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서강대 정하중 교수의 <행정법총론>,연세대 홍정선 교수의 <행정법원론 上>,
기타 헌법재판소 판례들을 참조하여 쓰여졌습니다.
몰랐죠? 헌법도 위헌이래요!
-헌법 속 위헌 법률, 제 29조 2항:이중배상금지-
아키타 거 봐! 송승헌도 결국 군대를 간다니까. 한류 열풍이고 뭐고, 일단 남들도 다 하는 국방의 의무를 다 해야지. 안 그래 다정양? 난 이번 병무청의 결정이 지극히 당연한 거였다고 생각해.
다정 그래, 병역 비리자에 대한 남자들의 적대감은 나도 충분히 이해가 가, 비록 병역 기피자와 양심적 병역 거부자가 분명히 구분 되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만 말야. 그나저나 군대 가서는 뭐니뭐니해도 건강한 게 최고야. 아키타군도 나중에 입대하고서 특히 몸 잘 사리도록 해.
아키타 오~ 걱정해주는 거야? 후훗, 이래뵈도 난 만능 스포츠맨이라구. 체력 면에 있어서 만큼은 문제 없어! 근데 남자애들끼리 이런 농담 하는 거 몰라? 차라리 훈련 도중에 약간 다쳐서 수도통합병원 같은 데 입원하고 조기 제대 하는거.
다정 어휴, 정말 무식한 수법이다. 그러다 크게 다치기라도 하면 어쩔려구! 아키타군, 군인이나 공무원은 다쳐도 일반인과 똑같은 배상을 받을 수가 없어. 정녕 몰랐단 말야, 헌법 제 29조 2항을?
아키타 그게 무슨 소리야?
자, 그럼 이쯤에서 다정양이 말한 헌법 29조를 읽어보겠습니다, 으흠.
헌법 29조 ①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로 손해를 받은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 또는 공공단체에 정당한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이 경우 공무원 자신의 책임은 면제되지 아니한다.
② 군인 · 군무원 · 경찰공무원 기타 법률이 정하는 자가 전투 · 훈련등 직무집행과 관련하여 받은 손해에 대하여는 법률이 정하는 보상외에 국가 또는 공공단체에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로 인한 배상은 청구할 수 없다.
뭐 이상한 거 못 느끼셨습니까? 아하, 오히려 이렇게 되물으셨군요. 29조 2항에서 보니 이미 "법률이 정하는 보상" 이라고 하는데, 어차피 보상 받는 거 또 다시 배상을 요구하는 것은 이중으로 돈 타먹겠다는 수작이니 이런 규정이 있는게 당연한거다! 오히려 군인이나 공무원을 우대하는 조항 아니냐! 라구요. 하긴 다정양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말이죠......
아키타 뭐야? 법률로 보상 규정이 있구만. 에~ 다정양 뭘 잘 알지도 못하면서 놀래키고 그래~
다정 그게 아니라, 아키타군. 우리 처음부터 생각해보자. 국민이 위법한 국가행정으로 인해 피해를 입었으면 "손해배상" 을 신청할 수 있는거, 알지? 이와 달리 적법한 행정작용이었는데도 원치 않는 피해를 입었다면 "손실보상" 을 청구하는 거고, 구체적인 사항은 국가배상법과 행정소송법에서 규정하고 있어. 그런데 몰랐지? 우리나라 행정소송법은 무려(?) 1950년대에 제정되었다는 거.
아키타 아니 신탁통치 논란에 한국전쟁까지 일어난 그 급박한 시기에? 역시 우리 민족은 대단해!
다정 그렇지......이미 있는 남의 나라 법을 베껴서 제정하면 그렇게 후닥닥 입법이 가능하지......
아까도 봤지만, 한국의 헌법 29조는 "국가배상청구권" 을 명문으로 인정하고 있지요? 여기서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라는 것은 법학 용어로 '기본권형성적법률유보'라고 한답니다. 단, 오로지 하위 법률에서는 국가배상의 내용이나 절차, 요건등을 "구체화" 시키는 것이지, 국민의 기본권 자체를 부정하거나 왜곡해서는 안되는 것이죠.
