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가 지금 딱 이 생각 하는 거 맞지. 정말 체벌을 없애면, 교실이 시장 바닥보다 더 심한 난장판이 되는 걸까?
체벌 - 교육을 빙자한 폭력의 최면술
(4) 학교의 중심에서 자율을 외치다
다정(http://dajungspace.com)
체벌이 무슨 해악을 낳으며 권위주의 사회에서 어떤 매커니즘으로 작용했는지 대충은 파악 했니? 그래. 그럼 이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부분인 '대안' 에 대해 얘기해보자꾸나. 그 전에 잠깐! 난 이제부터 더이상 '대안' 이라는 말을 쓰지 않을거야. 왜냐하면 "대안도 없는데 당장 폐지하라고?" 라는 말 속에는 여전히 '주입식 일변도' 의 고정관념이 자리잡혀 있으니까. 남들이 "회초리 없이 어떻게 애들을 지도한다는 거야?" 라고 묻는다면 난 이렇게 되묻고 싶은데. "당신이 말하는 '지도' 라는 것은 여전히 아이들을 일방적으로 통제하고, 부당한 교칙마저도 따르게 하고, 어른 말대로만 행동하게 하려는 것 아닌가? 자신의 견해를 밝힌 다음 학생들이 스스로 판단할 지를 두려는 생각이 없는가?" 라고 말이야.난 우리 나라의 모든 초중고등학교에서 체벌이 금지되고, 학생들이 정말 의미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학교로 바뀌길 바라거든. 그래서 이제부터는 '학교가 어떻게 변해야 하는가?' 라는 질문과 함께 시작할까 해. 아, 그 전에 체벌을 없애면 큰일난다는 호들갑에 대해 한 번 짚고 넘어가볼까?
많은 사람들은 이렇게 푸념해. '우리나라
대학 입시 과열 현상을 해결하는 게 먼저지 그게 선행되지 않는 이상
어떻게 체벌이 사라지기를 기대한다는 말인가?' 라고. 하지만 사실 모든 학교와 학원에서
철저히 체벌이 금지된다면 이런 고민은 할 필요가 없거든? 어차피 이 나라
땅 안에서 경쟁하는 마당에, 다 같이 두들겨 맞아가며 공부하지 않는다고 해서
석차가 달라지진 않을테니까. 그리고 말이야 바른 말이지, 맞아서 하는 게 공부가
되니? 정말 네 인생에 있어 피가 되고 살이 될 거냐고. 아니야.
사실은 왜 공부해야 되는지도 모르겠고 지루하기 그지 없는데 맞는 게 두려워
책상 앞에 앉는거, 능률도 절대 오르지 않거니와 그간 누누이 말한 수동적이고
타율적인 인간으로 전락하는 고속도로라니까. 네가 정말 하고 싶은 공부를, 지적 만족감을
느끼면서 해야 정말 공부가 되고 적성에도 맞는거지. 졸업을 하고 상급 학교에
진학해서 공부를 하게되는 경우라면, 지적 만족감을 즐길 줄 알아야 되는 것은
더더욱 중요하고말고.설령 '하기 싫지만 지금 해야 한다' 는 생각이 들더라도, 그
하기 싫고 딴짓하고 싶다는 유혹을 스스로 뿌리칠 줄 알아야 의지 있는
사회인으로 클 수 있는거야. 안 그래? 이 나라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흔히 그러지. 중국이나 동남아시아에 저임금시장을 선점당한 이상 한국의 산업은 더더욱 하이테크로
무장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하기 싫은 거 억지로, 맞으면서 공부하고 생활
태도가 남들이 시키는 대로만 하는 데 익숙한 사람에게서 기술 개발 아이디어가
제대로 나올라나 몰라. 외국 대학생들이 참 공부 열심히 한다 그러지? 우리
청소년들 같이 중고등학교 시절동안 사교육과 각종 시험에 시달린 경험이 없어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그들에게는 우리가 갖지 못한 '학문 탐구의 열정' 이 더욱 보편화
되었다는 해석도 가능하단다. 맞는 것, 혼나는 것이 두려워서 눈치 봐가며 공부했던
애가 대학 와서도 공부 좋아하디? 난 차라리, 아이들이 잠깐 일탈하더라도 (물론
합법적인 공간 내에서) 다시 뭔가를 깨닫고 돌아와서 공부를 열심히 하는게 훨씬
옳다고 봐. 누구의 강제도 받지 않고 내 스스로 자아를 실현하려는 욕구를
가진 사람이 될 수 있으니까.
