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미국의 TV 드라마 <엑스파일 the X-Files> 의 주인공들의 가상대화입니다.
진실은 저 너머에 없다
-연예인 99명의 괴문서, 팔아치운 펜의 양심-
#2005.1.23 워싱턴 FBI 지부 에드가후버빌딩 지하 엑스파일 사무실
스컬리 멀더, 아침부터 뭘 그렇게 열심히 보고 있죠? 설마 한국에서 건너왔다는 그 "연예인 X파일"읽는건가요?
멀더 맞았습니다. 제일기획이라는 광고기획사가 동서리서치라는 곳에 조사의뢰를 해서, 스포츠연예기자와 TV리포터의 진술을 토대로 만든 파일이에요. 무려 아흔아홉명인데, 햐 이거 볼수록 장난이 아니군요. 그런데 스컬리가 알 정도면 정말 쫙 퍼진 게로군요? 인터넷에서는 네티즌들이 P2P사이트와 미니홈피, 블로그 등으로 일파만파 퍼뜨리고 있는데, 역시 초고속 통신망의 시대는 대단합니다.
스컬리 말도 말아요. 엘리베이터 타고 오는데 다들 그 얘기하느라 난리더군요. 봤어? 걔가 때린 매니저 수가 서른 명이 넘는다며? 누구랑 누구가 게이 맞대~ 하고요. 나 참.....그런 사생활과 검증되지 않은 소문들까지 광고회사에서 긁어모으다니, 이건 아무래도 연예인들의 인권을 무시한 처사같네요.
멀더 웃기는건 이런 자료수집(?)이 광고계에서는 비일비재하다는 겁니다. 이 pdf 파일은 회사 기밀문서도 아니구요. 그리고 여기 나온 자료들이 그동안 소문으로 떠돌던 누구누구의 이야기가 실명과 함께 거론되었다는 점에서, 아무리 "소문" 이라고 해도 그대로 믿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다고 합니다.
스컬리 세상에, 공인이나 유명인사라 할지라도 공익에 관계되지 않는 한 사생활이 드러나서는 안딘다는 게 한국의 대법원 판례로도 있다면서요? 그 사람을 직접 만나보지도 않고, 설령 한 두 번 만났다 해도 잘 알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인간성과 사생활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하다니. 기본적인 인간 관계에서의 신의를 저버린 행동입니다.
멀더 하지만 한국 사람들의 수준도 그렇게 높지는 않다는 게 문제입니다. 딱 잘라 말해서, 지금 과녁을 잘못 맞추고 있다는 거죠.
스컬리 무슨 말이에요?

스컬리 한국에는 연예인들을 쫓아다니는 파파라치는 없다고 들었는데, 무슨 심각한 문제가 있길래 그럴까요?
멀더 누군가의 일을 보도하려면 최소한 기자 본인의 이름을 밝히고 누가 언제 어디서...등의 언급을 확실히 해야하지요. 그런데 한국의 스포츠신문등은 S양이 남자를 밝히네, K군이 음주운전을 한 까닭 이러면서 이니셜 보도(?)를 일삼거든요. 이걸 보는 네티즌들은 신나게 그 주인공이 누구인지를 밝히는데 엉뚱한 사람이 언급되는 경우도 많지요. 뿐만 아닙니다. 여자 연예인의 사진을 유난히 야한 것만 골라 싣거나 제목을 황당하게 지어서 무슨 큰 일이 난 것 마냥 호들갑을 떨기도 하구요. 인터뷰 앞뒤 문맥을 잘라 짜깁기해서 당사자의 발언 내용을 왜곡하는 것도 어제 오늘 일이 아니라고 하더군요.
스컬리 평소에 선정적인 보도를 일삼는 기자들인데, 그 입에서 나온 말들이 과연 신빙성이 있느냐 하는 말이로군요. 하긴 나도 좀 이상했어요. 연예계라는 곳이 그렇게 소문이 무성하고 모략과 누명이 횡행하는 곳이라면, 사실 부부관계가 어떻느니 내가 전 남친이랑 헤어진 이유 등등은 남한테 쉽게 얘길 못하기 마련일텐데요. 자기 인기관리를 위해서라도 그렇고, 더군다나 본인의 이야기를 여과없이 보도할 기자 앞에서는 더더욱 그럴테구요. 만약 그 99명의 신상에 대해 말한 기자들이 내가 어디서 누구에게 들은 이야기라고 확실히 밝히기라도 했으면 역추적이라도 가능할텐데, 그것도 아니잖아요. 실제로 난 '그 소문이 사실 다른 연예기획사가 악의적으로 퍼뜨린거래' '그 사람이 아니라 이 사람이래' 라는 말도 많이 들었어요. 뭐가 진짠지는 당사자들만 아는거죠.
멀더 맞습니다. 저마다 "확실하대!" 라고 말하고 다니지만 정작 어디서 들었냐고 따져보면 확신하기 힘든 경우가 부지기수죠.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런 의혹도 들었어요. 언급된 연예인들중 평이 좋은 사람도 있고 나쁜 사람도 있는데, 그래서 네티즌들이 '아니땐 굴뚝에 연기나나, 그러게 이런 사람들처럼 자기관리를 잘 했어야지' 라고 한답니다. 하지만 거꾸로 생각해보세요. 혹시 그 '착한 연예인' 들은 이 기자들에게 잘보였다거나 뇌물을 줬다거나, 자존심은 고이 접고 굽신거렸던 거 아닐까요? 여자연예인 같은 경우는, 귀엽다 어떻다 하다보니 위 남자 기자들에게 깜찍하게 보여서 좋은 말만 나온 걸수도 있구요. 싸가지 없어 보이는 연예인들이라고 해도 밤샘촬영에 지친 상태에서 인터뷰를 하면 그렇게 보일 수 있을테니 말이죠. 게다가 언론의 선정적 보도를 비판한 적이 있던 사람들이 어김없이 나쁘게 언급된 사례도 있네요.
