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 the Sound of Music> 은 작곡가 리처드 로저스(Richard Rodgers) 와 작가 오스카 해머스타인(Oscar Hammerstein II)의 대표작 중 하나로, 1959년에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되고 1965년에 로버트 와이즈(Robert Wise)감독에 의해 스크린으로 옮겨진 작품입니다. 그리고 2005년에는 영화 개봉 40주년 기념 오리지널사운드트랙이 발매되었는데, 이 리패키지 음반에는 이전 버전의 OST에서는 누락되었던 리프라이즈 버전의 노래까지 모두 들어있습니다. 이번 리뷰는 트랙리스트 순서대로 노래들을 쭉 듣다가 느낀 점들을 다시 영화를 보면서 정리한 것으로써, 글 중간중간에 # 표시가 붙은 영문은 리뷰에 인용된 노래 제목입니다. (사진 출처는 엔키노입니다.)
Thank You for the Music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 the Sound of Music>리뷰

이렇게 <사운드 오브 뮤직> 은 주인공 1인이 끌고가던 전체 스토리의 무게 중심이 트랩 대령(Captain Von Trapp/ Christopher Plummer, 노래 더빙 Bill Lee) 과 일곱 아이들(Liesl / Charmian Carr, Louisa / Heather Menzies, Fredrich / Nicholas Hammond(I), Kurt/ Duane Chase,Brigitta /Angela Cartwright,Marta /Debbie Turner,Gretl /Kym Karath)로 차츰 옮겨가다가 갑작스럽게 오스트리아를 떠나 망명하는 가족의 이야기로 끝맺고 있다. 극을 끌고 가는 캐릭터가 분산되기만 해도 극 전체적으로는 산만해질 위험이 따르는 점을 생각해보면, 이는 예나 지금이나 관객에게 결코 안전하게 받아들여질 수 없는 유례없는 구성이다. 그러나 이런 <사운드 오브 뮤직> 의 대담한 도전은 다름 아닌 '음악'으로써 마리아의 이야기가 가족의 이야기로 거듭나도록 흐름을 바꿔간다.
You Can Sing Most Anything - Together!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마리아의 역할은 음악을 잊고 삭막하게 살던 트랩 가족에게 노래 소리를 되찾아주는 것이다. 즉 마리아가 '노래를 가르쳐주는' 식으로 해서처음에는 마리아가 리드하며 노래를 부르다가, 차츰 아이들과 트랩 대령으로 보컬이 파생된다. 첫 장면의 # Prelude and the Sound of Music 부터, 아이들과 처음으로 한 자리에서 놀게 되는 # My Favorite Things 까지는 마리아 혼자 노래를 부른다. (이보다 먼저 리즐과 롤프(Rolf / Danial Truhitte)가 # Sixteen Going on Seventeen 을 부르기는 하지만, 이 장면은 전체 흐름상 후반부를 위한 복선 내지는 부차적인 설정에 가깝다.) 그러나 마리아가 본격적으로 기타를 잡고 음악을 가르치는 # Do-Re -Mi 부터는 달라진다. "쉬운 것부터 시작해보자 Let's see if I can make it easier... " 면서 마리아는 도,레,미,파,솔,라,시 각각의 음에 뜻을 붙여가면서 노래를 부르는데, 일단 마리아가 끝까지 한 번 부르고 난 뒤부터 아이들이 같은 가사를 반복하여 따라 부르게 되면서 마리아와 아이들의 합창을 이룬다. 이렇게 노래 중간에 보컬이 바뀌면서 캐릭터들이 하나둘씩 '노래' 에 합류하는 구성은 바론 부인(Baroness Ebberfeld / Doris Lloyd)에게 아이들이 # the Sound of Music(Reprise)을 들려주는 장면에서도 반복되는데, 아이들이 부르던 도중에 트랩 대령이 "마음이 외로워질때면 산에 올라 노래부르네 I go to the hills when my heart is lonely"라고 합류하면서부터 그의 솔로가 이어지고 자연스럽게 아이들이 코러스를 넣어준다.
