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뮤직 인 마이 하트>의 팜플렛에 수록된 뮤직 넘버의 가사와 <더 뮤지컬 the Musical> 8,9월호의 <뮤직 인 마이 하트> 의 기사를 참고해서 쓴 것입니다. 그리고 제목 밑에 적힌 관람일자를 보면 아시겠지만, 이 리뷰는 <뮤직 인 마이 하트>의 2005년 초연 버전을 보고 쓴 것이랍니다. 2008년 현재의 뮤하트는 결말의 줄거리 등이 조금씩 고쳐졌다고 하더라구요^-^
사랑하나요?
-뮤지컬 <뮤직 인 마이 하트 Music in My Heart>리뷰-
2005.9.25. PMC 대학로자유극장
다정(http://dajungspace.com)
이 글을 쓰는 준비를 하면서 <뮤직 인 마이 하트 Music in My Heart (이하 뮤하트)> 의 포인트를 잡아가는 데에는 공연 전 날, 토요일 아침에 우연히 본 VJ프로그램이 큰 힌트가 되어주었다. 한 종합병원에서 아마추어 연주자들이 자선연주회를 했는데, 그 때 관객으로 인터뷰를 한 청각장애인 아주머니께서 '귀가 들리지 않더라도, 앞에서 연주하는 거 보고 느끼면 저희도 감동을 받거든요' 라고 말씀하신 것이다. 청각장애인도 음악을 즐길 수 있다, 고 예전에 얼핏 들은 적은 있었지만 그 본인에게서 직접 들은건 처음이었다.그리고, 그 순간 이후로 <뮤. 직. 인. 마. 이. 하. 트.> 라는, 제목 치고는 조금 긴 듯하면서 약간 밋밋해보이기도 했던글자들이 다시 읽히기 시작했다. 이 공연의 포스터나, 홍보용 스틸 사진은 분홍빛으로 굉장히 '사랑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으며 실제로도 '로맨틱 코미디' 를 표방하고 있다. 그런데, 그럼 왜 "Love" in My Heart 가 아니라 "Music"in My Heart 라고 했을까. 청각장애여성의 '사랑' 을 그린다던데 '음악' 을 맨 앞으로 내세운 이유는? 이런내궁금증은, 공연 후 자유극장 밖으로나와 대학로를 걷다가 차츰 풀리게 되었다. 바로, 나같은 관객 때문에 그랬구나.....하고.
내 안에 '음악' 이 있어요

그러나 이것은 뮤하트의 제목이 담고 있는 부차적인 의미에 지나지 않는다. 여기서의 '음악' 은 바로 민아의 대본 속에서 숨쉬는 4인물 - 여우(최보영), 언더(백주희), 주인공(이건영), 조연(임기홍)을 뜻한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남들이 보기에는 그냥 조용조용한 듯한 민아지만 그녀의 '마음' 속에는 이렇게나 유쾌하면서도 착한 친구가 넷씩이나 있으면서 함께 대본을 만들어 간다. 관객들은 워낙에 이 4인방이 자주 등장하면서 민아와 대화를 나누는 탓에 순간 순간 이들이 가상의 인물이라는 것을 잊기 쉽지만, 사실 이 네 사람은 모두 민아의 마음 속에서 그녀의 생각과 성격을 이루는 부분 부분에 해당한다. 이민아 '작가' 는, 이들과의 관계에 있어서는 이 네 빛깔의 하모니를 조율하는 '음악감독' 인 셈이다. 이런 캐릭터 설정은 장애를 가진 민아가 '비장애인과 다르지 않다' 는 것을 넘어서서 그 이상의 매력을 획득하게 만든다.
