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재야! 잘 지냈지? 오늘은, 먼저 지난 연휴에 우리가 했던 이야기부터 돌이켜보자꾸나.

 
     
   그대가 그대를 사랑하기

  -십대, 아이돌, 그리고 이십대 (1) -


다정 (http://dajungspace.com)

 

기억 나? 네 방문에 붙은 모 아이돌 그룹 포스터를 보다가 내가 무슨 이야길 했더라.....그래, 요즘 아이돌 그룹의 멤버 수의 경제학(?!)에 대해 말했었지? 평소에 내 친구들과 이야기하는 것에 비하면 그렇게 많은 말들을 했던 같지도 않은데, 그 약간의 분석을 뜨악한 채로 듣던 네 표정은 흡사 - 이건 본 적이 없는 그런 사촌 누나잖아, 하고 얼굴에 씌어있었단 말이야. 그리고 이렇게 말했지?

 " (누나 같은) 평론가들은 다 그렇게 일일이 따져가면서 TV를 봐?" 

솔직히, 그 말을 들었을 때 뜨끔하긴 했다만 - 난 원고료를 받고 글을 기고하는 프로 저널리스트가 아니라서 말이지 - "그건 아니고, 남들이랑 까르르 웃으면서 똑같이 즐기는데, 그러면서 내 나름대로의 판세(?)를 같이 읽게 되는 거야." 라고 한 내 말은 솔직한 답변이었어. 축구 해설위원이 경기를 즐기지 않는다고 할 수 없는 것처럼, 똑같이 TV를 보고 공연을 봐도, 그리고 굳이 내 주종목(?)이 아니더라도 남들이 쓴 평론 읽고 나도 생각하다보면, 그렇게 적게든 많게든 머리에 정리해 버릇하는 게 저절로 배곤 하거든. 나같이 글을 쓰는 사람의 경우엔, 그 모호한 생각의 덩어리들이 단번에 '문장' 째로 생각나는 적도 꽤 되고. 그러니 왜 누나가 씩 웃으면서 " 나 같은 사람도 나름대로는, 또 다른 진실된 팬질의 맛으로 사는 게 아닐까?" 라고 능청을 떤 지, 이해할 수 있겠지?

그런데 내가 왜 그 때의 이야기를 다시 꺼내느냐면, 네가 '듣고보니 그러네.' 하면서 하하 웃다가 그 포스터를 보면서 무심코 이렇게 중얼거렸기 때문이야.

"참....쟤네는 잘나서 일찌감치 연예인돼서 뜨고 돈 벌고 나는 뭐....이러고 산다. 에휴~"


지금도 이렇게 생각하면서 학교에 다니고 있니? 그럼, 오늘은 아이돌 연예인과 너, 그리고 나 같은 일반인(?)들의 인생에 대해 얘기해보자.


아, 그 어린 애들?

 

