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권리다

학교 2006/03/18 21:59

 

학교는 권리다




다정 (http://dajungspace.com)


 



만 7세가 되는 해에 모든 대한민국의 국민들은 '취학통지서' 를 받습니다. 또한, 전세계 최고 수준(?)인 교육열에 힘입어 초중고등학교를 쭉 진학하는 학생의 비율은 거의 100% 가까이 되구요. 많은 '어른'들은 자신들의 어린 시절에는 수업료를 내지 못하고 집으로 쫓겨오는 적도 많았다면서 세상 참 좋아졌다고 결론짓곤 합니다.

희한한 점은, 누구나 학교를 갈 수 있게 된 '의무교육' 의 정의에 대해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마쳐야 한다' 라고 넘겨 짚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여기서의 '의무' 는, 학생은 학교를 다녀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학생이 다닐 학교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말합니다. 헌법 31조에 정의된 이 '의무교육이념'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해설한 판결문을 잠깐 읽어볼까요.



헌법은 제31조 제1항에서 '교육을 받을 권리'를 보장함으로써 국가로부터 교육에 필요한 시설의 제공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 및 각자의 능력에 따라 교육시설에 입학하여 배울 수 있는 권리를 국민의 기본권으로서 보장하면서, 한편, 국민 누구나 능력에 따라 균등한 교육을 받을 수 있게끔 노력해야 할 의무와 과제를 국가에게 부과하고 있는 것이다. '교육을 받을 권리'란, 국민이 위 헌법규정을 근거로 하여 직접 특정한 교육제도나 학교시설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라기 보다는 모든 국민이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교육제도를 제공해야 할 국가의 의무를 규정한 것이다. 즉, '교육을 받을 권리'란, 모든 국민에게 저마다의 능력에 따른 교육이 가능하도록 그에 필요한 설비와 제도를 마련해야 할 국가의 과제와 아울러 이를 넘어 사회적·경제적 약자도 능력에 따른 실질적 평등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적극적인 정책을 실현해야 할 국가의 의무를 뜻한다. 이에 따라 국가는 다른 중요한 국가과제 및 국가재정이 허용하는 범위내에서 민주시민이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필수적인 교육과정을 의무교육으로서 국민 누구나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제공해야 한다.



-학원의설립·운영에관한법률 제22조 제1항 제1호 등 위헌제청, 학원의설립·운영에관한법률 제3조 등 위헌 확인 (전원재판부 2000. 4. 27. 98헌가16, 98헌마429(병합))-


 


그렇습니다. 물론 부모의 소득 수준 격차에 따라 자녀의 학력 수준 역시 차이가 난다는 통계 결과도 있고, 국가가 무상으로 지원하는 교육의 범위가 어느 정도 까지여야 하느냐에 대한 논쟁 역시 끝나지 않겠지만, 일단 헌법재판소가 밝힌 '의무교육'과 '교육' 의 의미는 틀린 점이 없어 보입니다. 물론 재정적인 문제등으로 인해 현실적으로 어느 정도까지 '교육권' 보장되느냐에 대한 문제가 남지만, 우리 헌법은 현실적인 어려움을 차근차근 개선해나가면서 평등을 실현하도록 하는 '단계적 평등' 을 긍정하고 있지요. 즉 지금 당장은 국민에 혜택이 돌아가지 않더라도 꾸준히 그 대상을 넓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에 대해서는 헌법재판소 판례 90헌가27 : 교육법8조 위헌 제청 사건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이제 우리도 변했으면 좋겠습니다. 급하게 학교를 짓고 교사를 고용하여 산업역군을 만들던 기존의 시스템의 폐해에서, 학교는 아직도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제 자신을 비롯하여 많은 사람들은 한국의 교육 현실에 대해 불평하는데, 그러면서도 학생의 학교에서의 '의무' 만을 생각한 나머지 '학교 생활을 제대로 권리' 를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죠. (하긴 학생으로서의 권리를 목소리 크게 주장해 본 적 없는 사람들이 많은 현실에서, 별로 이상할 것은 없군요) '사회화' 는 가장 중요한 교육의 목적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지만, 그것은 현 사회 체제에 순응적인 인간을 길러내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사람들이 존중받으며 살아가도록 이끄는 것 아니겠습니까.