뮤하트의 놀라운 특징이자 두드러지는 개성은 바로 이 '민아의 마음' 이 극을 이끌어가는 중심 축으로 거의 끝까지 밀어붙여진다는 점이다.극이 시작된 직후부터민아가 등장해서 자신이 누구인지를 관객들에게 직접 알리지만, 그 다음 나오는 것은 상대역(이니까 당연히 민아와 극에서의 비중이 비슷할 것이라고 관객들이 믿고 있었던)인 재혁이 아니라 그녀의 생각 속 여우, 언더, 주인공, 조연이다.그리고 민아의 시점으로 전개 되는 대부분의 장면에서도,혼자 노래하고 대사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중요한 부분에서는 거의 다 민아가물러서면서 그녀의 마음 속 친구네 사람이 분위기를 띄우게 된다. 관객들에게 가장 많은 호응을 얻는 장면중 하나인 "Style For You" 를 떠올려보자. 넷이 나와서 여자의 매력이 뭐뭐라며 즐겁게 패션쇼를 하지만, 사실 이것은 뭘 입어야 재혁에게가장 예쁘게 보일까 하는 민아의 설레임을 굉장히 다채롭게 묘사한 것이다.
민아가 재혁을 만나는 순간에도 그녀는(=그녀 안의 네 사람은) 재혁을 요리조리 뜯어보면서애인이 있을까 없을까 생각하고("궁금증"), 재혁의 문자메시지를 기다리면서 함께 '아무런 소식이 없는 일주일("일주일")' 에 대해 한숨을 쉰다. 뮤하트는 프로모션 과정에서 이 공연의 주인공이 민아와 재혁 커플임을 암시하고 있고 대부분의 관객들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결국 뮤하트의 이 4인방이야 말로 "민아의 마음 속의 음악( music in my heart )" 로서 작품의 타이틀롤인 셈이다. 관객이 제 3자의 시점에서 바라보는 로맨스가 아니라 주인공 여성의 시점에서쭉 따라가게 되는 이런 전개방식은,같은 뮤지컬에서는 물론이려니와 여타 장르에서도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 최근들어드라마나 영화 등에서는 점점여성의 시점으로 전개되는 픽션들이 많아지고 있지만,뮤하트는 그 트렌드를 받아들이되 뮤지컬이라는 무대극의 특성을 결합시키면서 언뜻 평범하게 보일 수 있는 로맨스의 과정을 기발하고 경쾌하게 묘사한다.
한 사람에서 두 사람으로 넘어갈 때
그러나 재기발랄하게 진행되던 극의 흐름이 재혁의 고백 - 스캔들의 보도 - 잠적 - 공항에서 재회하는 과정의 후반부에서는 다소 매끄럽지 못한 점이 아쉽다. 나는 뮤하트의 리뷰를 쓰기 전 관객들의 공연후기를 읽다가 '남자주인공의 비중이 너무 적다' 는 불평을 (드물게나마) 몇 번 접했는데, 그건 앞에서 밝혔듯 극의 전개가 실질적으로 민아의 1인칭 시점으로 전개되는 이상 필연적인 결과이므로 단점이라고 비난할 수 없는 특징에 불과하다. 비중이 작다 크다가 아니라, 비중이 작아도 얼마나 관객에 인상적인 모습을 남기느냐가 관건인 것이다. 그러나 짝사랑이 서로의 사랑으로 발전되기 위해서는 결국 재혁의 비중이 '점점' 높아지기는 하기는 해야 할텐데, 뮤하트는 워낙에 민아의 심리가 극의큰 줄기를 이루고 있기에재혁이 등장하더라도 실제의 재혁이 아닌 민아의 환상속의 재혁인 경우가 더 많을 정도이다(민아가 대본을 구상할 때 난데없이 재혁이 '민아씨, 사랑합니다' 라고 하며 꽃을 들고 나타나는 장면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심지어 재혁과 민아가 MSN 채팅을 할 때에도 그렇다. 탱고춤을 추는 조연과 여우의 역할은 표면적으로는 재혁과 민아의 '아바타' 이겠지만, 실제로 이 때의 조연은 그대로의 재혁이라기 보다는 민아가 채팅 중에상상하는 재혁의 말투와 심리를 코믹하게 재연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비록 극의 중반부에서 자신의 어깨에 기대어 잠든 민아를 생각하며 재혁은 '당신의 거짓말에 난 웃으며 속아요(#거짓말)' 라고 미소짓지만, 그 이후에도 계속해서민아의 마음으로써 줄거리가 전개되는 탓에 이 장면은 재혁도 민아에게 마음이 있다는 복선의 역할보다는 얼마나 민아가 서툴게 내숭을 떨고 있었는지 관객에게 알려주는 효과가 더 크다.