'우리 때는' 이라고 말하면 내가 무슨 너보다 수십년도 더 산 사람인 척, 아는 척 하는 것 같지만, 지금으로부터 십년도 더 전에도 중학생일 때 데뷔하는 아이돌 가수들이 있었어. 정말이야! 그들 역시 지금의 십대, 그리고 이십대 초반의 아이돌 가수들처럼 가요차트 1위를 경신하고 온갖 광고를 찍는 스타 생활을 했고, 지금은.....어디서 하는 지 몰라. 너보다 꽤 여러 해를 먼저 살아온 나는 지금 아이돌 1세대로 칭해지면서 꾸준히 활동하는 연예인들의 초창기 시절을, 지금의 너보다 더욱 어릴 때부터 볼 수 있었어. 그리고 그 때 그들에게 열광하던 동급생, 친구들의 기억은 지금 너희 또래의 십대 팬들을 이해하는 연결고리가 되곤 하지. 중학교 때는 "요즘 누가 제일 인기 있니?" 라는 선생님의 질문에 우리 반 여학생들이 마치 짜기라도 한 것처럼 " (그룹) *** 요!!!!" 라고 학교가 5.1 우퍼 사운드 시스템도 울고 갈 만큼 쩌렁쩌렁 소리지른 적이 있었고, 고등학생이 되고 나서 어느 날에는 스쿨 버스에 타고 집으로 가다가 길에 2km(과장 아님, 사실 2km 일지 3km 에 가까운지 아직도 헷갈린다.)도 너끈히 넘을 정도로 끝이 안 보이는 십대 여학생들의 기나긴 줄을 보고 기겁을 했었어 - 알고보니 모 그룹 멤버의 생파 날이라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던 대기줄이었지. 그러다 몇 년이 다시 흘러가고 대학생이 되었는데, 어느 가을날 학교 대운동장 출입구 앞에 아직 땅거미가 깔리지도 않은 시간부터 몇몇 십대 여학생들이 자리를 깔고 앉아 기다리는거야. 무슨 일인가 했는데, 그 이틀 뒤 꽤 큰 규모의 가요 프로그램 공개방송이 열려서, 그 때 웬만한 가수들이 다 나왔거든. 때 좋은 자리에서 좋아하는 가수들을 응원하기 위해 40시간(!) 쯤 전부터 앉은 자리에서 밤을 새기 시작한거야. 그런데 나도 나이를 먹었는지, 그 학생들이 한심하다는 생각보다는 '날도 꽤 추운데 괜찮으려나...' 싶더라. 그러다 이제 내 나이 안팏의 아이돌 팬질하는 여성 팬층은 이제 '누나팬', '이모팬' 으로 불리고.....하하, 그러고보면 내가 초등학생, 중학생일 때 데뷔한 아이돌들을 보던 그 당시 20대, 30대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싶다. 나도 어느 새 정신을 차려보니 온통 나보다 몇 살 어린 소년 소녀들이 다 함께 목청을 높여서 "안녕하세요, 저희는 (그룹) ***입니다~!!!!"  라고 인사들을 하더라니까.
그런데, 사실 내가 초등학생 아니면 중학생일 때 역시 중학생으로 연예계에 데뷔하는 아이돌 가수나, 배우들을 보면서 솔직히 '그렇게 어리지는 않은 데' 마냥 TV에서  아이 취급을 받는 게 조금은 의아했었거든. 어쨌거나 때 내게는 다들 오빠 아니면 언니 뻘이었으니까. (그것도 나이 차이 많이 나는!) 그런데 지금 이십대인 내게, 중학생이나 고등학생인 아이돌들을 보면 진짜 '애기들'처럼 느껴지는거야. 어리버리 하다는 게 적어도 일부는 진짜가 아닌 컨셉일 거라 생각을 하더라도 말이야. 이건 누나 뿐만 아니야. 아이돌 팬덤에 별 관심 없는 내 친구는, 밥 먹다가 내가 모 아이돌 그룹의 이름을 말하자마자 단박에 이랬단다. "아, 그 어린 애들?" 스스로가 십대였을 때는, 당시 같은 중학생이거나 고등학생이던 아이돌 연예인들이 전혀 '아이처럼' 느껴지지 않았던 우리들인데도!


그런데 아무리 능력이 되고 외모가 되고 끼가 넘친다고 해도, 하필 결석을 밥먹듯이 하는 걸 감수하고서라도 십대 시절에 데뷔를 하는 건지, 생각해 본 적 있니?


