp;&amp;nbsp;&amp;nbsp;&amp;nbsp;&amp;nbsp;&amp;nbsp;&amp;nbsp;반대와 평화 &amp;nbsp;&amp;nbsp;&amp;nbsp;-드라마 &amp;lt;대왕세종&amp;gt; 리뷰- &amp;nbsp; 다정(http://dajungspace.com) &amp;nbsp; &amp;lt;대왕세종&amp;gt;의 가장 대표적인 키워드를 꼽는다면, 아마도 &amp;#039;반대&amp;#039;가 되지 않을까? 충녕대군(후일 세종/이현우-김상경)은 고려의 혁명 세력을 죽이려는 아버지 태종(김영철)에게 &amp;quot;백성을 무력으로 제압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조선이라는 나라의 실체라면, 이제 더는 이 나라의 왕자로 살아가지 않을 것입니다.&amp;quot; 라고 선언한 뒤 경성으로 떠난다. 그리고 돌아온 뒤, 세자(후일 양녕대군/이준,박상민)를 제치고 새로운 왕세자로 책봉 되느냐 마느냐 하는 중대한 자리에서 &amp;quot;결코 타협할 수 없는 원칙을 알고 있는 한, 타협의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며, 또한 서로의 견해를 경청하고자 하는 한 최악이 아닌 최상의 결과를 불러올 수 있을 것입니다.&amp;quot; 라고 하며 자신은 아버지와 다른 길을 걸어갈 것임을 감추지 않는다. 그리고 26년 후, 그는 훈민정음 반포에 반대하는 신하들을 향해 &amp;quot;나를 설득시켜라.&amp;quot; 면서 자신을 반대해보라고 직접 요구한다. 열세살의 충녕대군이 저자를 돌아다니기 시작하면서 민생 정치를 배워가고, 훗날 스물여덟 글자를 직접 만들어 내기까지의 수많은 사건과 역사를 한 줄로 꿰어내는 큰 축은 &amp;#039;반대&amp;#039; 이지만, 왜 이 &amp;#039;반대의 정치&amp;#039; 가 태어나게 되었는지는 시간을 더 거슬러 올라가 만나게 되는 충녕대군의 스승, 이수(조성하)에게 있다. 그저 사서삼경에 나오는대로 착하고 어진 백성의 이미지만 그리고 있던 열세살 왕자에게, 그는 책더미를 불태우면서 &amp;quot;(진짜) 백성들이 누군지나 아십니까?&amp;quot; 라고 되묻는다. 충녕대군은 백성의 존재를 다시 생각해보기 전에도 이미 &amp;quot;(백성이 왕자를 지키는 게 아니라) 왕자가 백성을 지키는 거다.&amp;quot; 라는 책임감을 느낄줄 알던 왕족이었다. 그러나 그가 저자거리에서 죽을 고비를 넘겨가며 깨뜨리게 된 &amp;#039;환상속의 정치&amp;#039; 의 결말은 책에는 나오지 않았던 &amp;#039;덕없고 염치 없는 백성들&amp;#039; 이라는 깨달음이었다. 하지만 이런 이기적인 백성상(象)이야말로&amp;nbsp;앞으로의 세종의 정치 체제 구상의 시발점이 된다. 물론 세종의 평생에 걸친 &amp;#039;반대의 자유&amp;#039; 라는 신념은 어디까지나 조선 초기 군주 정치의 테두리 안에서만 실현된 것이고, 현대의 자유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해 윌리엄 더글러스 판사가 역설했던 &amp;#039;반대의 자유&amp;#039; 와&amp;nbsp;같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amp;lt;대왕세종&amp;gt;은 자칫하면 &amp;#039;반역&amp;#039;으로 몰리는 군주국가의 &amp;#039;반대&amp;#039;라는 것을 정치판 내부의 가장 중요한 전제로 삼았다는 것이다. 반대는 아무나 하나 이는 태종 사후, 세종의 집권기가 거듭될수록 뚜렷이 나타난다. &amp;lt;대왕세종&amp;gt;에서 &amp;#039;반대&amp;#039;라는 단어와&amp;nbsp;만만찮게 자주 등장하는 대사는 바로 반대파와의 정치적 &amp;#039;거래&amp;#039;를 해야 하고, 그 논쟁에서 주도권을 가질 &amp;#039;패&amp;#039;를 쥐어야 한다는 신하들의 간언이다. 누구나 태평성대로 알고 있는 세종대의 그 어떤 관료들도 그들의 정치판이 곧 정치 &amp;#039;게임&amp;#039;판 이라는 사실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정치적 사건마다 대립하는 이들의 논쟁에서,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키기 위해 기어코 쥐려는 그 &amp;#039;패&amp;#039;는 사리사욕이 아니라 백성 모두의 안위를 위한다는 정치적 명분이며, 그것을 승부수로 던지기 위해서는 합당한 사실적 근거가 뒷받침 되어야 한다. 대마도 정벌, 4군 6진 개척, 천문의기 제작, 그리고 훈민정음 창제와 반포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정책들은 국제화 시대라는 현재의 21세기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은 외교적인 문제가 늘 얽혀 들어갔다. 그리고 강대국인 명나라와 고질적으로 조선을 약탈해가는 여진과의 관계를 동시에 놓고 보자면 4군 6진을 개척하는 전투가 필요하다는 쪽도, 그만둬야 한다는 쪽에도 모두 나름의 필요성과 논리가 있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어느 편이 더 논리의 빈틈을 파고 들어 명분을 확보해내느냐에 달린 것이다. 북방을 개척하는 데 드는 시간과 노력을 민생에 투자하자는 의견을 주장하려면, 명국의 심기를 건드린다는 외교적 상황에서부터 전쟁을 치르는 비용과 인력 문제 현황까지 일일이 꿰고 나서 반박해야 한다. 그러면 또 북방 개척을 찬성하는 쪽이 반대파의 갖가지 근거에도 불구하고 왜 북쪽으로의 영토 확장이 필요한지 연구해서 주장해야 한다. 세종의 거의 즉위하자마자 측근 정치라는 의혹을 감수하면서까지 정책 연구 기관인 집현전을 따로 만들지만, 최만리(이성민)가 훗날 정인지(이진우)에게 &amp;quot;반대해야 집현전이 존재하는 이유가 있는 거다.&amp;quot; 라고 다그치는 것도 틀린 말이 아니다. 반대하려면, 그리고 또 그 반대 의견을 반대하려면 더 많이 연구하고 더 정확하게 정세를 가늠하는 시야를 틔어야 한다. 누구나 반대를 말할 수 있고, 아무리 심하게 반대를 하더라도 반역죄로 죽지 않는다. 그렇지만 제대로 된 반대를 하려면 사시사철 집현전에 나와 밤샘도 마다않고 정책 연구에 몰두하는 세종을 앞서가려는 노력부터 해야한다. 그런데다가 막연한 신념이 아닌 현실성과 합리성을 잣대로 판단하다보니 어느 누구의 의견도 완전히 같아질 수 없으며, 사안에 따라 찬성파가 다시 반대파로 바뀌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최만리와 세자(후일 문종/ 강빛-이상엽)는 북방으로의 &amp;#039;전쟁&amp;#039;을 시작하려는 세종의 생각을 반대했지만, 가장 중차대한 문제인 훈민정음 창제를 두고는&amp;nbsp;세자가 찬성하고 최만리가 반대하면서 대립하게 된다. 물론 그 누구도 완벽한 판단을 내릴 수는 없고, 백성 뿐만 아니라 양반의 기득권을 가진 대소신료들은 물론이고 &amp;#039;부왕과 다르게 정적을 내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키기 위해서&amp;#039; 가식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박은(박영지)에게 털어놓은 세종마저도 그런 이기심 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하지만 이런 정치 사이클이 반복된다면,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저절로 모아질 수 있는 것이 국가를 경영해나가는 지혜(집현集賢)다. 이 아이러니한 정치 방식을 태종이 처음부터 달가워 할 리는 없다. 태종은 가뭄으로 인해 고통받는 백성들을 가만히 볼 수 없어 같이 단식하는 아들에게 &amp;quot;마르지 않는 눈물에 밥을 말아먹든 씻을 수 없는 노여움에 밥을 말아먹든 어떤 상황에서도 강건함을 잃어서는 아니 되느니, 군왕이 곧 조선이기 때문이다.&amp;quot; 라는 냉엄한 진리를 가르치기도 하지만, 태조 이성계의 아들이자 측근으로서 조선을 건국한 뒤 강력한 왕권을 구축하여 나라의 기틀을 잡는 것을 최우선으로 두었던 사람이 바로 그다. 그런 &amp;#039;칼&amp;#039;의 정치가가 자신과 전혀 다른 군주의 길을 가고자 하는 셋째 아들(三子)의 세자 책봉을 승낙한 이유는 충녕대군이&amp;nbsp;의심할 바 없는 왕재라서가 아니라, 첫째 양녕대군이 나름대로 똑똑하고 야심도 가진 왕세자였지만 잇따른 그의 추문과 무모한 정치 행보를 감당할 수 없어서의 이유가 더 컸다. 가뜩이나 왕인 자신이 아닌 신하들이 충녕을 왕재로 지목하고 세자로 책봉되게끔 했다는 사실을 못마땅해하던 태종은, 외척에 휘둘리지 않게 하겠다는 명분으로 아들의 장인인 심온(최상훈)을 숙청하고 그의 처가를 반역죄로 몰락시킨다. 이런 태종의 막무가내식 행보를 두고 황희(김갑수)는 &amp;#039;정적을 제거하는 법을 가르치는 것&amp;#039;이라는 해석을 내놓는다. 하지만 세종은 그저 &amp;#039;착하게&amp;#039; 정치하고자 한 것만이 아니라, 정적을 그대로 두고 반대를 인정하는 것이 정치판에 가져다주는 순기능을 간파하고 있었다. 집권 초기 세종의 가장 강력한 정적은 상왕임에도 군사권을 이양하지 않고, 처가를 숙청한 아버지 태종이었다. 태종은 일찌감치 대마도 정벌을 주장했고, 세종은 집현전에서 산출해 낸 전쟁의 기회비용을 근거로 들어 반대했다. 그런데 관료들이 대마도 전쟁 논란으로 이번에는 상왕이 정치적 수세에 몰렸다고 말하는 것도 잠시, 일본의 정세가 달라지고 최후의 수단으로서의 정벌을 피할 수 없게 되자 세종은 기꺼이 아버지와 협력한다. 세종은 강상인(정흥채)에게&amp;nbsp;내금위장으로서의 판단을 바란다며, 왕에 대한 충성심 이전에 관료로서의 전문적인 견해를 경청하려 했다. 태종에게는 무릎을 꿇고 술잔을 받을 정도로 우직한 심복이었을 뿐인 강상인이 그 스스로의 판단으로 태종의 비합리성에 반기를 들자, 태종은 이를 &amp;#039;배신&amp;#039;으로 여기고 그를 죽였다. 이런 식으로 하나, 둘 그의 신하들이 칼에 스러져간 뒤에야 그는 세종의 신하들이 자신의 시대와는 다른 방식으로 아들을 따르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거의 마지막 남은 심복인 조말생(정동환)은 더이상 태종의 부탁을 받고 그를 죽일 수 있는 심복이 남지 않았을 때, 태종은 물론이고 세종의 정치 행보마저도 우습게 여긴다. 그 모든 것들을 겪어내고 난 뒤 비로소 태종은 손자(세자 향, 후일 문종)에게 &amp;quot;(아버지와 정치적 견해가 다르다면) 반대해야 한다. 그래도 너에 대한 아비의 사랑은 변함없을 거다.