그런데 한국에 국가배상법이 제정된 것은 놀랍게도 1951년 9월이랍니다. 당시는 "소원법" 이라고 불렸구요, 행정소송법도 국회를 즉시 통과하여 효력을 발생한거지요.
당시 한국 전쟁이 발발한 와중에 어떻게 가능했냐구요? 아하하.....뭐 교수 입장에서 이런 말 하기는 좀 뭐합니다만, 사실 우리나라 법은 처음에 다 외국거 베낀 거 아닙니까? 특히 일본 법을 많이 베껴왔어요. 당시 지식인 층 대부분이 일본 아니면 미국 유학생이었고 선진 사회 문물을 받아들이는 건 자연스럽지 않습니까? 그래서 우리나라 국가배상법이 일본 거랑 많이 비슷했어요. 아아~ 자 이제부터는 베꼈다고 하지 말고, 전문 용어로 "계수" 라고 해 주세요! 참, 막상 일본은 당시 독일의 체제를 상당 부분 받아들였기 때문에 우리 나라도 독일법이 모태가 되는 대륙법계 국가가 되었답니다. 아아.....예, 머리 아픈 얘긴 이 쯤 하고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 볼까요?
다정 국가배상법이 제정된 초기에는 전쟁 중이고, 국민 의식도 낮았으니 막상 소송 건수는 극히 드물었지. 그러다가 1966년부터 갑자기 국가에 대한 손배청구소송이 왕창 증가했는데, 바로 베트남 전쟁에서 전사하거나 부상당한 사람 본인, 아니면 유가족들이 청구한 것이었어.
아키타 흠, 그래? 하긴 그 분들이 고엽제다 전투 증후군이다 하는 것들 때문에 고통받으신 거, 알지. 근데?
다정 당시 박정희 정부는 이들에게 모두 합당한 배상을 해 주려는 생각이 없었어. 그래서 1967년에 국가배상법을 전면적으로 개정을 했는데 (물론 제정 당시법도 그다지 훌륭한 건 아니었겠지만 말야), 첫번째로 배상을 해 줘야 하는 행정 주체를 그냥 '국가' 와 '지자체' 로 제한을 해 버린거야. 사실 행정주체라는 건, 단순히 '정부' 라는 국가 뿐 아니라 뭐 공공 조합이나 공법상 재단 등등 그런 거 많거든? 근데 쫙 빠지고 달랑 이 둘만 남았으니, 다른 단체에 당한(?) 사람들은 어디다 하소연을 못 하는 거야. 그리고 전심절차라는 걸 만들어서, 재판으로 일일이 복잡 + 번거롭게 갈 게 아니라 우리끼리 애기해보고 조정하자....였는데, 상식적으로 당시 파병을 결정한 독재 정권 정부가 주도권을 쥔 전심절차가 공정할 수 있었겠니? 모두들 불만족스러워했지. 다행히 요즘은 임의적 전치주의라고 해서, 꼭 여길 거쳐서 소송을 걸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아키타 글쎄? 거기까지만 듣고는 뭐가 크게 잘못된건지 모르겠는걸?
다정 휴, 그런데 말야. 결정적인거는 이 다음부터야. 월남전 참전 군인들의 손해배상청구 러시를 피하기 위해서, 국가배상법에 웬 "신체와 생명에 대한 별도의 배상기준" 을 만들어버린거지. 근데 정말....해도 너무할 정도로 형편 없는 수준이란거야. 손해배상이 뭔데? 자신에게 피해를 입힌 그 사건이 없었을 경우를 생각해서 피해자의 상태를 회복시켜 주는 거잖아. 근데 장애 정도에 따라 보상액을 다르게 주겠다고 해서 봤더니, 장해를 입은 경우는 그 사람의 일상 봉급의 5~40개월치, 생명권 침해에 대해서는 겨우 12~60개월 치만 준거지. 서민 생활에 엉겁결에 참전한 사람들에게, 이게 치료비라도 됐겠어? 당시 위헌 법률이라고 대법원에 제소되었지만(당시에는 헌법재판소의 기능을 대법원이 했었음), 전심절차에만 적용하면 된다, 합헌이다....고 판결났지. 그래, 다행히 1981년에 개정이 되어서 많이 개선되긴 했대.
