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이 알아서 할게, 너희는 공부나 열심히 하렴?
-배제되는 청소년, 뒷걸음치는 주체 의식 -
다정(http://dajungspace.com)
먼저, 다음 두 글을 보자. 이것은 MBC 100분
토론에서 최근 교육문제를 다룬 두 토론의 내용 안내문으로, 100분 토론 홈페이지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2003년 12월 4일 (목) 제 181회
주제: 사교육편중, 해결책은?
기획의도: (중략) 날로 심각성을 더해가는 사교육 시장 편중 현상, 과연 왜곡된 교육 경쟁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인가? MBC100분 토론은 사교육비 편중 현상의원인과 문제점, 사교육비 경감과 공교육 강화를 위한 대안은 무엇인지 토론해본다.
출연패널 : 이종재(한국교육개발원장), 유영국(서울시 교육청 중등교육과장), 장혜옥(전교조 수석부위원장), 하광호 (한국 학원총연합회 인문교육협의회장) 전은혜(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모임 대표)
2003년 6월 5일 (목) 제 175회
주제: 끝장토론 2 - NEIS와 교육계갈등, 해법은 없나
기획의도 : (중략) 은 지난 5월 8일의 정치개혁 끝장 토론에 이어 그 두번째 '끝장토론' 주제로 'NEIS와 교육계 내부의 갈등 문제' 를 선택하고, '솔직한 비판과 합리적 대안 찾기' 를 시도한다. 정부와 교육단체, 학부모단체, 국회의원 등교육 관련자들의 대표를 모두 모아 '설득과 타협의 대안 찾기' 를 통해 우리의 교육 현장이 '갈등이 아닌 화합의 장' 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허심탄회한 토론을 벌여본다.
출연패널: 서범석(교육부차관), 김정숙(한나라당 국회의원 - 교육위원), 이미경(민주당 국회의원- 교육위원), 송원재(전교조 대변인), 황석근(한국 교총 대변인), 박경양(참교육 학부모회 회장),남승희(학교사랑 실천연대 운영위원장)
이게 뭐가 이상하냐고? 다시 스크롤을 위로 올려 제목을 한번 더 읽어주시길 부탁드린다. 그리고 '출연패널' 의 명단을 다시 찬찬히 기억해주시길 부탁드린다. 자, 이제 알아채셨는가?
그렇다. 분명 위 토론의 주제들은 대한민국이 지긋지긋하게 앓아오면서도 고쳐지지 않는 고질병,
교육문제 - 특히 의무교육기관 취학률이 거의 100%에 달하는 한국 공교육계의 문제이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학교 문제를 이야기 하는데 정작 그 학교에 다니는
'학생' 의 그림자는 눈씻고 찾아봐도 없다. 사교육비 편중 현상을 없애기 위한
정책을 논의하는 '어려운' 자리에는 아직 '지식' 이 부족한 청소년이 전면에 나서지
않는게 당연하지 않느냐는 반론이 나올 수는 있다. 그런데 100분 토론 측에서
그만큼 심각하다고 판단하고, '끝장' 으로 준비한 네이스 관련 토론에서도 정작 '인권이
침해' 당하는 학생의 발언은 찾아볼 수 없다. '교육 관련자의 대표들을 모두
모았' 다는데 그럼 학생은 교육관련자가 아니라는 말인가? 어린 학생을 패널로 끼워넣기에는
성인과 너무 수준차가 심각하기라도 하는가? 물론 중간에 학부모 한 분이 마이크를
잡고 항의하기도 했고, 전교조와 참교육학부모회 측에서 열심히 인권 침해의 소지가 있다는
것을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똑같은 이야기를 하는데 왜 '인권을 침해받는 당사자'
대신 그의 '보호자' 가 나서야만 한단 말인가? 이런 상황에서는 청소년 커뮤니티
사이트 아이두에서 실시한 네이스 반대 운동이나, '행정 편의만을 위해서 국가가
개인의 정보를 가져간단 말인가' 는 학생들의 항의는 그저 '나라 일을 잘
모르는 어린 아이들' 의 '뭘 모르는' 투정일 뿐이다.
골치 아픈
문제는 어른들이 떠맡을테니, 아이들은 공부나 하렴?