&amp;quot; 라는 말을 남기면서 세종의 정치관을 인정하고 눈을 감는다. (별자리를 함께 관찰하는 장영실과&amp;nbsp;세자 향 -&amp;nbsp;디씨인사이드 대왕세종갤러리 &amp;#039;와니♡&amp;#039;님&amp;nbsp;캡처)&amp;nbsp; 영악한 정치가들의 이타적인 정치 &amp;nbsp;&amp;nbsp; 이러한 세종의 정치관에는 그저 얼마든지 반대해도 좋기만 하다는 것이 아니라, 두가지의 중요한 대전제가 깔려 있다. 그것은 능력이 되는 누구라도 나서서 정치에 적극적으로 임해야하고, 모든 논쟁은 관료 자신의 이익이 아닌 국가와 백성의 안위를 최우선적으로 놓고 행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웬만큼 심란한 일에는 술이 아니라 집현전에 틀어박혀 서책을 넘길 정도로&amp;nbsp;온화한 성정을 가진 세종이 크게 화를 냈던 대표적인 사건 하나는 황희가 관직을 거부할 때였고, 다른 하나는 백성들이 비루한 것은 못 배워서가 아니라 원래 그렇게 생겨먹어서라는 반론이 튀어나온 순간이었다. 세종은 양녕대군의 폐세자 사건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뒤 정계에 복귀하지 않으려는 황희에게 &amp;quot;반대하는 자보다 더 나쁜 것이 방관자니까!&amp;quot; 라면서 분노하고, 백성을 얕잡아보는 정창손(을 연기한 배우분의 성함을&amp;nbsp;아는 분은 댓글로 알려주세요!)에게는 &amp;quot;백성의 천품이 교화될 수 없다면 네놈이 정치를 왜 해!&amp;quot; 라면서 호통친다. 그 누구도 반대하지 않거나 정책의 부작용을 지적하지 않는 것, 아울러 정치에 있어 백성을 하늘로 보지 않는 것은 만백성의 어버이인 군왕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문제이기 전에, 세종이 정치에 발을 들인 그 순간부터 꿈꿔 이룬 정치의 근본을 뒤엎기 때문이다. 이런 &amp;#039;반대의 정치학&amp;#039;은 자칫하면 시대에 거스르는 독단으로 비춰질 수 있던 세종의 혁신적인 정책들의 시행착오를 줄일 뿐더러, 정책의 수혜자인데도 정작 정치에는 참여할 수 없는 일반 백성들에게 귀결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노비 출신의 장영실(이천희)을 정식 관료로 기용하는 것은 신분 질서에 어긋나는 일이다. 하지만 그것이 결국에는 과학의 발전으로 이어져 백성의 삶을 윤택하게 할 것이고, 그 누구도 그런 중요성을 넘어서는 합리적인 대안을 생각해내지 못한다. 그렇다면 무모한 정치 행보는 혁신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모든 관료들은 자신의 정치적 행보가 곧 정책으로 확정되고 권력을 확보하기를 바라며, 반대파를 어떻게 이길 수 있을지 고민한다 (이런 정치적 야심은 백성을 그렇게 귀히 여긴다는 세종도 딱히 다를 바 없다.). 하지만&amp;nbsp;결국에는 한 국가 내에서&amp;nbsp;관료들의 운명공동체가 되는 &amp;#039;백성(民)&amp;#039;을 제 1원칙으로&amp;nbsp;삼고 경쟁하게 된다면, 적어도 세종을 직접 대면하며 관직에 임하는 대소신료들에게서는 백성의 권익이 아닌 자신의 사리사욕을 먼저 챙기는 &amp;#039;대리인 문제&amp;#039;가 애시당초 불가능해진다. 오히려 백성을 위한 혁신보다 기득권 중심의 안정을 먼저 추구하는 보수파도 일단 청렴한 관료라는 사실은 그들의 반대가 그저 반대를 위한 반대와 다르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젊은 관료들이 자기를 &amp;#039;꼰대&amp;#039; 취급하는 것을 불만으로 여겼던 허조(김하균)는 하급 관원의 직무태만에 인사권자인 자기 자신에게 크게 노여워하고, 명국과의 간첩질(?)로까지 받아들여질 수 있는 명국 동창과의 밀실 회동도 서슴치 않던 김문(김정학)은 조말생의 비리를 처음으로 폭로한 내부고발자였다. 그리고 조말생의 비리에 가장 질색을 한 사람은 다름아닌 최만리였다. 결국에는 &amp;#039;눈이 멀 정도의 백성에 대한 헌신&amp;#039;을 인정하고 최만리가 포기하는 것은, 그가 아무리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반대를 하더라도 세종과의 정치에서 요구되는 기본적인 분별력은 계속 지니고 있었다는 뜻도 된다.&amp;nbsp; 하지만&amp;nbsp;이렇게 절묘했던 세종의 정치는 결코 쉽지 않고, 시작 단계부터 순탄치 못했다. 왕권을 약화시키는 정치적 행보를 용납할 수 없었던 태종의 필살기(?)는 일찌감치 외척인 심온 집안을 숙청하는 것이었고, 세종이 그런 태종의 정치적 승부수에 휘말리지 않는 최선의 방법은 복수극을 이어가지 않는 것이다. 이 점은 누구보다도 피해자이자, 세종의 정치적 스승 중 하나였던 심온 스스로가 잘 알기에 소헌왕후(남지현-이윤지)에게 &amp;quot;앞만 보고 나가는 군왕과 국모가 되어야 한다.&amp;quot; 고 다그치는 것이다. 하지만 그의 말대로 뒤를 돌아보지 않는 세종의 행동을 뒤집어보자면 그건 곧 아버지나 다름없던 장인의 죽음을 외면하는 패륜이 된다. 괜히 원경왕후(최명길)가&amp;nbsp;&amp;quot;상천지 어느 가족이 이와 같을까. 끝없이 저울질 하고 의심해야 하는 것이 왕실의 명운.....&amp;quot; 이라 탄식한 게 아니었던 것이다. &amp;#039;나부터&amp;#039;가 아닌 &amp;#039;나까지&amp;#039;의 정치적 희생을 감내해야&amp;nbsp;했던 세종의 운명은 아내인 소헌왕후의 한을 넘어서, 죽어가는 정소공주(주다영)의 소원(외할머니, 즉 노비로 몰락했던 장모의 복권)을 들어주지도 못하게 됨으로써 &amp;#039;천벌&amp;#039;에 가까운 두 번의 죄책감을 평생 지고 가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훗날, 장영실을 명국에 빼앗기지 않기 위해 세종은 장영실을 걷지도 못할 정도로 태형을 가하는 상상 이상의 잔인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이는 천하의 세종대왕도 피해갈 수 없었던 운명적인 한계일 수도 있고, 세종의 정치력으로도 끝내 극복하지 못한 비극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amp;nbsp;하지만 본질적으로 무력을 우선시하지 않는 세종의 정치 그 자체에는 &amp;quot;저는 세상도, 또한 정치도 잘 모릅니다. 허나 저이와 같은 모진 차별과 박해 속에 있는 이들에게 깊은 마음을 주는 것, 그런 것이 정치일 수도 있는 것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듭니다.&amp;quot; 라고 하며 사람의 목숨과 마음 모두를&amp;nbsp;세종보다도 먼저 귀하게 여길 줄 알았던 소헌왕후가 있고, 왕이 될 가능성이 없었던 충녕대군 시절부터 곁을 지키던 윤회(이원종)와 이수의 열정이 있으며, 장영실을 노비가 아닌 훌륭한 기술자이자 아들과 다름없이 대하던 최해산(이대연)의 따뜻한 부성애가 있다. 그렇다면 궁은 아무리 살벌한 정치의 대결이 거듭되더라도, 칼바람의 피비린내가 아닌 사람 사는 정이 살갑게 숨쉬는&amp;nbsp;일터가 될 수 있다. 세종과 사람들의 이 모든 희노애락을 그려내는 데는 각본 못지 않게 영상의 힘이 컸다. &amp;lt;대왕세종&amp;gt;은 장영실이 만들어 내는 천문의기로 관측되는 밤하늘의 별자리와 과학기기, 영토 확장 지도 등을 깔끔한 컴퓨터 그래픽으로 구현해 내고, 넓은 궁 안에서의 날카로운 처마와 스튜디오의 암전을 활용하여 등장인물들의 고뇌하는 순간들을 단 한 시퀀스도 소홀하게 넘기지 않았다. 웅장하면서도 현대적인 배경 음악 역시 이 정치 드라마가 &amp;#039;옛날 이야기&amp;#039;가 아닌 현재 속에서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데 몫을 다했다.&amp;nbsp; &amp;nbsp; 오래된 미래를 가로막은 지금 이순간 그런데 이 흥미진진한 정치 드라마는 내적인 한계보다는 외부의 문제로 인한 난관에 부딪혔다. 처음부터 정치드라마를 표방했던 &amp;lt;대왕세종&amp;gt;은 세종의 로맨스 상대(...!)인 신빈을 설정했다가, 배우 이정현이 도중 하차함으로써 정치 사극으로서의 집중력을 수습할 수 있었다. 그러나 자사의 9시 뉴스와 동시간대에 방영하는 납득하기 힘든 시간대 변경과, 편안히 앉아 보는 게 아닌 장기간 집중해서 빠져들어야 할 긴장감을 우선시해야 하는 장르의 특성은 대다수의 시청자를 브라운관 앞으로 앉히지는 못했다. &amp;lt;대왕세종&amp;gt; 에서는 애주가로 소문난 윤회와, 독특한 말투를 가진 신장, 허조 등이 상대적으로 극의 무거운 느낌을 풀어주고는 했지만, 저마다 맡은 바 직무에 충실하고 보는 군왕과 신료들의 이야기에서 &amp;lt;허준&amp;gt; 이나 &amp;lt;대장금&amp;gt;, &amp;lt;이산&amp;gt; 등에서 임현식이 맡았던 감초같은 코믹 캐릭터가 &amp;lt;대왕세종&amp;gt; 안에 녹아들기는 어렵다. 그래서 한 회 한 회마다 긴박감이 이어지지만, 불과 5회 정도만 연장 결정되어 86회로 끝나는 &amp;lt;대왕세종&amp;gt;의 전체적인 짜임새에는 군데군데 빈틈도 보였다. 세종을 중심에 두고 다양한 정치인들을 보게 된다면 맹사성(안대용)이나 김종서(이병욱), 최윤덕(선동혁)등의 &amp;#039;위인&amp;#039; 들의 활약상이 두드러지지 못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적어도 극중에서의 조말생의 캐릭터는 대표적인 비리정치인이자 권모술수에 능하며, 동시에 국방 업무에 뛰어난 자질을 보이는 이중적인 캐릭터였다. 이런 인물을 다시 기용하는 것에 대한 세종의 딜레마는 그렇다 치더라도, 세종은 물론이고 말년의 태종까지 우습게 보던 조말생 스스로가 귀양갔다가 다시 관직에 복귀한 이후 어떤 생각으로 세종에 협조하면서 정치에 임하는지는 언급되지 못했다. 조말생 뿐만 아니라 허조 등, 한때나마 악역의 역할이 주어졌던 인물들의 정치 논쟁은 그 대사 한 줄 한 줄은 진중하되 정치가로서의 정체성은 잠깐의 순간에만 드러나고 만 것이다. 아울러 드라마 홈페이지에도 &amp;quot;음운학에 밝아 한글 창제에 큰 공을 세운다.&amp;quot; 고 일찌감치 소개되었던 정의공주(이주현)가 막상 아역 이후에는 등장하지 못했던 점, 훈민정음 창제 직전 소헌왕후의 죽음과 월인천강지곡에 얽힌 사연 등 흥미로운 세종의 일생이 더 나오지 못했던 점 역시 아쉽게 다가온다. 제작진은 &amp;lt;대왕세종&amp;gt;의 기획의도가 그저 &amp;#039;성군&amp;#039;이며,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이고, 딱히 정치적 갈등 없이 업적만 쌓이는 줄 알았던 태평성대를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보는 것이라고 밝혔었다. 그래서 1년 가까이 방영된 이 정치드라마에는 태평성대를 누리는 황홀함이나, 반대파를 정복하는 호쾌함 대신 강대국의 횡포를 인정해야 하는 답답함과 정치적 갈등들이 이어졌다. 