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매주 일요일 (7월 6일~12월 28일) 아침 9시 50분에 방영된 MBC 일요 로맨스 극장 <1%의 어떤 것> 리뷰입니다. 시청률이 꽤 잘 나온 드라마인데도 언론에서 그만큼 다뤄지지 못해서 직접 한 번 써봤습니다 ^-^ 이 드라마를 보지 않은 분들은 스포일러에 주의해주세요.
사랑한다, 일요일처럼
- 드라마 <1%의 어떤 것> 리뷰 -
'호텔리어' 라는 서비스업의 직함이 무색하게도, 재인(강동원)은 자기 뜻대로 일이 안 풀린다 싶으면 사무실 집기를 내던지고, 걸핏하면 부하직원들에게 신경질을 내 버릇하는 게 몸에 배인 사람이다. 이러다보니 그의 할아버지(변희봉)도 자기가 성현 그룹 회장이라고 드러내지 않으면 호텔 직원들에게서나, 심지어 손주며느리감으로 점찍은 다현(김정화)에게서나 번번이 "(재인의) 성격 진짜 더럽다니까요." 라는 말이나 듣고 다니게 된다. 그런데 결혼 후 맞게 된 첫 크리스마스날, 이 남자는 아내를 안고 "이렇게 같이 있어서 정말 좋다. 오늘이 내 생애 최고의 크리스마스야." 라고 나직하게 말한다. <1%의 어떤 것> 은 재벌 3세와 평범한 여성의 신데렐라적 로맨스라는 흔해 빠진 설정에서 출발했지만, 오히려 재벌가(家)가 아닌 보통 사람들이 더 공감할 만한 사랑을 보여준 따뜻한 드라마다.

지금이 왕비 간택하는 세상이 아닌지라
이는 <1%의 어떤 것> 의 캐릭터들이 한결같이 주체적이라는 데서부터 가능해진다. 재인은 (할아버지와의 불화도 있긴 했지만) 경영 세습을 거부하고 자기 능력으로 유학까지 갔다가 30대 초반의 나이에 호텔 기획조정실장까지 올라간 사람이며, 말로는 꿈이 재벌이라고 해도 찬찬히 보면 돈 그 자체를 쫓는 게 아닌 CEO로서의 야심에 가까운데다가 운전까지 직접 한다 (.....물론 재인의 성격과 서울의 교통체증을 동시에 감당할 만한 기사를 고용하는 것도 쉽지 않을 듯 하긴 하다.).게다가 다현 역시 자기 직업에 있어 성실한 교사이고 일확천금 같은 건 자기 팔자에 없다고 생각하다보니, 유산을 노리는 거 아니냐는 재인의 비아냥 앞에서 '관심 없다' 고 단박에 잘라 받아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이 드라마 속에서의 부모들은, 기존의 숱한 한국 가족 드라마에서 반복된 부모의 모습과 달리 자신들의 욕망을 전혀 자식들에게 투영시키지 않는다. 다현의 부모가 재인과의 교제와 결혼을 반대해온 것도 어디까지나 '다현이 학교도 못 다니고 시집 눈치 보며 마음 고생 하는 것' 을 막으려는 것 뿐이고, 그러면서도 매사에 딸의 판단을 끝까지 믿고 존중한다. 재인의 어머니도 처음에는 다현과의 결혼을 탐탁치 않게 생각하지만 어디까지나 아들이 아버지의 전철을 밟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일 뿐, "고약한 시어머니 노릇 할 생각 전혀 없어." 라고 말하는 착한 사람일 따름이다. 재인과 다현을 반강제로 만나게 한 유언장의 장본인은 재인의 할아버지지만, 그도 어디까지나 재인이 착한 여자와 결혼하길 바랄 뿐이었고 다현의 입장을 생각해서 '결혼' 의 조건을 '교제'로 바꾼다. 이들의 이야기 속에서 아들이자 SH 백화점 경영상무인 태하(이병욱)를 통해 성현 그룹의 경영권을 장악하려는 고모(김청)는 곧 악역이 된다.
이러다보니 <1%의 어떤 것> 에서 난처해지는건 오히려 재인이다. 웬만한 사람들에게는, 더군다나 대부분의 신데렐라 스토리에서 묘사하는 여주인공들은 주로 돈 많은 상대 덕택에 일자리를 얻거나 다른 경제적인 도움을 받지만, <1%의 어떤 것> 의 사람들에게는 그런 게 먹힐 틈도 없을 뿐더러 재인 스스로부터도 그런 왕자님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재인은 '재벌에 시집가면 마음고생하며 살 것' 이라는 역(易)편견에 맞서야 한다. 어디 가서 말로 지는 법이 없는 재인이지만, 정작 그가 번번이 아무 대꾸도 하지 못할 때는 다현의 아버지나 다현을 좋아하는 동료 교사 선우(임호)가 "도대체 (재인이) 다현에게 뭘 해줄 수 있느냐?" 라고 따지는 순간이다.
