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서울시 교육감 선거일 전에 쓰여진 것입니다.
교육감 선거 결과에 대한 언론의 기사는
여기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졸업하셨습니까? 그렇다면,투표하십시오
-2008년 7월 30일,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 투표해야 하는 이유-



다정
(http://dajungspace.com)




뭐에 쓰는 교육감인가요?



서울시 교육감을 뜬금없이(?) 주민 직선제, 즉 서울 시민인 유권자들의 직접 선거에 의해 선출하게 된 까닭은 2006년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전문보기 링크) 이 개정되어 2007년 1월부터 시행되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서울보다 먼저 부산에서 최초로 주민직선에 의한 교육감이 선출되기도 했다.) 이에 따르면, 교육감은 공직선거법의 시도지사선거의 무소속 후보자에 관한 규정을 준용하면서 주민직선제로 뽑고, 교육감의 임기 규정을 기존의 '1차에 한해 중임을 허용' 하는 데서 완화하여 '3기에 한해 연임 허용' 한다고 변경한 바 있다. 그렇다면 교육감의 직무는?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에서는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참고로, 교육감 뿐 아니라 시,도 교육위원회의 교육의원 역시 주민직선제로 변경하였다.) 한 마디로, 그 지역의 교육 정책을 집행에 관한 웬만한 일은 다 관장하는 셈이다.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제20조 (관장사무) 교육감은 교육·학예에 관한 다음 각 호의 사항에 관한 사무를 관장한다.

1. 조례안의 작성 및 제출에 관한 사항
2. 예산안의 편성 및 제출에 관한 사항
3. 결산서의 작성 및 제출에 관한 사항
4. 교육규칙의 제정에 관한 사항
5. 학교, 그 밖의 교육기관의 설치·이전 및 폐지에 관한 사항
6. 교육과정의 운영에 관한 사항
7. 과학·기술교육의 진흥에 관한 사항
8. 평생교육, 그 밖의 교육·학예진흥에 관한 사항
9. 학교체육·보건 및 학교환경정화에 관한 사항
10. 학생통학구역에 관한 사항
11. 교육·학예의 시설·설비 및 교구(敎具)에 관한 사항
12. 재산의 취득·처분에 관한 사항
13. 특별부과금·사용료·수수료·분담금 및 가입금에 관한 사항
14. 기채(起債)·차입금 또는 예산 외의 의무부담에 관한 사항
15. 기금의 설치·운용에 관한 사항
16. 소속 국가공무원 및 지방공무원의 인사관리에 관한 사항
17. 그 밖에 당해 시·도의 교육·학예에 관한 사항과 위임된 사항

제25조 (교육규칙의 제정) ①교육감은 법령 또는 조례의 범위 안에서 그 권한에 속하는 사무에 관하여 교육규칙을 제정할 수 있다.
②교육감은 대통령령이 정하는 절차와 방식에 따라 교육규칙을 공포하여야 하며, 교육규칙은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공포한 날부터 20일이 경과함으로써 효력을 발생한다.





 

정책의 직접당사자에게는 투표권이 없다?



문제는 이 교육감의 직무가 해당 지역의 초/중/고등학교 등 전반적인 청소년의 교육에 직결되는 사안인데도, 정작 그 정책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절대다수의 청소년들에게는 전혀 투표권이 주어지지 않는다는 데 있다. 공직선거법 상 만 19세 미만의 국민에게는 투표권이 주어지지 않으며, 이것이 교육감 선거에도 그대로 준용되어 버리는 탓이다. 물론 한글도 떼지 못한 미취학 아동이나, 초등학교 저학년에게까지 한 표를 주는 것이 무리는 있지만, 적어도 고등학생 나이의 청소년에게까지 자신들의 삶과 직접적으로 관계되는 선거에 참여할 권리는 주지 않는 것이 옳은 일일까?'아이들은 잘 모르니 어른들이 알아서 하는 게 낫다'는 말은 이제 그만. 비단 최근의 '
촛불소녀' 로 통칭되는 청소년들이 회자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내신과 대입을 준비하는 대다수의 십대 수험생들은 좋든 싫든 뉴스를 챙겨보면서 수능 사회탐구영역과 논술에 대비하는 시사 상식을 쌓아야한다. 지금의 청소년은 한편으로는 교과서 이외의 세상에도 공부할 것을 강요받으면서도, 그를 통해 사회적인 목소리를 내는 것에 대해서는 '공부 안하냐' 는 비아냥 반 걱정 반의 반응을 듣는 상황이다.