그러나 가장 심각했던 것은 다름아닌 '군인과 군무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 배제' 였답니다. 법률로 군인이나 공무원 등등은 따로 보상하도록 할테니, 민간인처럼 국가에 대해 소송을 걸지 말라는 거죠. 공무원 우대조항 같으신가요? 천만에요. 이때 이들이 받는 재해보상금이나 상이연금, 유족연금의 액수는 민간인이 당하는 것에 비해 턱없이 액수가 낮았고, 오늘날에는 '국가유공자등예우및지원에관한법률'로 통합되었지만 여전히 배상액은 일반인의 약 70% 수준이랍니다. 무려 1/3을 못 받는거죠.
물론,이렇게 법률이 개정되자마자 학계에서는 위헌이라고 난리가 났답니다. 그래서 1971년 11월 24일,위헌 판결(70다 1010)이 내려졌는데 이러고나서 판사들이 대통령한테 밉보였다는 걸로 죄다 퇴출이 되었다지요^^;;
아키타 진짜?
다정 그래! 그리고나서 박정희 정부는......1972년 12월 27일, 유신 헌법을 제정하면서, 위헌 논란을 없애기 위해 아예 이런 위헌 법률을 헌법 안에 콱 박아버린거야! 세상에, 위헌 법률이 헌법 조문으로 둔갑했다니까? 현행 헌법 29조 2항과, 현 국가배상법 2조단서는 심지어 군인과 공무원 뿐 아니라 향토예비군까지 포함시키고 있단다. 제대했다고 해서, 한시적 공무원 상태에서 벗어나는 게 아니야.
국가배상법 제2조 (배상책임)
①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공무원이 그 직무를 집행함에 당하여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에 위반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하거나,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의 규정에 의하여 손해배상의 책임이 있는 때에는 이 법에 의하여 그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 다만, 군인 · 군무원 · 경찰공무원 또는 향토예비군대원이 전투 · 훈련 · 기타 직무집행과 관련하거나 국방 또는 치안유지의 목적상 사용하는 시설 및 자동차 · 함선 · 항공기 · 기타 운반기구안에서 전사 · 순직 또는 공상을 입은 경우에 본인 또는 그 유족이 다른 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재해보상금 · 유족연금 · 상이연금 등의 보상을 지급받을 수 있을 때에는 이 법 및 민법의 규정에 의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
아키타 잠깐, 다정양. 한 가지만 짚고 넘어가자. 군인이나 공무원들이 물론 적게 배상 받는게 불공평하다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한편으로는 안정된 직장에 연금도 받잖아? 그리고 뭐, 나라를 위해 일하겠다고 스스로 공무원이 된 사람들인데 그런 위험은 자기가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하는 거 아닐까?
다정 아키타군, 넌 지금 '포상'과 '배상'의 개념을 혼동하고 있어. 물론 나라를 위해 일한다는 사람들이 애국행위를 한 것과, 일반 국민이 애국행위를 한 것에 대한 포상은 차등을 둘 수도 있을거야, 특히 자신의 직무와 관계된 일에는 말야. 그런데 이건 '배상' 이라구. 나라를 위해 일하다 다쳐서 남은 평생을 장애인으로 살아가게 되었는데, 국가가 배상을 제대로 해 주지 않으면 누가 위험을 감수하면서 나라 위해 몸 바치려고 하겠니? 그리고 남은 여생을 가족들과 어떻게 살라고, 아무리 재정적 부담을 줄이려고 한다지만 그것도 좀 정도껏 해야지. 국가 배상은 어디까지나 '국가불법행위' 에 대한 것이고, 보상금은 사회보장적 급부야. 애초부터 완전히 성격이 달라. 다른 교수님도 그러시던걸,여타 법에서 말하는 보상이란 건 국가에 바친 헌신에 대한 보상인거지, 배상을 대체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막말로 니가 군대 갔다가 억울하게 다쳤는데 국가가 배상을 터무니없이 적게 했다, 그럼 너 앞으로 뭐 먹고 어떻게 살래?