도장부터 찍고 시작한 교제
그러나 서로가 의존적일 일이 없다는 전제에서 시작되는 '(공평한) 계약 연애'는 이들을 다른 부수적인 설정을 배제하고 각자의 '성격' 으로만 부딪히게 만들고, 여기서부터 재인과 다현의 교제는 당사자들에겐 험악할지언정 보는 시청자들로서는 웃음만 나오게 되는 에피소드들이 연속된다. 재인은 말 끝마다 '젠장' 을 붙이는 게 익숙하지만 다현은 바른 말 고운 말 생활을 추구하는 국어 선생님이고, 학생들과 부대끼며 살다보니 웬만큼 소란스러워도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잔소리를 하는 데 능할 수 밖에 없다. 물론 이들의 만났다 하기만 하면 싸우는 데이트 패턴의 시작은 '어쨌든 진지한 교제' 라는 재인의 생각과 달리 '서울 올라올 때 처리해야 할 일 들 중 하나' 로 여긴 다현이 초저녁부터 재인 앞에서 삼겹살(!)을 뒤집을 때부터 예견된 것이지만, 이런 성격의 남자와 여자가 어쩔 수 없이 일주일에 한 번 만나면서 - 계약 위반인지라 헤어질 수도 없고 - 서로 지고는 못산다고 생각할 때 말싸움이 나는 건 당연하다. 그리고 <1%의 어떤 것> 은 이 '완전 상극' 커플을 직장이 아닌, 매 회마다 카페를 바꿔가며 둘을 붙들어 앉혀놓고, 그들이 마주 보며 이죽댈때마다 어김없이 경쾌한 음악을 깔아 (재인과 다현 당사자들에게는 살벌하기 그지없는) 그 싸움 분위기를 코믹하게 덧씌운다. 이러면서도 두 사람이 각자의 직장에서는 늘 성실하게 일하는 와중에 연애를 하는 설정을 유지하는데 - 특히, 재인은 다현과 만날 때도 늘 이부장(지상렬)의 전화를 받아가며 회사일을 처리해야한다. - 이로써 자칫 희화화 될 수 있는 캐릭터의 진지함을 잃지 않으면서도 '의학 드라마는 병원에서 연애하고, 법정 드라마는 로펌에서 연애하는' 한국 트렌디 드라마의 진부함을 비켜갈 수 있다.
그리고 데이트가 한 주 한 주 이어지면서 이 남자와 이 여자는 자꾸 만날수록 서로가 몰랐던 의외의 모습들을 보게 된다. 성격 꼬인 대마왕이라고만 알았던 재인은 사실 인간성이 나쁜 게 아니라 말만 좀 험하게 쓰는 거였고, 말투는 무뚝뚝해도 자전거에 치일 뻔한 아이도 망설임없이 구해주고 가족에게 헌신하는 '사실은 참 착한' 남자였다. 그런가하면 아홉 꼬리 여우라고만 생각했던 다현은 영악하기는 커녕 차 안에 열쇠도 놓고 내리고, 길치라서 약속 시간에 늦기 일쑤고, 인라인을 탈 때는 안 넘어지게 손도 붙잡아줘야 하는 '자꾸 챙겨주고 집에 데려다주고 싶은' 여자다. <1%의 어떤 것>은 이들이 데이트하며 서로를 알아가고, 그러다가도 또 싸우는 데이트 과정을 무슨 요점 정리하는 것 마냥 찍어서 편집했고, 시청자들은 둘의 연애 진행 뿐 아니라 그에 맞춰서 드러나는 캐릭터의 다층적인 모습을 접하며 이 커플에 점점 몰입할 수 있게 된다. 재인은 다현과 만나는 족족 떽떽거리다가도 선우 앞에서는 "도장 쾅쾅 찍은 사이" 라면서 능청스레 웃고, 애정어린 잔소리는 제자들에게만 하는 게 아니었다는 걸 미처 깨닫지 못했던 다현도 재인과 함께 해돋이를 보러 떠난다.
