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감사합니다

    - 스승의 날을 기념하며 -



다정(http://dajungspace.com)



5월 15일 스승의 날을 맞아 이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제 중학교 1학년 시절의 담임이셨던 ㅇ 선생님. 어색한 교복을 입고 들어간 첫 교실에서의 선생님을 뵌 첫인상은 사실 "깐깐한 여선생님" 이었고, 저희 어머니도 같은 느낌을 받아서 내심 걱정을 하셨다고 합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선생님께서는 30대 후반의 주부였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반 아이들과 말이 잘 통했던 분이었습니다.

중학교에서 처음 본 중간고사 시간에, 제가 너무 시험지를 뚫어져라 보는 바람에 당시 감독으로 들어온 선생님이 그 아이 혹시 컨닝한 거 아닐까 하고 저를 의심했다면서요? 그 때 "걘 절대 그럴 애가 아니다" 라고 든든히 편들어주셨다는선생님...... 훗날 어머니를 통해 이야기를 들었는데, 감사했다고 말씀도 제대로 못 드렸습니다.

하지만 초등학교 시절에 비해 생각만큼 나오지 않았던 성적과, 학교에서의 다른 문제로 인해 제게는 그 해 겨울이 유난히도 매서웠던 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학년이 바뀌는 봄방학 전 날, 절 살짝 교무실로 불러서 건네주신 책갈피를 받아들고는 눈물이 핑 돌만큼 감사해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모범생이 담임에게 잘 보이려 한다는 소문이 행여라도 날까 겁이 나서 선생님들께는 필요할 때 예의 바르게 행동하는 것 말고는 더 살갑게 대해드리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그 날 받은 책갈피 뒷면에 써주신 짤막한 편지의마지막 글귀, '힘들거나 어려운 일이 있으면 찾아오렴' 이라는 선생님 특유의 흘려쓰신 문장에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마흔 명이 넘는아이들을, 일일이 하나하나 보듬을 수는 없으셨겠지만 애정어린 눈길로 지켜보고 계셨다는걸요. 늦게나마, 지금 말할게요. 선생님, 감사합니다. 선생님의 격려로 저는 이듬해부터 운(?)이 비교적 잘 풀렸습니다^-^


 


체대를 졸업하고 처음 우리 학교로 오셨던 새내기 체육 교사 ㅇ 선생님. 배구를 전공한 선생님은 여자였지만 키도 크고 목소리도 꽤 허스키하셔서, 아마 분위기만 험악하게 밀고 나갔으면 학생부 교사 뺨치는 '무서움' 을 과시하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내가 언니같이 느껴지고 선배같고 다 좋고 나도 친하면 정말 기분 좋은데, 그래도 변하지 않는 학생과 교사의 관계 있잖아. 그 선 만은 지켜줬으면 좋겠어.' 라고 말씀하시고서 수업에 충실히 임하신 이후로, 저는 학생들과 가까워지려는 새내기 선생님의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답니다. 일단 즐겨야 하는 체육 수업인데도, 선천적으로 타고난 운동신경에 따라 내신이 좌우되는 불합리함을 잘 알고 계셨죠. 혹여나 저처럼 운동에 소질 없던 아이들이 주눅들까봐 "체육 선생님들 입장에서 보면, 제일 이쁜 애가 못해도 열심히 하는 애야." 라고 말씀하셨던거, 지금 생각해봐도 진심이셨던 거 같아요^-^ 그리고, 학기가 끝나고 여름방학 직전의 교실 수업에서 저는 최초의 '강의 평가' 라는 걸 해 봤습니다. "연습장이나 노트 뜯어서, 몇 반 누구라고 안 써도 되니까~ 자, 번호랑 질문 불러주면 너희 의견을 써 봐." 라고 하시며 본인의 수업에서 부족했던 점, 좋았던 점, 개선해나갈 점 등을 직접 귀기울여 들으셨던 우리 선생님. 요즘의 대학 강의평가가 얼마나 형식적으로 이루어지는지 생각해보면 선생님의 노력이 더 빛나보입니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역시 체육 선생님이셨던 ㅇ 선생님. 중학교 1, 2학년 때 제가 기억하는 선생님의 모습은 말 그대로 '학주' 내지는 '미친 개' 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던지라, 선생님이 제 3학년 시기의 체육 선생님으로 배정되었다는 데에 저나 친구들이나 다들 '재수 옴 붙었다' 고 생각했던 게 사실입니다. (물론 선생님께서 '전교생' 을 대상으로 조회시간에 막 소리를 지르거나 한 것들은 비판의 여지가 있겠지요. 선생님의 '악역' 이 지금의 학교 체제에서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었습니다만....)