스컬리 그런 식의 의혹은 역시 확실한 증거가 없다는 점에서, 또다른 의심에 불과하지 않은가요?
멀더 이를테면 말입니다. 사실 전 그 파일의 내용을 전부 믿지 않아요. 아무튼 이렇게 역발상이 가능한데도 무작정 믿는 사람들이 넘쳐난다는 점에서 참 잔인한 거지요.
스컬리 누구나 사생할은 보장받아야 하며, 연예인들도 그 자신의 직업적인 성과나 재능으로 논해져야 합니다. 당사자에게는 억울하기만 한 소문들을 근거로 사생활에 '대비'하는 것은 광고사의 핑계지요. 어차피 광고계약을 할 때 위험부담에 대해 배상할 책임을 명시한다면서요. 그리고 이런 걸 보고 비난을 해야지,아하 그렇구나 하고 나오니까 한국의 대중문화는 그 한류열풍에도 불구하고 천박함을 면치 못하는 겁니다.
멀더 옳은 말입니다. 한국 사회에서는 언론개혁이 계속해서 큰 화두가 되었다던데, 보수 언론만 비판할 게 아니라 이런 연예 기사도 좀 다듬어야 할 형편이군요. 다른 나라도 연예인의 가십을 다룬다지만 그 역시 비판받아야 할거지 따라할 수는 없는 거니까요. 하긴 자극적인 제목과 사진 하나만 1면에 걸면 판매부수가 두세 배 넘게 뛰는 타블로이드 지는 결국 독자들이 정신차려야 할 일이군요. 무시한다고 상책이 아니네요, 이렇게 인권 침해가 난무할 지경이 되었으니까. 그런데 왜 엉뚱하게 '이 자료들이 진실이냐 아니냐' 에만 다들 관심을 가지는 걸까요? 흠, 이런 네티즌의 말도 있네요. "광고 한 편 찍어 떼돈 버는 사람인데 이 정도는 직업상 애로사항 아니냐" 라는데요.
스컬리 광고모델로 높은 수익을 챙기는 게 옳지 않다고 여겨지면 광고주 회사에 항의를 하든 불매운동을 하든지 해서 개런티를 낮추게 하거나 스타 광고를 줄여보려든지 해야지요. 그 말은 논점을 헛짚은 겁니다. 하긴 이 문제를 총체적인 연예 언론에 대한 고민 없이 보니, 바람직하게 해결이 되긴 글렀군요.
연기자를 배우로 보지 않고,가수를 뮤지션으로 대우하지 않은채 오로지 스타라는 것에만 초점을 두고 사생활을 캐내려 하는 연예 언론의 문제는 고질적이라고 했던가요? 노래 못하는 가수가 가수라고 나와 립싱크 하는 거나, 발음도 이상한 연기자가 주연을 맡는 폐단을 시정할 생각은 하지 않고, 오히려 그에 적극적으로 편승하고 있군요. 한국의 연예계 바닥이 더럽다는 건 사람들이다들 들어보고 사는 말이라던데, 그럼 그걸 고칠 생각을 안 하고 '걔가 그렇대며?' 라는 식으로 "씹기" 만 즐기는 사람들 역시 책임이 있겠습니다. '문화' 에 대한 심각한 고민은 없고 오로지 '자본' 과 '스타' 에만 눈을 희번덕거리는군요.
멀더 광고기획사와 리서치회사에 책임이 있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건 그렇다치고 저는 인터뷰에 응했다던 기자와 리포터들이, 그 광고회사 직원들과 하께 나란히 앉아 기자회견 하는 걸 보고싶어요. 사실 궁금하잖아요. 그 소문들이 어떻게 입수되었는지 아니면 본인들의 창작(?)인지 말이에요. 자기 글에 책임을 질 줄 알아야 글로 먹고 사는 사람의 올바른 자세이지요.
요즘 연예부 기자들이 편히 사는 건 알고 있었습니다. 발로 뛰어서 취재하기 보다는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연예가십란이나 게시판 등에서 네티즌들이 올린 글들을 그대로 '인용' 하듯이 해서 따온 걸 기사로 내는 경우가 많더라구요. 근데 이렇게 광고회사에 접촉해서도 소득을 올릴 수 있었어요.
스컬리 이들은 본인이 기사를 쓴 게 아니라 인터뷰에 응한 것이며 이런 건지 몰랐다고 말하겠지만, 아까도 언급했듯이 자신의 직업을 이유로 조사(?)에 참여한 거거든요. 직업윤리에 한참 어긋나는 만행이지요.24시간 쫓아다니는 파파라치만 없다 뿐이지,이런 식으로 뒤통수를 치는군요.근데.....가만 있어보자. 이거 참기분 나쁘네요?
멀더 뭐가요?
스컬리 이런 비린내 나는 자료(?)를 가지고 엑스파일이라고 하다니! 우리가 원조잖아요. 이런 식의 천박함이 엑스파일로 불리는 데에 강하게 항의하고 싶습니다. 생각할수록 열받네.
멀더 그러게나 말입니다. 그나저나 스컬리, 한국의 연예계는 정말 알쏭달쏭한 곳입니다. 이럴수가, 드라마들이 죄다 삼각 관계, 재벌 2세, 불치병, 신데렐라 스토리, 배우자의 불륜, 출생의 비밀들로 얽혀있어요! 외계인이 시키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 많은 드라마들이 이토록 천편일률적일 수 있겠습니까?
스컬리 그건 한국 드라마의 제작진의 창의력이 부족한데다 장기간의 투자를 도외시해서 그런거죠! 진실은 거기에 없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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