한편으로 아이들의 저항은 매우 이중적이기도 하다. 체벌을 그토록 싫어하는 아이들도 체벌을 통해 강력한 지배권을 행사하고 있는 교사들에게는 잘 도전하지 않는다. 소위 말하는 만만한 교사들이 이들의 표적이 되기 쉽다. 나머지 대다수 아이들은 일상적으로 체벌에 순응한다. 보통의 경우 체벌이 아이들로 하여금 마음 깊이 반성하도록 만드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체벌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규율권력의 근본적 목적' , 즉 규범의 내면화와 행동의 근본적 수정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체벌을 통해 아이들에게 일시적인 두려움이나 수치심을 갖게 만듦으로써 일시적 통제의 효과를 거둘 수 있고, 또한 폭력에 습관적으로 길들여지도록 만듦으로써 규율의 유지라는 표면적 효과를 달성할 수 있기 때문에 체벌은 계속된다. 사실 아이들의 행동을 근본적으로 수정하지 못할 바에야 학교에 있는 동안 만이라도 사고치지 않고 명령에 복종하도록 만들면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매에 길들여진 아이들은 몇 대 맞는 것은 장난으로 여기기 때문에 사소한 잘못에도 가혹한 체벌을 가하는 악순환이 빚어진다. 이렇게 아이들은 폭력과 통제에 익숙한 수동적 인간으로, 부당한 폭력에 저항할 수 있는 힘을 상실한 인간으로, 자신의 행동을 자율적으로 이끌어나갈 수 있는 능동성을 거세당한 인간으로 자라나는 것이다.
<인권은 교문 앞에서 멈춘다> 배경내, 우리교육, 69쪽
사실 진짜 문제는 이거지. '매가 없으면 애들이 선생을 우습게
보고 수업 태도가 방만하다' 는 것. 이 점에서는 그동안 교사분들을 '능력
없다'며 그토록 씹던 ㅡ_ㅡ;; 사람들도 다들 공감한다. 하지만 다시 한 번만
더 생각을 해 봐. 네가 듣기에 이게 나한테 도움이 된다고 느껴지는
수업에서도 딴 짓 하고 싶으니? 선생님의 강의가 재밌는데다 들어두면 인생 사는데
정말 도움 될 거 같아도 담장 너머로 튈 거냐구.
'수업' 자체에 대한 또다른 고민이 필요한거야.
물론 수능과 내신이라는 틀에 꽉 묶여 있는 우리들의 학교에서 수업의 자율성이라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란 건 알아, 하지만 이럴 때 일수록
'학교 수업'의 장점을 살려봐야지. 앉아서 강의 듣고 노트 필기하는 걸로 시간
다 보낼거면 뭐하러 학교를 와, 그냥 학원을 가든가 방송 강의만 듣든가
그러지? 수업시간은 변해야만 돼. 그래야 학교가 가치를 갖고 살아남을 수 있어.
너흰 한 교실에 여럿이 같이 있잖아? 지루해서 꾸벅꾸벅 졸다가 쉬는 시간되면
매점으로 뛰어나가지만 말고, 선생님들이 해 주는 이야기들을 듣고 같이 공감하든가 비판하든가
해 봐. 발표나 토론도, 수업 중에 기회가 있으면 열심히 해 보고!
성적이 낮은 친구들도 기 죽을 필요 전혀 없어, 각자의 인생과 느낌을,
마주보면서 공유해 봐. 그리고, 선생님 수업이 정 함량 미달이면 어떻게 개선해
볼 생각을 해 봐야지 그냥 1년만 참고 넘어가자는 게 옳은 일이니?
학교 붕괴 현상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라잖아. 근데 난 우리나라 10대
학생들이, 학교를 왜 다니는 지도 모르겠으면서 어슬렁 어슬렁 출석 체크나 하기
보다는, 자기에게 의미 있는 공간으로 바뀔 것을 요구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
차마 땡땡이 치지 못해 등교하는 게 아니라, 현재와 미래를 만들어 나가는
곳으로 자리잡았으면 한다.