그러나 막상 수업에 임하실 때는 저희를 누구보다도 존중해주시고, 특히 학교와 학원에 치여 뱅뱅 도는 아이들의 삶을 헤아리셔서 그랬는지, 실기 평가 준비 기간이 아닌 체육시간에는 저희 마음대로 운동장에서 놀도록 주셨죠. "내가 너희들 맘을 빤히 다 알거든? 운동장 밖으로 나가지만 말고, 하고 싶은 거 해. 축구를 하던가, 여학생들은 뛰기 싫으면 그냥 그늘에 앉아서 놀아도 되고." 라고 하시고서요. 덕분에 학교 끝나면 학원 가는 일상에 익숙해진 아이들이던 저희는 일주일에 두 세 시간씩 맑은 하늘을 바라보는 여유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사람을 겉으로 드러난 이미지만 보고 판단하지 말 것! 선생님을 뵙고 나서 알았습니다. 선생님, 감사했습니다. 다른 무엇보다도 귀한 '시간' 주신 것, 평생의 은혜로 새기겠습니다.



중학교 2학년 때 만나뵌, 도덕 교과의 ㅇ 선생님. 전 선생님을 뵙기 전까지 도덕이란 과목은 솔직히......판에 박힌 예절 교육인 '착하게 살자 가식 버전' 라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교과서만을 생각해보면 지금도 그런 면이 많구요. 그런데 선생님께서는 교과서의 퀄리티를 정말 열 배, 스무배는 뛰어넘는 정도의 프린트를 나눠주기 시작했고, 거기에는 도덕의 각 단원과 연관되어 있으면서도 시사성과 감동을 주는(!) 놀라운 글들이 가득 실려 있었습니다. (도대체 제가 왜 그 프린트를 보관하지 않고 있나, 스스로가 원망스러울 지경입니다) 그 글들을 읽으면서 저는 시험을 위한 공부가 아닌, 진짜 인생이 스며드는 공부를 할 수 있었다고 지금도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딱딱한 교과서의 "쓰레기를 버리지 말자" 대신, 영화 "아름다운 비행'을 보며 인간과 자연이 어떻게 어우러져 살아야 할 지 생각해보게 되었고, 한 물 간 삼강오륜대신 우리와 같은 시절이 우리의 아버지에게도 있었음을 깨닫게 해 주신 선생님의 수업. 열 다섯살 소녀였던 전 선생님의 수업으로 참 행복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다른 담임선생님들 보다도 선생님께 더욱 더 감사를 드려야합니다. "여러분, 텔레비전에 출연하는 사람들이 제일 처음 뭘 하죠? 그래요. 분장실에 가서 분장하잖아요. 실제 얼굴과 다르게 더 잘 나오게 하려고. 그런 겁니다. 미디어는 기본적으로 사람을 현혹시키고 속이는 존재라는거죠." 라는 말씀을 듣기 시작한 뒤로 저는 조금씩이나마 우리나라의 저널리즘을 비판적으로 대할 수 있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눈이 선생님을 만나뵙게 되며 조금씩 틔워진 것입니다.

하지만 제가 선생님께 가장 감동받은 점은, 학생들을 '기다려준' 분이라는 겁니다. 아무리 아이들이 떠들어도 매를 대지 않고, 소란스러움이 자연스레 가라앉기를 원하셨던 선생님. 선생님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던지, 조금씩 우리는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지요. 그러나 워낙 온화하게 학생들을 대하는 선생님에게, '억지로 듣는 수업' 에 길들여진 일부 아이들은 여전히 조근조근 떠들었습니다.

어느 날 수업시간, 제 바로 뒤에 앉은 두 친구가 떠들었지요. 하지만 선생님은 그 둘을 흘끗 한 두 번 보기만 했을 뿐, 무어라 제재 하지 않으셨습니다. '어휴, 이럴 땐 좀 조용히 하라고 말씀 좀 해 보시지' 라고 투덜대려다, 이번에 제가 한 번 도전(?)을 했습니다. 그 친구들에게 욕먹지 않으려고 애쓰면서 일부러 친한 척.....뒤를 돌아보며......