학생들은 일방적으로 교육을 받는 피동적인 입장에.서 벗어나야 하고, 자신의 인생을 설계해나가는 공간으로서 학교가 활용되어야 합니다. 이제 그들의 '권리'에 대해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요. 자신의 개성을 발현하면서 타인을 존중하는 '권리'를 생각한다면 두발규제는 즉시 철폐되어야 하고, 건강하게 자신을 돌보면서 수업을 들을 '권리' 가 있다면 여학생들의 생리 공결 제도는 진작에 도입되었어야 마땅합니다. 학교 생활에 회의를 느껴 자퇴하려는 학생에게는 '학생이 학교를 가는 게 당연하다' 는 동어 반복이 아니라 자신의 교육권을 스스로 포기하려는 것은 아닌지 하고 걱정해주는 것이 순서겠죠. 아울러 지금까지는 학생의 학사 과정 참여가 전무하다시피 했지만, 차츰 학생의 목소리가 교육과정에 반영되는 비중이 높아져야 겠구요. 물론 현행 의무교육의 범위인 초중등학교만이 아니라, 공교육기관 전체에 해당되는 이야기입니다.


 

나부터, 지금부터 비록 현실이 불만족스럽더라도 '학교는 나를 위해 다니는 것' 이고, '학생을 위해 존재하는 곳' 이라고 한 번씩 다짐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의식의 개혁이 없다면 언제까지나 학생 인권은 그저 '배부른 투정' 으로 들릴 뿐일 겁니다. 선생님으로서 내가 하는 가르침이 학생의 삶에 어떻게 보탬이 될까, 교육 정책이 경제 논리, 국력의 명분이 아닌 국민의 교육권을 보장하는가를 먼저 생각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게 마련입니다. 하다못해 어쩔 수 없는 대한민국 사람이라 대학 진학을 위한 입시 경쟁에 합류하게 된다 하더라도, 유년 시절에 학생으로서의 권리를 존중받아 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인생이 과연 같을까요.

학교를 향한 권리는 사치가 아닙니다. 대한민국 청소년이라면 누구나 행복하게 학교를 다닐 권리가 있고 그를 위해 사회 구성원 모두가 노력해서 이뤄나가야 하는 것입니다. 최근 청와대는 강남과 강북의 서울대 진학률의 큰 차이를 들며 교육에서의 양극화 문제를 논했는데, 현 입시위주 교육에 대한 회의 없이 지역간 학력 격차만을 지적하는 것은 결국 대입 경쟁 체제를 더욱 견고하게 만드는 것 밖에 되지 않을겁니다.



새학기부터는 교실들이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다양한 색깔들이 어우러져서 멋지게 그림을 그려가는 크레파스처럼 말입니다.
(마지막 문구는 조훈제 선생님의 블로그에서 따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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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크레파스 2006/03/18 23:21 답글수정삭제

    아이...부끄러워라....몰라몰라...

    2년전 교사가 된 후 두번째 해에
    도서관 새 책 구입으로
    '인권은 교문 앞에서 멈춘다'를 신청했었죠.
    그냥 제목이 마음에 들어 신청했었는데
    교감 선생님으로부터 거부당했고
    주변 쌤들로부터 이상한 눈초리...
    몸조심을 위해 제 돈으로 구입했었죠...ㅋㅋ

  2. 다정 2006/03/19 17:07 답글수정삭제

    하하하^^;; 선생님 화이팅이에요!!!

  3. 다정 2008/04/19 11:12 답글수정삭제

    솔직히 공부벌레노예를
    키우는 학교라는 노예
    수용소에서 더이상 배울
    게 뭐가있나 폭력교사한테
    공부를 배우느니 차라리
    자기혼자 공부하는편이
    더낫지

    • dajung 2008/09/10 11:41 수정삭제

      이 댓글은 네이버 블로그 시절 '노예학교'라는 닉네임의 네티즌이 남긴 것입니다. 블로그 이삿짐을 백업해서 옮기다보니, 로그인하지 않고 남긴 댓글이 모두 관리자 이름으로 바뀌어서 옮겨져 버렸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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