아쉽지만, 차후 공직선거법의 선거연령을 얼마나 낮추느냐의 논쟁은 지금 하지 못하더라도 청소년들은 '기호0번 청소년후보' 를 내세우는 등 자신들의 권익을 스스로 챙기기 위해 애쓰고있다. 물론 이들의 말이 대한민국의 모든 청소년들을 대변한다고는 볼 수 없을 것이다. 체벌이나 두발 제한 같은 경우에도 학생 인권이 아닌 '질서'의 이유로 수긍하는 청소년들 또한 많을 뿐더러, 근본적으로는 대학 입시에서 탈출하고 싶은 욕구와 대학 입시에서 승리(?)해야하는 절박함은 어른들 뿐 아니라 청소년들 사이에도 혼재되어있기 때문이다.그러나제각각일지언정 꾸준히 청소년들의 목소리가 사회에 들리게 하는 것은, 그 내용이 어쨌든지간에 청소년을 '유권자' 로서의 시민으로인식하게 하는 초석이 될 것이다.'3년만 참으면 대학생 된다'고 하지만, 그 냉소주의가 '교육'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 없이 어른이 되어버린 아이들의 도시를 만들지 않았는가.




학교가 바뀌면, 세상이 바뀐다



그렇다면 어른들은 이렇게 투표 참여가 불가능한 십대들을 대리하여, 그들의 이익을 위해서만 투표를 해야 하는 걸까. 그렇지는 않다. 물론작금의 상황에서 어떤 정책을 추진할 후보를 지지할까,를 고민하는 데에 청소년들의 처지를 헤아려야하는 것이 투표권을 가진 성인들의 도리이긴 할게다. 그러나 교육감 선거에서 꼭 '학부모'들 만이 자기 아이의 이익(이라고 썼으면서도 '부모의 욕망을 투영시킨 자식의 이익' 으로이해할 부모들이 많으시겠지만.)을 위해 한 표를 행사하고, 아이를 안 키우는 집들은 나랑 상관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건 오산이다.

교육감선거가 정치중립적으로 이뤄지게끔 '무소속' 입후보만을 허용하고 있지만, 교육이라는 것 자체부터가 바로 사회가치를 후세대에게 습득시키는 '가치지향적'이고 '정치적'인 행동이다. 직접적으로는 학교를 졸업한 다음에는 내 자식이 다시 입학하기 전까지는 나와 학교가 무관하다 여겨질 수 있겠지만, 나의 개인정보는 졸업하고 난 뒤에도 여전히 NEIS에 들어있으며,사회에서 마주치는 온갖 사람들의 인성은 중등교육 진학룔이 97%가 넘어가는 한국의 학교에서 거의 다 형성되었다. 사회의 무한경쟁의 시작은 따지고보면 학교에서부터 시작된 무한경쟁이었으며, 한국사회에서 문제되는 여러가지 악습 역시 그 시작이 비민주적인 학교문화에 있지 않는가? 한국인이라면, 한국에서 학교를 다녔건 다니지 않았건, 아직 학생이건 졸업을 했건간에 그 누구도 사회의 일원으로서 학교와 완벽하게 유리될 수는 없다. 사회에서 마주치는 선배건, 후배건 결국 모두는 학교에서 비롯되었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테니까 말이다. 지금보다 나은 세상을 원한다면, 그 세상을 실현시킬 수 있는 수단인 교육에서부터 더 나은 교육을 이루어야 한다.