그리고 학교 수업은 꼭 학문을 갈고
닦는 분야로 진출하고픈 학생들만을 위해 있는게 아니야, 사실은.왜 공부를 해야 하고
수업시간에 교실에 있어야 할까. 학교 공부를 전혀 안 하고 성공할 수
있는 직업이 있을까? 없어. 배우가 되려고 하더라도 사극 연기를 위해선 역사적
지식이 있어야 하고, 만화가가 되기 위해서는 스토리 구상을 위해 책을 많이
읽어야 해. 하다못해 아르바이트를 하더라도 '비정규직 노동' 에 관한 입법이 자기에게
불리하게 추진되지 않나, 제반 지식을 모르면 뒤통수 얻어맞기 일쑤 아니겠어? 좀
심하게 말하자면, 무식해서 피 본다고. 물론 학교에서만이 이런 것들을 배울 수
있다는 건 아니야. 하지만 학교라는 곳이 너희가 사회 나가서 지혜를 발휘하며
살 수 있도록 내공을 쌓기에는 참 효율적인 시스템이니까, 기왕 다닐거 좀
더 잘 다녀보라구. 교사 1인당 학생수가 너무 많아서 불가능하다는 건 핑계야.
일대일 개인지도가 어려울 지는 몰라도 너희에게 주어지는 시간은 그대로야. 그 기나긴
수업시간을 헛되이 쓰지 말고, 잘못 된 게 있으면 바꾸자니까? 무서워서 억지로
참지 말고! 그리고 또 하나의 이유. 무식한 사람은 세상을 바꿀 수
없어. 아는 게 있어야 그걸 토대로 해서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는거 아니겠어? 내가 지금까지 국사 공부를 한 경험을 토대로
체벌의 완전한 법적 금지를 주장하는 것처럼.
그래. 네 말도 일리는 있어.
당장 내일부터 "체벌 전면 금지!" 가 선언되면 학교는 말 그래도 난리부르스가
날 지도 몰라. '이젠 우리 못 때리니까 약오르지?' 하면서 선생님을 무시하는
바보 학생들도 쏟아지지 말란 법은 없지 ㅡ_ㅜ 하지만, 너 지금까지 내
글을 읽고 느낀 거 있을거 아니야. 왜 너희 나이에 그토록 맞고
살아야 했는지, 정작 바보로 변해가는 게 바로 누구인지. 왜 체벌이 없어져야
하는지 똑똑히 알고 나서도 그렇게 될까? 너희가 그동안 알게 모르게 어떻게
당해왔는지를 깨달았는데, 그래도 맞고 싶어 하겠냐니까. 우리나라 모든 법규의 총강이나 1조
맨 첫부분에는 그 법을 제정한 "목적" 이 명시되어 있어. 체벌을 금지하는
목적부터 홍보하면 사람들 생각이 달라지지 않겠니?
학생들이 이미 매에
길들여져서 어쩔 수 없다 그랬지. 그렇다면 이런 사태를 막고 아예 초등학교
1학년부터, 아니 가정에서 부터 체벌을 없애는 게 근본적인 치료법 아닐까. "난
오늘부터 너희를 때리지 않겠다. 체벌이 우리 사회에서 무슨 악영향을 끼쳐왔는지 깨달았기
때문이야. 너희도 그간 맞아오면서 어떻게 타락해왔는지(!) 알아야 한다. 인권을 찾자" 라고
말씀해주실 용기있는 선생님을 난 기다려. "아버님, 아이를 때려서 가르치는 것은 정말
잘못된 교육법입니다." 라고 학부모에게 얘기할 수 있는 학교의 진짜 권위가 섰으면
좋겠어. (개인적으로, 가정의 체벌에 대해 교사가 개입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함) 그토록 사학의 자율성을 침해한다며 목 터져라 사립학교법 개정을 반대하는
그 사학 이사장님들 중에, 학생의 인권과 교육의 미래를 위해 체벌을 금지할
분 어디 안 계신가? 내 글에 잘못된 점이 있다면 비판을 해도
좋아, 하지만 난 너희에게 또다른 명령을 하는 게 아니야. 그러니까 내
글을 읽고 어떻게 생각하는지 친구들이랑 많이 얘기해봐. 만약 체벌이 금지된다 하더라도,
다짜고짜 학생의 수능 점수나 잘 나오게 하려고 회초리를 기증하는(!) 학부모나 교사들이
분명있을거야. 그러니 너희가 더 깨어야 해. 때릴려 그러면 맞을 수 없다고
해야 돼. 입시지옥에 동참하더라도 최소한 인간의 존엄성은 지켜져야 할 거 아냐.