이런 사태(?)는 비단 TV토론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각종 뉴스의 인터뷰에서도 학생의 생각은 그저 정책입안자들이 '참고'(만) 해야 할 인터뷰 대상이고, 깊이 생각하지는 못한채 그냥 불편하면 불편하다고 말하는 것, 으로만 여겨질 뿐이다. 왜 내가 선생님에게 매를 맞아야 하냐는 학생의 항변은 그저 '곱게 자란 요즘 아이들이라 고생을 참을 줄 모르는 것' 으로 치부된다. 그리고 이런 어른들의 생각은 고스란히 학교 시스템으로 옮겨진다. 대한민국의 중고등학교에서 학생회가 주도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곳이 도대체 얼마나 있는가? 학교와 학부모들이 결정하는 야간자습, 규율, 교과 과정들을 그냥 힘들어도 따라야 하는 게 학생의 현실이고, 뭔가 이상하다고 느껴서 적극적으로 문제제기를 할라치면 선생님, 부모님 심지어 주위 친구들에게까지 '너 참 유별나다. 남들 다 그러고 사는데 그냥 참지? 니가 혼자 그런다고 뭔가 바뀌니?' 라는 말을 듣는다. (잘못하면 너 대학가서 운동권 들까봐 걱정된다는 어른들의 진심어린 충고(?) 까지 곁들여진다) 대한민국에서 학생, 더 나아가 청소년은 그저 사회적 약자라서 '청소년보호법' 으로 감싸줘야 하지만, 막상 그들이 하는 말은 대부분 '철없는 소리' 내지는 '어린데 생각이 꽤 깊은 정도' 로만 치부되기 일쑤다. 그러면서 청소년들은 철저히 객체화 되고, 자기자신과 관련된문제에도 어른들이 알아서 하겠지 하는 생각만하게 될 뿐이다. 땡새벽부터 일어나 아침도 못 먹고 오는 아이들을 위해 깜짝 이벤트로 최고급 식당의 요리사가 나와 영양식을 차려주고, 유명 코미디언이 나와격려해주기도 하지만 어디까지나 '고생하는 아이들을 위한 어른들의 배려' 일 뿐이지, 막상 0교시 폐지를 주장하는 청소년 단체의 목소리는 언론에 제대로 보도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왜 청소년이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하는 것일까? 근본적인 문제는 기성 세대의 두뇌속에 '청소년 = 나의 자식 = 사회적 약자 = 미숙한 존재' 라는 공식이 박혀있다는 데 있다. 청소년이 겪는 고민들은 다 나도 옛날에 겪어봤던, 지나고 나면 사소하게 느껴지는 문제들이고, 아직 고등학교도 마치치 못했는데 공부를 아무리 잘해도 세상을 보는 눈이 부족할 것이라는 섣부른 판단 덕택인 것이다. 사교육 문제도 일차적으로는 사교육비 부담을 짊어져야 하는 부모님의 고생 문제이고, 엉뚱하게 사교육이 팽창하는 바람에 겪는 국가 운영의 문제이지, 햇빛도 못 보고 학교와 학원을 들락날락 해야 하는 학생들의 인권 문제는 그냥 '맞아, 그것도 문제야. 근데 너희는 가만히 앉아서 공부나 하지, 우린 그 돈 벌려고 나가서 갖은 고생을 다 한단다' 는 식으로 넘어가기 일쑤다. 이러니 불합리한 학교 교칙의 개정이나,국가 교육정책의 수립에 있어 학생의 의견이 적극적으로 반영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할 수밖에. 그리고 이렇게 자신들의 사회, 즉 학교에서 제 목소리를 내지 않고 그냥 그렇게 되나보다 라는 식의 수수방관만 해온 청소년들은, 막상 스무살이 넘어서 투표권이 주어졌어도 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도 않고, 다른 사회 문제에도 '나랑 관련 없으니까'라는 느긋함(?)으로 시민의식을 내버려 두기 십상이다. 학생 자치가 일찍부터 자리잡았다면, 학생들의 의견이 적극적으로 사회에 반영되었다면 선진국의 정치수준에 한참 못 따라간 대한민국에서 벌써 젊은 층의 투표율이 이렇게나 낮다는 걱정이 나왔을까? 따지고보면 모든 사회문제가 개개인과 관련이 있는데도, 자기와 직접 이해관계 없는 일에는 나몰라라 하다가 막상 의약분업 사태가 오자 과감히 파업을 선택하는(!) 의사들이 괜히 등장했다는 말인가?
