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를 그야말로 "휩쓸었던" 디즈니의 뮤지컬 애니메이션 - <인어공주>,<미녀와
야수>,<알라딘>,<라이온킹> 등의 작품들을 회상하면서 쓴 글입니다. 소싯적에, 혹은 지금까지도 이 애니메이션들의 OST를 흥얼거린 분들, 어릴
적 디즈니 비디오 테잎을 교실에서 다같이 본 분들, 아니면 이 작품들을 동시대에 접하지
못한 어린 세대들이라도, 모두 Hakuna Matata ~
에리얼,
노래를 불러줘요
-디즈니 뮤지컬 애니메이션 종합
리뷰-
만성적인 경상수지 적자에 시달리는 미국이라지만, 그럼에도 오늘날의 어마어마한 '팍스
아메리카나 Fax Americana' 를 이루는 데 기여한 산업들은 일명 "3M" 으로 일컬어집니다. 미국이라는
나라를 지구촌의 독보적인 1인자로 심는 데 성공했던 대표적인 산업 브랜드가 맥도널드
MacDonald, 마이크로소프트 Microsoft 그리고 미키 마우스 Mickey Mouse - 이렇게 3개로 꼽힌다는 거죠.
전방위적인 미국 대중문화, 특히 헐리우드의 영화들을 "미키 마우스" 라고 대표할 정도로 디즈니의
파워는 막강했지만, 정작 1990년대 디즈니사(社)의 최고 히트상품은 그 옛날 월트 디즈니가 직접 만든 미키 마우스와 그 친구들이 아닙니다. <인어공주 The Little Mermaid 1989>,<미녀와 야수 Beauty and the Beast 1991>,
<라이온 킹 The Lion King 1994> 등의 뮤지컬 애니메이션 이었죠.
디즈니가 단지 미국인들에게만 보여주기 위해 1980년대 후반부터 스탭들을
영입하고 그들만의 북뮤지컬 Book Musical 을 제작할 수는 없었다는 건 지극히
당연합니다. 적어도 일반 영화에 비해 기술적인 비용이 서너 배는 더 많이
들어가는 애니메이션의 특성상, 해외 개봉 수익까지 챙겨야 본전을 뽑을 수 있는
상황이니까요. 전 세계 극장이 있는 어느 곳에나 먹히는, 그러면서도 남녀노소 누구나
보면서 즐거워할 수 있는 애니메이션이어야 한다면 어디서부터 출발해야 했을까요?
지구 정복을 꿈꾼 디즈니
디즈니가 어떤 선택을 했는지 그들의 초기작에서부터 되짚어 보죠. <인어공주>, <미녀와
야수>,<알라딘 Alladin (1992)> -이 작품들의 공통점은 원작이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동화
또는 설화이면서, 초등학교 저학년 이하 연령대의 그림책으로 주로 출판되기에 웬만한 아이와
어른들은 모두 접한 적 있는 익숙한 소재들입니다. 디즈니가 이 이야기들을 그냥 그대로
갖다 쓰기만 했다면 당연히 식상한 작품만 되었을 겁니다. 하지만 디즈니는 이
동화들을 기본적인 플롯만 남기면서 대대적으로 각색하는 데, 그 구체적인 방법은 (1) 일단
짧은 동화를 90분 이상의 러닝타임 분량으로 늘리고 (2) 그 안에 새로운
캐릭터들도 등장시키며, 필요하다면 결말마저도 해피엔딩으로 바꾸면서 (3) (디즈니가 새로 만들어낸) 코미디와
음악을 적재적소에 배치한다, 라고 요약할 수 있습니다. 이게 대중의 기호와 어긋나는
결과물로 나온다면 더더욱 욕을 먹었겠지만, 디즈니는 이 작업을 통해 동화에서 차용한
스토리를 넘어서 디즈니만의 독자적인 재미와 참신함을 각인시키는 데 성공합니다. 전 세계가 다
아는 동화를 디즈니가 더 재미있게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었다더라,는 관객들의 반응과 함께 결과적으로
'문화 장벽'도 무너지게 되는 거죠. 물론, 뭐든 다 해피엔딩으로 바꾸다보니 원작 동화의
고유한 색깔은 어디다 엿 바꿔 먹었냐, 왜 <알라딘> 자스민 공주의 의상이
이슬람 문화권의 실제 모습에 비해 노출이 심하냐 (이 때문에 <알라딘>은 당시
이라크 등에서 상영금지 되기도 했었지요.) 등의 비난은 계속 디즈니 작품들을 졸랑졸랑 따라다니게
됩니다.