"이봐, 언니들. 조용히 좀 해 주시지? 앙?"

"야 야 다정이가 조용히 하래잖아, 거 봐라."

"아 내가 언제 떠들었다 그래~"

하면서도, 친구들이 놀랍게도(?) 조용해지더라구요. 선생님도 아닌 같은 반 친구에게 조용히 해 달라는 부탁을 들으니 좀 뜨끔했나봅니다. 그런데, 그 직후에 저랑 선생님이랑 눈 마주친 거 아세요? 그리고 선생님이 다시 칠판을 보면서 잠깐, 씩 하고 미소를 지으셨죠.

선생님의 수업이 지루하기 이를데 없는데다 왜 배우는 지도 모르겠는 거였다면, 제가 이러지 않았을겁니다. 그러나 선생님의 가르침은 제가 떠드는 친구를 말려가면서라도 귀기울이고 싶을 정도로 살아가는 데 많은 보탬이 되리라 생각했고, 그 이후로 저는 '선생님이 모든 걸 다 통제하는 수업' 이 아니라 '친구들이 서로 협조해가며 선생님의 말씀을 듣는' 학생 중심의 수업을 잠깐이나마 경험했습니다. 선생님이 당장 혼내지 않은 덕분에 제가 더 배웠습니다. 너무나 감사드립니다.

최근에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이 내신 위주의 상대평가를 반대하는 촛불시위를 열었죠. 같은 반 친구를 동반자가 아닌 밟고 올라서야 할 경쟁자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끔 느끼게하는, 더군다나 일반 사회에서가 아닌 십대 시절의 소중한 공간에서 그렇게 전락했다는 데에 분노와 슬픔이 옵니다. 다만 제가 다른 사람들이 느끼는 막막함에 하나를 더 보태어 기도한다면, 우리 89년생 이하의 청소년들이라도, 그리고 지금 학교에 계신 선생님들께서라도 제발 저와 선생님이 겪었던 일을 당하지 말게 해달라는 겁니다.

가정과 도덕 과목에서, 중학교 3학년때 본 중간고사와 기말고사에서......놀랍게도 수업시간에 전혀 배우지 않았고 교과서나 그 어느 참고서에도 없는 내용들이 우르르 출제된 적이 있었어요. 기억하세요?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해서 만점을 받으려고 노력한 저로서는 시험지를 받아들고 얼마나 화가 났는지 모릅니다. 하도 기가막힌 나머지, 왜들 이러셨을까 오히려 궁금한 마음이 들어 대충 세어보니 전체 문제의 60%~70% 정도를 전혀 교과과정 밖의 내용으로 출제하셨더군요, 평소에는 교과서에 있는 것만 가르치고 시험에 내던 선생님들께서요.

시험 후 첫 수업. OMR 카드의 주관식 답안을 다시 맞추러 들어온 선생님들을 바라보는 학생들의 눈초리가 고울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가정 선생님과, 그 다음 수업에 오신 선생님 당신께서 그러셨죠. "이렇게 어렵게 내지 않으면 교육청에서 감사가 나와서 '시험을 쉽게 내서 애들 점수가 높으니 실업계 기피현상이 나오는 거 아니냐'라고 한다구요.

다른 모든 걸 접어두더라도 확실한 하나는, 학교 교과과정 중에 보는 정기고사는 그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동안 뭘 얼만큼 어떻게 배워서 내가 얼마나 알고있는지, 공부한 만큼 점수를 받아야 합니다. 거꾸로 시험문제를 풀어보며 '아 내가 이런 걸 몰랐었구나' 하고, 부족했던 부분을 잡아서 더 열심히 공부할 수도 있는거구요. 실력을 가려 합격과 불합격을 판가름하는 시험이 아니니까요.