이러다보니 민아의 시선만에서가 아닌, 있는 그대로의 재혁이 드러나게 되는 시점은 어쩔 수 없이 점점 뒤로 밀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막상 재혁이 민아에게 고백을 하는 순간, 그들의 앞에는 스포츠지 기자들이 나타나서 그대로 '스캔들' 을 만들고, 재혁은 유명 배우라는 직업에 걸맞게(?) 그대로 '잠적' 하는 것이 정당화된다. 그리고 이후 전개되는 결말 직전까지의 줄거리는 진부하게 느껴질 수 있는 러브스토리를 색다르게 엮어가던 작품 스스로의 미덕을 퇴화시키고 그동안 숱하게 다뤄졌던 tv속 트렌디드라마의 공식을 그대로 따라가고만다.
이는 '현재 모든 여성 팬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는 꽃미남 배우' 라고 정해진 재혁의 캐릭터가 그 스스로의 함정에 갇혀버렸기 때문이다. 뮤하트는 극 초반부, 조연의 브리핑(?)에서부터 재혁이 얼굴 되고 성격 되는 인기 절정 '배우'라는 것을 관객들에게 알려주지만, 막상 그가 얼굴이 잘 알려진 연예인이기 때문에 벌어지는 에피소드들은 전혀 제시되지 않는다. 민아는 그를 만나러 가면서 '꽃미남 연예인을 실제로 본다' 고 조금이라도 신기하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애시당초부터 '작업대상' 으로만 여기고, 재혁 역시 민아와 바깥에서 만나며 테이크 아웃 커피까지 사오는데도 그의 주위에는 파파라치는 커녕 사인해달라고 달라붙는 여성팬마저한 명도 나타나지 않는다. 결국 배우라는 직업은 중반부까지는 있으나마나한 설정인데, 고백하는 시점에 이르러서야 느닷없이(!) 스캔들이 나면서 '이 사람이 사실은 배우였으니까' 라는 이유로 로맨스의 위기를 제시해버린다.
이렇게 재혁이 극 전면에 부각되어야 할 시점에서 '잠적'해버림으로써, 결국 그의 캐릭터는 늦게라도 관객에게 어필하는 데에 실패하고 만다. 그러나 관객들이 민아 바깥에 있는 재혁의 모습을 보게 되는 기회를 놓치게 되는 것은 둘째 치고라도,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가 재회한 후 '우리는 안된다' 며 재혁의 마음을 거절했다가 공항에서 다시 만나 고백을 듣는다는 '갑작스러운' 전환으로 인해 민아의 캐릭터가 독특함을 잃어버리고 신데렐라로 오버랩되는 것이 더큰 문제점이다.물론 민아가 공항까지 재혁을 찾으러 가다가 겪는, 청각장애의 불편함(공항안내원이 그녀의 생각을 알아 듣지 못하고 가 버린다던가 하는 등)은 관객들에게 일반적인 로맨스에서와는 다른 종류의 안타까움을 전하긴 한다. 하지만 연인이 엇갈리다가 공항에서 재회한다는 설정은 최근 국내외를 막론하고 너무 많이 드라마에서 써먹은 것이고(그간의 숱한 국내 드라마뿐 아니라, 시트콤 <프렌즈Freinds> 10시즌 마지막회에서 레이첼과 로스의 관계에서도 등장했을 정도이다.), 뮤하트는 작품 초반부터제시해 온 참신함을접어버린 채 기존 로맨스물에서 이용된 공항이라는 장소의 관습(?)을 그대로 차용한다. 물론 민아가 온 대중들의 시선을 받으며 세기의 로맨스의 주인공이 되지 말란 법은 없지만, 이 작품이 처음부터 제시된 민아의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매력'을 일시적으로 깎아먹으면서까지 '청각장애 여성도 신데렐라가 될 수 있다' 는 것을주장하려는 것은 아니지않은가. 사실 재혁이 배우라는 설정에 공감한다 하더라도, 나는 그가 하루 이틀도 아니고 기획 단계에 있던 작품이 공연 되기 일보 직전까지의 꽤 긴 기간동안연락도 없이 사라졌다가 수화를 배워 오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렇게 매너 좋고 지적인데다가 (9월 25일 오후 공연에서, 이 남자는 데이트 상대를 기다리며 과학잡지 'Newton'을 읽고 있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 없이 민아를 사랑하는 남자라면,스캔들이 났다 하더라도민아 곁에서 수화를 배워가며 용기 있게 사귀는 것이 더 맞지 않았을까. 어차피 연극 연출가와 작가라는 가까운 처지이고, 본격적으로 연애에 돌입한 상황도 아닌데 말이다.재혁은 민아가 비행기표를 찢으며 자신의 사랑에 대해 자신 없어하자 안타까움에 눈물을 흘린다(그러나 배우의 얼굴이 카메라로 클로즈업될 수 없는 뮤지컬에서, 필자같은 앞자리 관객이 아니었다면 이 디테일한 장면은 객석에서 잘 보이지 않았을 확률이 높다).재혁은 등장하는 장면에서 만큼은 진심어린 모습을 보이지만,그의 공백으로써 뮤하트는 완벽한 끝마무리를 이루는 데 주춤하고 말았다.