하지만 &amp;lt;대왕세종&amp;gt;은 &amp;#039;반대&amp;#039;라는 것이 그저 비판을 받아들여 시행착오를 줄인다는 식의 갈등의 순기능도, 그저 민주주의 국가에서 당연히 인정되어야 하는 자유라는 주장을 넘어서 그 스스로가 이기적인 인간들의 정치를 이타적으로 순화시키는 원동력으로도 기능할 수 있다는 참신한 발상을 실현해냈다. 지금 이순간 뒤돌아 봐야 하는 것은 세종의 업적이 아닌 &amp;#039;과정&amp;#039;이라는 것, 그래서 그들이 우리의 &amp;#039;오래된 미래&amp;#039; 라는 것. 그리고 이 모든 것은 단 며칠, 몇 년만에 가능했던 것이 아니라 &amp;#039;타임머신을 타고 날아온&amp;#039;&amp;nbsp;정치 천재 세종과, 그와 함께한 공직자들이 &amp;#039;백성을 위하여&amp;#039; 평생에 걸쳐 치열하게 이뤄낸 것임을 - 조용하게,&amp;nbsp;그러나 분명한 화두로 남기고 끝맺었다. &amp;#039;(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 (訓民正音)&amp;#039; 를 일상적으로 쓰고 읽을 수 있지만 세상을 보는 식견도, 정치적 관심도 제각각인 &amp;#039;주권자&amp;#039; 국민들은 지금 무엇을 생각해야 할까. &amp;quot;존경하는 국민여러분&amp;quot; 이라는 상투적인 관용구와는 정반대로 진심을 다해&amp;nbsp;백성들의 삶을 위해 살고자 했던 &amp;#039;대왕&amp;#039;, 세종은&amp;nbsp;하늘(ㅡ) 아래 땅(.), 그 위에 선 사람(ㅣ)을 보았다. 그러고보니 훈민정음 창제 후&amp;nbsp;562년이 지난 해, 서울 하늘 아래 나이와 성별과 직업과 종교, 심지어 국적마저 초월한 이들이 모두 모여 발을 딛고 걸었던 땅 - 그 길의 이름도 &amp;#039;세종로&amp;#039; 였다.&amp;nbsp;&amp;nbsp; 이 글의 저작권은 다정스페이스에 있습니다. 다른 웹사이트에는 글을 퍼가지 말고 글&amp;nbsp;주소를 링크시켜 주세요. 또한 프리젠테이션, 레포트, 기사 작성 등에 인용할 때는 가급적 댓글이나 방명록을 통해 메시지를 남겨주세요. 무단 도용, 불펌, 표절, 출처를 밝히지 않는 인용 및 기타 저작권 침해를 절대 금지합니다. &lt;p&gt;&lt;strong&gt;&lt;a href=&quot;http://dajungspace.com/67&quot;&gt;글 전체보기&lt;/a&gt;&lt;/strong&gt;&lt;/p&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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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 type="html">성매매를 스쳐간 열한살 (2)</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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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ame>다정</n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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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09-08-05T16:05:32+09:00</updated>
  <published>2008-10-17T11:07:24+09:00</published>
  <summary type="html"> .&amp;nbsp;&amp;nbsp; 먼저 (1)편을 읽어주세요~ &amp;nbsp; &amp;nbsp;&amp;nbsp; &amp;nbsp;성매매를 스쳐간 열한살 (2) 다정(http://dajungspace.com) &amp;quot;쟤네 엄마는, 창녀래.&amp;quot; 교실은 2초 남짓, 싸늘해졌습니다. 그러다가 다들 가까이 앉은 친구들을 붙잡고 웅성웅성 물어보기 시작했습니다. &amp;quot;창녀가 뭐야?&amp;quot; &amp;quot;몰라. 넌 들어봤어?&amp;quot; &amp;quot;그게 뭐지?&amp;quot; 물론 그 말을 들은 아이의 어머니는 평범한 전업주부였습니다. 그건 그렇고 간에 말뜻을 알아들어야 화도 내던가 말던가 했겠지만, 지금 이 순간에는 그 단어를 난생 처음 들은 아이들이 거의 다였습니다. (거꾸로 생각하면, 이 날 이후 반 전체 학생이 &amp;#039;창녀&amp;#039; 라는 말을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뜻도 되겠죠.) 나는 창녀라는 말을 들어본 적은 있었는데, 다만 그 때 내가 연상한 이미지는 그냥 드라마 속 술집에서 나이 지긋한 아저씨 옆에&amp;nbsp; 화려한 화장을 그리고 앉아 술을 따르고 호들갑스레 웃는, 그런 젊은 여성의 모습이었습니다. 열한살 적에 알던 것과 다를 바가 없었던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나와 우리 반 아이들의 열두살 인생에서 쓰이는 말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창녀가 무슨 뜻이냐고 묻던 친구들에게 - 불행인지 다행인지 정작 그 말을 들은 싸움 상대방 아이도 뜻을 모르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 나는 이렇게 얼버무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amp;quot;그냥.....되게 안 좋은 거라고 그러던데....&amp;quot; 지금에 와서 돌이켜보면, 그 때 저런 말도 안되는 인신공격을 내뱉었던 그 아이도 정작 &amp;#039;창녀&amp;#039; 라는 직업(글쎄요, 직업이라기 보다는 &amp;#039;계층&amp;#039;이라고 해야 맞을까요?)이 정확히 무슨 일을 하는 건지, 그녀들이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까지는 몰랐을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그 때는 지금처럼 인터넷이 활성화되지 않은 시절이지만, 초등학교 5학년 남자아이 정도면 주위의 형이나 다른 친구들을 통해 포르노 등의 &amp;#039;아저씨 성문화&amp;#039;를 접할 가능성이 얼마든지 많습니다. 하지만 그 아이가 성매매라는 게 무슨 일들이 어떻게 벌어지는지, 직접 가 본 어른 남성들처럼 속속들이 알지는 못했을 겁니다. 그냥 그게 사회적으로 멸시받는 직업이라는 낌새는 알아채고 있었기에, 싸움을 한 방에 걸 수 있는 무기로 삼아서 말해버린 게 아닐까 짐작할 수 있을 뿐이지요. 쟤네 엄마는, 하고 잠깐 머뭇거릴 때의 그 표정은 자신도 뭔가 말을 하기가 두려운 기색이 얼핏 드러났거든요. &amp;#039;창녀&amp;#039; 라는 말의 의미를 알아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무시무시할 정도로 느껴질 욕이었을 테니까요. 하지만 어쨌든, 우리 모두는 몰랐습니다. 그래서 다른 친구들이 교실 밖으로 데리고 나가 말리고 들어온 뒤, 그 날은 조용히 잊혀져 갔습니다. 그로부터 십여년의 시간들이 흘렀습니다. 나도 세상사 꽤 많은 것들을 보고 듣고 겪게 되었습니다. 창녀라는 게 뭔지도 잘 몰랐던 초등학생이 아니라, 밤마다 집으로 미군들을 들이던 금년이 아줌마를 떠올리며 &amp;quot;난 그것도 모르고 과자만 맛있다고 먹었어.&amp;quot; 라고 난남이가 쓸쓸하게 웃었던 까닭을 가늠할 수 있을 정도로 컸습니다. 그리고 2004년, &amp;lt;성매매특별법&amp;gt;이라는, 정확히 말하면 &amp;lt;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amp;gt;과 &amp;lt;성매매 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amp;gt; 이라는 것이 시행되기 시작했습니다. 알고보니 성매매는, 그게 &amp;#039;매춘&amp;#039; 이라고 불리던 시절부터 법으로 금지된 것이었습니다. 고등학생 즈음에서야 알고보니, 내가 차를 타고 지나간 사창가는 아무리 별별 남자들이 꼬인다고 해도 골목 입구에 큼지막하게 &amp;quot;청소년통행금지구역&amp;quot; 이라는 경고판이 붙어야 하는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2004년에 들어서야 비로소 성매매를 범죄라고 여기고 그를 없애기 위한 정책들이 시행되기 시작한 겁니다.&amp;nbsp; 그런데 그 해 가을, 길목에 이상한 벽보가 붙어있었습니다. 얼핏 멀리서 보면 과외 전단지와 혼동될 정도로 흰 A4지에 검은 글씨로 인쇄된 광고였는데, 큼지막하게 &amp;quot;여대생 대출 30만원부터&amp;quot; 라고 쓰여 있고 그 밑에는 소액 대출이라는 안내와 함께 전화번호가 있었습니다. 몇 걸음 마다 건물 벽에 붙어있는 걸 보고 처음에는 이런 것도 있구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며칠 뒤, 한 시사 프로그램에서 제보를 받고 대학가 주변의 그 광고지들을 찍어갔습니다. 그리고 광고를 붙인 사채업자를 만나서 (익명으로) 인터뷰를 했습니다. &amp;quot;그런데 학생이 돈을 빌리고 나서 못 갚게 되면 어떡해요?&amp;quot; 라고 리포터가 물었습니다. 그 사채업자, 남자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amp;quot;어떡하긴 뭘 어떡해? 정 갚을 돈이 없으면 몸이라도 팔겠지.&amp;quot; 돈을 벌기 위해 &amp;#039;몸을 판다&amp;#039; 는 것은, 그 사람에게는 참 &amp;#039;시키기 쉬운 일&amp;#039;이었습니다. 재작년 즈음이었습니다. 사법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고시촌의 학원을 다니던 친구가 이야기했습니다. 고시촌 골목을 걷다 보면, 주로 식사를 하러 나오는 점심, 저녁 때 곳곳에서 아주 짧은 스커트를 입은 여자들이 남학생들에게만 명함 만한 광고지를 나눠준다는 것이었습니다. 간혹 길바닥에 떨어진 광고를 주워보면, 무슨 무슨 마사지업소라고 쓰여진 것도 있고, 그냥 가게 이름과 전화번호만 나와있는 것도 많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도대체 이 동네에 이런 업소가 몇개나 있나 싶어서 길을 돌면서 세어보니, 스무 개도 더 넘더라고 했습니다. 물론 그 광고지를 받건 받지 않건, 그 지역에서 법을 공부하는 거의 모든 학생들은 성특별법의 내용에 대해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올해 들어서야, 그 지역의 퇴폐업소를 퇴출시키기 위한 정책이 시작되었다고 합니다.