캐릭터, 반전, 스피드
또한 초반부터의 이런 재인과 다현의 캐릭터 구축이 있기에 <1%의 어떤 것>의 삼각관계도 그것이 일차원적으로 갈등을 유발하는 것 이상의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 드라마에는 재인-다현-선우, 다현-재인-주희(민지혜)의 삼각관계가 두 번이나 등장하는데, 사실 드라마 타이틀에 주연배우 둘의 이름이 제일 먼저 나오는 이상 나머지 사람이 '떨어져 나갈 것' 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1%의 어떤 것> 의 삼각관계는 일단 재인과 다현의 연애에 걸림돌로 작용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이들의 '여름에 만나 가을까지 사귀다가 겨울에 결혼하기' 라는, 상당히 빠른 연애 진도에 개연성을 심어준다. 다현 앞에 선우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다현이 재인과의 관계를 계약 이상으로 생각할 여지도 없고, 왜 그토록 '좋은 사람' 인 선우가 아닌 재인에게 마음이 끌리는지 고민할 필요도 없다. 반면에 주희와의 삼각관계의 경우에는 재인이 아예 주희에게 마음이 없는 것으로 설정되었기 때문에, 우유부단함에 빠지지 않고 다현과의 결혼을 서둘러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불과 한 계절 전까지만 해도 서로를 못 믿겠다고 이죽거리던 다현과 재인이었다. 하지만 주희가 신문에 가짜 약혼 발표 기사까지 내는 비상 사태가 닥쳤을 때 재인은 "다현이만 믿으면 돼." 라고 말하고, 다현은 부모님에게 "그 사람 좋은 점, 거짓말 못하는 거예요." 라고 말한다.
이 때 <1%의 어떤 것>은 초반의 설정을 계속해서 반전으로 활용함으로써 부모의 반대에도 계속 연애하는 과정을 지루하지 않게 만든다. 재인에게 사기당하기 싫다며 다현은 교제계약서에 변호사 형준(김승민) 의 공증까지 요구했고, 재인은 얼굴에 온갖 인상은 다 북북 그어가며 "거기 도장 왕창왕창 찍혀있잖아." 라고 투덜댔다. 그런데 이 쌍방계약이 재인이 아닌 다현 자신의 발목을 붙잡을 날이 오리라곤 생각지도 못한 사이에, 못 헤어지겠다며 다현 부모에게 계약 내용을 꺼내드는 건 다현이 아닌 재인이다. 그런가 하면 재인은 성현 그룹 회장인 할아버지까지 행차시켜 겨우 다현과 만나도 좋다는 허락을 얻어내지만, 이번에는 둘을 이어준 장본인인 그 할아버지가 다현에게 자신이 누군지 거짓말을 했던 탓에 한 번 헤어지기까지 한다. 이들은 '계약' 으로 만났지만, 서로에게 진짜 마음이 생기고 나서 그 계약은 서로의 진심을 헷갈리게 하는 걸림돌이 되며, 그러다가도 또 둘을 헤어지지 못하게 만드는 안전 장치로 계속 역할이 바뀐다.
이런 전개는 <1%의 어떤 것> 이 일주일에 이틀, 약 두 달간 (16부작 기준) 방영되는 미니시리즈가 아니라 일요아침드라마로 편성되면서 가능했던 방식이기도 하다. 일요일 9시 50분이라는 방영시각은 늦잠 자는 대부분의 시청자들을 놓치는 시청률 사각지대이고 그 때문에 이 드라마가 더 크게 언론에서 다뤄지지 못했겠지만, 무려 6개월여에 걸친 '일주일에 한 번, 회당 50분' 의 에피소드는 둘의 연애와 상관 없는, 지엽적인 부분을 모두 빼는 빠른 전개를 하면서도 여름-가을-겨울까지 걸치는 연애와 결혼 이야기를 차근차근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과속의 아쉬움
물론 이 드라마의 전개에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1%의 어떤 것>에서 전개 중 가장 무리수를 둔 점은 주희가 다현을 어설프게 납치한 것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그 때문에 드라마의 재미가 없어졌다고 할 수는 없다. 어쨌든 주희의 납치 때문에 재인이 결혼을 서두르게 되었고, 그 과정도 이 드라마의 전체적인 경쾌함에서 크게 동떨어지지 않도록 연출되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재인 - 다현 커플 이외의 연애 이야기가 충실하게 전개되지 못한 데 있다. 앞에서 일주일에 한 번 방영되는 드라마라는 편성이 재인과 다현의 연애에는 알토란같이 쓰여졌다고 했지만, 다른 커플의 경우에는 그렇지 못했다. 