아키타 그래서? 그럼 그 헌법 조항 때문에 제대로 보상을 받지 못한다 이 말인거네? 실제로 그런 일이 있었어?
다정 응, 내가 아는 사건 하나 말해줄까? 예비군 훈련에 갔던 남편이, 본인의 과실 없이 수류탄이 잘못 터지는 바람에 숨지고 말았어. 하지만 향토예비군도 앞에서 말한 군무원 개념에 속하잖아? 턱도 없이 부족한 배상을 받은 부인은, 가족들의 생계가 막막해지자 헌법소원을 냈어. 헌법 제 29조가 잘못되었다는 걸 밝혀서 국가배상을 청구하려고. 그런데......헌법재판소는 합헌 판결을 내렸지.
아키타 학설이 저렇게 반대하는데? 왜?
다정 음.....헌법 전체 조문을 보면, 국민의 기본권을 규정한 것도 있고, 우리나란 대통령을 5년 단임제로 한다는 것도 있고, 국회의원수는 200명 이상으로 한다는 조항도 있고, 이거처럼 이중배상금지 조항도 있지. 근데 이 조문들이 다 똑같은 가치를 지니는 건 아니라고 해서 '헌법핵' 이란 말이 있는데, 이건 국민의 기본권 보장과 국가의 의무, 민주공화국 선언 등등을 예로 들 수 있겠지? 근데 헌법재판소는 이런게 이론상으로는, 추상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실무에서 어떤 조항이 다른 조항을 배척할 정도의 우열은 갖지 못한다고 했단다. 이게 그 판결의 결정요지인데, 읽어봐!
(가)헌법(憲法) 제111조 제1항 제1호, 제5호 및 헌법재판소법(憲法裁判所法) 제41조 제1항, 제68조 제2항은 위헌심사의 대상이 되는 규범을 ‘법률’로 명시하고 있으며, 여기서 ‘법률’이라고 함은 국회의 의결을 거쳐 제정된 이른바 형식적 의미의 법률을 의미하므로 헌법의 개별 규정 자체는 헌법소원에 의한 위헌심사의 대상이 아니다. (나)헌법은 전문과 각 개별조항이 서로 밀접한 관련을 맺으면서 하나의 통일된 가치체계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서, 헌법의 제규정 가운데는 헌법의 근본가치를 보다 추상적으로 선언한 것도 있고, 이를 보다 구체적으로 표현한 것도 있으므로 이념적·논리적으로는 헌법 규범 상호간의 우열을 인정할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때 인정되는 헌법 규범 상호간의 우열은 추상적 가치 규범의 구체화에 따른 것으로서 헌법의 통일적 해석에 있어서는 유용할 것이지만, 그것이 헌법의 어느 특정 규정이 다른 규정의 효력을 전면적으로 부인할 수 있을 정도의 개별적 헌법규정 상호간에 효력상의 차등을 의미하는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 (다) 향토예비군의 직무는 그것이 비록 개별 향토예비군대원이 상시로 수행하여야 하는 것이 아니라 법령에 의하여 동원되거나 소집된 때에 한시적으로 수행하게 되는 것이라 하더라도 그 성질상 고도의 위험성을 내포하는 공공적 성격의 직무이므로,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단서가 그러한 직무에 종사하는 향토예비군대원에 대하여 다른 법령의 규정에 의한 사회보장적 보상제도를 전제로 이중보상으로 인한 일반인들과의 불균형을 제거하고 국가재정의 지출을 절감하기 위하여 임무수행 중 상해를 입거나 사망한 개별 항토예비군대원의 국가배상청구권을 금지하고 있는 데에는 그 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상당성 및 침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이 인정되어 기본권 제한 규정으로서 헌법상 요청되는 과잉금지의 원칙에 반한다고 할 수 없고, 나아가 그 자체로서 평등의 원리에 반한다거나 향토예비군대원의 재산권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위헌 규정이라고 할 수 없다. (1996.6.13. 94헌마20)
다정 헌법재판소는 '헌법' 이라는 잣대로 개별 법률이나 국가의 행위가 헌법에 어긋나는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곳이지, 헌법재판소가 '헌법' 그 자체를 옳다 그르다 맞다 틀리다 왈가왈부 할 수는 없단 논리야.