&amp;nbsp;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우연히 어떤 블로그에 접속하게 되었습니다. 20대 남자분이 일기처럼 간단히 쓴 글에는, 어제 밤에 지나간 거리에 단란주점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처음 보는 자신에게 얼마나 많은 아가씨들이 적극적으로 팔을 잡아끌며 &amp;#039;오빠 놀다가세요&amp;#039; 라는 식으로 호객을 하던지, 이거 성매매방지법 시행되는 게 맞기는 맞냐고 기가 막혀 했습니다. 그 곳은 내가 십여년전 지나쳤던 성매매 집결지와 그리 멀리 떨어진 곳이 아니었습니다. 그 지역은 내가 태어나기 한참 전부터, 진작에 상권이 발달해왔고 특히 유흥가가 많이 생겨나 지금도 성업중입니다. 반면에 여전히, 성매매 업소를 적발하고 근절시키기 위한 예산과 인력은 부족한 상태라고 합니다. 지금 이순간 까지도 성매매 자체가 불법이냐 합법이냐, 성매매를 없앤다는 게 가능한 일이냐 등의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2008년인 오늘, 경찰이 대대적으로 단속을 한다고 해도 포주들이나, 시민들이나 모두 시큰둥한 반응이었습니다. 경찰과 성매매업소의 오랜 유착관계는 깨어지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아직도 상당히 많은 수의 사람들, 특히 성매매에 대해 죄의식을 가지지 않는 성구매 남성들은 그동안 한국의 성매매지역에서 횡행했던 납치, 인신매매, 감금, 구타..... 등등만 없앤다면 성매매라는 게 왜 불법이 되어야 하느냐, 개인의 자유 아니냐라고 묻습니다. 독일이 그랬습니다. 독일도 음성적인 성매매에 종사하는 여성이 20만명에 육박했는데, 이들의 인권 유린에 대해 차라리 성매매를 합법화해서 이들을 &amp;#039;노동의 영역&amp;#039; 안에 들여놓자는 주장이 바로 성매매 여성 당사자들에 의해 제기되었습니다.&amp;nbsp; 그래서 독일에서는 성매매를 원하는 이들과, 대학교육까지 마친 일부 성매매 경력(?)을 가진 여성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져서 성매매가 합법화 되었습니다. 2002년 1월부터 &amp;lt;성매매 여성의 법률 관계 규정에 관한 법률&amp;gt;이라는 법안이 시행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런데 상황이 엉뚱하게 흘러가기 시작했습니다. 성매매에 종사하는 대다수 여성들은 불법이던, 합법이던 시절과 상관없이 여전히 가난한데다가 성매매 업소끼리 과잉 경쟁이 붙는 바람에 성매매 여성의 안전은 뒷전으로 미루는 호객행위(예를 들어, &amp;#039;콘돔 없이 가능하다&amp;#039; 는 홍보)가 만연되었습니다. 음성적인 성매매도 더하면 더했지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성매매 자체는 합법이라고 해놓다보니, 마약이나 폭행, 감금 등의 범죄가 발생하기 쉬운데도 경찰의 개입이 더 어려워져버린 것이었습니다. 결국 독일 정부가 내놓은 개혁안은 성매매 업주와 성구매 남성을 처벌, 계도하고 성매매 여성의 자활을 지원하는 스웨덴의 모델을 받아들이는 것이었습니다. 스웨덴의 말모 프로젝트 Malmo Project (1977~1983) 는 성매매 근절을 위해 성매매의 해악을 대중적으로 알리면서, 성매매 여성을 처벌하지 않고 자활을 지원한 성공적인 사례로 꼽힙니다. 성매매가 만연했던 말모 지역을 거점으로 삼아 성매매 여성들에게 경제적 지원과 의료 서비스, 직업 알선을 함과 동시에 대중매체를 통한 성매매 유경험자들의 경험, 성매매 반대 캠페인 등을 꾸준히 전개해 나갔다고 합니다. 그 결과 1981년까지 전체 성매매 여성의 72.5%가 성매매를 그만두었으며, 1983년 최종적으로 남은 60여명(프로젝트 시행 전 성매매 종사자의 10% 이하)은 대부분 의료 지원이 더 필요한 마약 중독자였다고 합니다. 이 정책을 시행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전제는 &amp;quot;성매매 종사자들이 다른 직업을 갖게 되고, 성매매 수요가 줄어든다면 성매매의 근절이 가능할 것이다.&amp;quot; 라는 믿음이었습니다. 그 후 1998년, 스웨덴은 &amp;quot;여성의 평화&amp;quot; 라는 법률을 발효하여, 성매매 종사자를 처벌하지 않는 대신 성구매자를 처벌하여 성매매 자체의 산업화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려는 정책을 계속 추진해나가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amp;#039;왜 성매매를 반대해야 하는가&amp;#039;에 대해 귀를 기울이기 앞서, 성매매 단속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거나, 집창촌을 없애고 나니 유사 성매매 업소가 만연한다는 보도를 들으면 늘 &amp;quot;거 봐, 성매매는 유사 이래 없앤다고 없어지는 게 아니라니까.&amp;quot; 라고 비아냥대곤 했습니다. 여성의 인격과 인권을 존중하기 때문에 감히 성폭력은 상상도 하지 못하는 사회에서 성폭력 빈도가 낮은데도, 돈 내고 성을 살 수 있게 하면 성폭력도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포주들의 말을 아직도 많은 이들은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시행착오나 기대 이하의 결과가 나오더라도 그 자체 만으로 정책의 정당성이 결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별개의 문제입니다. 성매매가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다면, 성매매를 합법화해야 한다는 생각 이전에 &amp;#039;성매매를 근절하기 위한 더 효과적인 방법이 없을까&amp;#039; &amp;#039;왜 정책이 제대로 시행되지 못할까&amp;#039; 라고 먼저 궁리해보는 것이 이치에 맞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성과가 없던 것도 아니었습니다. 2007년 당시 여성가족부의 조사에 따르면, &amp;quot;성매매는 불법이다&amp;quot;는 국민의식은 2004년에는 불과 30.4% 였으나 2007년에는 92.4% 로까지 늘어났으며, &amp;quot;성매매는 사회적 범죄행위이다&amp;quot; 는 대답에는 75.2%의 국민이 &amp;#039;그렇다&amp;#039; 고 답했습니다. 2004년에는 간신히 절반을 넘는 53.2%의 사람들만이 긍정적으로 답변했을 뿐입니다. 그리고 성매매특별법에 따른 정책의 성과로, 14개 성매매업소 집결지 여성의 자활지원사업에 144명의 여성들이 참여하여 56%인 810명이 탈업소, 자활에 성공했다고 합니다. 이게 모두 2007년의 일입니다. 목표를 50% 달성을 했건, 5% 달성을 했건, 이를 기회로 성매매의 인권 유린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시작한 여성들이 있다면 그것으로도 이미 나름의 가치가 분명히 있는 것입니다.&amp;nbsp;지속적으로 신체와 인격을 학대하는 일을 어떻게 &amp;#039;직업&amp;#039; 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심지어 어떤 이들은 &amp;quot;여자들은 여대생에서 창녀로 가는 계급하락에 불편해한다.&amp;quot; 라고까지 말했다지만, (물론 이들은 성매매 피해 경험자들이 직접 들려주는 이야기는 듣지 않겠죠.) 인권이라는 것에 대해 진지한 호기심을 지닌 평범한 사람들이라면, 성매매는 성의 자유가 아니라 억압에서 이루어지는 문제이며, 모든 여성뿐 아니라 남성들까지도 함께 연대하여 극복해 나가야 한다는 것을 알게됩니다. 기막히게도, 대부분의 성매매는 다름아닌 가난때문에 일어나고 있습니다.&amp;nbsp; 내가 캄보디아에서 태어났다면, 유치원 다닐 나이부터 팔려가 성매매에 동원되었을지 모를 일입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캄보디아 경찰은 대대적으로 아동 성매매 단속을 벌이기로 했는데, 성매수자를 형사처벌한다는 거리의 경고판은 캄보디아어와 &amp;quot;한글&amp;quot; 로 적혀있습니다.) 만약 내가 파키스탄에서 남자아이로 태어났다면, 역시 돈을 벌러 갔다가 남자 어른들의 성착취에 동원되지 말란 법도 없습니다. 지금도 심심찮게 빚에 쫓겨 성매매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는 사연들을 기사로 접할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미군 부대의 수많은 한국인 여성들이 &amp;#039;국가적으로&amp;#039; 성매매를 했다고도 합니다. 그 이유는 모두 성매매여성 당사자의 가난과, 약한 사회적 지위에 있었습니다. 지금도 한국 여성들의 노동환경은 열악합니다. 여성노동자의 평균 임금은 남성의 60% 정도밖에 되지 못합니다. 하지만 아주 느리게나마 여성-남성의 차별이 철폐되면서 지금과 같은 소득격차가 심화되어 구조적 빈곤이 자리잡는다면, 그 때에는 생계를 위해 성매매에 나서는 남성들이 얼마나 많아질 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이 곳에 발을 딛고 살아가는 여성으로서, 나를 비롯한 그 어느 누구도 이 현실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입니다. 이는 이미 한국만의 문제도 아닙니다. 아시아나 중동 지역보다 훨씬 평등하다는 유럽 사회도, 빈곤에서 벗어나기 위해 제 3세계로부터 건너오는 성매매 여성들을 돌려보내야 하는 고민을 안고 있다고 합니다. 여성을 비롯한 성적 소수자의 인권은 그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전세계 어디에서든 권리를 찾는 &amp;#039;현재진행형&amp;#039; 입니다. 여기까지 알고 나서야 내 열한살 시절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여자들도 한 번 삼삼오오 짝을 지어서라도 집창촌이라는 델 가 봐야 한다, 얼마나 많은 우리 주위의 평범해 보이는 아저씨, 오빠, 남동생들이 그 곳을 기웃거리는지 눈으로 보고 알아야 한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amp;quot;그러고보니 나도 예전에 한 번 지나쳐 본 일이 있었지.&amp;quot; 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 내가 스쳐 지나간 그 여자가 생각났습니다. 오랫동안 돌이키지 않았다고 해서 내 기억이 거짓인 것은 아닙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알게된 것만큼 기억속의 경험을 되살려내기도 합니다. 