밥만 먹이고 학비만 댄다고 해서 사람이 다 살만한 게 아니란 걸
잘 알잖아.체벌이라는 건 학생 통제 이데올로기의 시작이자 그 상징이란다. 제발 청소년들을
어른들과 똑같이 인격적 대우를 해 주고, 나아가서 '내가 맘 놓고 반말할
수 있는 사람은 우습게 보는 것' 은 좀 제발! 사라져줬으면 좋겠다.
사실, 난 체벌의
"체"자도 학교 안팏에서 발 못 붙이게 하려면 결국 학생의 학사과정 참여가
보편화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긴 해. 체벌 없애자면서 왜 이런 얘기를 뜬금없이
해결책이라고 말하는 지 모르겠니? 앞에서 그랬잖아. 체벌은 학생 통제 이데올로기의 시작이자
그 상징이라고. 너희가 '통제'받을 대상이 아니라 주체적인 인생을 설계해 나가려면, 지금까지의
낙후된 청소년상(예: 잠재적인 말썽꾸러기, 날라리들, 버르장머리 없는 아이들, 빠순이 등등......)을 바꾸려면
이게 꼭 필요해. 무시하던 청소년들을 무시하지 않도록 하는 최고의 방법 아닌가?
그동안 학생에게 무시와 퉁박으로 일관한 분위기를, 완전히 뒤집는거지! 체벌의 전면 금지가
'치료' 라면, 학생 자치는 '체질 개선' 이라고나 할까나.
학생의 주인이 학교니, 학교의 주인이 학생이니? 청소년기의 자치 경험은 너무나 중요하단다. (이에 대해서는 지난번에 글로 쓴 바 있지만.) 아이들은 자신들의 사회를 꾸려갈 지적 능력이 부족하게 때문에 어른이 나서야 한다? 아이들 사회여봤자 그 안에서 일어나는 그 수준에서의 일인데, 왜 그들이 하는 일을 그들이 관리할 수 없다는 거야? "너흰 너무 어려서 안 돼" 라는 말 속에 숨은 어른 중심 이데올로기는 이제 없어져야 할거야. 꼭 필요할 순간에만 어른이나 선생님이 조언을 주고, 웬만한 교실의 일은 너희 스스로 계획하고, 회의하고, 운영해야 해.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막론하고 말이야.
예를 들어볼까.
법전을 가득 메우는 온갖 법규들, 헌법, 민법, 도로교통법.....이런 것들이 다따지고 보면
우리 국민 스스로가 제정한 거거든? 간접 민주주의 때문에 대표자(국회의원)가 만들긴 한다만
결국 그들을 뽑는건 우리니까 '국민' 의 이름으로 제정하는 거야. 공동체를 위해서.근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파출소에 연행되지 않을만한'공중도덕은 잘 지키는 거 봤니? 그나마 예전보다
많이 나아졌다지만 아직도번화가에는 쓰레기가 난무하고엉망이야. 그토록 '아이들보단 낫다' 던 어른들은 "공동생활에서의
규칙이 결국 나를 위해 내가 만들어서 지켜야 하는 것' 이란 걸무시하고
사는 거 아니야? 내가 버린 쓰레기 하나가 환경을 오염시켜서 질병에 시달리게
한다는 걸 까먹었잖아.