어른들은 모든 아이들에게 '공부 잘하라' 고 말합니다. 그런 훈계를 들으며 저는 문득문득 ' 그럼 우리 반 전체가 모두 우등생이라면 어떻게 될까? 같이 칭찬을 받는 건가?' 라는 생각을 해왔었구요. 그런데 알고보니, 어른들은 결코 학생들의 성적 수준이 전반적으로 상승하는 걸 원하지 않았습니다. 가식이었습니다. 어른들은, 다른 아이들이 공부를 못하면서 우리 애만 성적이 좋아 학벌로 이름난 학교에 입학시키기를 바랬고, 막상 점수가 다 같이 오르면 시험 난이도를 저렇게 터무니 없이 조정해가면서 까지 우리를 한 줄로 세워려 했습니다. '노력한 만큼 댓가를 얻는다' 는 삶에서의 소중한 진리와 경험을, 그날 이후로 더 이상 쌓으려는 기대를 버리게 되었습니다. 전 그저 한줄 세우기 대열에 합류된, 3학년 2반의 학생이었을 뿐입니다. 만약 '내신 부풀리기' 를 했더라도 제가 느낀 생각은 똑같겠지요.

선생님을 원망하지는 않아요. 오히려 부조리를 제게 알려주신 덕택에 오늘날의 전 학교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 있었으니까요.그땐 억울한 건 변하지 않겠지만 알고나 당해라, 는 선생님의 심정이 느껴졌었어요. 선생님도 기분 많이 상하셨었죠? 가르친대로 문제를 내지 못하게 하는 것은 명백한 교권 침해였는데....... 내신 위주냐 수능 위주냐 양자 택일의 사고방식에서는 어떤 식으로든 사교육도, 입시 열기도 수그러들지 않습니다. 어떻게 해야 교육 주체들의 자율성이 극대화될 수 있는가의 관점에서 접근을 해야 할텐데, 당장 눈앞에서 사교육비가 줄어드는 걸 바라지 말고 차츰 상황이 좋아질 여건을 마련하는데 투자해야 할텐데......왜 교육 당국의 시계는 거꾸로만 자꾸 돌아가는 지 아직도 전 모르겠습니다. 선생님, 건강하시구요, 제게 주신 소중한 가르침들을 지금 만나는 학생들께도 아낌없이 쏟아부어주세요. 부탁드릴게요.


 

영어를 가르쳐주셨던 ㅅ 선생님. 전 선생님을 생각할때 마음이 아픕니다. 선생님은 유학도 다녀온 분 답게 영어 회화 능력도 뛰어나고, 그 지루하기 이를 데 없으며 딱딱히 굳어진 영어 교과서를 최대한 재미있게, 유익하게 가르치기 위해 프린트를 비롯해서 모든 할 수 있는 노력을 다 하신 분이었는데. 팝송도 자주 듣고, 영어 카툰도 자주 보여주시고......그런데 학생들, 특히 남자선생님이 무섭게 나와야만 말을 듣는 것에 익숙해진 남학생들은 '절대 학생을 때리고 욕하지 못하는' 20대 중반의 여선생님을 너무나 만만히 봤죠. 저는 전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선생님보고 공주병이라고 픽픽대는 일부 친구들도 있었구요. 하지만 선생님, 비록 중학교 졸업 후 찾아왔을 때는 다시 유학을 떠나셨고 지금 어디서 무얼 하며 지내시는 지는 알 없지만, 제가 서툴게 써 냈던 영어 작문에 "정말 잘 했다" 라고 칭찬해 주셨던 거, 제가 아는 그 어떤 영어 선생님 보다도 재미있고 알찬 수업을 해 주셨던 건......그런 걸 감사해하는 제자가 있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행복하세요.



수학을 가르쳐주신 선생님. 다른 반 담임선생님이신 데다가 마흔 명이 넘는 학생을 일일이 챙길 수 없는 걸 잘 알기에, 전 그냥 선생님을 '수업 잘 하시고 비교적 괜찮은 분' 이라고만 알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수업 중 아이들이 인수분해를 푸는 걸 지도하시면서 제게 다가와 '아하, 다정이가 다른 건 잘하는데 요런 문제에서 약하구나? 느리게 푸는 거 보니까. 연습 많이하면 그만큼 빠르고 정확하게 할 수 있으니까 다음 시간에 나눠줄 프린트를 꼼꼼히 풀어봐' 라고 격려해주셨죠. 다른 반 학생 이름까지 외우시는 열정에 더 놀라고, 감사했습니다. 그 이후로 전 선생님께 모르는 문제도 어렵지 않게 질문하고, 더 다가설 수 있었답니다. 게다가 '아저씨 선생님' 은 아무래도 여선생님에 비해 아이들을 덜 챙기지 않을까, 다정한 면이 부족하지 않을까 했던,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어처구니 없는 고정관념이 와장창 깨졌습니다. 지금도 그렇게 수업 하고 계시겠죠, 선생님? 행복하세요!