그리고 나는 인정해야 했습니다. 그날 얼떨결에 그 길을 지나며 눈싸움 아닌 눈싸움을 했지만, 나는 분명히 &amp;#039;잘못&amp;#039;을 한 거였다고 말입니다. 물론 지금까지 내가 살아오면서 누구에게 당당히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줄곧 착하게만 살아온 것은 아닙니다. 그래도 내가 저질렀던 사소하거나, 큰 잘못들은 대부분 그 때 그 때 죄책감이라든가 반항심을 가지고 한 것이거나 최소한 그게 잘못이라고는 하더라는 건 알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그러나 이 일은, 전혀 잘못인 줄도 모르고 까맣게 잊고 살다가 성매매 여성의 진짜 현실에 대해 알게 된 뒤에 되살아난 것이었습니다. 나는 아무리 바깥의 집창촌이 무섭고 을씨년스럽게 느껴져도, 아버지가 운전하는 차 안은 고요하고 안전할거라 믿었습니다. 내가 타고 간 아버지의 차, 그리고 그 길을 지나갔을 수많은 백화점으로부터의 자가용들은 그냥 차가 아니었습니다. 그 길에서 사는 사람들과 극명하게 대조되는, &amp;#039;제도권&amp;#039;의 축소판이었습니다. 단순히 사치스러운 자와 가난한 자의 대비가 아니었습니다. 우리 아버지의 중고차는 이미 낡았고, 나도 곱게 꾸미는 부잣집 딸아이가 아니라 바깥에 나가면 금세 옷을 더럽혀버리기 일쑤인 평범한 여자아이였으니까요. 하지만 나와 눈이 마주쳤던 그 &amp;#039;언니&amp;#039;, 그리고 그녀의 수많은 동료들이 어둑어둑해지기 전까지 마주치는 그 길의 수많은 눈들 중에서 나도 그 하나였을 것입니다. 지금의 내 또래, 아니면 몇 살밖에 더 많지 않을 그 때 그 분도 누군가의 딸이고 언니이고 누나일텐데, 그들과 선을 긋고 가정을 꾸려가며 사는 세상 사람들은 성매매가, 그리고 성매매여성들이 필요하다고 하면서도 막상 그네들을 멸시하고 싫어합니다. 화대만 넘겨준다면 그 다음부터 존중받을 필요가 없다고 여겨지는 그들, 수많은 폭력을 일상적으로 견디던 그 분들을 나는 분명 아무것도 모르는 채 그냥 신기함 반 두려움 반으로 바라보았지만, 그 때에도 이미 저들이 어른들의 앞에서는 금기시해야 하는 사람들이라는 건 눈치챘으니까요. 이건 나 뿐만 아니라 그곳을 지나쳤던 다른 아이들, 그리고 같은 반 아이를 향해 &amp;quot;쟤네 엄마는 창녀래.&amp;quot; 라고 말했던 5학년 아이도 다르지 않았을 겁니다. 자동차를 타고가며 자신들을 경멸하거나, 아니면 욕망의 객체로만 바라보던 그 수많은 사람들 가운데 나 같은 열한살 짜리 아이의 시선마저 받아야 했던 여자들의 심정은 어떠했을까요. 물론 그 때의 내 기억의 일부가 착각이었을 가능성도 아주 작게는 있습니다. 그리고 나 때문이 아니라 다른 짜증나는 일이 있어서 그 언니가 나를 노려보았던 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생각 여부를 떠나서 나의 행동 그 자체에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을 것입니다. 어려서, 몰라서 그랬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모른다고 해서 죄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모르는 것도 죄입니다. 잘못을 저지르는 그 순간에 죄라는 것을 몰랐기에 그 책임이 덜어질 수 있을지언정, 그 사실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닐테니까요. &amp;nbsp; 내가 스쳐갔던 골목의 그녀들과, 그리고 이 모든 이야기를 듣고난 뒤 &amp;quot;생각으로만 미안해 하지 말고, 그들을 위해 무언가를 하라.&amp;quot; 고 충고해 준 분을 생각하며. PS - 스웨덴의 말모 프로젝트와, 성매매가 왜 인권 침해가 되는지 등에 대해 궁금한 분들은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펴낸 &amp;lt;섹슈얼리티 강의&amp;gt;, &amp;lt;섹슈얼리티 강의, 두번째&amp;gt; 를 읽어보세요. 그리고 유럽으로 오는 제 3세계 여성들의 문제에 대해서는 박노자의 &amp;lt;좌우는 있어도 위아래는 없다&amp;gt; 를 참고하시면 됩니다. &amp;nbsp; 이 글의 저작권은 다정스페이스에 있습니다. 다른 웹사이트에는 글을 퍼가지 말고 글&amp;nbsp;주소를 링크시켜주세요. 또한 프리젠테이션, 레포트, 기사 작성 등의 용도로 인용할 때는 가급적 댓글이나 방명록 등으로 메시지를 남겨주세요. 무단 도용, 불펌, 표절, 출처를 밝히지 않는 인용 및 기타 저작권 침해를 절대 금지합니다. &amp;nbsp; &lt;p&gt;&lt;strong&gt;&lt;a href=&quot;http://dajungspace.com/65&quot;&gt;글 전체보기&lt;/a&gt;&lt;/strong&gt;&lt;/p&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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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09-08-05T16:05:32+09:00</updated>
  <published>2008-10-13T15:46:49+09:00</published>
  <summary type="html"> &amp;nbsp; 이 글은 제 경험담(이니까 당연히 실화겠죠^^)을 바탕으로 쓴 에세이입니다. 읽기 편하도록 두 편으로 나눠서 올리겠습니다. 성매매를 스쳐간 열한살 (1) 다정(http://dajungspace.com) 토요일의 거리는 잔뜩 붐볐습니다. 서울 한복판은 거리의 사람들도, 달리는 자동차들도 어찌나 많은지 엄마 손을 놓쳐서 길을 잃는 꼬마 아이들도 많을만하다 싶을 정도였습니다. 그래도 지금 사는 동네로 이사온 이후 처음으로 온 가족이 함께 주말에 백화점으로 나온 거였는데, 이제 집으로 돌아가려고 겨우 백화점 주차장에서 차를 내리고 밖으로 빠지는 길로 들어선 참이었습니다. 나는 여느때처럼 뒷좌석에 기대 앉아 차 창 밖을 두리번거리며 구경하고 있었습니다. 바깥의 4차선 도로 주위만 북적거리는 줄 알았는데 나가는 길에도 차들이 엄청나게 쏟아져 나왔고, 덕분에 또 교통체증이 시작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슬슬 지루해지려던 참이었습니다. 갑자기, 앞좌석에서 운전대를 잡았던 아버지가 뭔가 이상하다는 말투로 어머니에게 말했습니다. &amp;quot;여기로 나가는 거 맞아?&amp;quot; 그제서야 내 눈에도, 그 길거리의 사람들이 새롭게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백화점 주차장을 나온 우리 차는, 다른 자가용의 행렬을 따라 옆으로 한 번 길을 꺾었습니다. 그런데 아까까지만 해도 즐비했던 높다란 백화점 건물들, 그리고 다른 고층 빌딩들은 나가는 길에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시골에서처럼 낮은 높이의 슬레이트 지붕을 걸친 일층짜리 집들이 줄줄이 늘어서 있었습니다. 하지만 내가 놀란 건 그 낮은 집들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바로 그 앞에 서있는 사람들, 아니 여자들 때문이었습니다. 그 골목의 수많은 집들은 모두 유리창 샷시로 되어있었는데, 정작 그 창에다가는 방안이 비쳐나오지 않도록 시트지를 빼곡히 붙인 바람에 집안 광경은 들여다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 집들 앞에, 정말 많은 여자들이 치장을 하고 나와있었습니다. 남자는 한 명도, 단 한 사람도 없었습니다. &amp;quot;애 어른 할것 없이 다 다니는 길에 이게 뭐하는 짓들인지, 참.&amp;quot; &amp;quot;그러게, 어떻게 백화점 뒤에 이런 게 있어?&amp;quot; 아버지와 어머니가 기가 막히다는 듯, 한마디씩 멋쩍게 말했습니다. 그랬습니다. 거기가 바로 창녀촌, 매음굴, 집창촌, 사창가 등 정리되지 않은 이름들로 불리우던 성매매 집결지였습니다. 물론 서울로 올라온 지 채 2년도 되지 않은 초등학교 4학년생이던 내가 성매매는 커녕 성(性)에 대해서도 뭘 알리 만무했습니다. 그저 내가 살고 지나온 숱한 땅들과 너무나 다른 분위기에, 나도 모르게 입이 딱 벌어졌던 것입니다. 남자가 한 명도 없다는 것만 특이한 게 아니었습니다. 그 긴 골목의 양 쪽으로 줄줄이 늘어선 유리창 집들 앞에서 대기하는 여자들은 모두 진한 파랑, 진한 초록, 진한 노랑 등 원색의 이브닝 드레스를 입고 있었습니다. 화장을 딱히 요란하게 했다거나 헤어스타일이 특이한 건 아니었습니다. 1990년대 까지만 해도 화장은 진한 색으로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고, 그렇게 화장한 얼굴만 보면 그 길 바깥의 다른 여자들과도 다를 바 없었으니까요. 그런데 그녀들이 입은 드레스는, 분명히 웬만한 사람들은 살면서 거의 입을 일이 없는, 어깨가 드러나는 긴 자락의 드레스인데도 하나도 화려해보이지 않았습니다. 모든 여자들의 드레스에는 장식이 하나도 없고 그냥 진한 색깔의 원단을 끊어 적당히 박아 만든 것만 같았고, 텔레비전에서 본 미스코리아라든가 여배우들의 드레스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윤기가 없었습니다. 미술시간에 쓰던 포스터칼라 물감과 비슷한 정도의 빛깔이었을 뿐입니다. 하지만 나를 무섭게 한 건 이 모든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녀들의 표정은, 분명히 거기에서 백 명도 더 본 여자들의 표정은, 모두가 한결같이 싸늘하고 어두웠습니다. 드레스를 입었지만 그들이 서 있거나 앉아있는 곳은 허름한 골목의 슬레이트 지붕 아래였고, 그 차림으로 그녀들은 집 앞에 놓인 의자나 평상에 앉아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많은 사람들중에, 두 사람 이상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는 광경은 단 하나도 없었습니다. 각자 앉아서, 또는 벽이나 기둥에 기대어서서 인상을 찌푸리고들 있었습니다. 본능적으로, 겁이 더럭 났습니다. 지난 해 가 본 놀이동산의 유령의 집 보다도 더 오싹한 곳 같았습니다. 한편으로는 내가 걸어서 여기를 지나치는 게 아니라 부모님과 함께 차를 타고 간다는 사실이 참으로 다행스럽기 그지 없었습니다. 백화점 주차장에서 4차선 도로로 나가는 길은 그 골목 하나밖에 없었고, 수많은 차들이 우리 차 앞 뒤에서 거북이 걸음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우리 가족 말고도 백화점에서 나가는 수많은 사람들이 그녀들과 마주치는 것입니다. 