물론 마리아의 '리더'로서의 역할은 당장에 사라지지 않는다. 마리아는 아이들의 노래를 맨 앞에서 이끌어주는 선생님이고, 특히 트랩 대령과의 로맨스가 제시되기 위해서는 가장중심적인 인물로 부각되어야 한다. 그래서 그녀와 아이들의 인형극 # the Lonely Goathard 에서도 메인 보컬은 어디까지나 마리아일 뿐, 아이들의 목소리는 앙상블 내지는 서브 보컬을 맡는다.하지만 '마리아만의 노래' 에서 '마리아와 아이들' 의 노래로 발전되면서 비중이 높아지는 트랩 대령과 아이들은 점차 각각의 솔로 곡을맡아 노래하면서 '가족합창단' 의 멤버가 되는 설정에 더 매끄럽게 다가갈 수 있다. 사실트랩 대령의 # Edelweiss 나 아이들의 # SoLong, Fairwell 은 극의 전개상 반드시 들어가야 앞뒤가 맞아떨어지는 장면은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전체 줄거리상의 쇼로만 여겨질 수 있다. 그러나 기타를 치며 노래하는 트랩 대령의 모습을 접하는 관객들은 비로소 그의 숨겨졌던 모습 -아내와 사별한 이후 딱딱하게만 살아왔지만 알고보니 다정하게 노래를 부를 줄 아는 사람이었다는 것- 까지 이해하게 되며 자연스럽게 그의 존재감을 높인다. 이것은 일곱 아이들의 재치있는 작별인사 노래에서도 마찬가지다. 그 전까지 아이들은 마리아나 트랩 대령의 솔로곡에서 코러스를 맡는 앙상블에 가까웠지만, 영화 속 모든 등장인물의 시선과 관객들의 시선을 몰아서 받는 1부의 마지막 장면에서 비로소 그들만의 노래를 부르게 되면서 조연에서 주연급으로 업그레이드 된다. 이 장면이 없었다면 마리아와 아이들 함께가아닌 아이들 7명만 합창단을 이뤄서 민요 대회에 내보내자는 맥스(Max Detweiler/Richard Haydn)의 제안이 어색하게 여겨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And That Will Bring Us Back to.....
그러나 <사운드 오브 뮤직>의 결정적인 강점은 노래에 보컬의 비중을 바꿔가며 완급을 조절하는 것 말고도, 기가 막히게 리프라이즈(Reprise)를 활용한다는 데 있다. 뮤지컬의 메인 테마 한 두곡 정도를 전개 과정에서 두 번 이상 노래하는 리프라이즈는 관객들에게 공연의 레파토리를 확실히 각인시켜가면서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웬만한 뮤지컬에서 일반적으로 쓰여지는 구성 방법이긴 하다. 그런데 <사운드 오브 뮤직>은 무려 8곡( # Sound of Music, # Maria, # Sixteen Going on Seventeen, # My Favorite Things, # Do-Re-Mi, # Edelweiss, # So Long, Fairwell, # Climb Ev'ry Mountain)에 달하는 리프라이즈 버전의 노래들을 반복하는 데다가, 아예 마리아와 트랩 대령의 결혼식 이후에는 새로운 뮤직 넘버가 나오지도 않는다. 그런데도 <사운드 오브 뮤직> 은 이렇게 리프라이즈만로 채워지는 후반부를 결코 상투적으로 흘러가게 내버려두지 않는다. 결혼 행진곡으로 견습 수녀 시절 마리아의 노래 # Processionals and Maria 가 반복되는 것이나, 세레나데였던 # Sixteen Going On Seventeen 의 가사가 바뀌어서 마리아와 리즐의 대화로 바뀌는 것은 그냥 재치라고 넘길 수도있다. 하지만 폰 트랩가를 떠났던 마리아와 아이들이 다시 만나는 장면의 # My favorite things (Reprise) 의 반복은 남다르다. 가정교사는 필요없다고 말했으면서도 막상 천둥이 치는 밤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마리아의 방으로 달려온 아이들에게, 처음 불러주면서 친해지게 되는노래가 # My favorite things 였다.얼핏 전혀 다른 시점의 두 시퀀스지만, 아이들과 마리아가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사랑하게 된다는 공통점을 잡아내서 같은 노래를 부르게 하는 설정은 뮤지컬 속 노래의 가사가 곧 대사로 연결되어야 한다는 강박을 경쾌하게 벗어난다. 