특히 이 드라마의 서브 주연이라고 할 수 있는 태하(이병욱)와 현진(한혜진)의 경우, 태하는 어머니에 휘둘리는 듯한 인상까지 주면서 재인의 뒷조사를 하고, 그러면서도 경영 자질에 있어서는 재인에게 늘 한 수 밀리는 캐릭터였다. 그런데 이런 사람이, 아무리 현진을 상속녀로 오인했다고 해도 현진을 만날 때는 너무 매너 좋은 모습만 보일 뿐이다. 또한 현진의 경우는, 다현의 연애 고민을 다 들어주고 조언해주면서도 태하에게 "이런 거 처음 받아봐요." 라고 하며 인형을 받을 만큼 연애 경력이 없다. 그런데 아무리 집안 형편때문에 친구 집에 얹혀사는 외로운 여자라고 해도, 눈 돌아가게 바쁜 종합병원 인턴이 하루 펑크를 내고 태하와 놀고 오는 것은 일도 연애도 열심히하던 다현과 재인의 모습에 비교해볼 때 그 현실성은 둘째 치고라도 캐릭터의 매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다현보다 결코 덜하지 않을 모범생 캐릭터인 현진이 그 딱 하루만에 '속도 위반' 이 되어 결혼을 급히 추진하는 것도 쉽사리 납득할 수 없는 급한 전개다. 결정적으로 태하의 어머니, 즉 재인의 고모는 현진과의 결혼을 심하게 반대하다가 점점 생각이 바뀌어 현진을 예뻐하게 되는데, 아무리 사람이 변할 수 있다고는 해도 몇십년 동안 재인과 그의 어머니를 싸잡아 괴롭히던 사람이 그 짧은 시간에 점점 덜 무뚝뚝해지는 것도 아니고 며느리에게 뭘 못해줘서 안달인 팔불출같은 성격으로 변하는 것은 지나친 과장이 아닐까. 물론 <1%의 어떤 것> 의 주인공이 태하와 현진이었다면 이런 설정의 개연성을 강화할 여유가 있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재인이 다현과 만나며 점점 신경질을 누그러뜨리고 본연의 선한 면모를 차근차근 보여줬던 것을 기억하는 시청자의 입장에서는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가 어렵다. 재인과 다현의 이야기에서, 상견례를 졸지에 약혼식으로 둔갑시키기 위해 이규철 회장은 거의 절대본좌급^^의 능청스러움을 보여주며 양가 식구들을 구워삶지만, 이런 패턴이 태하와 현진에게도 그대로 입혀지면 이 커플만의 재미를 느끼기는 어려워진다.
재영(김지우) - 형준 커플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재인이나 다현과 달리 서로를 어릴 때 부터 봐온 친한 관계에서 출발했는데 또 부모님의 반대와 그를 극복하는 과정을 반복할 뿐이고, 다현의 오빠 서현(경준)과 희진(김지유) 의 로맨스까지 뒤늦게 등장하면서 결국 <1%의 어떤 것>은 후반 들어 상당히 산만해져 버리고 만다. 이들은 재인과 다현이 연애할 때만해도 철저히 이 두 사람의 주변 인물로서만 쓰이던 캐릭터였지만, 후반부의 균형이 깨어지면서 거꾸로 재인과 다현이 이들의 연애사에 참견하게 되는 주변인물이 된다. 그리고 그 때문에, 결혼 이후 재인과 다현의 생활에서는 이들이 연애할 때 만큼의 독창적인 에피소드들이 등장할 여지도 크게 줄어들고 말았다.
로맨틱 코미디가 홈드라마로 거듭나던 아침
하지만 이 드라마의 시청률이 떨어지지 않았던 것은, 줄어든 비중으로나마 결혼 이후에도 재인과 다현이 꾸준히 진솔하게 사랑하는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일 것이다. 이들의 연애는 시작부터 성격 때문에 삐걱거렸고 그 과정에서도 다른 재벌 딸이 방해하는 비현실적인 로맨스를 진행시켰지만, 그 때 이들이 느끼는 연애 고민은 라디오에 단골 사연으로 나올만한 지극히 보편적인 것들이다. 재인은 다현이 전화를 잘 안하는 것에 투덜대고, 현진에게 "다다(다현의 애칭)가 마음을 잘 안 보여 줍니다." 라고 하지만, 다현도 재인의 할아버지에게 "재인씨가 마음을 잘 안 보여 줘요." 라고 걱정스레 말한다. 그리고 이들의 결혼 이후에도 재벌의 화려함은 전혀 부각되지 않는다. 다현은 언론에까지 보도되며 성현 그룹의 며느리가 되었지만, 막상 그 남편이라는 인간은 피아노까지 치면서 프로포즈하고 딴 점수를 신혼 여행가서 회사 일(!) 하는 걸로 와르르 까먹어 버린다. 그러는 재인 역시, 너무 급하게 결혼을 한 지라 밥 짓는 것부터 곤란해하는 다현을 도와주고 아침마다 다현이 뭘 놓고 나왔는지 챙겨줘야하는 건 다를 바 없다.