그 짧은 길에서의 긴 시간동안, 나는 그렇게 호기심 반 두려움 반으로 슬금슬금 차창 밖의 광경을 눈에 담았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 주 월요일, 학교에 가보니 이미 그 백화점에 갔거나 가 봤던 아이는 나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우리반 아이들은 쉬는 시간에 그 뒷골목에서 본 것들에 대해 이야기 했습니다. &amp;quot;야, 거기 뭐하는데야?&amp;quot; &amp;quot;근데 막 이상하고 무섭지 않어? 엄마 아빠는 아무 말도 안 하던데.&amp;quot; &amp;quot;우리 엄마랑 아빠는 거기 지나갈 때마다, 나랑 오빠한테 맨날 &amp;#039;고개 숙여! 고개 숙여!&amp;#039; 라고 하고 바깥에 못 보게 한다, 하하하.&amp;quot; 거기가 뭐하는 덴지 잘 모르는 건 나뿐만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열한살의 아이들은 모두 부모님의 생각을 읽어내는 눈치는 어느정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나도, 다른 친구들도 그 곳이 어떤 곳이냐고 어른들에게 꼬치꼬치 캐묻지 않았습니다. 어머니건, 아버지건 그런 물음에는 &amp;quot;나중에 크면 다 알게 돼.&amp;quot; 라는 식으로 얼버무리거나 &amp;quot;그런 건 몰라도 돼!&amp;quot; 라는 식으로 자신들의 멋쩍음을 감추면서 화를 내기 마련이니까요. 그러니 우리는 어른들의 심기를 딱히 거스르지 않으면서도 은근히 볼 거는 다 봤다는, 그런 자그마한 일탈감을 맛 보는 것에 재미있어 했을 뿐이었습니다. 그냥, 밤 늦게까지 잠을 자지 않을 때 보게 되는 TV의 드라마들에 나오는 술집의 방과 붉은 조명 아래, 허술하게 양복을 걸친 아저씨들과 짧은 스커트를 입은 여자들의,그런 &amp;#039;어른들의 세상&amp;#039;인가보다 라는 막연한 이미지만 남았었나 봅니다. 그런데 그 후 한 달쯤 지나, 다시 아버지의 차를 타고 온 가족이 그 백화점에 다시 가게 되었습니다. 집을 나설 때만해도, 한창 부모님과 함께 여기저기를 다닐 때에도 지난 번 지나친 그 뒷골목을 떠올리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다시 집으로 가는 길, 지난번처럼 차에 오르면서 내가 다시 그 길을 지나가게 될 거라는 것이 기억났습니다. 이미 한 번 지나갔으니까 처음처럼 무섭지는 않을거란 말입니다. 그럼, 이번에는 지난번처럼 쭈뼛쭈뼛하게 볼 게 아니라 겁내지말고 - 물론 열심히 구경하는 티는 내지 않으면서 - 확실히 구경해봐야겠다는 심보가 생겼습니다.&amp;nbsp; 아무리 그 길에 늘어선 집들, 그 여자들이 기괴해보여도 내가 안전하리란 건 알고 있었습니다. 아무리 바깥에서 빗줄기가 억수로 퍼부어도 차 안에 가만히 있으면 타닥타닥하는 빗소리만 들려오고 물은 들이치지 않는 것처럼, 백화점 뒷골목의 그 집들에서 무슨 무서운 일이 생겨도 아버지의 차 안은 조용할 테니까요. 여전히 주말의 백화점 주차장에서는 차가 빠져나가기 쉽지 않았습니다. 나는 일부러 뒷좌석의 차 옆문에 기대 앉았습니다. 무서운 것까지는 아니었는데도, 이상하게 긴장이 되어서 가슴이 두근두근 거렸습니다. 드디어 느릿느릿한 자가용들의 행렬을 따라, 우리 차가 그 골목을 들어섰습니다. 지난 번과는 약간 달랐습니다. 백 명, 아니 이백명도 더 넘은 수의 드레스를 입은 여자들이 길가에 즐비한 건 똑같았습니다. 모두 그 드레스들을 입고, 화장을 하고, 긴 머리를 늘어뜨리고 있었지만 그래도 간간이 옆사람과 이야기를 하는 광경도 눈에 띄었습니다. 한 명인가 두 명인가, 드문드문 여자들과 이야기하는 남자 어른도 눈에 들어왔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여자들은 역시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표정이 편치 않아 보였습니다. 지난번처럼 앞좌석의 어머니와 아버지는 그 길을 지나는 내내 한 마디도 없었습니다. 아이들과 이런 곳을 지나가는 것을 불편해하시는 것 같아서 나도 입은 꼭 다물고 조용히, 하지만 열심히 구경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때였습니다. 나는 점점 더 대담해져서, 차가 막히는 동안 차창 밖의 사람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때, 비교적 길 가까이에 서있던 한 여자와 눈이 정통으로 마주쳤습니다. &amp;quot;......&amp;quot; 숨이 턱 막히는 것 같았습니다. 몇 살인지 모르겠는데, 언뜻 봐서 스무 살은 넘고 우리 어머니의 나이까지는 되지 않은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길을 지나는 많은 자동차 속 사람들의 시선을 피한채 고개를 돌리고 있던 여자들과 다르게 그녀는 나를 똑바로 응시했습니다. 진짜 나랑 눈이 마주친건가 싶어서 몇 번 눈을 깜박였습니다. 그렇지만 눈을 감았다 떠도 그녀는 나를 피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아닙니다. 그 사람은, 짙은 남색의 드레스를 입고 길가에 서 있던 그 여자는 내 시선에 흔들림없이 나를 지그시 쏘아보고 있었습니다. 채 십초도 되지 않을 동안이었지만, 내가 놀라서 더 눈을 못 떼고 그녀를 바라보는데도 계속 나를 가만히 노려보았습니다. 부모님은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차가 느릿느릿 그녀를 지나쳐갔습니다. 후다닥 뒷유리 창을 향해 몸을 돌렸습니다. 다시 그녀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내가 멍하니 그녀를 바라볼 동안, 그녀는 유리창 속의 나를 향해 날카로운 눈길을 거두지 않았습니다. &amp;nbsp;차츰차츰 멀어져서 완전히 보이지 않게 되기 전까지, 그렇게 그 여자는 나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습니다. 이듬 해, 나는 5학년이 되었습니다. 한 살이 더 먹었지만 내 삶은 그다지 달라진 것이 없었습니다.&amp;nbsp; 다른 점이라면, 종종 그 백화점에 다시 가더라도 어머니와 함께 그냥 버스를 타고 왔다갔다 한 적이 대부분이었다는 겁니다. 그래서 내가 다시 아버지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그 백화점의 뒷골목을 지나친 건 딱 한 번 더 뿐이었습니다. 늦여름의 그 날에는 비가 왔습니다. 빗물이 고여 추적추적한 소리가 나는 길을 따라 차들이 빠져나가는데, 웬일로 지난 번 처럼 막히지 않고 비교적 빨리 그 골목을 빠져나갈 수 있었습니다. 무슨 일인지 그 낮은 집들의 문은 모두 굳게 잠궈져 있었고, 밖에 나와있는 여자들은 물론 거의 한 사람도 보지 못했습니다. 그 곳이 정화구역으로 지정되어 모두 철거되었다는 것은 중학교 올라가기 직전에야 알게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가 보게 된 그 골목은, 모든 집들이 진작에 철거되고 텅 빈 땅으로 변해있었습니다. 그리고 머지 않아 다른 고층 건물들이 들어서고 더 넓은 길이 닦였다고 합니다. 정확히 며칠이었는지 모르겠습니다. 5학년 교실의 어느 가을날, 수업시간이었지만 담임선생님이 잠깐 업무를 보러 교무실로 내려가는 바람에 우리 반 아이들은 그냥 우리끼리, 선생님이 없는 상태치고는 웬일로 꽤 조용히 하면서 자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교실 뒤 쪽 분위기가 어수선해졌습니다. 사실 그 바로 전 쉬는 시간에 사실 우리 반 남자아이 두 명이 싸우기 시작했는데, 다른 아이들이 말려서 주먹다짐까지는 가지 않고 일단 싸움은 그친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분이 풀리지 않았던 둘 중 한 아이가 또 싸움을 붙으려는 태세가 된 것입니다. &amp;quot;이 XX 너....&amp;quot; &amp;quot;야, 그만해 이제!&amp;quot; &amp;quot;참아, 참아.&amp;quot; 가까이 있던 다른 친구들이 못내 분이 풀리지 않는다는 듯이 욕을 하는 남학생을 서둘러 타이르고 말렸습니다. 하지만 욕을 듣는 상대방도 기분이 좋을 리 없으니, 욕을 한 쪽도, 들은 상대방도 모두 씩씩대지만 친구들 눈치가 보이는지라 일단 분을 삭이는 얼굴이었습니다. 그런데, 끝내 화를 참지 못하고 욕을 했던 그 아이가 갑자기 이렇게 말했습니다. &amp;quot;쟤네 엄마는.....&amp;quot; 누구네 엄마가 어떻다 저떻다 하는 인신공격이 싸움 도중에 나오는 거야 특별할 일은 아닙니다. 우리 반 아이들은 쟤가 뭐라고 말을 하려나 싶어서 모두 고개를 돌리고 그를 쳐다보았습니다. 잠깐 뜸을 들이던 내 같은 반, 초등학교 5학년 열두살의 아이는 아주 잠깐 머뭇거리다가 곧 깔보는 듯한 말투로 이 말을 뱉었습니다. &amp;quot;쟤네 엄마는, 창녀래.&amp;quot; 교실은, 일초 남짓 싸늘해졌습니다. (2편으로 이어집니다) 이 글의 저작권은 다정스페이스에 있습니다. 다른 웹사이트에는 글을 퍼가지 말고,&amp;nbsp;글 주소를 링크시켜주세요. 또한 프리젠테이션, 레포트, 기사 작성 등의 용도로 인용할 때는 가급적 댓글이나 방명록 등으로 메시지를 남겨주세요. 무단 도용, 불펌, 표절, 출처를 밝히지 않는 인용 및 기타 저작권 침해를 절대 금지합니다. &lt;p&gt;&lt;strong&gt;&lt;a href=&quot;http://dajungspace.com/64&quot;&gt;글 전체보기&lt;/a&gt;&lt;/strong&gt;&lt;/p&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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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ame>다정</n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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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09-08-13T10:45:12+09:00</updated>
  <published>2008-08-26T15:21:00+09:00</published>