하지만 디즈니의 애니메이션들이 줄줄이
흥행에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역시 '뮤지컬'을 극장판 애니메이션에 도입한다는, 선구적인 시도였습니다.
배경음악을 영상에 까는 걸 넘어서서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직접 노래를 부르게 하는
설정은 디즈니가 원작을 제멋대로 바꾼다는 비난을 가뿐히 뛰어넘으면서 일반 헐리우드 영화보다
더더욱 알찬 부가가치를 창출하게 했을 뿐더러,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단골로 수상하면서 그 작품성까지
인정받게 만드는 1등 공신이었죠. 셀린 디온 Cellin Dion, 올포원 All-4-One,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Christina Aguilera 등의 스타
뮤지션들이 부르는 주제가들은 늘 빌보드 차트를 넘어 전 세계에 히트 팝으로 자리매김
했습니다.

게다가 디즈니는 노래를
단순히 끼워넣는 이벤트 그 이상으로 활용해서, 주인공들의 노래를 통해 내러티브가 진행되게까지
했습니다. <미녀와 야수> 에서는 주인공 벨의 캐릭터와 배경이 되는 마을 이야기를
도입부의 #Belle 에서, 한 노래를 벨과 모든 마을 사람들이 돌아가며 부름으로써
불과 5분 9초만에 모두 소개시킵니다. <라이온 킹>에서 아기 사자 심바는 빨리
왕이 되어서 앵무새 자주의 잔소리 좀 안 들었으면 좋겠다며 #Can't Wait to Be King 을
부르는데, 애니메이션에서만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시공간의 초월 (심바와 날라가 뛰어다니는
초원이 순식간에 숲으로 바뀌고 다른 동물들의 코러스가 등장하는 식으로) 뒤에 곧바로
하이에나 소굴이 나오죠. 심바가 티몬과 품바를 따라 신나게 #Hakuna Matata 를
부르는 사이, 시간이 흘러 그는 어른이 됩니다. 이런 구성은 전체 스토리
상에서 어디에 노래를 넣고 어떻게 구성할 지, 치밀한 트리트먼트 작업이 있어야
하며 그를 실현시키기 위한 기술력과 자금력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한 일이었겠죠.
십 년이 흐른 뒤 노래는
사라지고....
이런
디즈니의 선구적인 감각이 채 10년을 가지 못했다는 게 정말 아까운 일입니다. 디즈니에도
암흑기가 찾아오는데, 바로 <포카혼타스 Pocahontas 1995>와 <노틀담의 꼽추 The Hunchback of Notre Dame 1996>,
<헤라클레스 Hercules 1997> 등이 줄줄이 저조한 흥행에
머무른 것이었습니다. 디즈니는 그동안 동화를 각색하는 데서 한 발 나아가 <라이온
킹> 에서는 스스로 창작한 (그러나 데츠카 오사무의 '밀림의 왕자 레오' 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도 전해지는) 이야기로 크게 히트친 바 있습니다. 그러나 디즈니 애니메이션은
보기 드물게 흥행 성적과 작품성이 비례하는 역사를 가진 장르입니다. <포카혼타스> 부터 시작된
디즈니의 슬럼프는, 그들이 그들 스스로 쌓아온 성공 노하우를 버리고 다른 길을
찾아보던 것이 패인이었습니다.
<포카혼타스>는 예전 앵글로색슨 족의 미국
개척(....은 무슨? 침략이지!)에서 있었다고 하는 인디언 여성과 백인 남성의 로맨스를 다루고,
<헤라클레스> 는 그리스 신화를 따서 만든 코미디입니다. 하지만 이 두 작품은
<인어공주> 나 <알라딘> 등에 비교해 볼 때 기승전결도 훨씬 평면적이고, 그다지
웃기지도 않으며, 영화를 본 뒤에도 생각나는 멜로디가 가물가물할 정도로 '썰렁한' 결과를
낳았습니다. 그럼 <노틀담의 꼽추> 는 어떨까요. 짧은 동화의 플롯을 '바꾸고 불려서'
각색했던 전작들과 달리, <노틀담의 꼽추>는 빅토르 위고의 꽤 두툼한 소설을 원작으로
삼아, 콰지모도를 주인공으로 만든 야심작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세세한 스토리를 오히려 많이 덜어내면서
각색을 해야 하는데, 그러다보니 결과물은 그동안 발휘된 디즈니의 능력이 의심될 정도로
'산으로 가는' 이야기가 되고 말았죠.