맞아. 바로 그 '나이'도 연예계에서 경쟁력이 되기 때문이야. 물론 일반적으로 한국 사회는 나이에 따른 서열관계가 상당히 경직적인 편이지만, TV에서는 그게 더 심하지. 어리버리한 한 교포 출신의 연예인이나, 아직 고등학교에도 입학하지 않은 나이의 가수들이 예능 프로그램에 자주 나오고, 그들에게 MC들이 자주 대화를 걸고, 사람들이 귀엽다고 하는 지 알겠니? 적어도 그 쇼에서는, 그리고 그 연장선에 있는 연예계 전체로 보더라도온갖 나이와 외모와 성격을 가진 연예인들 틈에서 매력적인 캐릭터로 어필되기 때문이야. 이건 굳이 예능 프로그램을 주종목으로 삼는 예능형 연예인이 되고 싶어하지 않고, 진지하게 뮤지션 또는 배우, 아티스트를 꿈꾸는 모든 지망생들이 맞닥뜨리는 현실이잖아. 우스갯소리로, 그 캐릭터들이 겹치는 경우도 많고. 그러니 능력이 얼마나 되느냐를 떠나서 '언제 데뷔하느냐'는 건 그 판 안에서의 자기 자신과, 연예계 시장에서 마주칠 라이벌들까지 고민해야 하는, 결코 쉽지 않은 시작인거지. 게다가 난 '아이돌' 이라는, 가수이지만 예능 프로그램에도 많이 출연하면서 주로 10대들의 선망이 되는 대상 대신에 좀 늦게, 성인이 된 다음에 싱어송라이터 '아티스트' 이미지(?)로 데뷔하고 싶어 - 라고 생각한다 해도, 힘들거야. 너도 많이 들어봤을 얘기지만,  가요계에서 수익을 보기 힘든 긴 불황에, 대형 기획사의 오디션을 통과하는 것이 아닌 다른 루트를 통해 메이저 가요씬에 데뷔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니까
누나는 그들을 함부로 '학교에 못가고 친구들도 적게 사귈텐데 불쌍하다' 고 생각하고 싶지는 않아. 적어도 '스타' 가 되고나면 그 인생에서 잃는 게 많아도 또 얻는 것도 많잖아. (이에 비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들보단 '적게 얻고 적게 잃으며' 사는 편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정말 잃어선 안 되는 것, 일찌감치 사회 생활을 시작하더라도  꼭 배워둬야 하는 것.....같은 건 뭐, 이렇게 말하면 야박하게 들릴 지 몰라도, 결국에는 자기 자신들이 알아서 챙겨야 하는 일일테고.

 

우리가 결국 평등한 이유는



또래들이 벌써부터 스타가 되고, 돈을 벌고, 인기가 많고, 그리고 그게 가능할 정도로 외모가 되고 능력이 받쳐주고.....하는 게 부럽니? 그런데 말이지, 선재야. 물론 그들은 선망의 대상이지만 말이야, 결국에는 모든 사람의 인생이 평등한 이유는, 우리 모두는 한 사람도 빠짐없이 우리의 인생을 스스로 개척해 나가야 하기 때문일거야. 물론 일반적으로 연예인들, 특히 아이돌들은 일반인인 우리보다 더 외모면에서 우월하고, 세상에는 너와 나와 우리들의 집안 전체보다 훨씬 더 많은 재산과 다른 유리한 조건들을 많이 가진 자들이 넘쳐나지. 그 정도의 차이가 너무 커서 '불평등' 하기까지 한 건 우리가 살아오기 훨씬 전부터, 인간이 사회라는 걸 이루고 때부터 불거진 문제지만. 하지만 아무리 많은 유산을 물려받는 사람이라도 누구에게 사기 당하지 않도록 경계하며 머리를 굴려야 하고, 아무리 예쁘고 고와서 연예인이 되었다 하더라도 그 조건들을 이용해서 수많은 라이벌들을 제치고 스타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 해야 하지. 그러니까 그 연예인들은 연예인들 대로 잘 살고, 선재 너대로 너 좋을 대로 살고, 누난 누나대로 우리 각자의 다른 인생을 알아서 잘 살면 되는거야. 타고난 신체 조건도 주위 환경도 소질도 적성도 몽땅 다 다른데, 어떻게 모두가 한 종류의 인생만을 선망하면서 살 있을까. 아무리 연예인이 다른 수많은 대중들에게서 주목받고, 화려함을 누린다는 것 때문에 '혹하게' 된다지만, 실제로 스타로 살아갈 수 있는 사람들은 전체 인구 대비 아주 적은 수일 뿐이잖아. 그렇지?