  <summary type="html"> 이번 리뷰는 2005년부터 지금까지 매주 금요일 밤 11시 50분에 방영되고, 최윤영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MBC의 국제 시사 다큐멘터리 &amp;lt;W&amp;gt;가 되겠습니다. 한 회 방송분이 아니라 그동안의 &amp;lt;W&amp;gt;의 보도를 꾸준히 시청하면서 느낀 점들을 전반적으로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에, 시청자가 아니더라도 이 글을 읽는데 지장 없을 것입니다. 그럼 Here We Go~ &amp;nbsp; &amp;nbsp; &amp;nbsp; &amp;nbsp; &amp;nbsp; &amp;nbsp; Where, We, Why &amp;nbsp;- MBC 국제시사프로그램 &amp;lt;W&amp;gt; 리뷰 - 다정 (http://dajungspace.com) &amp;nbsp; 2007년, &amp;lt;W&amp;gt;의 미얀마 현지 코디네이터(익명)는 군부의 독재 정권에 반대하는 승려들의 시위 행렬을 촬영하자마자 서둘러 피신해야 했다. 그리고 올해, 정순동 촬영감독은 온 국토가 지뢰 천지인 앙골라까지 직접 가서 위험천만한 지뢰 제거 현장을 카메라에 담아왔다. 마침내(?) 연왕모 PD는, 미얀마 군부의 소수민족 탄압 때문에 기본적인 의료 지원조차 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찾아가는 배낭의료팀(Backpack Health Worker Team)을 취재하기 위하여 지뢰, 말라리아 모기, 식수와 음식의 고갈, 밀입국의 위험을 모두 감수하면서 정글 속을 걸었다. 이는 &amp;lt;W&amp;gt;의 취재진들이 마주쳤던 갖가지 위험의 일부분일 뿐이다. 전쟁터에서도 취재 기자는 공격의 대상에서 예외로 하는 것이 국제법적 관례라지만, 세계 각국에는 아직도 그 원칙이 보장되지 않는 곳이 수두룩하다. 그러나 &amp;lt;W&amp;gt;의 취재진들은 기꺼이 그 현장으로 출동해서 카메라를 든다. 물론 &amp;lt;W&amp;gt;가 개발도상국이나 최빈국으로만 취재를 다니는 것은 아니다. 2005년에 첫 방송을 한 이후, &amp;lt;W&amp;gt;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난민촌과 싸이클론 피해 지역, 심지어 빙하가 녹고 있는 남극까지 쫓아가서 최신 속보와 함께 국제 사회가 처한 문제점들을 1주일에 하루씩 꼬박꼬박 보도해왔다. 초창기 &amp;lt;W&amp;gt;의 특종은 한국의 원양어선 선원들이 키리바시 섬으로 가서 상습적으로 성매수를 하는 바람에 &amp;#039;꼬레꼬레아&amp;#039;가 키리바시의 성매매여성을 지칭하는 말로 통용되기까지 한다는 사건이었다. 그러나 &amp;lt;W&amp;gt;는 한국의 문제가 생겼을 때 해외의 해결 사례를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그 역할은 PD수첩을 비롯한 국내 시사 고발 프로그램의 몫이다), 한국의 상황과 상관 없이 국제 사회 그 자체에 주목하고 어디(Where)로든 간다. W는 날아간다, 세상 끝까지 &amp;nbsp;이런 &amp;lt;W&amp;gt;의 종횡무진 취재는, 시청자들이 막연히 가졌던 외국에 대한 환상을 걷어내고 &amp;#039;현실&amp;#039;을 직시하게 만든다. 선진국이라고 불리우는 고소득 국가에서는 누구나 기본적으로 생계 걱정은 안 하고 잘들 살 것 같지만, 미국은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 못해 충치를 아예 뽑아버리는 환자들이 즐비하고, 의료수가가 높기로 소문난 영국도 병원 내 감염(면역력이 약한 노약자가 입원한 경우, 병원 내의 세균에 감염되어 질병으로 발전함)으로 2005년에만 3800명이 죽었다. 대학 평준화가 이루어진 프랑스에서는 하숙비를 구하지 못해 여대생이 성매매까지 하게 되었다는 사실이 폭로되었다. 물론 보고 배울만한 사례도 많다. 한국 여성 노동자의 평균 임금이 남성의 그것의 60% 정도 밖에 안되는 현실에서, &amp;lt;W&amp;gt;는 노르웨이의 남성 관료들이 더 적극적으로 &amp;#039;기업의 여성 이사 40% 강제할당제&amp;#039; 를 추진하는 것을 소개했으며, 마을에서 자가발전을 거의 100% 이뤄내는 독일의 프라이암트 마을은 에너지 수입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가야 할 길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만들었다. 하지만 뉴스에 잘 나오지 않으면서, 한국과 연계되지 않는(듯 한) 해외의 고질적인 문제를 찾다보면 결국에는 개발도상국이나 전쟁터의 인권 침해가 주를 이루게 된다. 그러면서도 &amp;lt;W&amp;gt;는 그 &amp;#039;못사는 사람들&amp;#039;을 무조건적인 동정심을 유발하게 하는, 그저 불쌍하기만 한 존재로 전락시키지는 않는다. 물론 &amp;lt;W&amp;gt;가 취재해오는 인권 침해의 현실은 글이나 사진이 아닌, 인터뷰까지 포함된 시청각 영상이기 때문에 다른 매체에 비해 시청자들에게 더 강한 인상을 남기기 마련이다. 그러나 &amp;lt;W&amp;gt;는 이라크와 수단(다르푸르 지역)의 전쟁 난민 청소년들이 고통받는 현실을 가감없이 보여주면서도, 내전이 종식된 시에라리온에서 정신적 충격을 딛고 조금씩 웃음을 되찾는 소년병들을 만나면서 세계 평화의 &amp;#039;가능성&amp;#039; 이 여전히 존재함을 증명했다. 또한 방글라데시와 인도의 여성들이 웬만한 가정 폭력의 수준을 넘어 염산 테러(신체와 얼굴에 고농도의 염산을 끼얹어 화상을 입히고, 죽음에까지 이르게 하는 범죄)까지 당하는 현실을 고발했지만, 그 이듬해에는 인도 여성들이 직접 카메라를 들고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면서 성차별을 극복해나가는 비디오 세와(SEWA : 인도의 여성 조합) 활동을 알렸다. 아무리 가난하고 힘 없는 난민일지라도, 이들이 우리와 마찬가지로 &amp;#039;세계 시민&amp;#039;이라는 사실을 &amp;lt;W&amp;gt;는 그들의 목소리로 직접 전달하려고 한다. 의미심장한 점은, 처음에는 그저 &amp;#039;남의 나라 이야기&amp;#039;려니 했던 해외의 문제들이, 사실 국내 시청자들이 더 잘 알아야 하는 타산지석인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지구 반대편의 어떤 외국이 직면하는 사회 문제는 곧잘 한국의 현실을 비추는 거울이 되기도 한다. 하수도에서 노숙을 해야 하는 루마니아의 청소녀들이 겪는 성폭력의 위험과, 학교에도 못가고 구두 닦는 일을 시작했다가 같은 남성 성인들로부터 성매수에 동원되는 파키스탄의 청소년들의 이야기는 성폭력과 성매매가 문화적 차이도, 그렇다고 필요악도 아닌, 부와 권력 관계에서 비롯되는 사회부조리라는 점을 일깨운다. 남의 나라가 아닌 &amp;#039;우리(We)&amp;#039;의 문제라는 것이다. 이제 &amp;lt;W&amp;gt;는, 가난과 애그플레이션(곡물가격 폭등)으로 인해 극한의 상황에 몰려 진짜로 &amp;#039;흙을 파먹고 사는(진흙을 퍼서 과자 반죽처럼 불에 구워 먹는)&amp;#039; 아이티의 기아 문제와, 이산화탄소의 과다 배출에 전혀 기여한 바가 없는 남태평양의 파푸아뉴기니와 투발루가 지구 온난화의 여파로 제일 먼저 물에 잠기는 현실을 보도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amp;quot;위기는, 가장 약한 이들에게, 가장 먼저 찾아온다.&amp;quot; &amp;nbsp; - 사이클론으로 인해 폐허가 된 미얀마의 피해 현장. 미얀마 군부는 국제 구호 단체의 국내 활동은 물론, 사이클론 피해의 긴급 구호를 위한 입국 자체도 한동안 금지했던 까닭에 국제 사회로부터 맹비난을 받았다. 이 와중에도 &amp;lt;W&amp;gt;는 국내 언론사 최초로 사이클론의 심각한 피해 지역 중 하나인 라뿌따에 잠입 취재 하는 데 성공한 바 있다. 사진 출처는 UNHCR- W는 고발한다, 위기는 가장 약한 자에게 가장 먼저 찾아온다 그러나 &amp;lt;W&amp;gt;는 세계의 현실을 조망하는 데 있어서, 스스로의 한계에도 마주친다. &amp;lt;W&amp;gt;는 이미 &amp;#039;모두 잘 살게 한다던 세계화가 오히려 빈부 격차를 심화시키는 현실&amp;#039; 에 대해 여러 차례 보도했지만, 도대체 &amp;#039;왜(Why)&amp;#039; 그렇게 되는 지에 대한 근원적인 답까지는 추적하지 않았다. 엘살바도르의 어촌 아이들이 낮에는 담배를 피우고 밤에는 각성제를 먹어가면서 중노동에 시달리고, 인도네시아의 아이들이 차도를 돌아다니며 구걸을 하고 심지어 인신매매까지 당하는 1차적인 이유는 당해 국가의 사회 복지 역량이 취약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최빈국이 복지에 지출할 수 없는 속사정은 서방 국가들에 갚아야 하는 부채와 신자유주의 드라이브에 있다. 물론 &amp;#039;World - Wide - Weekly&amp;#039; 라는 모토를 가진 &amp;lt;W&amp;gt;가 1주일에 한 번, 45분 남짓 방영되면 세계 불평등의 근원은 고사하고 지금 무슨 일들이 벌어지는지 보도하기에도 빠듯하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그러나 &amp;lt;W&amp;gt;는 각국의 사회적 소수자, 특히 여성과 어린이들에 가해지는 인권 침해를 꾸준히 알리면서도 조지프 스티글리츠(전 세계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 정보경제학으로 2001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와 장 지글러(UN 식량 특별 조사관)등이 &amp;quot;WFP(세계식량계획)이나 유니세프를 비롯한 국제 NGO들이 수요에 비해 턱없이 모자라는 재정으로 긴급 구호에 나서지만, 반대편에서는 IMF(국제통화기금)와 WTO(세계무역기구)등이 신자유주의를 강요하면서 불공정한 세계화를 주도하고 있다. 그 본격적인 시작은 워싱턴 컨센서스 Washington Consensus 였다&amp;quot; 라고 신랄하게 비판한 사실은 &amp;#039;대놓고&amp;#039; 지적하지 못했다. &amp;lt;W&amp;gt;를 제작하는 공중파 방송 MBC가 &amp;#039;反세계화&amp;#039; 를 직접적으로 주장하는 일은 자칫 정치적 논쟁으로 휘말릴 가능성이 높아서일까? 한편으로, 방송사가 어느 한 쪽 정파의 견해와 비슷한 내용의 보도를 한다는 것 만으로 편파적이라고 매도당하는 것은 또 옳은 일일까? 그러나 멕시코의 사파티스타나 프랑스의 反GMO 운동을 &amp;#039;취재&amp;#039;한다고 하여 방송의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된다고 볼 수는 없다. 정치성이라는 것은 방송 그 자체가 아닌,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 방안을 찾는 과정에서 결정되는 것이고, 방송의 문제 제기는 그 시청자이자 유권자인 시민들의 정치의 활성화를 위한 당연한 방송의 책무다. 그렇기 때문에 방송의 &amp;#039;중립성&amp;#039;은 &amp;#039;결국 어느 누구의 편도 들지 않는 것 - 탈정치&amp;#039;와 같을 수 없으며, 특히 공영방송의 공정성 여부는 어느 정당의 견해와 일치하느냐가 아니라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에 부합하는가, 얼마나 사회적 소수자의 목소리를 잘 전달하는가에 따라 판단되어야 한다. 