헌법(憲法) 제111조 제1항 제1호 및 헌법재판소법(憲法裁判所法) 제41조 제1항은 위헌법률심판의 대상에 관하여, 헌법(憲法) 제111조 제1항 제5호 및 헌법재판소법(憲法裁判所法) 제68조 제2항, 제41조 제1항은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에 관하여 그것이 법률임을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여기서 위헌심사의 대상이 되는 법률이 국회의 의결을 거친 이른바 형식적 의미의 법률을 의미하는 것에 아무런 의문이 있을 수 없으므로, 헌법의 개별 규정 자체는 헌법소원에 의한 위헌심사의 대상이 아니다. (1995.12.28 95헌바3)
다정 물론 다른 의견이 나오긴 했어, 좀 나중에. 그러나 어디까지나 '소수의견' 이기 때문에 판결을 뒤바꿔놓지는 못했지.
재판관 하경철의 반대의견
나는 다수 의견의 논리를 모르는 바 아니고 이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지만,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제는 위헌을 선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중략) 이 사건 헌법조항은 이와 같이 위헌적인 절차로 개정된 비민주적 유신헌법에서 탄생하여 제5공화국 헌법을 거쳐 제6공화국 헌법에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권위주의 시대의 잔재이다. 그리고 이들 헌법이 비록 국민투표에 의하여 확정되기는 하였으나, 국민투표제도가 이론적인 장점에도 불구하고 집권자에 의한 정치적 이용가능성이라는 폐해가 있으며, 실제로 과거 권위주의 권력이 이를 악용한 사실, 또 그 방식이 이 사건 헌법조항과 같은 개별조항별로 찬반을 묻는 것이 아니라 개정헌법전체에 대한 일괄적인 찬반 투표이기 때문에 개별 조항에 대한 반대방법이 없었다는 점 및 계엄등 공포 분위기와 그 연장선 아래서 국민투표가 시행된 점 등을 고려할 때, 이 사건 헌법조항이 진정한 민의를 반영한 헌법개정권력의 결단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중략) 공익상 목적에서 군인등의 국가배상청구권에 제한을 가할 필요가 있다면 기본권의 일반유보조항인 헌법 제37조 제2항에 의하여 권리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지 아니하는 한도에서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는 것인데도 불구하고, 헌법이 이 사건 헌법조항과 같은 특별유보 조항을 둔 것은 헌법에 근거규정만 두면 어떠한 법률을 만들어도 괜찮다는 지극히 권위주위적인 발상에서 나온 것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실제로 이 사건 헌법조항은 위헌판결에 대한 반동으로 법률로만 제한하던 형식을 헌법으로 격상하여 위헌시비를 차단하였을 뿐이지 위헌판결이 지적한 위헌성을 제거하거나 개선한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 군인등 신분이라는 이유만으로 국가배상청구권을 박탈한 이 사건 헌법조항은 여전히 그보다 상위규정이며 민주주의 헌법의 기본이념이고 근본규정이라고 할 수 있는 헌법 제11조 제1항의 평등원칙에 위배되고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한 헌법 제10조에도 위배되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다.(중략) 이러한 경우까지도 헌법재판소가 심판할 수 없다고 한다면 이는 헌법의 기본원칙과 기본권 보장에 역행하는 어떠한 내용의 헌법규정을 두어도 괜찮다는 것이 되어 헌법의 본질과 기본권 보장은 형해화되고 말 것이며 독재권력에 의한 헌법유린과 국민투표를 악용한 횡포를 막을 길이 없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와 같은 경우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이는 이 사건 헌법조항에 대하여는 위헌성을 확인할 수 있다고 생각되며 당장 위헌선고하는 것이 부적당하다면 적어도 개정의 촉구는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어 다수의견에 반대하는 것이다.