고등학교에 가서 처음 만나뵌 담임선생님, ㄱ 선생님! 저는 선생님을 만나뵙게 되었다는 것 만으로도 제 고등학교 시절은 값진 시절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격무에 시달리는 데도 불구하고 항상 저희들에게 때로는 엄격하면서도 언제나 온화하게 대해 주셨고, 수업은 그 어느 국사 생님 보다도 충실하게 하셨죠. 선생님의 놀~라운! 수업 자료와 국사 국정교과서를 비교하면, 우리 학교 학생이 아니라서 선생님 수업을 못 듣는 친구들이 딱하게 느껴질 정도였으니까요. 게다가 종종 종례시간에는 잔잔한 음악과 함께 전 날 새벽에 반 친구들 모두에게 쓰신 편지를 프린트해서 나눠주셨고.......몇 년 전 졸업 후 찾아갔을 , '우리 학교 선생님들이 요즘 부쩍 교육방송에 많이 나오시던데, 선생님도 *** 선생님이나 ### 선생님처럼 EBS 강의 보실 생각 없으세요?' 라고 여쭤봤었고,그 때 그러셨죠. 선생님에게 수업이라는 건, 학생과 눈을 마주 하며 하는 소통의 과정이라서 카메라와 스탭들만 지켜보는 가운데 혼자 말하기가 아직은 어색하시다고. 혹 학교 방송실에서 학년 전체 방송강의를 해야 때에도 방송부 학생들 몇 명이라도 앞에 앉혀놓고 그들을 바라보면서 강의하는 그 때문이라고.......그냥 가르치고 배우고 휙 떠나는 공간이 아니라, 소중한 인간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곳이 학교여야 하는 걸 선생님을 통해 다시금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물론 다른 EBS 선생님들을 폄하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습니다^^)

전 고1 겨울방학이 너무나 힘들었습니다. 되는 일도 없고 가족들과도 서먹했지요. 그 막막했을때, 선생님께 비교적 긴 이메일을 써서 하소연했던 거 기억나세요? 저는 선생님께서 답장을 하지 못하실 줄 알았어요. 방학때도 바쁘셨던데다가, 워낙 인기가 많으셔서 학생에게 받는 메일도 엄청나잖아요. 그런데, 보낸지 열두시간도 안되어서 답장을 주셨죠. 두서없이 쓴 제글, 전 분명히 (그리고 진심으로)'답장 주지 않으셔도 돼요, 그냥 누군가에게 다 털어놓고 새롭게 시작하고 싶었습니다' 라고 했는데......선생님께서 꼭 말씀하시고 싶은게 있어 제 부탁을 들어주지 않기로 결심하셨다고 했죠. 그리고 '서로의 아픔을 있는 그대로 드러낼 정도로 우리 삶을 사랑하며 살아가자' 고 하신거요. 그 구절을 읽는 순간 모니터 앞에서 주루룩 눈물을 흘렸습니다. 선생님, 뭐라고 감사의 말씀을 드려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정말 고마웠습니다. 참, 선생님 따님! 아기는 잘 크고 있나요? 가족분들과, 그리고 절 비롯한 수많은 선생님 제자분들과 모두 행복해지기를 두 손 모아 바래봅니다.



2학년 때 만나뵌 - 담임 ㅁ 선생님. 선생님, 먼저 죄송하다는 말씀부터 드릴게요. 저는 선생님께 왜 진작 마음을 열지 못했을까두고두고 후회합니다. 선배들이 선생님이 우유부단한 성격이라고, 사실 학생들을 잘 챙기는 것도 아니고 답답한 면이 보인다고 말해서, 그냥 그런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교직 생활을 접으려는 동기를 저희 반 친구들에게 말씀해주실 때, 전 너무나 후회했습니다. 제가 선생님께 뭐 티나게 잘못하거나 속 썩인 것은 없었겠지만, 그래도 1학년 담임선생님과 저도 모르게 종종 비교하면서 선생님과는 그냥 '적당한 거리' 를 유지하려고만 했던 겁니다. 제가 정말 철이 없었어요. 죄송합니다 선생님......수업도 잘 하시고, 스트레스 많이 받는 교직 생활 속에서도저희에게 신경질 내신 적 한 번없으셨는데......알게 모르게 저희를 생각하고 챙겨주셨는데.