이제, 시작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재혁이 민아에게 다시 프로포즈를 하는 장면은 관객들에게 가슴 뭉클한 감동으로 다가간다. 비록 중간에서 다소 삐끗하긴 했지만, 민아의 캐릭터는 거의 일관되게 그 '역설적인' 매력을 발산했으며 (그녀의 "저 등빨 봐!" 라는 대사는 가히 여성 캐릭터 묘사의 최고라고 할 만 하다^^) 심지어 듣지 못하기 때문에 글로써 대화해야 한다는 핸디캡을 연애에 역이용하는 깜찍함까지 보여주었다. 재혁 역시, 중간에 그의 캐릭터가 빠져버린 채로건너뛰어서 문제였지 등장하는 장면에서 만큼은 민아를 사랑하는 진심을 쭉 보여줄 수 있었고 그래서 그의 고백 - "민아씨 앞에서는 내가 벙어리잖아요. 이제 우리 마주보고 얘기했으면 좋겠어요....." - 라는, 소박하지만 그들에겐 너무나어려웠던 사랑은 비장애인인 대다수의 관객들의 마음을 흔든다. 뮤하트의 극본을 쓰고 연출을 한 성재준씨는 거리에서 수화를 나누던 연인의 모습에 '아름다움' 을 느끼고 작품을 구상했다고 하는데, 이런 대사는 그런감수성을 넘어서서 캐릭터에 대한 진정한 애정 없이는 나오기 힘들다.
작품 내부적으로 개선의 여지가 있고 (이 글에서 지적한 것들이 제작진을 비롯한 다른 관객들의 관점에서 맞건 틀리건 간에), 이 작품을 기획한 PMC프로덕션에서도 적극적으로 관객의 피드백을 받고 있지만, 뮤하트는 지속적인 흥행 레파토리가 되어서 한국 창작 뮤지컬의 지속적인 발전이 이루어지는 데에 의미있는 느낌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작품은 인터파크 티켓예매에서 예매 순위 1위를 거듭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극을 풀어가는 위트와 캐릭터를 구축하는 센스가 뛰어난데다 (여기에 대해서는 굳이 글로 다시 옮기지 않더라도 공연 자체로써충분히 느껴졌을 듯하기에 생략하겠다), 초연인데 불구하도 관객들의 호응이 만만치않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을 이루어 낸 제작진의 재능에 감탄하기 전에 그들이 참 '부럽다' 는 생각이 들었다. 창작뮤지컬의 열악한제작 환경을 이겨내고 관객들의 환호를 받는 데 성공한 그들의 도전은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일 것이고,그 열정 어린 모습은드디어 서로의 눈을 맞추며 사랑할 수 있게 된 민아와 재혁의사랑과도 예쁘게 닮아있기 때문이다.
PS - 초반부의 재치만점 공익광고 퍼포먼스(?)를 보고도 핸드폰을 끄지 않는다면 이거 이거 개념 탑재가 요망되는 관객이시다. 비단 이 공연 뿐 아니라, 다른 극장에서도 핸드폰은 꼭 꺼 두자. (임기홍씨,정말멋졌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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