그동안 음악을 잊은 채로 살았던 트랩 대령이 처음으로하는 노래가 공교롭게도 마리아가 영화 속에서 가장 먼저 불렀던 #Sound of music (Reprise)이라는 점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런 리프라이즈의 효과는 트랩 대령이 부르는#Edelweiss 에서가장 큰 빛을 발한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마리아로부터 기타를 건네받고 부르는 #Edelweiss 는 그로부터 딱딱한 군인의 이미지를 벗어나게 함과 동시에 노래의 마지막 가사 "내 조국에 축복을 Bless my homeland forever." 를 통해 트랩 대령의 서정적인 애국심을 드러내기도 했다.그에게 있어 오스트리아는 나치와의 자존심 싸움 거리가 아니라, 평화로운 행복을 만들어가며 살아오던 아름다운 땅이다. 이런 사람이 나치로부터의 징집을 피해서 그토록 정든 고향을 등져야 하는 상황이고, 그는 예정에 없던 무대에서 작별인사로 다시 한 번 이 노래를 부른다. 그런데 #Edelweiss 는 그 전에 노래를 들어본 적 없는 사람도 한 번만 들어두면 웬만큼 가사와 멜로디가 기억이 나게끔 하는 쉬운 민요이고, 설령 영어를 모르는 한국인 관객이라도 후렴구인 '에델바이스 - ' 정도는 즉시 따라서 흥얼거릴 수 있을 정도다. 이렇다보니 트랩 대령이 가족과 함께 노래부르며 청중들에게 같이 부르자고 손짓할 때, 영화를 보는 관객 역시 실제 현장에 있는 것처럼 금세 따라 부르면서 스위스로 떠나야하는 트랩 가족의 애수를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어디 그 뿐인가. 사운드오브뮤직의 모든 곡들은 단순히 반복되지 않고 보컬과 코러스를 바꿔가며 재편곡 되었기 때문에,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같은 노래를 우려먹는다는 생각은 커녕 안 그래도 한 번 더 듣고 싶던 노래가 더 풍성한 사운드로 귀에 스며들게끔 한다. # Do- Re - Mi 의 리프라이즈는 "Ti(시) - a drink with jam and bread" 라는 가사로부터 코러스를 새롭게 붙여가고, #So-long Fairwell 은 아이들이 아닌 마리아와 트랩 대령이 선창한다. 아이들이 먼저 #My Favorite Things(Reprise) 을 부르지 않았더라면, 자연스럽게 노래를 이어 받는 마리아의 깜짝 등장에 관객도 같이 반가워할 수 있었을까.
Musical Would Be Blessed with the Sound of Music

이런 <사운드 오브 뮤직> 의 작품성은 오늘날 한국의 뮤지컬계에도 충분한 시사점을 남긴다. 현재 우리나라의 뮤지컬은 해외로부터 수입되는 대형 라이센스 공연의 시장 규모가 가장 크고 그 밑에서 조금씩 소극장용 위주의 창작뮤지컬이 제작되는 태동기이다. 게다가 그토록 흥행하고 있다는 한국 영화 시장이지만 막상 '뮤지컬 영화'는 단 한편도 제작된 바가 없다. 음악이 단순한 BGM이나 그저 스토리와 교대로 제시되는전형성을극복하고,스토리의 흐름과 관객의 감정선까지 조절하게 되는 - 이 정도의 완성도를 지닌 걸작이 앞으로 한국에서도 탄생하고 흥행할 수 있을까? 물론 <사운드 오브 뮤직> 에서 이 정도로 음악의 역할이 커질 수 있었던 것은 작품 자체의 소재가 '노래' 여서인 점도 하나의 이유지만, 그렇다고 모든 뮤지컬의 소재가 음악 그 자체여야만은 아니지 않은가. 분명한 점은, 그토록 오랜 시간이 지났어도 극 중의 뮤직 넘버 한 두 곡만이 아니라 <사운드 오브 뮤직> 이라는 작품 자체가 사랑받는 비결이 '음악으로 이야기하는' 뮤지컬만의 장점을 지루할 틈도 없을정도로 훌륭하게 활용한 연출의 힘에 있다는 것이다. 브로드웨이는 대형 뮤지컬의 물량 공세로 덩치부터 커지면서 발전하지는 않은 것 같다. 이런 작품이 1959년에 등장하면서 차근차근 내실이 다져졌을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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