물론,자신이 원하는 후보가 이번에 교육감으로 당선된다고 해서 모든 꿈(?)들이 이루어지리라 생각하는 것도 지나친 기대다. 어디까지나 지역 위에 중앙의 행정부로 교육과학기술부가 있고, 이미 한국의 정치에 진절머리 난 판국에, 아무리 맘에 드는 교육감이라도 자신의 공약을 100% 달성하리라는 기대는 아마 하지 않는 유권자가 더 많을 것이다. 예를 든다면, 현재 관건이 되는 특목고 존폐 논란 역시 서울만이 아닌, 전국의 상황을 고려할 수 밖에 없는 문제다. (2007년 당시 교육인적자원부가 외고 설립 인가를 유보한 사건을 보면,서울권의 특목고를 폐지할 경우 지방에 입시형 특목고나 여타 사립학교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역작용의 가능성이 만만치 않다고 보여진다.)

그러나, 어쨌든 학교가 바뀌면 점차 그 바뀐 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이 사회에 나오고, 그들과 함께 어른들의 사회도 달라질 수 있다. 물론 어떤 신문을 읽으냐에 따라 논조가 아닌 사실관계의 진실성 여부가 달라지는 2008년의 서울에서, 어떤 후보가 얼마만큼의 다수결적 지지를 받을지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시민들이뽑은 대표자와 함께,교육 환경을 만들어나갈찬스 하나가 생긴 것은 사실이다. 나 한사람의 표는 몇백만분의 일에 불과할 지 모르지만, 혼자 꾸는 꿈은 그저 꿈이지만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지 않는가. 당신의 손에도 그 찬스 하나가 쥐어졌다. 날이면 날마다 오는 찬스도 아니다.



PS - 이번 교육감 선거에서 정작 교육정책에 대한 구체적인 검토 없이 무작정 '정치 심판'을 해 버리려는 유권자가 있으실 지 모르겠다. 교육감 선거가 '정치중립적' 이어야 할 나름의 이유는 있겠지만,
먹거리는 학교 급식 시스템과 직결되어있는 생활 정치의 문제이기도 하다. 결국, 욱하는 심정에서 무조건 반대파를 꺾으려 하기 전에, 구체적인 정책과 후보자의 성향을 검토한 뒤 투표해야 하는 건 불문가지다. 그리고, 서울 시민이 아니더라도 각자 사는 곳의 교육감 선거와 교육의원 선거에 관심을 가져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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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다정 2008/07/31 10:23 답글수정삭제

    이번 서울시 교육감 선거는 최저투표율과 동시에, 서울 내에서도 지역에 따른 이해관계가 명확히 대비되는 선거였습니다. 안타깝지만, 이번 일을 통해 바른 교육을 위한 정치 참여가 활성화되는 시작점이 되었으면 합니다.

  2. 구이 2008/08/13 21:45 답글수정삭제

    옛날 이야기를 하지요.
    물론 제가 느낀 얘기가 아니라 들은 이야기이긴 하지만...

    1960년대 학교 화장실은 일반 가정의 화장실보다
    훨씬 깨끗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비교도 할 수가 없죠.

    단지 시설만을 얘기하고자 하는 게 아니다는 걸 아시죠?
    시설이 그대로 머물러 있는 것 만큼
    그 안에 있는 생각들도 머물러 있는 것 같았습니다.

    조직이라는 게, 시스템이라는 게
    그렇게 만들어버린다는 걸 몸소 느끼고 있습니다.

    쓰다보니 체념이군요.
    시원한 가을이 오면 긍정적으로 바뀔려나...

  3. 다정 2008/08/19 15:05 답글수정삭제

    에효....힘내세요^-^(외부인으로서는 이 말씀밖에 드릴 수가 없네요;;) 그래도 선생님 같은 분들이 계셔서 그나마 학교가 무너지지않고 위태위태하게라도 버티는 듯 합니다.

    오래전 어떤 분의 미니홈피에서 '절대 고등학교 시절은 추억하고 싶지 않고, 학교라는 좁디 좁은 공간에서 편협해질대로 편협해진 그들의 사고방식에 치를 떤다' 는 내용의 글을 읽고 마음이 싸...해졌는데 (이 분은 학창시절 만난 한 교사로부터 큰 상처를 가지고 계신 분이었어요), 선생님 말씀 듣고보니 다시 생각나네요. 가을바람이 불면, 조금씩이라도 좋은 징조가 많아졌으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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