너흰
이렇게 살지 말고, 일찍부터 너희에게 필요한 규칙을 스스로 만들어서 지키며 살았으면
좋겠어. 너네 학교 교칙 얼마나 알아? 사실 잘 모르지? 그냥 머리가
길면 기니까 혼나나보다 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지. 학생회가 교무실 심부름이나 하는 데로
전락했다고 말들이 많은데, 이제라도 그러지 말고 너희의 권리를 찾아. 학사 일정이나
예산 문제에도 학생회가 대표로 나서서 너희의 목소리를 대변해고, 불합리한 교칙은 개정하든가
폐지하든가 하는거지. 수업시간에도 마찬가지야. 어느 학생이 떠들었다면 누구나 제일 먼저 선생님의
수업을 방해했다고 생각하지. 근데 학생 중심으로 생각을 해보면, 그 아이는 너희가
수업에 참여하는 걸 흩뜨린거야. 너희의 학습권이 침해된거라구. 선생님이 나설 게 아니라
너네가 '조용히 해, 지금 수업시간이야' 라고 나서야지, 괜히 범생이로 찍힐까봐 눈치만
보는거야? 어른이 나서서 혼내야 사태가 해결되는 철부지들이었어? 선생님에 의존하지 말고 너희가
'경찰권' 을 한번 가져봐. 중요한 건, 누거 어떤 사유로 징계를 받는다는
원칙을 정할 때 학생들의 합의가 첫번째로 이뤄져야 한다는 거지.
흔히 체벌의 대안으로 거론되는 '벌점제' 도 그래. 온갖 '학생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교칙들이 널린 판에 교사에게 일방적인 벌점 매기기 권한을 준다? 무슨
호그와트 마법학교의 스네이프 교수도 아니고,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은 상황에서 점수만 팍팍
깎다간 대입에 해가 될까 학생들은 더더욱 소극적인 태도를 보일테고("학생부 기록에 남느니
차라리 맞을래요" 하는 거 맞지?), 부당한 현실은 꿈쩍도 안 할걸? 21세기의
아이들을 20세기의 교사가 가르치는 19세기의 교실 풍경은.
지금의 점수제가 개선되기 위해서는 (점수제가 최고의 대안이라 생각되지는 않지만, 일단 도입을 하기로 결정한다는 전제 하에서)너희가 지켜야 할 교칙과 공중도덕에 대한 합의가 먼저, 충분히 도출되어야 할거야. 학생들이 만든 규칙을 학생 스스로가 지키자. '학내 민주화' 는 꼭 이뤄내야할 우리들의 숙제야. 점수제를 도입한다면, 그 제도를 만들고 지키는 사람이 학생이다! 는 것. 체벌이 사라져서 방만하게 되는 학생들이 없을순 없을거야. 하지만 청소년 사회에서 체벌 대신 자율이라는 관념이 바로잡힌다면, 체벌이 없어서 멋대로 사는 친구에게 너희 스스로 '그러면 안된다' 고 충고해 줄 줄 알아야지. 하루아침에 청소년 사회의 자정능력이 이루어지지는 않겠지만, 난 충분히 가능하리라고 봐.
물론 내 애기가 추상적으로 들릴 수는 있어. 하지만 여기서
일일이 교실에는 무슨 규칙이 필요하고 어떻게 벌칙을 정해야 하나라는 걸 다
말할 수는 없는데다가, 그걸 내가 '가르쳐줘야' 하는 게 아니라 너희 스스로
깨닫고 실천해나가야 하는 거라고 난 생각해. 적어도 이거 하난 확실하다. 체벌의
환상이 깨어진다면, 그리고 수동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너희들의 일상을 살아나간다면 충분히
'안 맞고도 잘 자라는' 대한민국 청소년들이 될 수 있다는 것.
이 나라 교육에 대해 열변을 토하는 많은 분들이 학교 붕괴를 성토하고 체벌이 불가피하다 하지. 과연 체벌은 다른 선결 문제가 해결되고 난 뒤 사라져야 할 필요악이 아니야. 체벌의 존재에 대한 회의로부터 학생 인권, 청소년 인권에 대한 의식이 싹트고, 나아가 행복한 학교를 만들 움직임이 시작될 수 있는거라고. 체벌의 폐지는 그동안의 엉터리 방터리가 아닌, 진짜 교육 개혁의 시발점이야!