디즈니는 화면 속 만화 캐릭터가 대사를 말하는 입 모양이 실제 더빙과 정확히 맞아떨어지게 하기 위해서 초벌 시나리오 완성 - 성우의 1차 더빙 - 대사에 맞춰 입 모양을 그려가면서 애니메이션 셀 제작 - 완성된 필름으로 성우의 2차 더빙이라는 번거로운 작업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이는 픽사의 3D 애니메이션에도 그대로 계승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하려면 제작비가 더 많이 드는 건 둘째 치고라도, 일단 시나리오를 확실하게 잘 만들어야 후반 작업의 완성도도 보장할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콰지모도를 가둔 프롤로 주교와 대결 구도로 가나 싶더니 에스메랄다를 짝사랑하고, 그러나 둘이 맺어지는 것도 아니고 정작 멋진 활약은 호위병사 피버스가 다 하고, 결국 콰지모도는 에스메랄다와 프롤로의 들러리(!) 로까지 전락하는 갈팡질팡한 진행을 보였습니다. 이러면 그동안 디즈니 애니의 흥행 요인이자, 캐릭터 상품의 인기를 구축하던 원 톱 주인공의 매력은 뚝 떨어질 수밖에 없지요. 더군다나 '꼽추' 라는 설정 탓에 콰지모도가 다른 여타 디즈니 주인공들보다 '덜 예쁜' 건 사실인데, 이를 캐릭터의 활약으로 만회하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역효과를 내고 만 것이죠.
물론 이 작품에서도 디즈니의 발전된
역량이 드러나기도 했었습니다. 정교하게 묘사된 노틀담 성당과 파리의 풍경을 비롯해서, 엔딩
테마 #Someday 도 지금까지 사랑 받는 디즈니의 노래 중 하나이구요. 그리고
<노틀담의 꼽추>는 한 노래의 기승전결을 따라 전혀 다른 극의 진행을 보여주는
데, 초반의 #Out There 트랙에서 도입부는 프롤로 주교가 콰지모도에게 '내가 널 살리고
입히고 먹이니, 영원히 노틀담 다락방에 처박혀 있으라'는 저주를 하지만, 중반 이후에는
콰지모도가 노틀담 안에서 자라 노을 지는 풍경을 바라보며 꿈을 노래하는 극단적인
변화를 한 노래로 묶어서 소화해 냅니다. 하지만 음악이 플롯의 약점 자체를 없던 일로
돌릴 수는 없죠. 어쩌면 소설 <노틀담의 꼽추> 를 원작으로 택한 것 자체부터가 패착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원작을 먼저 접해본 독자들이야 알겠지만, 위 소설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애니메이션의 원작으로 삼기에는
의아할 정도로 암울하니까요. 빅토르 위고가 콰지모도를 인간 승리의 영웅으로 그리고 싶어서
이 소설을 쓴 게 아니라, 모두가 선망하는 으리 번쩍한 도시 파리,
그 중에서도 가장 찬란하다는 노틀담 - 정작 그 안에 갇혀 있는
게 꼽추라는 상징을 통해 그 시대 인간들의 이중적인 속물성을 가차없이 그려냈기
때문입니다. 원작 속 프롤로 주교는 사실 차마 종교인이라 칭하기도 민망할 속물이고,
피버스는 제멋대로 여자들과 희희낙락하는 호색한이었으며, 에스메랄다는 세상 물정 잘 모르고 이용만 당하다
죽는 비련의 소녀였거든요.

알고보면,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부진에는 외적 요인이 먼저 작용합니다.