1987년의 헌법개정때 여야 모두 이 사건 헌법조항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여당은 이를 상당폭 완화하는 내용으로, 야당들은 동조항을 삭제하기로 하는 헌법개정안(제135회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회의록 제7호[부록], 7, 29, 63, 74면 각 참조)을 각각 제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대 타협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동조항의 개정필요성은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한 채 종전의 규정대로 존치되었던 사실을 안타깝게 생각하며 다음에 있을 헌법개정시에는 반드시 개정되기를 기대한다. (2001.2.22 2000헌바38)
아키타 그럼 넌 헌법재판소가 헌법을 심판할 수 없다는 데에 찬성하는거야 반대하는거야?
다정 일단, 반대.
아키타 그래! 헌법을 바꾸는 건 국민 여론의 몫이잖아. 헌법을 개정하면 되는거 맞지? 그럼 어디로 가야 되나?
다정 어 저기, 그게.....어디로 가는게 아니라, 헌법 개정 절차가 말이지. 좀 많이 복잡하거든?
아키타군은 헌법 개정이 아주 쉬운 일인 줄 알고있군요? 천만에요. 헌법 개정안은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나, 국무회의를 거친 대통령이 제안해서 대통령이 20일 이상의 기간동안 공고하고, 공고 후 60일 이내에 국회 재적의원의 2/3 이상이 찬성해야 의결됩니다. 이어서 국회 의결 30일 이내에 국민 투표를 하는데, 국회의원 선거권자 과반수 이상의 투표와 투표자 과반수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지요. 여기까지 무사히 와서야, 대통령이 즉시 헌법의 개정을 공포하는 거랍니다. 독재자의 헌법 질서 파괴를 막고 국민의 헌법 개정 권력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죠!
아키타 근데, 이 문제에서 일반 국민인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단지 헌법 개정안이 상정되도록 국회의원이나 정당이나 청와대에 하소연 하는 것 뿐이란 말이야?
다정 .....응. 뭐 그걸 국회나 청와대가 무시하면, 대책이 없는거지. 현재 네가 저 조항으로 인해 구체적으로 피해를 본 게 아니라 잘못되었다, 라고만 알고 있는 거잖아? 그러면 헌법재판소나 다른 법원에 제소할 수도 없어.
아키타 허걱, 나도 좀 있음 군대 간단말야! 예비군도 그렇고 현역도 그렇고 다 이 조항으로 인해 피해를 볼 수 있는데! 다정양 미워! 모르는 게 약이라는데 왜 이런 걸 가르쳐줘가지고.....
다정 저기 말야, 그게 아니구......난 너를 낙담하게 만들려던 건 아니었어. 그냥 단지.....사실 지금까지 내가 말한 내용은 내가 필기한 강의노트를 옮겨적은 것과별반 다르지 않아. 내 독창적인 의견이 아니야. 근데 또, 누가 이 의견을 먼저 제기했냐 따지는 게 무의미할 정도로 이미 법학계에서는 오래된 지적이더라구. 근데, 법학을 배우지 않은 사람들은 아무도 이걸 모르잖아? 자기 일이 아니라는 이유로 그랬던 걸까? 선거공약으로 내세울 만한 이슈가 못 되어서? 하지만 이건 학부 수준의 학생들도 다 아는거란 말야. 난 그냥, 사람들이 너무 몰라서 여론도 모이지 않는 현실이 문제가 있다 싶어서....그냥 배운대로 얘기한건데......40년도 안 되는 기간동안 헌법을 아홉번이나 뜯어고친 우리나라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도 그저 잠잠한 상태가 계속되는건 옳지 않다고 생각해서 그랬거든? 근데, 난 모르면 안되고 알고서 고쳐야 약이라고 생각했는데. 정녕 모르는 게 약이란 말인가? 아~ 머리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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