하지만 재인이 끝까지 다현 부모의 허락을 받으려고 한 건 가족과의 불화를 극복하지 못하고 반대하는 결혼을 했던 아버지의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으려 한 것이었고, 그 마음을 헤아리는 다현은 재인에게 '남들 같은 가족'으로 살게 해 주고 싶어서 시집에 들어와 살겠다는 속 깊은 여자다. 그리고 그런 다현을 딸과 다름없이 아껴주는 시어른들이 옆에 있다 (재인의 어머니와 할아버지는 다현을 며느리라고 하지 않고 그대로 '다현' 이라는 이름을 불러준다). 이런 신혼부부의 모습은 재벌이라는 단어에서 느껴지는 위화감보다는 결혼 생활이 서툴러도 하루하루 열심히 사는 신혼부부의 일상이고, 그다지 특별할 것도 없다. 그렇지만 이 독특한 커플이 아기를 가졌다는 말에 말 그대로 '눈이 튀어나오게' 좋아하고 (이 표현이 와닿지 않는 분들은 23회를 복습하시면 됩니다~), 그러다가 너무 빨리 부모가 되는 것을 걱정하면서도 "힘들겠지만, 우리 둘이서 하는 거잖아." 라면서 좋은 엄마 아빠가 될 것을 다짐한다. 이 자체는 특이할 것 하나도 없이 지극히 표준적인 한국 가정의 모습이고 실제 한국의 재벌가에 이런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싶기도 하지만, 이 커플이 온갖가지로 좌충우돌하는 데이트를 치르며 만나는 것을 쭉 봐온 시청자들이라면 이런 기특한 모습에 공감하지 않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1%의 어떤 것> 이 보여준 다현과 재인의 신혼생활은 같이 출근하고, 임신한 다현이 먹고 싶은 음식을 사주러 같이 외출하는 등 평범하고 소박하게 그려졌지만, 이러면서도 연애 초반기의 캐릭터를 간간히 떠올리게 하며 재미를 유지했다. 막 연애를 시작했을 무렵 자기를 '촌스럽고 고리타분한 여선생' 이라고 말한 재인에게 복수하기 위해 '아슬아슬한(?) 빨간 원피스'를 입고 나간 다현은, 결혼 뒤 재인이 늦게 들어오자 시어머니 방으로 사라져버리는 '여우짓'을 또 해서 재인을 안절부절 못하게 만든다.

일상적이면서도 특별한, 일요일 같은 사랑이야기
2003년은 네멋대로해라 - 옥탑방고양이 - 다모 - 대장금으로 이어지는 MBC 심야 미니시리즈의 르네상스 시기였고, <1%의 어떤 것> 의 후속 드라마들의 저조한 시청률로 인해 아예 일요아침드라마라는 포맷 자체마저도 폐지되고 말았다. 그래서 더 <1%의 어떤 것>은 히트 드라마로 거론되지 못했지만, 결코 적지 않은 수의 사람들이 재인과 다현을 보며 일요일 아침을 일단 웃고 시작할 수 있었다. 재벌과 평범한 여성의 로맨스가 가장 히트한 드라마는 공교롭게도 2004년의 SBS <파리의 연인>이고, '일하는' 재벌의 이미지로도 박신양이 연기했던 자동차 회사 사장 한기주가 대표적으로 거론되곤 한다. 하지만 <1%의 어떤 것>은 출생의 비밀 같은 고루한 소재를 반복하지 않는 대신, 기존 재벌드라마의 화려함이 놓쳤던 소박한 연애의 재미와 일상적인 가족의 기쁨을 보여줌으로써 되레 '평범한 사랑' 의 공감대를 이끌어냈다. 상쾌한 일요일에 '같은 음악 들으면서 다정하게 걷기' 를, 재인과 다현 뿐 아니라 지켜보는 시청자들까지 함께 즐거워 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그래서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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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2008년 6월 10일~ 11일 네이버 '감성지수 36.5' 에 소개되었습니다)
# 다정스페이스가 네이버에서 살던 시절, 이 글이 네이버 메인에 뜨면서 2008년 6월 17일까지 총 250개의 댓글이 달렸었습니다. 그런데 블로그 포스트를 백업해서 옮기는데, 댓글이 100개까지밖에 옮겨지지 않는 오류가 났어요. 그래서 나머지 150개의 댓글은 복사해서 제 아이디(dajung)로 옮겨놓았습니다.(101번째, 102번째 댓글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