참, 내가 앞서서 용기 있는
선생님들이 필요하다고 했던 걸로 의아해할 지 모르겠네? 난 줄곧 청소년의 자율을
주장했으니까.너희가 결국 '애들' 에 불과하니까 어른이 필요하다는 게 아니라, 사실 체벌의
폐지와 학생 자치 강화는 교사 인권을 위해서도 너무나 중요하기 때문이야. 제일
웃긴게 뭔지 알아? 왜 '학생부' 라는 말을, 있는 그대로 생각해보면 학생복지라든가,
학생상담 뭐 이런 좋은 뜻이 떠올라야 되잖아.근데 '학생' 이라는 이름을 단
부서가 그 학생들이 제일 두려워 하는 곳이라니, 학생을 '잡는' 곳이라니 이런
아이러니가 한국 말고 어디에 있겠어. 임용고사 합격해서 교사 되기도 얼마나 힘든데,
그 바늘구멍 같은 문을 뚫고 참교사가 되겠노라 다짐했는데 왜 쓸데없이(정말 쓸데없다고
난 생각함) 웬만한 학생보다 더 일찍 나와서 교문 앞에서 애들이나 잡고,매를
안 들면 자기를 우습게 보는 제자들에게서 스트레스나 받아야 하는데. 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체벌 기계가 되는 건데. 그럴 시간에 학생 한 명씩
면담이나 더 하고 수업이나 연구해야 진정한 교사의 자세아니시냐구. 현재 교사의 노동상황이
아주 열악한 건 틀림없지만, 필요 이상으로 엉뚱한 곳에 쏠려있기도 해.그러니까 이제
학생 뿐 아니라선생님들의 일상에도 변화가 필요하지 않겠어? 그래서 이 글이 "학생들이여
어서 가서 교무실을 들어엎어라!" 는 삐라가 아닌거야. 학생들과 교사들이 같이, 체벌의
완전 폐지를 위해 나서야한단다.선생님은 너희의 적이 아니야. 그리고 지금까지 체벌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지 못하고 아이들을 때려왔던 선생님들도 절대 아니야. 지금이라도 안 그러시면
돼. 신선하지 않겠어? 그동안 늘상 회초리를 옆구리에 끼고 다니던 그 분이
어느날부터 학생을 존중하기 시작한다는 것이 말야.
나아가서 학교라는 공간이 '일상의 폭력' 을 함께 성찰하고 개선해
나가는 곳이 되었으면 하고, 그건 충분히 이루어질 수 있는 꿈이야. 학생들이
접하는 폭력이 체벌 뿐만은 아닐거고 대중 매체나 다른 성인 사회에서도 많잖아?
그걸 비판해봐야지. 학교가 구습을 답습하는 곳이 아닌, 사회를 바꿔나가는 원동력으로 자리매김했으면
좋겠어 -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너희들에 의해서. 난 학생들이 '왜
체벌을 받지 않아야 하는지' 를 깨닫게 된다면, 본인들이 미처 키우지 못했던
인권의식을 찾는다면 체벌이 없어도 다른 벌로 충분히 대체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당장 모든 선생님에게 '우릴 때리지 마세요' 라고 하기 힘들면, 너희 학교에서
가장 학생과 친하고 말이 잘 통하는 분과 얘기해봐봐. 그리고 또 한번
강조하는데, 체벌 말고 다른 대체 벌은 우습게 보는 친구가 있다면 선생님이
나서기 전에 너희가 먼저 충고해야 해, 그래야 체벌이 사라질 수 있어.
왜 체벌이 안되는지, 인권의식이 확실히 잡힌다는 여건이 뒷받침 되어야 체벌이 금지될
수 있을거야.
요즘
교권이 떨어졌다고 아무리 호들갑을 떨어도, 일단 학교 안에서 학생들은 교사 발
밑에 있는 존재들이잖아? 사실 가장 빠르고 오해 없는 방법은 이 글을
읽는 선생님들이 동료 교사분들께 체벌 금지를 권하고, 학생들에게도 체벌 금지의 당위성을
설명해주시는 건데.....이 역시 쉽진 않을거야. 각자의 교육 철학과 방법에 대해 뭐라
간섭하기가 껄끄러운 데다, 적어도 장년층 교사 이상 부터는 토론 문화를 모르는
분도 많거든. 너희가 뭐라고 요구하기도 전에 선생님이 먼저 체벌을 금지한다고 하면
너희가 그저 '교사 재량의 수혜자' 로 전락할 위험도 있고. 하지만, 학생
자치가 아직 멀었더라도, 지금의 학생회를 통해서 우리 학교 만큼은 체벌 금지를
해 보자고 할 수는 없을까 조심스럽게 제안한다. 나부터, 우리 반부터, 우리
학교부터, 우리 선생님부터 체벌 안 쓰기 운동을 할 수 없을까? 사실
체벌의 심각성을 누나보다 훨씬 먼저 고민하고, 그를 대체하는 기발한(?) 벌로써 학생에게
도움이 되게 하려는 선생님들도 계셔. 이 분 들을 만만하게 보지 말고!