사실 누나는 스무살이 되기 전까지만 해도, 왜 가수들이 별 공신력도 없어 보이는 - 너도 알다시피 한국에는 오리콘이나 빌보드 같은 공신력 있는 순위 집계 시스템이 없어서 문제잖아 - TV 가요 순위 프로그램에서 1위를 하면 저토록 펑펑 울까, 내심 의아했었거든. 근데 이제는 어느 정도 이해하겠어. 십대 시절부터 동급생들은 학교 가고 학원 갈 시간에 연습실에 틀어박히고, 치열한 경쟁을 뚫고 기획사에 간택되어서 데뷔하고, 다이어트 때문에 먹고 싶은 것도 일상적으로 참아야 하고, 숙소에서 자고 있는데 매니저가 새벽에 들이닥쳐서 방 불을 켜고 오디오로 MR을 틀면 자다가도 후다닥 일어나서 비몽사몽한 와중에도 춤을 추며 '타이틀곡의 안무가 머리가 아니라 몸에 배였는지' 검사 받아야 하고 (...근데 진짜 이렇게까지 할까?) 우리가 모르는 여러가지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받는 순간들이 있었을 것이고. 그런데 연습생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케이블이건 공중파건 적어도 1위를 한다는 건 가요계에서 꽤 안정적인 인지도와 인기를 얻는 데 성공했다는, 하나의 지표인 셈이잖아. 자기가 선망하거나 롤모델로 삼는 선배 가수들 대부분이 한 번 이상씩 거쳐간 과정이기도 하고. 그렇게 꿈에 그리던 1위를 하고, 팬들의 환호와 짜릿한 조명 속에 화면에 원 샷 잡히고, 목표를 달성하고 비로소 긴장이 풀어지는 순간인데, 평소에 잘 울선 아니건간에, 이 감격스런 상황에서 눈물이 안 나게 생겼나, 어디.
언제인가, TV뿐 아니라 각종 음원 사이트와 포털 등에 널린 온갖 가요 순위 차트들을 가늠하다가 이게 도대체 다 몇 개야, 싶었던 적이 있었어. 그런데 문득 그 차트들이 우리가 보기에는 그냥 '인기 순위'지만, 십대 아이돌들에게는 날마다 체크되는 실시간 '성적표'들이 아닐까 싶던 걸. (물론 일반 학생인 네가 느끼는 그 '성적표'의 무시무시한 어감과 어느 정도까지 비슷하게 아이돌들이 가요차트를 생각하는 지는, 당사자들 말을 못 들어봐서 모르겠다만. 그래도 비슷한 경우 '시청률'은 각 방송사와 제작진과 출연진이 받아드는 성적표와 같다고 하니,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 같다.) 그러다보니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에구..... 저 (어린) 친구들이 인지도 올리고 차트 순위 하나라도 더 올려보겠다고 예능 프로그램에서 편집되지 않을 개인기 연습하고, 선배들과 PD들 눈 밖에 안 나게 예의 차리고, 부던히도 허리 굽혀가며 폴더 인사를 하고.....그래 참 열심히들 사는구나' 싶어서 조금 짠해지기도 했단다. (혹여나 이 글을 읽을 지 모르는 다른 '누나팬'들은, 각자가 좋아하는 아이돌들을 떠올리며 "우리 애기들(!) 어쩔거임 흐흐흑 ㅠ_ㅠ" 이럴지도 모르겠는데?)

 

사실 누나가 네게 정말로 해 주고 싶었던 가장 중요한 얘기는, 연예인들이 어떻게 저떻게 사는 거라면서 '오늘 내가 환상을 다 깨줄' 려던게 아니었어. 그래, 비교는 안 하거나 무시하면 그만일지도 모르지. 그런데 네가 웃으면서 "난....이러고 산다." 라고 했을 때, 그 뜻은 있는 그대로의 농담이 아니라 '난 딱히 뭔가에 소질도 없고 하루하루 기계처럼 학교 다니고 대학 갈 공부만 하면서 이렇게 살아' 라고 들렸거든. 그리고 그런 네 모습에서 고등학생 시절의 날 봤단다. 누나 역시 불안정하긴 마찬가지인 2009년의 청춘이고, 내 인생은 내가 주인공이지만 내가 사는 세상이 내 중심으로 돌아가지는 않더라.....는 씁쓸함은 워낙 어릴 때부터 느끼며 살아왔어. 그래서 누난 지금부터 네게, 그리고 네 또래 친구들에게 이런 이야기들을 해주고 싶은데....글이 길어진다. 다음 편으로, 넘어가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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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그동안 믹시에 전송만 하고 이번에 가입했는데, 로그인을 하니 저절로 믹스업이 되고말았어요.
제 이름으로 믹스업 된 건 자화자찬 아니고 실수입니다 ㅡ_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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