하지만 중고등학생 나이 정도의 10대라면, 아직 대학 수준의 사회과학을 접하지는 못했더라도, 그래서 논리력이 조금 부족할 지는 몰라도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는 '옳고 그른 것에 대한 구별감각' 은 가지고 있다. 그리고 청소년 스스로 뽑아 보낸 대표라면, 적어도 대화 상대로 마주 앉아 같이 대책을 논의할 수준은 되고도 남는다. (믿지 못하겠는 분은 청소년 관련 인터뷰들이나, 자생적으로 만들어진 10대 커뮤니티 사이트들을 틈나는대로 찾아봐보시길 권한다. 그리고 사실 성인들도 '대표' 정도 되는 수준이 아닌 이상 사회 문제에 얼마나 '전문적' 이신가? 스스로를 돌아보시라) 철부지라고 나무람을 당하는 청소년들도 날 위해 고생하시는 부모님에게 미안함과 감사한 마음을 저마다 가지고 있다. 게다가 점점 체계적으로 굳어가는 입시 위주 체제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교과서 밖의 더 넓은 지식을 찾아 책으로, 인터넷으로 떠나는 기특한 청소년들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너는 이 세상의 중심에 서게 될거야
이렇게, 반갑게도 학생들 스스로 목소리를 높이기 사작했으며 이는 인터넷이라는 매체의 보편화와 함께 보다 더 적극적으로 진행되고는 있다. 앞서 언급한 아이두 라든지. 학생들이 만든 학생회 사이트들, 10대 언론 매체들,그리고 기타 포털사이트 게시판에서는 교육 현장에서 살고 있는 학생들의 생생한 의견과, 정책제안들을 만날 수 있다 (물론 이들의 제안이 모두 완벽한 것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들어두고 참고하는 수준을 넘어서서 미처 정책 입안자의 입장에서 생각하지 못한,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할 문제점을 꿰뚫는 경우도 상당하다). 이런 의욕적인 청소년들이 있는 한 대한민국의 미래는 여전히 밝다.
이제 이런 청소년들의 목소리에
기성 세대는 적극적으로 귀를 기울이고, 대화 상대로 인정해야 할 것이다. 각종
교육정책을 만든다지만 일차적으로 그 피해 (솔직히 피해라는 말은 쓰고 싶지 않지만
그간의 입시 정책 중에서 학생들이 피해의식을 느끼지 않은 경우는 그닥 찾기 어렵다고
여겨지므로....)를 보는 '주체' 는 학생들이 아닌가? 학생들은 교육 서비스나 받아 먹는,
손발 다 잘리고 입이 닫히고 생각마저 짧은 철부지 '객체' 가 아니다.
동등한 인격체이자, 경험이 아직 부족한 면이 있더라도 합리적 사고능력까지는 충분히 갖춘
'예비 지식인' 이다. '매를 들어서라도 가르쳐야만 정신을 차리는' 미숙한 존재가 아니라,
충분히 대화도 통하고, 오히려 가르치는 사람에게 배울 점을 주기도 하는 착하고
똑똑한 존재들 아닌가. 오히려 이들을 수동적으로 만든것은 체벌이 상습화되고, 어른들의 낡은
사고에 대한 비판을 버르장머리 없는 것으로 여겼던, 그대들 기성세대의 책임 아닌가.
이제 학생을 동등한 존재로 여길 때도 한참 됐다.
(사실 가장 답답한 점은, 왜 학교의 교장 이하 교사들은 학생의 '자치 능력' 을 의심하는가 하는 것이다. 막상 학생이 미성숙한 존재라고 쳐도, 그 미숙한 존재들이 모여있는 그들만의 공간인 '학교' 에서 자꾸 자치경험을 쌓고, 가끔 시행착오도 해 봐야지 큰 사회에 나가서도 시민의식을 가지고 사회에 참여하지 않겠는가?중고딩 시절에는 참았다가 대학 가고 나서는 너희 맘대로 해라, 는 논리는 뒤늦게 자치 활동을 시작해서 오는 큰 시행착오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무책임한 태도이다. 학년 별로 교과서 파고 수능 대박나서 대학을 가는 게 다가 아니라, 학생 스스로 주도하는 정치 경험, 행정 경험도 성인이 되기 전 경험해야 하는 민주 시민으로서의 중요한 수업 과정인 것이다.