호응 좀 해 드립시다. 사실 체벌 금지 법제화가 쉽지 않은 마당에,
체벌 금지가 성공을 거둔 사례가 나와야 여론이 좀 변할 거 같기도
해. 그나마 다행인건, 교육법이 '체벌을 꼭 해라' 가 아니라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라고 해서, '웬만하면 하지 말아라' 고 적혀있다는 사실이겠지.
마지막으로 너같은 10대 학생들에게
한 가지 부탁이 있는데, 들어줄 수 있지? 앞에서도 말했지만, 너희를체벌이 아닌
사랑과 관심으로 대해 주시는 그 선생님들, 우리가 깨닫지 못하는 동안에도 이
척박한 한국 교육 풍토에서엄청난 노력을 하시는 그 분들을 진심으로 존경해줄래? 그런
분들과 함께 현실을 바꿔나간다면, 희망이 있을거야.그리고, 선생님 수업이 지루하다고 졸거나 떠들게
아니라, 니가 원하는 수업 방법을 생각해서 건의를 해 봐. 선생님들도 너희랑
소통이 안 되어서 얼마나 답답하시겠니? 적극적인 학생, 주체적인 학생으로 거듭나야 할거야.
"우리는 때려야만 말을 듣는데 왜 안 때리세요?" 라는 어이 없는 질문은
이제 그만!
그리고 아마
이 글을 읽을 20대 이상의 '어른' 들께, 학부모님들께 진심으로 호소하건대, 제발
더이상 체벌을 방조하지 말아주셨으면 좋겠어. 우리나라 사람들의 체벌에 대한 감정이 얼마나
모순적인데. 청테이프 감은 하키채를 휘두르는 학생부장 교사를 '미친개' 라고 부르는 것이
거의 고유명사화 되기까지 했는데, 왜 또 텔레비전에서 선생님이 아이 손바닥을 탁탁
때리는 건 재밌다고 웃는거지?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 중 '단무지 브라더스')
그 어떤 이유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사람을 때리고, 학대하고, 얕볼 수는 없어.
제발......제발 더 이상 아이들을 때리지 말아달라고, 나중에 자식이 생기더라도 절대 체벌을
쓰지말라고애원한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체벌은 필요악이 아니라 절대악이야.
물론 당장 체벌이 없어질 것도 아니고 (아직도 체벌 예찬론자들이 기세등등하기 때문에 설득에 시간이 많이 걸리겠지.....), 학교에 학생의 진로나 인성 지도를 위한 상담 제도 같은 것도 체계가 잡혀야 할거야. 최근 유난히 체제 안정적(?)인 판결을 많이 내놓는 헌법재판소가 체벌을 '합헌' 으로 규정지을 위험도 사실 크고. (피상적인 현상과 단순한 법리만 따질 경우 이럴 확률이 높지. 난 사실 체벌이 위헌 판결 나리란 기대, 안 해......간절히 바라는 일이긴 하지만.),
하지만 내 제안이 결코 허황된
꿈은 아니야. 체벌이 왜 폐지되어야 하는지, 우리 사회를 얼마나 갉아먹어왔던 벌레인지
깨닫는 것부터 시작해서 차근차근 나간다면 가능하지 않겠니? 학교 구성원인 학생들, 선생님들이
중심이 되어, 그리고 학부모들도 다같이 해보자꾸나.
"교육은
삶의 과정 그 자체이며 나중의 삶을 위한 준비가 아니다."
(존 듀이 - '나의 교육신조'
중에서)
-끝-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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