디즈니가 독자적인 뮤지컬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기로 하면서 영입한 스탭은 작사가 하워드 애쉬먼과
작곡가 앨런 멘켄이었는데, 하워드 애쉬먼은 1991년에 사망하면서 <알라딘>에 부분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마지막이
됩니다. 그 후 <라이언 킹> 에는 작곡가로 엘튼 존이 합류하여 큰
성공을 거뒀지만, 디즈니의 프로듀서 제프리 카젠버그는 디즈니를 떠나 스티븐 스필버그와 드림웍스 Dreamworks를
설립했죠. 그러나 어찌 된 일인지, 디즈니의 부진 못지 않게 드림웍스의 <
개미 Antz 1998 >, <이집트 왕자 The Prince of Egypt 1998> 등도 전성기의 디즈니보다는 한결 기대에 못
미치는 흥행 성적을 거둡니다. 물론 몇 작품이 부진했다고 해서 그동안의 애니메이션 제작
노하우가 사라지는 건 아닐지라도, 진짜로 아쉬운 점은 드림웍스는 물론이고, 뮤지컬 애니메이션의
메카였던 디즈니마저도 자회사인 픽사 Pixar를 통해 본격적으로 3D 컴퓨터 그래픽 애니메이션으로 전환한
것입니다. 드림웍스는 <치킨 런 Chicken Run 2000> 과 <슈렉 Shrek 2001> 등의 애니메이션을 히트시켰지만
다른 실사 영화를 더 많이 제작합니다. 디즈니 역시 실사 영화 제작을 하는
건 마찬가지지만, 픽사에서 제작한 <토이스토리 Toy Story 1995> <인크레더블 The Incredibles 2004> <라따뚜이 Ratatouille 2007>, 그리고 최근의 <월-E WALL-E 2008> 까지 작품성과
흥행에서 모두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영화음악에는 정성을 쏟을지언정 90년대처럼
뮤지컬을 애니메이션에 구현하지는 않으며, 디즈니같은 경우는 오히려 자사의 <라이언 킹> 과 <미녀와
야수> 를 브로드웨이 뮤지컬로 공연하면서 엘튼 존과 <아이다 Aida 2000> 등의 새로운
극장 뮤지컬을 제작했습니다.
에리얼, 당신의 노래가
그리워요
디즈니 뮤지컬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면서도
사람들은 '해피엔딩으로 바꾸니까 스토리가 가벼워진 건 사실이다', '나름대로 재미있긴 하지만, 원작
동화에 담긴 아련함이 사라졌다' 는 생각은 대부분 가지고 있었습니다. 흑인 등
미국 내 소수 인종이 주인공으로 등장하지 않는다는 지적은 끝까지 지속되었고 디즈니 때문에
전 세계 어린이들이 미국 위주의 세계관을 갖게 된다는 비판까지 나올 지경이었습니다.
하지만 디즈니의 뮤지컬 애니메이션은 물량공세적인 마케팅이나 배급을 떠나서 그 작품 자체에서부터 흥행성과
재미를 갖추고 있었던 건 틀림없는 사실이었습니다. 그 때나 지금에나 노래와 영상을 엮어내는
기술은 여전히 독보적이지요. 이랬으니까 전 세계의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디즈니의
영상과 음악에 취했고, 지금도 많은 가수들이 이들의 노래를 리메이크 하고 무대에서
부르는 거 아니겠습니까.
디즈니의 극장판 셀 애니메이션의 마지막이라 할 수 있는
<타잔 Tarzan 1999>이 개봉한 지도 어언 십 년이 흐른
뒤, 이제 <인어공주> 와 <미녀와 야수> 등의 애니메이션들은 그 자체가 아련한
추억이 되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좋은 애니메이션들은 미국과 일본 등에서 꾸준히 제작되고,
스튜디오 지브리의 작품을 비롯해서 <카우보이 비밥 Cowboy Bebop 1998> 이나 <시간을 달리는 소녀 The Girl Who Leapt Through Time 2006 >
등과 같이 애니메이션 안에서 크게 빛을 발하는 음악들도 여전히 우리들의 귀를
즐겁게 해 줍니다. 하지만, 문득문득 그리워집니다. 음악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을 즐겁게 해 준 앨런
맨켄의 멜로디와 함께, 에리얼과 벨, 자스민, 뮬란까지 여주인공의 노래를 도맡아 부르던 리아 살롱가 Lea Salonga 의 시원하고 맑은 노랫소리가요.
이 글의 저작권은 다정스페이스에 있습니다.
다른 웹사이트에는 글을
퍼가지 말고 글 주소를 링크시켜 주세요.
또한 프리젠테이션, 레포트, 기사 작성 등에
인용할 때는
가급적 댓글이나 방명록을 통해 메시지를 남겨주세요.
무단 도용, 불펌,
표절, 출처를 밝히지 않는 인용 및 기타 저작권 침해를 절대 금지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