게다가 MBC는 공영방송이면서도 광고 수입으로 경영되는 상업방송이라는 점이 &amp;lt;W&amp;gt;가 얼마나 더 적극적으로 세계의 현실을 들춰갈 수 있을까 걱정을 품게 하는 태생적 한계다. &amp;lt;W&amp;gt;는 베이징 올림픽 때문에 살던 집에서 쫓겨나 길거리로 나앉게 된 중국의 판잣집 서민들을 보도했지만, 바로 그 베이징 올림픽 중계 때문에 3주나 결방했으며 그동안 MBC는 여타 방송사 못지 않게 베이징 올림픽을 &amp;#039;축제&amp;#039;로 보도했다. 하지만 &amp;lt;W&amp;gt;가 쉬건 말건 지구는 계속 도는지라 중국은 올림픽 기간동안 티베트 사람들에게 총격을 가했으며, 러시아와 그루지야의 전쟁은 이제 러시아와 미국의 냉전으로까지 확대되는 양상을 띄었다. W는 성장한다, &amp;#039;인간의 얼굴을 한 세계화&amp;#039;를 위하여 그렇다고 해서 &amp;lt;W&amp;gt;라는, 국내 최초의 정규 국제 시사 다큐멘터리의 효용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이 프로그램이 지속적으로 관심을 받고 이어져야 하는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amp;lt;W&amp;gt; 스스로가 상업 방송의 굴레를 조금씩 뛰어넘으면서 세계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각을 차츰 바꿔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3년에 가까운 시간동안 꾸준히 국제 취재를 해 온 &amp;lt;W&amp;gt;의 역량은, 2-3개국의 다른 뉴스를 이어 보도하는 평소의 틀에서 벗어나는 특집방송에서 더 발휘된다. &amp;lt;W&amp;gt;는 그동안 여러 차례 미국의 의료 보험 문제를 취재했지만, 대부분 비싼 보험료를 감당할 수 없어서 파산하기까지 하는 환자들의 개별적인 사례를 위주로 보도했을 뿐 그 비정상적인 의료 보험 체계를 누가 쥐고 흔드는지, 왜 개혁되지 못하는지에 대한 시스템적인 고찰은 미흡했다. 그러나 &amp;lt;W&amp;gt;가 2007년 100회 특집으로 마련한 &amp;lt;말라리아&amp;gt;특집은 달랐다. &amp;lt;W&amp;gt;는 국제 NGO &amp;lt;기아대책&amp;gt;에서 구호 활동을 하는 배우 조민기와 동행해서 말라리아로 고통받는 여러 국가들을 취재한 뒤, 그 원인과 대책에 이어 시청자들이 당장 할 수 있는 일(&amp;lt;기아대책&amp;gt; 에서는 말라리아 지역에 모기장을 지원하고 있다)까지 갈무리해서 알려줬다. 그리고 최근, 세계 식량위기 특집 편에서 &amp;lt;W&amp;gt;는 더이상 국제 문제가 한국과 관련이 없거나, 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했다. 처음에는 한국과 차원이 다른 고도의 식량난을 겪는 이집트와 아이티에서 보여줬지만, 같은 아시아의 농업국가였던 필리핀이 처한 현실은 전체 식량자급률이 25%에도 못 미치면서도 쌀 자급률만 98%라서 식량위기를 체감하지 못하는 한국인들에게 뼈아픈 충고를 남겼다. 1970년대만 해도 필리핀은 3모작이 가능한 농업국가였지만, 필리핀 정부는 1차 산업의 쇠퇴를 감수하면서 공업화에 몰두했다. 그러다 식량 위기가 도래하자 주요 곡물 수출국은 자국의 농산물에 수출금지조치를 내렸으며, 주식인 쌀을 수입해서 먹어야 하는 필리핀 사람들은 비로소 지난 날을 후회하고 있다. &amp;quot;정부는 우리의 소득이 높아지면 식량을 살 수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고, 쌀과 같은 기본 식량에서 우리는 식량 안보와 자급자족을 강력히 촉구합니다.&amp;quot; - 에스트렐라 / 아시아농업인연맹 &amp;nbsp; &amp;nbsp; &amp;nbsp; &amp;nbsp; &amp;quot;돈만 있으면 언제나, 어디서나, 무엇이든 살 수 있다는 생각은 위험한 착각입니다. 미래에 농업과 농부에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어떠한 가격으로도 식량을 살 수 없을 것입니다.&amp;quot; - 로버트 레슬러 / 국제미작연구소장 &amp;lt;W&amp;gt;는 방송의 공정성을 고민하면서도 그들만의 방식으로 좀 더 평등한 지구, 세계의 평화를 위한 활동을 찾아내가면서, 좀 더 평등하고 평화로운 세계화를 위해 취재를 나선다. 국제 사회에 대한 시청자들의 시각이 예전에 비해 많이 달라진 것 같다고 제작진들은 말했지만, 그에 못지않게 스스로도 조금씩 성장하고 있는 것 아닐까. 이제 &amp;lt;W&amp;gt;는 캄보디아의 고아들을 돌보는 빅마마, 라이베리아의 머시쉽(병원선) 등 &amp;#039;비교적 안전한&amp;#039; 자선 활동을 펴는 개인과 단체를 취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amp;quot;최전선의 사람들&amp;quot; 이라는 코너를 통해 목숨을 걸고서라도 환경과 인권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의 존재를 알리면서(미얀마의 배낭의료팀도 그들 중 하나다) 최전선의 그들과 만나기 위해 똑같은 위험을 감수하면서 카메라를 들고 길을 나선다. 그 보람으로 &amp;lt;W&amp;gt;는 그동안 국제앰네스티 언론상, 시카고 국제 TV 페스티벌 다큐멘터리 부문 우수상에 이어 세계 평화에 기여했다는 공로로 UNHCR(유엔난민기구)로부터 감사장까지 받았으며, 지금은 UNHCR과 공동으로 아프가니스탄 난민 청소년의 학비 지원 기금 모금 을 진행하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amp;lt;W&amp;gt;로 시작된 세계에 대한 관심은 다른 프로그램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amp;lt;W&amp;gt;의 전 책임프로듀서(CP)인 최승호 CP가 현재 제작하는 &amp;lt;MBC스페셜&amp;gt;에서, 역시 &amp;lt;W&amp;gt;의 제작진이었던 한학수 PD는 국제아동결연단체 &amp;lt;컴패션&amp;gt;을 통해 후원하는 아동을 직접 찾아가는 배우 차인표와 동행하며 &amp;quot;3만 5천원의 기적&amp;quot;을 제작했고, 이동희 PD는 &amp;lt;W&amp;gt;에서도 다뤘던 세계 식량 위기와 GMO 농수산물의 위험 논란을 함께 다룬 &amp;quot;밥 한공기&amp;quot; 를 통해 오늘날의 먹거리 문제를 알렸다. &amp;nbsp; - 러시아와 그루지야간의 전쟁으로 발생한 남오세티아 난민들에게 긴급 구호 물품을 제공하는 UNHCR의 활동 모습. 전세계 난민은 6700만명에 달하며(이는 이번 러시아-그루지야 전쟁 발생 전의 집계다) 이 중 80%는 여성과 청소년들이다. 그러나 지원해야 할 난민의 규모에 비해 국제 구호 단체의 자금액수는 늘 턱없이 부족하다. 사진 출처는 UNHCR - 그러나 지금, 안타깝게도 &amp;lt;W&amp;gt;를 더 잘 만들어달라고 요구하는 것조차 어쩌면 한가한 소리가 될 지 모르겠다. MBC는 엄기영 사장 취임 후 공영성 강화를 위하여 드라마와 시사 프로그램의 시간대를 맞바꾸는 등 방송시간을 조정했지만, &amp;lt;W&amp;gt;는 금요일 밤 11시 50분이라는 시청률 사각지대에서 움직이지 않았고 홈페이지의 다시보기 서비스도 유료화되어 있다. 하지만 지금 &amp;lt;W&amp;gt;제작진을 비롯한 MBC의 사람들은, 각자 제작하는 프로그램의 공영성 이전에 그들의 직장이 통째로 공영방송으로 살아남느냐&amp;nbsp;하는 위기의식부터 느끼는 형편이다. 지난 8월 17일, KBS 1TV의 &amp;lt;KBS스페셜&amp;gt;에서는 &amp;quot;언론과 민주주의 - 베를루스코니의 이탈리아&amp;quot; 를 방영했다. 출판사, 신문사, 방송국등을 모두 소유하고 있던 미디어 재벌 베를루스코니는 기존 정권의 무능함을 비판하고 자신의 성공스토리를 미디어로 홍보하면서 정계에 입문한 뒤 총리의 자리에까지 올랐다. 그리고 그의 당선 이후, 이탈리아의 TV에서는 민영, 공영방송을 가리지 않고 정치에 대한 비판 대신 엔터테인먼트 위주의 쇼들이 난무하면서 국민의 정치 의식을 희석시켜 가고 있다. 그러면서 베를루스코니의 친인척과 측근들이 미디어를 장악하고, 자신들의 무능함과 비리를 합리화하는 실태가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온갖 상을 받고 고정 시청자층을 확보하고 있어도, &amp;lt;W&amp;gt;는 국내 보도에 비해 제작비가 많이 들고, 제작기간이 길며, 위험하고, 기득권층을 비판하는데, 공익성은 강하지만 수익성은 낮다. (그래서 최승호 CP 역시 &amp;quot;봉사하는 정신으로 만드는 프로그램&amp;quot; 이라고 말한 바 있다.) 베를루스코니의 미디어 제국이 한국에까지 도래한다면, &amp;lt;W&amp;gt;, 괜찮을까? 그때에도 &amp;#039;세계를 향한 새로운 창&amp;#039;의 역할을 다부지게 해낼 수 있을까? 이 글의 저작권은 다정스페이스에 있습니다. 다른 웹사이트에는 글을 퍼가지 말고 글 주소를 링크시켜주세요. 또한 프리젠테이션, 레포트, 기사 작성 등의 용도로 인용할 때는 가급적 댓글이나 방명록을 통해 메시지를 남겨주세요. 무단 도용, 불펌, 표절, 출처를 밝히지 않는 인용 및 기타 저작권 침해를 절대 금지합니다. PS-1 (2008년 9월 13일에 추가) 베이징 올림픽이 끝나자마자 &amp;lt;W&amp;gt;는 그루지야 전쟁 현장을 잠입 취재해서 보도했습니다. 다른 해외 취재진들이 다들 그루지야군을 따라 남하하는 와중에, 아무것도 모르고 북쪽으로 올라갔다가 위험천만 하셨다고.....(9월 12일 방송된 추석특집에서 제작진 인터뷰로 나왔습니다^^ 그런데 추석연휴의 다른 특집 프로그램들에 밀려서 새벽 1시 넘어서 방송된 점은 역시 아쉽네요.) PS-2 이 글에서 인용된 &amp;lt;W&amp;gt;방영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글 순서대로 정리, 괄호 안은 방영날짜) 미얀마 에너지 가격 급등 반대 시위 (2007/9/28) 마이너리그 그녀들의 특별한 미스 지뢰 선발대회 (2008/4/11) 정글 속의 사투, 백 패커스 Back Packers (2008/8/1) 지구 온난화 위기 특집 - 반기문, 기후 변화 최전선에 서다 (2008/1/4) 키리바시의 꼬레꼬레아 (2005/8/26) 한미 FTA, 강요당하는 비싼 약값 (2006/7/14) 영국, 수퍼 박테리아의 공포 (2008/7/18) 프랑스 최악의 주택난 - 우리 아이들이 방을 구하려고 몸을 팔아야 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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