그렇지만, 선생님의 '토로' 를 용기내어 저희에게 말씀해 주신 것, 그것만으로도 전 선생님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저희에게 인간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지를 깨달았습니다. 선생님, 감사드리구요......지금 하시는 다 잘 되고 건강하세요. 훗날 꼭 찾아뵙겠습니다.....



마지막으로, 3학년 담임선생님.......ㅂ 선생님. 선생님, 저희 반 친구들때문에 많이 속상하셨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생님이 보여주셨던 강직함과 온화함은, 제가 평생 본받고 싶은 모습입니다. 선생님을 생각하면 '지혜롭다' 는 게 어떤 모습인지 떠올려지거든요. 피가 되고 살이되던 선생님의 영어 수업 시간, 그 중간중간에 저희에게 도움 되는 이야기도 많이 해 주셨죠. 알고보니 '너무나 의례적으로 당연히' 학부모님들이 고3 담임께 드리는 몇십만원의 수고비도 일절 마다하셨구요.

제가 선생님께 특히 강조하여 감사드리고 싶은 점은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로, 우리반에서 일어난 그 '절대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사고'에, 슬기롭게 대처하여 해결하셨던 점. 전 그 날 선생님께서 얼마나 생각이 깊고 진중한 분인지 다시금 알았습니다. 그런데 졸업한 이듬해, 선생님이 새로 맡은 반에서 또 른 사건이 났다는 소식을 들어서......더욱 안타까웠습니다. 선생님의 잘못도 아닌데 또 마음 고생 많으셨겠구나, 했어요.

그리고......고 3면담 시간, 선생님께서는 그 때 의례적인 진학 지도를 한 게 아니라, 제가 '하고 싶었던' 얘기를 할 기회를 주셨고, 그걸 다 들어주셨죠. 그동안 보고 겪은 슬픈 일, 억울한 경험들을 다 들어주시고, 제 손을 잡으며 "꼭 꿈을 이루길 바래." 라고 격려해주셨습니다. 선생님, 날의 그 격려를 떠올리며 전 하루하루 힘을 얻습니다. 선생님 앞에서 약속을 반드시 지키겠습니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허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열악한 교직 환경에서도 늘 학생들을 먼저 생각하셨던 선생님, "저기....선생님, 여쭤봐야 될 거 있으면 교무실로 찾아가도 돼요?" 라고 쭈뼛쭈뼛 물었을때 "물론이지." 라고 시원스레 대답해주신 선생님은 평생의 은사님이십니다.



저는 한국의 척박한 교육 환경 속에서, 이분들을 뵈었다는 것 만으로도 축복받은 사람입니다. 고달픈 입시, 멀게만 느껴지는 학교민주화,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닌 청소년 인권......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끝까지 초중고등학교를 다닐 수 있었던 것은 이 분들, 그리고 여기서 채 언급하지는 못했지만 그동안 만나뵈었던다른 좋은 선생님들 덕분이었습니다. 어리다고, 성적이 나쁘다고 무시하지 않고 저와 제 동기들을 인격적으로 대해주시고, 학교라는 곳이 다른 무엇의 목적보다도 사람과 사람이 만나 행복해지는 과정이 되어야 함을 가르쳐주신 아름다운 분들에게 - 이 부족한 글로나마, 카네이션을 대신합니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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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크레파스 2005/05/14 05:39 답글수정삭제

    돌아오신 거 환영하고
    나도 이런 쌤 만나봤으면 하는 게 아니라
    이런 제자 만나봤으면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물론 우리가 그런 제자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거 잘 알지만...헤헤

  2. 다정 2005/05/14 08:53 답글수정삭제

    ^-^;;; 선생님은 앞으로 저보다 백배는 더 잘나고 멋진 제자 많이 만나실텐데요 뭐~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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