모든 학생들은 졸업을
하고, 더이상 선생님이 가까이에서 도와주지 않아도 혼자서 해 나가야 하는 성인으로
크게 된다. 그러면 교사는 학생이 '혼자서도 잘 할수 있게끔' 크게 간섭하지
않으면서 도와주는 선으로만 교육을 시켜야지, 그저 내가 하라는 대로만 하면 다
잘된다는 무책임한 발상은 피해야 할 줄로 믿는다. 학생은 학교의 주인이고, 교사는
그 학생을 돕는 보조자라는 것이 선진국에서는 이미 보편화된 의식이다.어딜 학생이 선생님을
무시하냐고? 천만에. 학생과 교사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애정, 함께 질 높은
수업을 만들어나가려는 노력 역시 한국에 비해 월등하다. 그리고 설령 '어린 학생들'
이 신경 안 쓰게 어른들이 알아서 학교를 꾸려나가신다 한들, 그래 얼마나
잘하셨는가? 한국의 사립 중고등학교, 대학교에 재정 비리 의혹이 제기될 만한 곳이
얼마나 많은데 말이다.)
많은 기성세대들은 입시 위주 교육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막상 학생들이 자치적인 학생회나 동아리 활동에 나서는 것은 '선생님 눈 밖에 날 까봐', '공부에 방해될까봐' 라는 이유로 두려워한다. 하지만 그 걱정의 근본에는 학생은 그냥 어린 아이들이라는 생각이 도사리고 있지 않은가? 이제는 그런 잘못된 편견을 걷어낼 차례다. 그 옛날 방정환 선생이 '어린이' 라는 혁명적인(!) 칭호를 붙이며 아이에게 인권이 있다는 것을 역설한 이래로, 경제력은 좀 좋아졌어도 사상면에서 지금까지 나아진게 뭐란 말인가? 사실 우리나라 교육의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 또한 학생을 교육 주체로 인정하지 못하고, 그저 '수업이나 듣고 공부나 하고 밥이나 얻어 먹는'존재로 치부한 데에서 온다.
우리 청소년들이 더 적극적으로 되었으면 좋겠다. 비록 참정권은 아직 따내지 못했지만, 이대로 노력하게 되면 자치적이고 학생 주도적인 학교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설령 입시 위주로 돌아가는 학교 운영 체계까지 극복하지 못하더라도, 불합리한 교칙이나 체벌 문제, 교사의 질 낮은 수업에 대한 개선 효과는 상당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그렇게 되는데, 어른들이 청소년 문제를 해결한답시고 청소년보다 더 목소리를 크게 내서 거꾸로 청소년이 객체화되는 우(愚)를 범하지 않는 대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도움을 줄 수 있다면 더할 나위없이 기쁘겠다. 학생은 단순한 교장과 재단이사장을 비롯한 학교운영진의 견제자가 아니라, 학사 운영의 중심에 서서 자신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야 할 것이다.
'법은 권리 위에 잠자는 자를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는 격언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청소년이 교육 문제에 관해서라도, 적어도 그들끼리 사는 학생 사회 내에서만이라도 주도적인 존재가 되기를 원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적극적으로 나서는 청소년과, 변화를 수용하고 대화 상대로 인정하는 기성세대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청소년은 사회의 현재이자 미래이므로!
PS - 학생을 교육의 객체로만 미뤄놓고 추진한 졸속 정책은, 최근이런 결과를 낳았다.
[한겨레] EBS 수능 출제를 바라보는 고3의 씁쓸함
올해 수능을 앞둔 고3 학생이다. 교육부에서는 교육방송(EBS) 강의 내용을 수능에 반영하겠으며, 그것이 사교육을 억제할 수 있는 길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 이것은 너무나 허황된 이야기다.
현재 나는 학교에서 하루에 수업을 평균 5시간 정도 받고 있다. 밤 10시까지 하는 자율학습시간 동안, 나는 교육방송 교재만 풀고 있으며, 1주일에 평균 5권 정도를 풀고 있다. 꽤나 빠른 속도라고 생각하는데도, 서점에 가면 교육방송 교재는 아직도 쌓여 있고, 또 새로운 교재가 계속해서 출간 예정이거나 출간중이다.
이미 학원이나 과외는 접은 지 오래이며, 오로지 교육방송 교재를 풀고만 있는 데도 따라가기가 벅차다. 그런데 이제는 강의까지 다 보라고 하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교육방송의 평균 강의시간 50분을 강의 수로 곱해서 생각해 보니, 과연 수능 때까지 다 보는 게 가능은 한지 의심스러웠다.
이런 말도 안 되는 행정으로 대한민국의 고3은 하루하루 숨통이 죄어온다.
교육방송의 취지에 공감하고 그 방향에 대해 긍정하지만, 최소한 현실적으로 가능하게 해 놓고 시행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이러다가는 모든 수업시간을 교육방송 시청시간으로 바꿔야 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김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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